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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익명
그날 밤 주경안은 돌아오지 않았고 나도 그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조민애의 SNS에서 이미 다 봤으니까.

오후에 병원에서 나온 두 사람은 곧장 조민애 집에 들러 가족들에게 임신 소식을 전했다.

사진 속 조민애의 할머니는 주경안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 뭔가를 말하고 있었고 그는 다른 한 손으로 조민애의 배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5년을 함께하면서 주경안이 나와 단 한 번 내 집에 간 건 내 프로포즈를 받아준 후였다. 두 집 사이가 차로 30분도 안 되는 거리인데도 그전까지 한 번도 먼저 찾아온 적이 없었다.

어른들과 함께 있는 게 불편하다고 어색하다고 했으니까.

그 한 번의 방문도 그저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네는 수준에 불과했다. 저 사진 속에서 조민애의 가족을 대하는 것처럼 따뜻하지는 않았다.

나는 마음속에 차오르는 쓴맛을 꾹 삼키고 핸드폰을 껐다.

다음 날, 친한 친구들 몇 명을 만나 결혼식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원래 주경안은 결혼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의미 없는 형식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내가 끝까지 고집을 부린 끝에 겨우 작은 규모로 하기로 합의를 봤고 가장 친한 친구들과 가족들만 초대하려 했던 터였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주경안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결혼식 취소 소식에 모두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야, 주경안 좋아한 게 몇 년인데 겨우 그 까칠한 사람 손에 넣었더니 놔준다고?”

“그 시간들이 아깝지 않아?”

가슴 한편이 바늘로 찌르는 듯했다.

‘아깝지 않냐고?’

당연히 아까웠다.

‘20년을 한결같이 그 사람 뒤를 따라다닌 끝에 겨우 얻어낸 대답이었는데 20년의 감정을 내려놓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어.’

하지만 사실 이 관계는 처음부터 불균형했다.

언제나 내가 주경안을 향해 달려갔고 그는 한 번도 멈춰 나를 기다려준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20년이 걸려 그를 내 사람으로 만들었으니 결혼 후에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그의 마음속에 진짜로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반년 전, 조민애라는 이른바 은인이 등장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그때야 나는 주경안이 모든 사람에게 차가운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조민애 앞에서 그는 항상 다정했다.

‘정작 내 앞에서는 한 번 웃어주는 것도 아까워했으면서.’

그때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조민애가 그의 목숨을 구해줬으니 은혜를 갚으려는 것뿐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조민애가 암 판정을 받은 후에는 그녀와 아이까지 낳겠다고 나섰다. 게다가 표면적으로는 내 동의를 구하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이미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만들어놓았다.

그 순간 선명하게 깨달았다. 나와 주경안은 더 이상 함께할 수 없었다. 20년의 감정이 아무리 끊기 어려워도 매몰차게 잘라내야만 했다.

친구들에게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그냥 실험실에 가게 됐고 한동안 외부와 연락이 힘들 것 같다고만 했다.

미안한 마음에 친구들이랑 자정이 넘도록 놀다가 집에 돌아왔다.

돌아오니 주경안도 막 집에 들어서는 참이었다.

그가 내 몸에서 풍기는 술 냄새에 미간을 찌푸리더니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며 한 손으로 코를 막았다.

“나한테 가까이 오지 마. 술 냄새 배면 어떡해.”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기한테 술 냄새가 배면 조민애한테 영향이 갈까 봐 그런 거겠지. 지금 그녀는 임산부니까.’

‘이렇게 뻔한 말을 가려서 할 생각조차 없는 건가.’

그가 직접 말하지 않으니 나도 굳이 꺼내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나와서 보니 주경안이 핸드폰으로 열심히 무언가를 치고 있었다. 얼굴 가득 웃음기가 맺혀 있었다.

침실로 들어가려는데 뜻밖에 그가 나를 불러 세웠다.

“나 할 말 있어.”

발걸음이 멈췄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들은 게 한 달 전, 처음 조민애와 아이를 낳겠다고 했던 날이었다. 그 후로 한 달 내내 다퉜으니.

‘이미 조민애가 임신에 성공했는데 이제 또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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