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린 건 나였다고!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 - チャプター 10

21 チャプター

제1화

“하윤영 씨, 정말 무인도를 사려고요? 그 섬은 위치가 외진 데다 물도 전기도 없고, 인터넷도 안 터집니다. 한 번 들어가면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알아요.”하윤영은 나지막이 말했다. 시선은 손에 든 암 확진 진단서 위로 떨어졌다.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오래 살지 않을 거예요. 절차는 언제쯤 끝나나요?”“잠시만요. 확인해 볼게요.”서류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동안, 하윤영의 생각은 멍하니 흩어졌다.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 달 전, 그녀가 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는 것을.7년 전, 그녀가 영업을 뛰면서 교통사고 당항 서형우를 돌보느라 제 몸을 못 챙겨 위암의 기폭제가 되었다.그때 서형우는 한창 커리어가 상승세를 타던 시기였다. 서형우가 강성시에 단단히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려고, 그녀는 술잔을 비울 때마다 토할 정도로 마셨다.가끔은 세 시간도 못 자고 다시 일어나 일을 해야 했다. 그러면서 일도 챙기고, 서형우도 돌봐야 했다.서형우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동했고, 퇴원하던 날 두 사람은 바로 혼인신고를 했다.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의 카톡 프로필은 언제나 그녀의 사진이었다.매일 퇴근할 때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백합을 품에 안고 돌아왔다.출장에서 돌아올 때마다 그녀에게 줄 선물이 캐리어에 다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이후 아들까지 낳고 나자, 두 사람의 감정은 식기는커녕 더 깊어졌다.여동생 하나정이 갑자기 찾아오기 전까지는.하윤영은 어느 순간 자신이 깊이 사랑하던 남편과, 자랑스럽게 여기던 아들이 무의식적으로 하나정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더 우스운 건, 그녀가 암 말기 진단을 받은 바로 그날, 하나정이 그녀보다 한발 먼저 암 진단서를 꺼내 보였다는 사실이었다.여동생이 도발하듯 던지는 시선을 본 순간, 하윤영은 이 모든 게 하나정의 거짓말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그녀는 다급히 사실을 폭로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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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마음대로 생각해.”하윤영은 더는 변명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서형우는 순간 멍해졌다. 당연히 하윤영이 서정민을 몇 마디 꾸짖을 줄 알았다.어쨌든 방금 서정민이 한 말은 확실히 심했다.하윤영이 계단을 반쯤 올라갔을 때, 하나정이 갑자기 뒤따라왔다.“언니, 우리 자매끼리 같이 시간 보낸 지 오래됐잖아. 내가 같이 가줄게.”하윤영의 앞까지 걸어온 하나정은 생글생글 웃던 얼굴을 순식간에 흉하게 일그러뜨리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하윤영, 너 진짜 천박해. 작정하고 검사 결과지를 들고 와서, 내 곁에서 형우랑 정민이를 빼앗아 가려고? 꿈 깨. 네 뜻대로 되게 두지 않을 거야!”순식간에 하나정이 하윤영의 손을 붙잡았다.“언니, 하지 마! 내가 잘못했어!”다음 순간, 하나정은 하윤영까지 끌고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머리가 계단에 세게 부딪힌 뒤, 그대로 바닥까지 굴러떨어졌다.머릿속이 순식간에 웅웅 울렸다.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서형우와 서정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정아!”“이모!”하나정은 울음을 터뜨렸다.“언니! 내가 일부러 형우랑 정민이를 빼앗으려던 게 아니야! 둘은 그냥 내가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안쓰러워서 돌봐주려던 것뿐이야! 그런데 왜 나를 위에서 밀었어?”서형우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하윤영! 너 미쳤어? 나정이는 환자야!”서정민은 하나정이 피를 흘리는 것을 보고 하윤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나한테는 엄마 없어! 살인자 엄마 싫어! 엄마 진짜 싫어!”두 사람은 하윤영 역시 피를 흘리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다친 하나정을 허둥지둥 안아 올렸다.떠나기 전, 서형우가 무언가 떠올린 듯 말했다.“정민아, 너는 남아서 엄마 돌봐.”“싫어!”서정민은 생각할 것도 없이 펄쩍 뛰며 거절했다.“엄마가 이모를 다치게 했잖아. 죽어도 싸! 이모가 제일 중요해!”부자는 더는 망설이지 않고 떠났다. 텅 빈 현관을 바라보던 하윤영은 눈앞이 검게, 또 하얗게 번쩍이더니 그대로 정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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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서형우는 서정민을 데리고 떠났다. 마치 이번에는 반드시 하윤영에게 따끔한 교훈을 주겠다고 마음먹은 듯했다.예전의 하윤영은 이 부자가 화내는 것을 몹시 두려워했다. 두 사람이 싸늘하게 굴기 시작하기만 하면, 하윤영은 어쩔 줄 몰라 했다.설령 매달리다시피 달라붙는 한이 있어도 어떻게든 그들을 달래야 했다. 그들이 기분을 풀고 나서야 하윤영은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하지만 이번에 하윤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며칠 내내 그녀는 별장 안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했다.무인도 쪽 직원들이 하윤영의 증명서를 필요로 했다.하윤영은 시간을 내어 서류를 가져다주었다.막 절차를 끝내고 나왔을 때, 웨딩드레스숍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하윤영 씨, 맞춤 제작하신 웨딩드레스가 도착했어요. 언제 오셔서 입어보실래요?”그제야 하윤영은 서형우가 결혼기념일에 그녀를 위해 결혼식을 다시 올려주려 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당시 결혼할 때 서형우는 아직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하윤영과 웨딩사진을 찍지 못해서 두 사람은 혼인신고만 했다.그래서 그는 올해 12월 26일에 그녀를 위해 결혼식을 다시 올려주겠다고 약속했고, 반년 전부터 일부러 웨딩드레스까지 맞춤 제작했다.하지만 지금은...“필요 없어요. 번거롭겠지만 취소해 주세요.”“네?”직원은 무척 의외라는 듯했다.“그런데 서형우 씨가 이미 매장에 와 계세요.”하윤영이 웨딩드레스숍으로 갔을 때, 서형우와 서정민은 매장 안 휴게실에 있었다.하윤영을 본 서정민은 어린 얼굴로 어색하게 표정을 굳혔다.꼬박 사흘 동안, 하윤영은 전화 한 통 걸어오지 않았다.이런 일은 처음이었다.서정민은 조금 화가 났고, 한편으로는 서운했다.‘엄마가 정말 나를 버린 걸까?’웨딩드레스숍에서 연락이 온 뒤, 그는 오겠다고 떼를 썼다.하지만 하윤영의 안색이 혈색 좋게 보이자, 서정민은 더 화가 났다.외할머니 말이 맞았다. 하윤영은 정말 마음이 독한 엄마였다. 조금도 하나정처럼 다정하지 않았다.서형우의 얼굴도 그리 좋지 않았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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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하윤영은 두려움에 질려 외쳤다.“안 돼! 안 돼!”그녀가 손으로 밀어내려던 순간, 서정민이 달려들어 그녀를 끌어안았다.“아빠, 빨리!”고작 여섯 살짜리 아이였지만, 하윤영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그 술 한 잔이 순식간에 목구멍으로 넘어갔다.찌르는 듯한 통증과 타들어 가는 감각이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하윤영의 위를 태웠다.그녀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계속 헛구역질을 했다.서정민도 그 모습에 놀라고 말았다.하나정은 눈가에 스친 득의양양함을 억누르고 억울한 듯 말했다.“형우야, 언니 왜 저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암에 걸린 사람이 언니인 줄 알겠어...”그 한마디에 서형우의 눈에 어리던 안타까움은 깨끗이 사라졌다.“하윤영, 연예계가 널 안 데려간 건 진짜 손해야. 연기 하나는 기가 막히네.”서정민도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말했다.“엄마, 또 불쌍한 척하네. 외할머니가 그랬어. 엄마 예전에는 술 엄청 좋아했다고!”“하윤영, 너 예전에 접대할 때는 매일 토할 때까지 마셨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술 한 잔 마셨다고 목숨이라도 잃을 것처럼 굴어?”하윤영의 눈에서는 생리적인 눈물이 뚝뚝 굴러떨어졌다. 목구멍에서는 피비린내가 치밀어 올라, 그녀는 아무 말도 뱉을 수 없었다.바로 그때, 하나정이 위를 움켜쥐며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부자는 곧바로 당황했고, 하윤영의 존재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나정아, 조금만 참아! 내가 병원에 데려갈게!”“이모, 절대 무슨 일 있으면 안 돼! 정민이는 이모 없으면 안 돼!”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졌고, 하윤영의 고통은 점점 더 심해졌다. 의식을 잃기 직전, 그녀는 큰 덩어리의 핏물을 토해냈고, 룸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 모습에 질겁했다.“이게 뭐야!”남자의 목소리가 떨렸다.“빌어먹을 하나정! 장난치는 거라더니, 설마 사람을 죽이려는 건 아니겠지!”“이건 나랑 상관없어!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빨리 가!”룸 안에 있던 사람들은 새 떼가 흩어지듯 뿔뿔이 달아났다. 하윤영은 온몸을 떨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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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다만 하나정은 마음 놓아도 됐다. 하윤영은 사실을 말하지 않을 테니까.그녀는 자신이 죽은 뒤에야, 서형우와 서정민이 진실을 알게 할 생각이었다.그 비통함과 후회, 그런데도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는 감각은 평생 그들을 따라다닐 것이다.“너희가 여기 있다고 들어서, 보러 왔어.”하윤영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 모습에 부자는 모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러니까 다른 과에서 온 거야?”“응.”서형우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지만, 곧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병인데? 환자복까지 입고 있잖아.”하윤영은 비웃듯 말했다.“위장병.”그 말이 나오자마자 서형우와 서정민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얼굴빛은 그리 좋지 않았다.서형우는 하윤영에게 위장병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할 정도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바로 그때, 하나정이 다가와 눈물 젖은 얼굴로 흐느꼈다.“언니, 미안해. 다 내가 그 술을 마시게 해서 그래. 그 술을 안 마시게 했으면 언니가 입원할 일도 없었을 텐데.”그녀가 울자, 부자의 마음은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듯했다.서형우는 서둘러 하나정을 부축했다.“이건 너랑 상관없어! 술 한 잔 마셨다고 병원에 올 리가 없잖아. 그건 너무 유난이지!”“맞아, 이모! 슬퍼하지 마. 엄마가 입원한 건 분명 엄마가 자초한 거야! 일부러 밥도 안 먹고 몸을 망가뜨려서 나랑 아빠 관심 끌려는 거라고!”하나정을 달래기 위해서라면, 서정민은 어떤 잔인한 말도 할 수 있었다.하윤영은 문득 생각했다. 서정민은 대체 어떻게 한 걸음 한 걸음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예전에는 분명 그녀가 잘 가르쳐놓았는데.하나정은 위로를 받고 나서야 얼굴빛이 조금 풀렸다. 그러고는 가슴을 문지르며 몸이 불편하다고 말했다.부자는 서둘러 그녀를 병실로 부축해 들어갔다. 다시 돌아왔을 때, 하윤영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서형우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윤영에게 정말 무슨 문제가 있다면 분명히 말했을 것이다. 조금만 다쳐도 울려고 드는 여자가 큰 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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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붉게 부어오른 얼굴을 감싸 쥔 채, 하윤영은 거실을 떠났다. 나가던 길에 차에서 내리는 세 사람과 하마터면 정면으로 마주칠 뻔했다.그녀는 반사적으로 구석으로 몸을 피했고, 서형우와 하나정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보았다.서정민은 가운데 서서 기쁜 얼굴로 양쪽 손을 하나씩 잡고 있었다.세 사람은 다정한 모습이 꼭 한 가족 같았다.“이모, 병 좀 나아졌어?”하나정은 생글생글 웃으며 서정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많이 좋아졌어.”“다행이다! 이제 이모가 나랑 놀아줄 수 있겠다!”서정민은 한껏 신이 나 발치에 있던 돌멩이를 걷어찼다.“엄마는 촌스럽고 짜증 나기만 해. 이모처럼 나를 잘 알아주지도 못하잖아. 오늘 엄마가 안 나타나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귀찮아 죽었을 거야.”하나정의 웃음은 더 짙어졌다. 하지만 겉으로는 난처한 척 말했다.“정민아,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돼.”“왜 안 돼?”서정민은 볼을 부풀렸다.“엄마는 진짜 나빠. 마음도 못됐고 불쌍한 척하는 것도 좋아하잖아. 이모를 위해 술 한 잔도 안 마셔주고. 암에 걸린 사람이 엄마였으면 좋았을 텐데!”쿵, 하는 소리가 하윤영의 머릿속을 내려쳤다. 그녀는 벼락을 맞은 듯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그 뒤의 말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집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나서야, 그녀는 마치 껍데기만 남은 사람처럼 그곳을 떠났다.그녀는 자신의 인생이 너무도 비참하다고 느꼈다.열 달 동안 품어 낳은 아들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미워하게 된다니.걷고 또 걷는 동안, 하윤영의 눈물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너희가 바란 대로, 암에 걸린 사람은 나야.’그녀가 떠나고 나면, 하나정이 그녀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서정민, 너는 원하는 대로 됐네.’별장으로 돌아온 하윤영은 자신에게 속한 물건들을 전부 비우고, 화로에 불을 붙였다.서형우와 찍은 웨딩사진, 세 식구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 매년 부자에게 선물했던 것들.하윤영은 전부 불 속으로 던져 넣었다.서형우가 돌아와 그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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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다시 눈을 떴을 때, 하윤영은 낡은 창고 안에 있었다. 몸은 밧줄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하나정은 의자에 앉아 무료한 듯 네일아트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하윤영이 깨어난 것을 보자, 그녀는 생긋 웃었다.“언니, 드디어 깼네.”하윤영은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 혼란스럽기도 했고, 이해할 수 없기도 했다.“하나정, 너 대체 뭘 하려는 거야?”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다. 하나정에게 위협이 될 수도 없었다.서형우와 서정민의 마음도 이미 오래전에 변했다. 내일만 되면 그녀는 혼자 떠날 것이다.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그런데 하나정은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그녀를 납치한 걸까?하나정은 환하게 웃었다.“언니, 궁금하지 않아? 우리 둘 다 위험해지면, 형우랑 정민이가 대체 누구를 선택할지. 한번 내기해 볼래?”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 한 명이 다가와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하나정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형우야! 빨리 나 좀 구해줘! 언니가 만나자고 해서 나왔는데, 우리 중간에 납치당했어! 지금 이 사람들이 돈을 요구하고 있어. 안 주면 나를 때리겠대! 나 너무 무서워!”“나정아.”서형우는 순간 멍해졌다. 하지만 곧 목소리가 극도로 긴장했다.“너 어디야? 괜찮아?”전화를 든 남자가 입을 열었다.“서 대표, 지금 네 아내랑 애인이 둘 다 내 손에 있어. 내가 원하는 건 많지 않아. 현금 10억. 오늘 돈을 넘겨. 주소는 나중에 보내줄게. 돈을 주면 사람을 넘겨주지. 안 그러면...”“알겠어요! 돈 가져갈게요!”서형우의 목소리는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얼마든 줄 테니까, 나정이만 무사하게 해줘요!”“그건 걱정하지 마. 우리는 의리 지키는 사람들이니까. 돈만 제대로 오면 사람은 절대 안 다쳐.”“그럼 됐어요.”서형우는 그제야 조금 안도한 듯했다.“윤영이는? 윤영이는 괜찮아요?”하윤영은 우스웠다. 이제 와서야 서형우는 그녀의 존재를 떠올렸다.만약 납치된 사람이 그녀 혼자였다면, 서형우는 아마 믿지도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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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서형우는 하윤영의 시선을 피했다.“맞아. 하윤영이 너를 만나자고 하지 않았으면 납치를 당할 일도 없었어. 따지고 보면 이건 다 하윤영 잘못이야! 하윤영 잘못이면 걔가 책임져야지. 어차피 몸도 멀쩡한데, 하룻밤 남는다고 무슨 일이야 있겠어...”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서형우의 말은 여전히 하윤영의 심장을 꽉 조였다.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아팠다.하루 동안 진통제를 먹지 못한 탓에, 그녀의 입술은 계속 떨렸고 반박할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이런 자신이 서형우의 눈에는 멀쩡해 보인단 말인가?하윤영은 웃고 싶었다. 하지만 위장이 뒤집히듯 요동치며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고, 갑자기 목구멍에서 피가 치밀어 올라 큰 덩어리의 핏물을 토해냈다.그 모습을 본 서형우와 서정민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렸다.“하윤영!”“엄마!”하나정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다음 순간, 그녀는 눈물범벅이 되어 울기 시작했다.“언니, 형우랑 정민이가 언니를 안쓰럽게 여기게 하려고 입안까지 깨물 줄은 몰랐어! 언니, 나가고 싶으면 그냥 형우랑 정민이한테 말하면 되잖아. 왜 굳이 자기 몸을 해쳐?”순식간에 서형우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심지어 혐오감까지 떠올랐다.“하윤영! 이런 수작을 대체 몇 번이나 더 부릴 생각이야?”서정민도 입을 삐죽였다.“엄마, 진짜 뻔뻔해.”먼저 구출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그게 뻔뻔한 게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그 순간, 그들이 하윤영에게 품었던 조금 남은 연민마저 연기처럼 사라졌다.“나정이를 풀어줘요. 하윤영은... 당신들 마음대로 해요.”서형우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이제는 하윤영에게 제대로 된 교훈을 줘서, 그녀가 분수를 알게 해야 할 때였다.하윤영이 같잖은 생각들을 얌전히 거두어야만 그들은 좋은 가족이 될 수 있었다.서정민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납치범이 하나정을 밀어내자, 부자는 기다렸다는 듯 서둘러 그녀의 밧줄을 풀어주었다.위의 통증 때문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하윤영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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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별장.서형우는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다.심장 부근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듯 아팠다. 무언가를 빼앗긴 것처럼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저절로 흘러내렸다.“형우야.”하나정의 팔이 그에게 감겨왔다.“왜 그래?”서형우는 익숙하지 않은 듯 그녀를 밀어냈다.“지금 몇 시야? 내가 왜 잠들어 있었지?”“새벽 세 시야. 네가 나를 병원에서 데려온 다음 너무 피곤했는지 객실에서 잠들었어.”서형우는 하윤영이 했던 그 말을 떠올렸다. 심장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찌르듯 아팠고, 불안감이 가슴을 맴돌았다.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곧장 몸을 일으켰다.“돈이 준비됐는지 보러 갈게.”“형우야, 가지 마!”하나정은 곧바로 서형우에게 매달렸다.지금쯤 하윤영은 어쩌면 아직도 그 남자 둘과 함께 있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절대로 서형우가 가서 계획을 망치게 두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점심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하윤영이 쓰레기처럼 온몸이 더럽혀진 채 예식장에 내던져지는 모습을 볼 생각이었다.그때가 되면 하객들이 하윤영을 손가락질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형우도 체면을 내려놓지 못해 하윤영을 지독하게 혐오하게 될 것이다.그리고 그녀는,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서형우의 아내가 될 수 있었다.그 생각을 하자, 하나정은 서형우의 허리를 감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가슴을 그의 등에 바짝 붙이고 달콤한 숨결을 흘리듯 말했다.“나 혼자 너무 무서워. 나랑 같이 있어주면 안 돼?”하지만 다음 순간, 하나정은 밀려났다.서형우는 짙은 눈썹을 찌푸렸고,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나정아, 나는 네 형부야.”하나정의 웃음이 굳었다. 그녀는 순간 손바닥을 세게 움켜쥐었다가, 곧 눈물이 맺힌 듯한 얼굴을 했다.“미안해, 형우야... 내가 너무 무서워서 그랬어. 그런 뜻은 아니었어...”“그래. 하윤영은 영원히 내 아내고, 서씨 집안의 안주인이야. 기억하고 있어.”“당연히 알지.”하나정은 이를 으스러뜨릴 듯 꽉 깨물었다. 오늘 점심에도 서형우가 이 말을 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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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여자가 있는 건 못 봤습니까?”“못 봤습니다. 범인 둘뿐이었어요.”경찰이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동료를 불렀다.“체포 과정에서 곁에 여자가 있었습니까?”“없었습니다.”상대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올랐는지 덧붙였다.“다만 확실히 여자 한 명을 본 것 같기는 합니다. 나중에 산에서 내려갔어요. 그 사람이 당신이 말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스무 살 좀 넘었고, 마른 편이었습니다.”“맞습니다!”서형우는 그제야 크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알고 보니 하윤영은 산에서 내려간 것이었다.아마 납치범들이 죄목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을 원치 않아, 몰래 하윤영을 풀어준 모양이었다.어쨌든 하윤영은 안전했다. 서형우는 마음을 놓았다.“정민아, 우리 돌아가자.”“엄마는?”서형우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오늘은 나랑 엄마 결혼식이잖아. 엄마는 분명 아침 일찍 집에 돌아가서 준비하고 있을 거야. 우리는 결혼식장에 가서 엄마를 기다리자.”서정민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기분 좋게 뛰어갔다.그러다 갑자기 발밑이 푹 꺼지더니, 그대로 철퍼덕 넘어졌다.“정민아! 괜찮아?”서정민은 고개를 저었다. 무릎을 끌어안은 채, 눈은 발밑의 느슨한 흙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서형우도 멍해졌다.그 흙은 누가 봐도 방금 파헤쳐진 것처럼 보였다. 부드럽고 아직 단단히 굳지도 않았다. 눈으로 보기에는 막 묻은 구덩이 같았다.하지만 그는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다. 어쩌면 누군가 얼마 전에 나무를 심고 간 것일지도 몰랐다.그는 서정민을 안아 올렸다.“우리 먼저 돌아가자.”서정민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형우는 두 걸음 걷다가, 자기도 모르게 다시 발걸음을 멈췄다.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뜯겨 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심장에는 미세한 통증이 번졌다. 차가운 공기가 신경 속으로 파고드는 듯했다. 그러나 곧 그는 그 감정을 밀어냈다.그가 결혼식장에 도착하면, 하윤영도 분명 그곳에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 결혼식을 기다리며.결혼식장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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