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강우는 보란 듯이 임혜리를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나는 입을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시야를 가득 메운 눈물 너머로 내게 영원을 약속하던 열여덟 살의 그 소년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신강우는 나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임혜리의 어깨를 감싸 안고 현관을 나섰다.“내가... 정말 곧 죽는다고 해도 나한테 이럴 거야?”그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졌다.“죽어서라도 그 지긋지긋한 소란을 끝낼 수만 있다면, 어디 마음대로 해봐.”순간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갔고, 나는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다.‘아,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었구나.’그날 이후, 신강우는 단 한 번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나 역시 관심이 없었다.대신 혼자 남겨질 내 사후를 차근차근 준비하기 시작했다.영정 사진을 찍고, 인생의 마지막이 될 옷을 샀다.며칠 뒤, 사진을 찾아가라는 사장님의 연락을 받고 사진관을 향했다.액자 속 내 모습을 바라보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복잡했다.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길모퉁이에서 신강우와 임혜리를 마주쳤다.“네가 여기 왜 있어? 설마 나 미행한 거야?”그와 말다툼할 기운조차 없었다.칼로 베는 듯한 복부의 통증에 그저 이 지옥 같은 순간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대표님, 사모님 사진 찍으러 오셨나 봐요.”임혜리가 손을 뻗어 내 품의 액자를 빼앗으려 들자 나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사모님이 저희한테 보여주기 싫으신가 봐요.”가련한 척 연기하는 표정 뒤로 비열한 조소가 서려 있었다.“이렇게까지 숨기시는 걸 보니, 남모를 비밀이라도...”그 말에 신강우의 안색이 돌변하며 내 품에 들린 액자를 싸늘한 시선으로 훑었다.“도대체 뭘 감추고 있는 거야?”통증은 점점 선명해졌고, 나는 더 이상 이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자리를 피하려던 찰나, 신강우가 내 손목을 거칠게 낚아챘다.나를 바라보는 눈빛엔 여전히 혐오와 의심이 가득했다.예전 같았으면 심장을 도려내는 듯 아팠을 테지만, 이제는 아무런 감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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