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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익명
그 후 일주일 내내 주경안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SNS에 뭐든 올리기 좋아하는 조민애 덕분에 나는 항상 그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둘이서 온천을 즐기고 바다를 보고 일출을 배경으로 나란히 사진을 찍었다. 내 SNS 피드에서 나는 낯선 주경안과 다시 마주쳤다.

‘그도 평범한 연인처럼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내 앞에서는 그럴 수 없었던 것뿐이었어.’

그들이 매일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오래 들여다볼 마음은 없었다. 한 번씩 쓱 훑고는 바로 넘겨버렸다.

그렇다고 나도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었다. 집 안에 짐이 워낙 많아서 다 정리하는 데 며칠이 꼬박 걸렸고 그 사이 시간을 내어 부모님 댁에도 다녀왔다.

곧 실험실에 들어가게 됐고 한동안 연락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아버지가 고개를 갸웃하셨다.

“경안이랑 곧 결혼하는데 그러면 떨어져 살게 되는 거 아니야?”

어머니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 손을 잡으셨다.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 세연아. 너희 둘이 여기까지 오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데. 네가 실험실에 가면 경안이가 반대할 수도 있고 그러면 결혼식은…”

부모님의 마음이 뭔지는 알고 있었다.

수년간 주경안에 대한 내 집착을 두 눈으로 지켜보셨고 그에 비해 그가 나를 대하는 태도도 다 보아오셨다. 프로포즈하기 전에도 완곡하게 말씀하셨었다.

“경안이 마음속에 네 자리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구나. 한 번 더 잘 생각해 봐라.”

그때 나는 한껏 자신에 차 있었다. 내가 충분히 주경안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언젠가는 그가 온전히 나를 받아들일 거라고 굳게 믿었고 그 믿음이 있었기에 부모님도 결국 두 손을 들어 허락해 주셨던 것이다.

지금 부모님이 걱정하시는 건 내가 실험실에 가면 주경안이 반대해서 결혼이 깨질까 봐서였다. 그로 인해 내가 깊이 상처받을까 봐 노심초사하시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결혼을 취소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은 주경안이 아니라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결혼 취소 사실을 말씀드리던 날, 두 분은 한동안 아무 말씀도 하지 못하셨다. 주경안이 다른 여자를 임신시켰다는 이야기만큼은 끝내 꺼내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게 되셨을 때의 충격을 두 분이 과연 감당하실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던 탓이었다. 그래서 그냥 연구에 더 매진하고 싶다고만 담담하게 말씀드렸다.

부모님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셨다. 딸이 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전적으로 지지하기로 하신 것이었다. 아버지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내 어깨를 묵직하게 두드리시며 스스로 후회하지 않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씀하셨다.

집에 돌아와서는 단짝 임지아에게 연락해 정리해 둔 짐을 같이 내다 버리자고 했다. 거실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던 종이 상자들이 꽤나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몇 번을 오르내리며 상자들을 모두 내다 버리고 나서야 방 안이 비로소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임지아가 감회가 새로운 듯 입을 열었다.

불과 두 달 전, 내가 주경안의 프로포즈를 받아냈다는 소식에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드디어 소원을 이뤘다고 나보다 더 기뻐했던 임지아였다. 그런데 겨우 두 달 만에 결혼을 취소한다니 그 입장에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야, 진짜로 하는 거야? 그날 결혼 취소한다고 할 때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잖아.”

“내가 얼마나 오래 네가 주경안 쫓아다니는 거 봐왔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 응?”

어차피 곧 떠날 것이었다. 오랫동안 가슴속 깊이 묻어뒀던 말들이 입 밖으로 나오고 싶어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

지난 한 달 동안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조민애의 임신 사실까지 전부 털어놓으니 나와 주경안의 모든 것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봐 온 임지아는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욕부터 시원하게 내뱉었다.

“너한테 그렇게까지 잘해줬는데, 결혼도 하기 전에 다른 여자와 아이를 갖겠다고 동의까지 구하다니 대체 제정신이야?”

나는 고개를 저으며 가득 찬 쓴맛을 꾹 삼켰다.

“글쎄, 자기 은인이라서 모든 소원을 들어줘야 한다잖아.”

임지아가 분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너도 그 자식의 은인이야. 그 사람은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냥 날 사랑하지 않는 것뿐이겠지.’

‘괜찮아. 곧, 떠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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