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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مؤلف: 은소이
신강우는 보란 듯이 임혜리를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나는 입을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시야를 가득 메운 눈물 너머로 내게 영원을 약속하던 열여덟 살의 그 소년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신강우는 나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임혜리의 어깨를 감싸 안고 현관을 나섰다.

“내가... 정말 곧 죽는다고 해도 나한테 이럴 거야?”

그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졌다.

“죽어서라도 그 지긋지긋한 소란을 끝낼 수만 있다면, 어디 마음대로 해봐.”

순간 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갔고, 나는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아,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었구나.’

그날 이후, 신강우는 단 한 번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 역시 관심이 없었다.

대신 혼자 남겨질 내 사후를 차근차근 준비하기 시작했다.

영정 사진을 찍고, 인생의 마지막이 될 옷을 샀다.

며칠 뒤, 사진을 찾아가라는 사장님의 연락을 받고 사진관을 향했다.

액자 속 내 모습을 바라보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복잡했다.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길모퉁이에서 신강우와 임혜리를 마주쳤다.

“네가 여기 왜 있어? 설마 나 미행한 거야?”

그와 말다툼할 기운조차 없었다.

칼로 베는 듯한 복부의 통증에 그저 이 지옥 같은 순간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대표님, 사모님 사진 찍으러 오셨나 봐요.”

임혜리가 손을 뻗어 내 품의 액자를 빼앗으려 들자 나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사모님이 저희한테 보여주기 싫으신가 봐요.”

가련한 척 연기하는 표정 뒤로 비열한 조소가 서려 있었다.

“이렇게까지 숨기시는 걸 보니, 남모를 비밀이라도...”

그 말에 신강우의 안색이 돌변하며 내 품에 들린 액자를 싸늘한 시선으로 훑었다.

“도대체 뭘 감추고 있는 거야?”

통증은 점점 선명해졌고, 나는 더 이상 이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자리를 피하려던 찰나, 신강우가 내 손목을 거칠게 낚아챘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엔 여전히 혐오와 의심이 가득했다.

예전 같았으면 심장을 도려내는 듯 아팠을 테지만, 이제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너랑 상관없어.”

그러고는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신강우는 집요하게 액자의 한쪽 끝을 붙잡았다.

한창 실랑이가 벌어지던 찰나, 액자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깨진 유리 파편 사이로 나의 영정 사진이 정체를 드러냈다.

“어머, 사진 배경이 왜 이래요? 분위기가 꼭 영정사진 같잖아요.”

임혜리는 놀란 척 입을 가렸지만 휘어지는 눈꼬리까진 감추지 못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사진을 체념한 듯 바라보았다.

결국, 들켜버렸다.

그는 후회하게 될까.

내게 허락된 마지막 시간조차 이토록 잔인하게 짓밟은 것을 단 한 순간이라도 괴로워해 줄까.

“숨기려던 게 고작 이거였어?”

신강우의 목소리는 지독하리만치 평온했다.

싸늘하게 가라앉은 얼굴 어디에도 고통이나 회한의 기색은 없었다.

“왜, 이번엔 진짜로 죽는시늉이라도 해보게?”

한때는 내가 기침 한 번만 해도 걱정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의 죽음을 두고 ‘소동’이라며 의심하고 있다.

더 비참한 건, 방금까지도 아주 찰나의 기대를 품었던 나 자신이었다.

문득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면 안 돼? 네가 후회하는 꼴, 꼭 보고 싶었거든.”

“그럼 죽어보든가.”

그는 나를 거칠게 밀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나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행인들의 비명 섞인 웅성거림 사이로 임혜리가 다가와 나를 부축하는 시늉을 했다.

그녀는 내 팔을 짓이기듯 붙잡고 귓가에 속삭였다.

“똑똑히 봤죠? 당신이 죽어 나가도 소용없어요. 강우 씨는 이제 그쪽 사랑하지 않거든.”

나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그 모습이 마침 신강우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임혜리를 불러 세웠다.

“혜리야, 그냥 내버려 둬. 다 저 여자 단골 수법이니까. 연기하는 게 소원이라면 어디 마음껏 해보라고 해,”

결국, 나는 길 가던 낯선 사람의 도움을 받아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진통제 한 알을 삼키고 나서야 복부를 쥐어짜던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몸도 마음도 이미 너덜너덜해진 채로 소파에 몸을 눕혔다.

두 눈을 가리고 누워 있자니, 귓가엔 환청처럼 그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그럼 죽어보든가.”

문득 그해 겨울이 떠올랐다.

지독한 병마가 나를 덮쳐 의사가 몇 번이나 위독 통지서를 내밀었던 그때.

가진 것 하나 없던 시절이었음에도 신강우는 나를 살리겠다고 친척과 친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돈을 빌렸다.

멸시와 수모를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처절한 고생이 가슴 아파서 더는 짐이 되기 싫어 치료를 거부하며 고집을 피웠던 날이 있었다.

당시 신강우는 병원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훤칠한 남자가 내 발치에 엎드려 손을 붙잡고 눈물로 얼굴을 적시며 애원했다.

“하윤아, 제발 부탁이야. 약 먹자, 응? 살아야지.”

그랬던 사람이 이제는 그 누구보다 나의 죽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벽에 걸린 달력을 보니 의사가 예고한 한 달이라는 기한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다행이다. 곧 그의 소원대로 사라져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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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대신 이별   제19화

    어느덧 또다시 결혼기념일이 찾아왔다.신강우는 미리 주문해 둔 케이크를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귀가했지만, 집 안은 텅 비어 있었다.구석구석 뒤져봐도 구하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사랑하는 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다시 한번 그를 집어삼켰다.신강우가 당황하며 경찰에 신고하려던 찰나, 주방에서 그릇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급히 달려간 곳에는 두 눈이 붉게 충혈된 구하윤이 서 있었다.“나 암이래.”신강우가 미처 입을 떼기도 전에 주변은 순식간에 암전되었다. 그리고 어둠 너머에서 구하윤의 형체가 다시 나타났다.그러나 그녀는 뼈만 남은 채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곧이어 싸늘한 시선이 그를 향했다.“신강우, 이렇게 현실을 부정하며 숨어 있으니까 재밌어?”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띵했다.이윽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미안하지만 이번만큼은 용서 못 해. 나 이제 정말 너 사랑 안 하거든.”발밑의 지면이 빠르게 꺼져 내려갔다.신강우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점점 멀어지는 가녀린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숨이 막히는 공포 속에서 발버둥 치던 그는 마침내 눈을 떴다.하지만 곁에 남은 것은 하늘과 묘비, 그리고 숲뿐이었다.결국, 조금 전의 그 모든 행복은 한낱 꿈에 불과했다.신강우는 무의식적으로 뺨을 만져보았다. 그곳은 이미 눈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조금 전 꿈속에서 구하윤이 남긴 차가운 말들이 떠오르자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어떻게든 그녀를 만나야 했다.구하윤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잘못을 빌어야만 했다.그는 다시 자리에 누워 억지로 눈을 감았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터진 댐처럼 쏟아지는 눈물만이 멈출 줄을 몰랐다.신강우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제 다시는 꿈속에서조차 그녀를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이루 형언하기 힘든 허탈감에 신강우는 참아왔던 통곡을 터뜨렸다.그때, 정적을 깨고

  • 이혼 대신 이별   제18화

    신강우는 해 질 녘까지 그 자리에 머물렀다.구하윤이 없는 텅 빈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지라 관리인의 눈을 피해 숨어 있다가, 밤이 깊어서야 다시 묘비 앞으로 돌아왔다.심야의 공동묘지에는 밤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왔고, 사방에는 음산한 기운이 감돌았다.하지만 신강우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이곳은 꿈에도 그리워하던 사람이 잠든 유일한 안식처였으니까.그는 묘비 곁에 누워 차가운 석판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생전 느껴본 적 없는 기묘한 평온함이 밀려왔고, 불어오는 밤바람에 몸을 맡긴 채 깊은 꿈 속으로 빠져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 신강우는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방 안으로 따스한 햇볕이 쏟아져 들어왔고, 눈에 익은 가구들은 이곳이 집임을 말해주고 있었다.‘언제 돌아온 거지?’분명 공동묘지에 잠든 기억이 생생한데...그때,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방문이 열렸다.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구하윤이었다.“하윤아...”그녀는 분명 죽지 않았나?신강우가 어리둥절한 채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자, 구하윤이 미소를 지으며 곁으로 다가왔다.“왜 그래, 나 몰라보겠어? 표정이 꼭 귀신이라도 본 사람 같네.”신강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가 이내 세차게 끄덕였다.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몇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구하윤은 ‘임혜리’라는 여자를 전혀 알지 못했고, 회사에도 그런 이름을 가진 직원은 존재하지 않았다.게다가 지금의 구하윤은 안색이 무척 좋았으며 아픈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설마 이게 꿈인 걸까?신강우는 자기 팔을 세게 꼬집어 보았다.분명 통증이 느껴졌다.‘꿈이 아니야!’설마 그 끔찍한 기억들이 꿈이었단 말인가?사실은 전부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순간, 신강우는 벅차오르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구하윤을 와락 끌어안았다.품 안에서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는 실재했다.비록 지난 일들이 악몽이었음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가슴 한구석에는 서늘한 잔상이 남아 있었다.그는 곧장 구하윤을 데리고 병원으로 달려가

  • 이혼 대신 이별   제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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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대신 이별   제16화

    “거봐, 내가 뭐라 그랬어. 결국엔 저렇게 넘어올 거면서!”“그동안 지고지순한 게 아니라 주변에 제대로 된 여자가 없어서 입맛만 버렸던 거라니까?”“근데 신 대표, 자네도 이제 취향 좀 바꿔봐. 맨날 제수씨 같은 스타일만 고집하면 안 질려? 뭐, 그래도 정 좋다면야 우리가 얼마든지 구해다 줄 수는 있어.”방 안을 가득 채운 남자들의 너털웃음에 신강우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내 품에 안겨 있던 여자를 거칠게 밀쳐내더니, 그대로 목덜미를 낚아채 테이블 위로 찍어 눌렀다.커다란 손바닥이 서서히 힘을 가하며 죄어오자, 여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뻘겋게 달아올랐다.그녀는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신 대표! 당장 그 손 놔. 이러다 사람 잡겠어!”사장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아수라장이 된 끝에 간신히 그를 떼어놓았다.여자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무릎으로 기어가다시피 방을 빠져나갔다.신강우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좌중을 훑었다.“내 아내에 대해 한 번만 더 그따위로 입 놀려 봐, 그땐 진짜 가만 안 둬.”“그리고 이딴 저질스러운 수작 부리는 놈들, 내 눈에 다시 띄면 그날로 끝인 줄 알아.”남자들은 서로 눈치만 살피며 입을 다물었다.“쳇, 다 늙은 여자 하나 가지고 되게 유세 떠네.”그때, 누군가 작게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신강우의 시선이 소리 나는 곳을 향했다. 아까 그 술 취한 사내였다.남자는 신강우의 살기 어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껄여댔다.“여자 하나 죽은 게 무슨 대수인가? 그 지위에 못 만날 여자가 어딨어? 죽었으면 끝이지, 순교라도 할 기세네. 난 오히려 신 대표가 부러워 죽겠구먼. 마누라 잔소리도 없겠다, 밖에서 마음대로 놀아도 누가 뭐라 하겠냐고. 정 아쉬우면 제수씨랑 닮은 애들 몇 명 불러서 똑같이 가르쳐서 데리고 살면 될 거 아니야.”...남자는 실실거리며 지껄였다.그에게 여자란 그저 심심풀이용 ‘장난감’에 불과했다.구하윤을 모욕하는 저질스러운 언사에 신강우는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렸다.곧

  • 이혼 대신 이별   제15화

    임혜리의 일을 정리한 뒤, 신강우는 장기 휴가를 냈다.구하윤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술기운에 자신을 내던지는 쪽을 택했다.“조금만 더 일찍 하윤이가 아프다는 걸 알았으면...”“임혜리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만약에, 그때...”그는 어두컴컴한 VIP룸에 처박혀 지독한 자책과 괴로움 속에 술을 들이부었다.이미 며칠째 잠 한숨 자지 못한 상태였다.집안 어디에도 구하윤의 온기가 남아 있지 않아 단 일 분 일 초도 견딜 수가 없었다.원상 복구해 놓은 옛날 집 역시 이미 예전의 그곳이 아니었다.그래서 알코올의 힘을 빌려 이 지독한 그리움을 마비시키고 싶었다.하지만 수십 병의 술을 비워냈음에도 취기는커녕 정신은 점점 더 또렷해졌다.곁에 그녀가 없다는 잔인한 현실만이 뼈저리게 명확해질 뿐이었다.신강우는 비릿한 쓴웃음을 지으며 술 한 병을 마저 비운 뒤, 바텐더를 부르려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러나 방을 나서자마자 누군가와 거칠게 어깨를 부딪쳤다.상대방은 미간을 찌푸리며 욕설을 내뱉으려다 신강우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금세 표정을 바꿨다.“신 대표님 아닙니까? 이게 얼마 만이에요!”신강우가 비틀거리며 고개를 들었다.게슴츠레한 눈으로 한참을 들여다본 후에야 예전에 함께 어울렸던 장현식이라는 것을 알아챘다.그는 혼자 있는 신강우를 보더니 서둘러 다른 방으로 이끌었다.안에는 예전에 자주 만나서 유흥을 즐겼던 사장들이 모여 있었다.초췌하기 짝이 없는 신강우의 모습에 몇몇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를 건넸다.“신 대표, 제수씨 소식은 우리도 들었네. 어휴, 마음 잘 추스르게나.”신강우는 아무 대답도 없이 그저 홀로 술잔을 채웠다.북적거리던 방 안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아니, 다들 왜 이래요? 여자 하나 죽은 게 뭔 대수라고, 사내자식이 꼴사납게 말이야.”정적을 깨고 들려온 비아냥거리는 목소리.술 냄새를 지독하게 풍기던 한 사내가 신강우의 옆자리로 슬그머니 옮겨 앉았다.“신 대표, 세상천지

  • 이혼 대신 이별   제14화

    임혜리는 무릎을 꿇은 채 신강우를 향해 기어갔다.그의 손목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애절하게 매달렸다.하지만 신강우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다급해진 임혜리는 서둘러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 한 장을 꺼내 신강우의 눈앞에 펼쳐 보였다.“대표님, 진짜 잘못했어요. 제발 이 아이를 봐서라도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대표님도 늘 아이를 원하셨잖아요. 이것 좀 보세요. 이제 곧 우리 아이가 태어난단 말이에요. 대표님이 그토록 바라던 화목한 세 식구의 꿈이 눈앞까지 왔는데... 제발요!”“훗.”신강우가 비릿한 웃음을 흘리더니 임혜리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얼마나 세게 힘을 주었는지 그녀의 얼굴 위로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누가 너랑 가족이 된대? 내가 그리던 그림 속에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구하윤뿐이었어. 그리고 넌 나한테 그냥 도구일 뿐이야.”그는 말을 마치고 임혜리의 손을 차갑게 뿌리쳤다.임혜리는 힘없이 바닥으로 고꾸라지며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네 주제를 똑똑히 알라고 몇 번이나 경고했을 텐데, 그걸 다 까먹고 나 몰래 내 아내를 괴롭혀? 그러니 너도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지.”“아이? 이 아이의 엄마는 이미 죽었어. 그런데 무슨 수로 존재하겠어?”임혜리는 공포에 질려 그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신강우의 눈빛엔 한 줌의 온기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그렇게 구하윤을 사랑한다면서 애초에 왜 내 침대까지 올라온 건데요? 도대체 대표님한테 난 뭐였냐고요! 배 속에 있는 아이, 당신 거라고요. 자기 핏줄까지 버릴 작정이에요? 수많은 밤을 나랑 같이 보냈잖아요. 그 뜨거웠던 시간이 다 증거 아닌가요? 대표님 마음속에 내가 있었다는 증거!”임혜리가 악을 쓰며 외쳤지만, 신강우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닥쳐! 똑똑히 기억해. 임혜리, 넌 그저 대를 잇기 위한 도구였을 뿐이야. 내 마음속에 네 자리는 눈곱만큼도 없었으니까.”그의 눈빛이 소름 끼치도록 차갑게 가라앉았다.“내 아이의 엄마는 하윤이여야만 해. 엄마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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