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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의 카운트다운
신부의 카운트다운
Author: 익명

제1화

Author: 익명
“몇 번을 설명했어. 조민애는 암에 걸려서 이제 1년밖에 안 남았어. 가족한테 아이를 남겨주고 싶은 게 걔 가장 큰 소원이야. 그때 민애가 내 목숨을 구해줬는데, 이제 내가 그 소원을 들어줘야 해!”

이런 말을 나는 이 한 달 동안 수도 없이 들었다. 주경안이 처음 그 요구를 꺼냈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거의 매일같이 같은 말을 꺼냈다.

주경안의 태도는 처음에 조심스럽게 동의를 구하던 것에서 이제는 당당하게 나와 싸우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마치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천하의 죄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목숨을 구해준 은혜가 아무리 크다 해도 아이를 낳는 것으로 그 은혜를 갚는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한 달에 걸친 다툼은 나를 심신이 지치게 만들었다. 이미 주경안을 설득할 기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5년을 함께 사랑해온 이 남자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주경안, 다음 달이면 우리 결혼식인데 지금 다른 여자랑 아이를 낳겠다는 거야? 그럼 나는? 나를 뭐로 보는 거야?”

주경안은 내가 이렇게 기운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게 처음인지 잠시 멈칫했다. 마치 온몸이 먹구름에 휩싸인 것 같은 내 모습에 그의 태도가 조금 누그러들었다.

“세연아, 받아들이기 힘든 거 알아. 근데 지금 조민애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 걔가 아쉬움을 안고 떠나는 걸 그냥 볼 수가 없어.”

“게다가 인공수정이잖아, 우리 사이에 아무 일도 없는 거야.”

“나를 사랑한다면 이해해 줄 수 있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심장이 끝없이 가라앉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 주경안은 진작에 어떻게든 조민애와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을 굳힌 것이다. 내 의견 따위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주경안이 무언가 더 말하려는 찰나, 핸드폰 벨 소리가 그의 말을 끊었다. 그는 화면을 슬쩍 확인하더니 핸드폰을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가에 쓴웃음을 띠었다.

주경안과 나는 소위 죽마고우라고 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같은 반이었고 대학도 같은 학교에 다녔다. 어릴 때부터 그를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늘 그 곁에서 조용히 함께했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내게 응답하지 않았다. 졸업을 앞두고서야 그는 내 마음을 알아봐 줬고 남자친구가 되겠다고 했다.

20년도 넘게 알고 지냈으니 연인이 된 뒤에는 서로에게 가장 가깝고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돼야 마땅했다.

하지만 5년을 함께하면서 나는 단 한 번도 주경안의 핸드폰을 만져본 적이 없었다. 전화를 걸고 받는 것조차 항상 나 몰래 했다.

한 번은 그가 고열로 침대에 누워 있을 때, 핸드폰에 메시지가 쉼 없이 울렸다. 시끄러워서 깰까 봐 진동으로 바꿔두려 했을 뿐인데 손이 핸드폰에 닿는 순간 그가 눈을 떴다.

그러더니 영문도 따지지 않고 나를 몰아붙이면서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혼자 소파에 웅크린 채 밤을 새웠다.

그의 성격 탓이라고만 생각했고 언젠가는 그의 마음속 깊이 들어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나도 달라진 건 없었다.

오히려 이제는 다른 여자와 아이까지 낳겠다고 하면서 정작 나의 마음은 조금도 헤아리지 않았다.

주경안이 방으로 들어올 때 얼굴에는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외투를 낚아채 걸치며 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너도 잘 생각해 봐.”

나는 그가 서둘러 떠나는 발소리를 들으며 마음속이 텅 비는 것 같았다.

‘주경안을 저렇게 서두르게 만드는 사람은, 아마 조민애밖에 없겠지.’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조민애에게서 사진 한 장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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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부의 카운트다운   제20화

    그 말을 듣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뻔했다.‘가짜라니. 너를 약 올리려고 내가 굳이 이런 연극을 꾸밀 이유가 있나?’나는 그가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이 없었다.동시에 솔직히 좀 의아하기도 했다. 5년을 사귀는 내내 그는 항상 뜨뜻미지근했고 내가 아무리 잘해줘도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그때 나는 주경안의 심장이 혹시 돌로 만들어진 건 아닐까 싶었다. 아무리 품어줘도 끝내 따뜻해지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그런데 조민애가 나타나고 나서야 그에게도 다정한 면이 있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됐다. 단지 그 다정함이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을 뿐이었다.2년 전, 나는 미련 없이 스스로 물러섰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들에게 조용히 길을 터줬다.‘이제 와서 왜 이렇게 나에게 지극정성인 척하는 건지.’조민애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해도 나에 대한 그의 태도가 이래서는 안 됐다.“미안한데 세훈이는 내 정식 약혼자야.”“결혼식 날짜는 이번 달 18일이야. 10일 남았어.”내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벼락처럼 주경안의 귓가에 꽂혔다. 그의 두 눈이 순식간에 빨개지는 것이 보였지만 나는 이미 그와 엮일 흥미를 잃은 지 오래였다. 아무 상관 없는 사람 때문에 이 환영 파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자리를 옮기자는 말에 모두가 일어서는 사이 주경안이 옆을 지나가던 내 옷자락을 반사적으로 낚아챘다.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옷자락을 빼내고 한세훈의 손을 잡은 채 그냥 걸어 나갔다. 주경안만 홀로 그 자리에 남아 우리가 떠나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차에 오르자마자 한세훈이 나를 감싸고 있던 팔을 스르르 풀더니 창문 쪽으로 몸을 홱 돌린 채 팔짱을 끼고 입을 다물었다. 코웃음 소리가 작게 새어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그가 질투하는 거 다 보였으니까.사실 남자친구가 이렇게 질투하는 걸 느껴보는 건 처음이었다. 예전에 주경안과 막 사귀기 시작했을 때, 그의 관심을 끌어보려고 남자 친구와 짜고 같이 출퇴근하고 밥을 먹으며 심지어 슬쩍 SNS에 올리기까지 했지만 일주

  • 신부의 카운트다운   제19화

    주경안은 룸 문 앞에 서기 전, 화장실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기까지 했다. 원래는 그냥 식사를 하러 온 것이었는데 박세연을 마주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어디 있는지 알게 된 이상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 없었다.그는 서둘러 몸을 가다듬고 룸 문 앞에 섰다.문을 열기 전, 박세연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여러 가지를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아 용서하지 않으려 할 수도 있고 이미 과거를 내려놓고 그냥 평범한 친구처럼 대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지금 그가 박세연에게 어떤 존재이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세연을 다시 만나기만 하면 그녀의 마음을 되돌릴 자신이 있었으니까.그런데 단 한 가지, 박세연에게 이미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걸, 그것도 곧 결혼한다는 것만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약혼자'라는 세 글자를 듣는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거대한 손이 심장을 틀어쥐듯 숨이 막혔다. 제발 다음 순간 박세연이 웃으면서 그냥 농담이라고, 한세훈은 그냥 후배일 뿐이라고 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런 말은 끝내 들려오지 않았다.룸 안에서 친구들의 이야기 소리가 점점 커졌다. 들러리 경쟁에서 이제 아이의 대모 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로 넘어갈 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말을 내뱉고 나서 주경안이 문을 밀고 들어갔다.시선이 곧장 박세연과 한세훈이 맞잡은 손에 꽂혔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다정한 분위기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하지만 나는 주경안이 이 광경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는 2년 전에 이미 헤어졌다. 나에게 주경안은 그저 낯익은 타인일 뿐이었다. 오늘처럼 웃음소리가 가득해야 할 환영 파티에 그가 나타나 분위기를 망쳐놓았고 내가 보기엔 뜬금없기 짝이 없는 말까지 내뱉었다.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봤다. 목소리에 귀찮음이 배어 있었다.“여기 왜 온 거야? 우리 2년 전에 이미 헤어졌어.”손바닥이 간지러운 느낌에 고개를 돌리니 눈빛에 원망을 가

  • 신부의 카운트다운   제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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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부의 카운트다운   제17화

    주경안은 그날로 수술을 강행했다.조민애의 암 상태상 임신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아이를 지웠다. 조민애 일을 마무리한 후, 그는 박세연의 소식을 이대로 잃고 싶지 않아 다시 임지아를 찾아가 어디로 갔는지 집요하게 캐물었다.한 번에 말해주지 않자 주경안은 매일같이 그녀의 집 앞을 지켰다. 며칠을 버티다 결국 지쳐버린 임지아가 박세연이 실험실에 들어갔고 이미 이 도시를 떠났다는 말 한마디만 내뱉었다. 다만 어느 실험실인지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주경안은 둘이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것을 떠올리고 교수를 수소문하기로 했고 몇 차례 수소문한 끝에 박세연의 지도 교수가 하성에 새 실험실을 차렸다는 것을 알아냈다.확실한 증거는 없었지만 박세연은 하성에 있다고 직감이 말해줬다. 주경안은 망설임 없이 비행기표를 끊고 하성으로 날아갔다.동문이 알려준 주소를 따라가 실험실을 찾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때마침 첫 번째 실험이 아직 시작되지 않아 실험실은 봉쇄 상태가 아니었고 그는 마침 밖에서 들어오는 사람을 붙잡아 박세연을 불러달라고 부탁했다.선배에게서 누가 찾아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꽤 놀랐다.‘실험실 주소를 알려준 사람이 몇 명 되지 않는데 나를 이렇게 빨리 찾아올 사람이 누가 있지?’의아한 마음을 안고 나갔더니 찾아온 사람이 주경안이었다.주경안은 내 모습을 보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내 높이 솟아 있던 심장이 순간 제자리로 내려앉는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앞으로 옮겨졌고 그의 손이 내 손목을 꼭 쥐었다.“왜 나한테 헤어지자고 한 거야, 왜 아무 말도 없이 가버린 거야? 내가 여기까지 찾아오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주경안을 보고 놀란 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던 나는 쏟아지는 질문에 얼떨결에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주경안은 내가 자신의 손을 거부하지 않자 마음 한편에서 기쁨이 솟구치는 걸 느꼈다.어쩌면 아직 자기한테 화가 난 것뿐일 수 있었다. 차분하게 잘 설명하면 분명 용서해 줄 거라 믿었다.하지만 그 기대는

  • 신부의 카운트다운   제16화

    주경안이 눈을 감았다. 이 순간 그의 심장은 이 소식에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조민애, 6년 전에 나를 구한 사람은 네가 아니지.”조민애의 동공이 순간 수축하면서 마음이 서서히 조여들었다. 분명 그때 이미 자신이 은인으로 굳게 자리를 잡았는데 왜 주경안이 지금 와서 다시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한 채, 부드럽게 미소를 띠며 그의 손을 잡으려 했다.“경안 오빠,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박세연이 사라진 후의 막막함과 진실을 알게 된 후의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와 주경안을 사정없이 짓눌렀다.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터지기 직전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결국 그는 폭발하고 말았다.조민애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눈을 붉히며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나를 구한 사람은 20년 동안 내 곁에 있어 준 세연이라고!”“더 이상 변명하지 마. 이미 증거를 찾았어. 왜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거야!”주경안이 이렇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자 조민애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그녀는 그날 우연히 병원에 친구를 문병 오다가 주경안의 병상을 지나쳤을 뿐이었다. 그 잘생긴 얼굴에 무심코 시선이 머물던 찰나 하필이면 그가 눈을 뜨더니 자신을 은인으로 착각했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조민애는 그 자리에서 부정하지 않았다. 그 신분을 빌려 그에게 접근하고 그와 함께하고 싶었던 것이다.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가족들에게 이끌려 유학을 떠나게 되면서 연락이 끊겼고 그로부터 반년 전 암 진단을 받고 나서야 귀국해 주경안에게 다시 연락을 취했다.조민애가 떨리는 목소리로 해명을 시작했다.“경안 오빠, 저는 그냥 오빠 곁에 있고 싶었던 것뿐이에요.”그러나 주경안은 이미 절망이라는 안개 속에 잠겨 있었다. 더 이상 조민애와 왜 속였는지를 따지고 싶지 않았다. 그냥 빨리 그녀와 선을 긋고 자신이 상처 입힌 사람에게 가서 사과하고 싶었다.“아이 지워.”조민애가 바로 반발했다.가족에게 남겨줄 마지막 소망인데 없앨 수 없었다.“안

  • 신부의 카운트다운   제15화

    임지아는 이렇게 중요한 일을 잊을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눈앞의 남자가 더더욱 경멸스러워졌다.“진짜 귀한 몸은 건망증도 다르네요. 6년 전 새해 전날 밤 그렇게 큰일이 있었는데 잊어버리다니.”“그때 세연한테 감사 인사도 없었던 건 그렇다 쳐도 지금 이런 식으로 대한다고요?”임지아는 말할수록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20년 동안 박세연이 주경안 뒤에서 묵묵히 해온 것들, 그리고 6년 전 그 아찔했던 밤에 대해 전부 쏟아냈다. 그날 박세연이 입원했을 때의 사진까지 핸드폰에서 꺼내 들이밀었다.주경안은 임지아의 집을 어떻게 나왔는지도 몰랐다. 머릿속이 텅 빈 채로 멍한 상태였다.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고 그 자리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채워졌다. 기억 속에서 6년 전 그날 밤은 분명 조민애가 자신을 구했다.‘그런데 박세연이라니...’임지아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은 오랫동안 잘못된 사람을 은인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조민애 뱃속의 그 아이는 처음부터 있어선 안 됐던 존재였다.주경안은 곧장 택시를 잡아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날 밤이 정말 조민애가 자신을 구한 것인지 반드시 확인해야만 했다. 차 안에 앉아 그날 있었던 일을 필사적으로 되짚기 시작했다.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누군가 뒤에서 미행하다가 갑자기 손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으며 골목 안으로 끌어당겼고 허리에 칼끝이 닿는 감촉이 느껴지는 순간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시키는 대로 돈을 전부 내어줬다. 그런데 그자는 돈을 받아 쥐고도 망설임 하나 없이 복부를 깊이 찔러버렸다.이제 내일의 태양을 볼 수 없겠다 싶었다. 그 순간, 어떤 그림자가 번개처럼 달려들어 그 남자를 덮쳤다. 주경안은 피로 물든 손으로 겨우 신고를 마치고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쓰러졌다.다시 눈을 떴을 때 처음 본 얼굴이 조민애였다. 그래서 당연히 자신을 구한 사람이 조민애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임지아의 말에 따르면 그날 밤 자신에게 달려든 것은 다름 아닌 박세연이었다. 다만 그날 박세연도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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