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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대신 이별
이혼 대신 이별
مؤلف: 은소이

제1화

مؤلف: 은소이
지난날의 행복이 마치 꿈결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신강우와 나는 소꿉친구로 자라 열여덟 살에 연인이 되었다.

대학 졸업 후, 지하 단칸방에서 함께 보낸 수없는 나날들.

그 고단한 세월을 버티며 그가 회사를 일궈가는 과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았다.

성공의 대가는 달콤했다. 화려한 집과 잘 빠진 스포츠카.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나를 위해 매 시즌 명품 신상들이 현관 앞에 쌓였고, 여행을 좋아하는 걸 알고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어 함께 놀러 갔다.

기념일마다 준비한 서프라이즈는 단 한 번도 나를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불임 사실을 알았을 때도 그는 모든 책임을 본인에게 돌리며 토닥여 주었다.

주변 사람들은 신강우가 나를 지독하게도 사랑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그랬던 남자가 결혼 7년 차에 여비서와 밖에서 또 다른 살림을 차렸다.

그는 임혜리에게 별장을 선물하며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매일같이 집으로 곧장 퇴근하던 남자는 이제 점점 외박이 잦아지고 있었다.

임혜리에게 쏟는 정성이 지극해질수록 나를 향한 그의 온도는 시리게 식어갔다.

이제는 내 존재 자체가 불쾌하다는 듯 보기만 해도 미간에 깊은 골이 파였다.

더는 비참해지고 싶지 않아 숨을 크게 몰아쉬며 바닥에 흩어진 유리 파편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며칠 전, 신강우와 다투다 깨뜨린 잔해들이었다.

그날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이었다.

나는 음식을 차려놓고 집에서 그를 기다렸다.

분명 퇴근하자마자 오겠다고 약속했으면서, 결국 새벽 두 시가 되어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또 임혜리 곁에 있다 온 것이다.

결국 싸움까지 번졌고, 그는 내 심장에 비수를 꽂는 말을 기어이 내뱉고야 말았다.

“구하윤, 나도 이제는 아이가 필요해.”

그 뒷말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나는 도망치듯 집을 뛰쳐나왔다.

하지만 예상대로 나를 붙잡는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옛날 집에 틀어박혀 신음하다 위경련으로 병원을 전전한 뒤에야 돌아온 별장.

거실 바닥에 뽀얗게 내려앉은 먼지를 보며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신강우 또한 지난 며칠간 집에 들어오지 않았음을.

허리를 숙여 조각들을 줍던 중, 주머니에서 검사 결과지가 툭 떨어졌다.

종이를 멍하니 응시하며 내 손길도 멎었다.

그에게 말해야 할까?

내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 메마른 눈동자에 조금이라도 슬픔이 고일까.

울컥 차오르는 뜨거운 눈물에 시야가 흐릿해졌지만, 이내 자조 섞인 웃음을 흘렸다.

그는 이미 내가 알던 신강우가 아니었다.

지금은 아마 서늘한 표정으로 자업자득이라며 고개를 돌릴 게 뻔했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켜 감정을 억누르고 다시 파편을 모았다.

그때, 어둠뿐이던 거실에 불빛이 환해졌다.

눈을 가늘게 뜨고 돌아본 현관에는 신강우가 서 있었다. 하얀 셔츠 깃 위에 낙인처럼 찍힌 선명한 립스틱 자국을 단 채로.

그는 냉소적인 눈빛으로 나를 훑더니 눈썹을 까딱였다.

“가출 놀이는 이제 끝난 건가?”

대답 대신, 나는 서둘러 검사 결과지를 주머니 속으로 구겨 넣었다.

생각지도 못한 등장에 놀란 탓일까, 깨진 조각에 그만 손가락이 베이고 말았다.

황급히 주방으로 달려가 쏟아지는 찬물에 손을 밀어 넣었다.

“이제 새로운 수법인가? 자해라도 하겠다고? 구하윤, 너 정말 오냐오냐해주니까 끝을 모르는군.”

기대를 버린 지 오래라고 믿었는데 가슴 속 어딘가가 짓눌린 듯 아팠다.

예전의 그는 단 한 번도 이런 말투로 나를 대하지 않았다.

다툴 때마다 인내심 있게 품어주던 사람.

철없는 가출을 할 때조차 화 한 번 내지 않고,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와 나를 찾아내던 남자였다.

내가 왜 화내지 않느냐고 물을 때마다 한결같은 대답이 들려왔다.

“널 세상에서 제일 버릇없는 여자로 만들 거야. 나 말곤 아무도 못 만나게.”

지난 십수 년간 그 대답은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임혜리가 나타난 뒤, 모든 것이 변했다.

나는 수돗물을 잠그고 구급함을 꺼내 스스로 상처를 치료했다.

침묵이 길어지자 신강우가 비로소 어조를 조금 누그러뜨렸다.

“하윤아, 적당히 좀 해. 혜리랑은 그냥 일로 만나는 사이야. 다른 사장들도 밖에서 놀긴 해도 집안은 조용하잖아. 아이만 낳으면 그 여자 바로 외국으로 보낼 거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강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화면을 확인하더니 거실 쪽으로 몸을 돌렸다.

“대표님, 어디세요? 저 너무 무서워요... 빨리 와주시면 안 돼요?”

수화기 너머로 새어 나오는 간드러진 목소리, 임혜리였다.

조금 전까지 내게 짜증을 내던 남자는 온데간데없었다.

마치 세상에 하나뿐인 보물을 다루듯, 지극히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

나는 대꾸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다.

상처를 대충 싸매고는 식탁 위에서 며칠째 썩어가던 음식들을 말없이 치웠다.

통화를 마친 신강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현관을 향했다.

“신강우.”

나는 그를 불러 세웠다.

“또 왜?”

그가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혜리 열난대서 가봐야 하니까 억지 좀 부리지 마.”

“우리 이혼해.”

“뭔 헛소리야?”

신강우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나를 쏘아보았다.

“방금까지는 자해하더니, 이제는 이혼? 왜, 다음번엔 죽겠다고 협박이라도 하게?”

“만약에 말이야... 내가 정말 곧 죽는다면?”

나는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지만, 대답 대신 돌아온 건 거칠게 닫히는 문소리뿐이었다.

육중한 굉음과 함께 넓은 집은 다시금 깊은 정적 속으로 가라앉았다.

순간, 복부를 짓누르는 극심한 통증에 급히 진통제를 찾아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너무 아팠다. 정말로, 내가 곧 죽을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다.

떨리는 손으로 신강우의 번호를 눌렀지만, 기계적인 수신 거부음만 들려왔다.

차단이라니.

나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벽에 걸린 달력을 응시했다.

“신강우, 오늘 너랑 이별하는 첫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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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대신 이별   제19화

    어느덧 또다시 결혼기념일이 찾아왔다.신강우는 미리 주문해 둔 케이크를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귀가했지만, 집 안은 텅 비어 있었다.구석구석 뒤져봐도 구하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사랑하는 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다시 한번 그를 집어삼켰다.신강우가 당황하며 경찰에 신고하려던 찰나, 주방에서 그릇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급히 달려간 곳에는 두 눈이 붉게 충혈된 구하윤이 서 있었다.“나 암이래.”신강우가 미처 입을 떼기도 전에 주변은 순식간에 암전되었다. 그리고 어둠 너머에서 구하윤의 형체가 다시 나타났다.그러나 그녀는 뼈만 남은 채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곧이어 싸늘한 시선이 그를 향했다.“신강우, 이렇게 현실을 부정하며 숨어 있으니까 재밌어?”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띵했다.이윽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미안하지만 이번만큼은 용서 못 해. 나 이제 정말 너 사랑 안 하거든.”발밑의 지면이 빠르게 꺼져 내려갔다.신강우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점점 멀어지는 가녀린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숨이 막히는 공포 속에서 발버둥 치던 그는 마침내 눈을 떴다.하지만 곁에 남은 것은 하늘과 묘비, 그리고 숲뿐이었다.결국, 조금 전의 그 모든 행복은 한낱 꿈에 불과했다.신강우는 무의식적으로 뺨을 만져보았다. 그곳은 이미 눈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조금 전 꿈속에서 구하윤이 남긴 차가운 말들이 떠오르자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어떻게든 그녀를 만나야 했다.구하윤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잘못을 빌어야만 했다.그는 다시 자리에 누워 억지로 눈을 감았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터진 댐처럼 쏟아지는 눈물만이 멈출 줄을 몰랐다.신강우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제 다시는 꿈속에서조차 그녀를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이루 형언하기 힘든 허탈감에 신강우는 참아왔던 통곡을 터뜨렸다.그때, 정적을 깨고

  • 이혼 대신 이별   제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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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대신 이별   제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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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대신 이별   제16화

    “거봐, 내가 뭐라 그랬어. 결국엔 저렇게 넘어올 거면서!”“그동안 지고지순한 게 아니라 주변에 제대로 된 여자가 없어서 입맛만 버렸던 거라니까?”“근데 신 대표, 자네도 이제 취향 좀 바꿔봐. 맨날 제수씨 같은 스타일만 고집하면 안 질려? 뭐, 그래도 정 좋다면야 우리가 얼마든지 구해다 줄 수는 있어.”방 안을 가득 채운 남자들의 너털웃음에 신강우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내 품에 안겨 있던 여자를 거칠게 밀쳐내더니, 그대로 목덜미를 낚아채 테이블 위로 찍어 눌렀다.커다란 손바닥이 서서히 힘을 가하며 죄어오자, 여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뻘겋게 달아올랐다.그녀는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신 대표! 당장 그 손 놔. 이러다 사람 잡겠어!”사장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아수라장이 된 끝에 간신히 그를 떼어놓았다.여자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무릎으로 기어가다시피 방을 빠져나갔다.신강우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좌중을 훑었다.“내 아내에 대해 한 번만 더 그따위로 입 놀려 봐, 그땐 진짜 가만 안 둬.”“그리고 이딴 저질스러운 수작 부리는 놈들, 내 눈에 다시 띄면 그날로 끝인 줄 알아.”남자들은 서로 눈치만 살피며 입을 다물었다.“쳇, 다 늙은 여자 하나 가지고 되게 유세 떠네.”그때, 누군가 작게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신강우의 시선이 소리 나는 곳을 향했다. 아까 그 술 취한 사내였다.남자는 신강우의 살기 어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껄여댔다.“여자 하나 죽은 게 무슨 대수인가? 그 지위에 못 만날 여자가 어딨어? 죽었으면 끝이지, 순교라도 할 기세네. 난 오히려 신 대표가 부러워 죽겠구먼. 마누라 잔소리도 없겠다, 밖에서 마음대로 놀아도 누가 뭐라 하겠냐고. 정 아쉬우면 제수씨랑 닮은 애들 몇 명 불러서 똑같이 가르쳐서 데리고 살면 될 거 아니야.”...남자는 실실거리며 지껄였다.그에게 여자란 그저 심심풀이용 ‘장난감’에 불과했다.구하윤을 모욕하는 저질스러운 언사에 신강우는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렸다.곧

  • 이혼 대신 이별   제15화

    임혜리의 일을 정리한 뒤, 신강우는 장기 휴가를 냈다.구하윤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술기운에 자신을 내던지는 쪽을 택했다.“조금만 더 일찍 하윤이가 아프다는 걸 알았으면...”“임혜리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만약에, 그때...”그는 어두컴컴한 VIP룸에 처박혀 지독한 자책과 괴로움 속에 술을 들이부었다.이미 며칠째 잠 한숨 자지 못한 상태였다.집안 어디에도 구하윤의 온기가 남아 있지 않아 단 일 분 일 초도 견딜 수가 없었다.원상 복구해 놓은 옛날 집 역시 이미 예전의 그곳이 아니었다.그래서 알코올의 힘을 빌려 이 지독한 그리움을 마비시키고 싶었다.하지만 수십 병의 술을 비워냈음에도 취기는커녕 정신은 점점 더 또렷해졌다.곁에 그녀가 없다는 잔인한 현실만이 뼈저리게 명확해질 뿐이었다.신강우는 비릿한 쓴웃음을 지으며 술 한 병을 마저 비운 뒤, 바텐더를 부르려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러나 방을 나서자마자 누군가와 거칠게 어깨를 부딪쳤다.상대방은 미간을 찌푸리며 욕설을 내뱉으려다 신강우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금세 표정을 바꿨다.“신 대표님 아닙니까? 이게 얼마 만이에요!”신강우가 비틀거리며 고개를 들었다.게슴츠레한 눈으로 한참을 들여다본 후에야 예전에 함께 어울렸던 장현식이라는 것을 알아챘다.그는 혼자 있는 신강우를 보더니 서둘러 다른 방으로 이끌었다.안에는 예전에 자주 만나서 유흥을 즐겼던 사장들이 모여 있었다.초췌하기 짝이 없는 신강우의 모습에 몇몇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를 건넸다.“신 대표, 제수씨 소식은 우리도 들었네. 어휴, 마음 잘 추스르게나.”신강우는 아무 대답도 없이 그저 홀로 술잔을 채웠다.북적거리던 방 안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아니, 다들 왜 이래요? 여자 하나 죽은 게 뭔 대수라고, 사내자식이 꼴사납게 말이야.”정적을 깨고 들려온 비아냥거리는 목소리.술 냄새를 지독하게 풍기던 한 사내가 신강우의 옆자리로 슬그머니 옮겨 앉았다.“신 대표, 세상천지

  • 이혼 대신 이별   제14화

    임혜리는 무릎을 꿇은 채 신강우를 향해 기어갔다.그의 손목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애절하게 매달렸다.하지만 신강우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다급해진 임혜리는 서둘러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 한 장을 꺼내 신강우의 눈앞에 펼쳐 보였다.“대표님, 진짜 잘못했어요. 제발 이 아이를 봐서라도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대표님도 늘 아이를 원하셨잖아요. 이것 좀 보세요. 이제 곧 우리 아이가 태어난단 말이에요. 대표님이 그토록 바라던 화목한 세 식구의 꿈이 눈앞까지 왔는데... 제발요!”“훗.”신강우가 비릿한 웃음을 흘리더니 임혜리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얼마나 세게 힘을 주었는지 그녀의 얼굴 위로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누가 너랑 가족이 된대? 내가 그리던 그림 속에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구하윤뿐이었어. 그리고 넌 나한테 그냥 도구일 뿐이야.”그는 말을 마치고 임혜리의 손을 차갑게 뿌리쳤다.임혜리는 힘없이 바닥으로 고꾸라지며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네 주제를 똑똑히 알라고 몇 번이나 경고했을 텐데, 그걸 다 까먹고 나 몰래 내 아내를 괴롭혀? 그러니 너도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지.”“아이? 이 아이의 엄마는 이미 죽었어. 그런데 무슨 수로 존재하겠어?”임혜리는 공포에 질려 그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신강우의 눈빛엔 한 줌의 온기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그렇게 구하윤을 사랑한다면서 애초에 왜 내 침대까지 올라온 건데요? 도대체 대표님한테 난 뭐였냐고요! 배 속에 있는 아이, 당신 거라고요. 자기 핏줄까지 버릴 작정이에요? 수많은 밤을 나랑 같이 보냈잖아요. 그 뜨거웠던 시간이 다 증거 아닌가요? 대표님 마음속에 내가 있었다는 증거!”임혜리가 악을 쓰며 외쳤지만, 신강우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닥쳐! 똑똑히 기억해. 임혜리, 넌 그저 대를 잇기 위한 도구였을 뿐이야. 내 마음속에 네 자리는 눈곱만큼도 없었으니까.”그의 눈빛이 소름 끼치도록 차갑게 가라앉았다.“내 아이의 엄마는 하윤이여야만 해. 엄마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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