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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 걸린 건 나였다고!
암에 걸린 건 나였다고!
作者: 풀이

제1화

作者: 풀이
“하윤영 씨, 정말 무인도를 사려고요? 그 섬은 위치가 외진 데다 물도 전기도 없고, 인터넷도 안 터집니다. 한 번 들어가면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알아요.”

하윤영은 나지막이 말했다. 시선은 손에 든 암 확진 진단서 위로 떨어졌다.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오래 살지 않을 거예요. 절차는 언제쯤 끝나나요?”

“잠시만요. 확인해 볼게요.”

서류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동안, 하윤영의 생각은 멍하니 흩어졌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 달 전, 그녀가 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는 것을.

7년 전, 그녀가 영업을 뛰면서 교통사고 당항 서형우를 돌보느라 제 몸을 못 챙겨 위암의 기폭제가 되었다.

그때 서형우는 한창 커리어가 상승세를 타던 시기였다. 서형우가 강성시에 단단히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려고, 그녀는 술잔을 비울 때마다 토할 정도로 마셨다.

가끔은 세 시간도 못 자고 다시 일어나 일을 해야 했다. 그러면서 일도 챙기고, 서형우도 돌봐야 했다.

서형우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동했고, 퇴원하던 날 두 사람은 바로 혼인신고를 했다.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의 카톡 프로필은 언제나 그녀의 사진이었다.

매일 퇴근할 때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백합을 품에 안고 돌아왔다.

출장에서 돌아올 때마다 그녀에게 줄 선물이 캐리어에 다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이후 아들까지 낳고 나자, 두 사람의 감정은 식기는커녕 더 깊어졌다.

여동생 하나정이 갑자기 찾아오기 전까지는.

하윤영은 어느 순간 자신이 깊이 사랑하던 남편과, 자랑스럽게 여기던 아들이 무의식적으로 하나정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우스운 건, 그녀가 암 말기 진단을 받은 바로 그날, 하나정이 그녀보다 한발 먼저 암 진단서를 꺼내 보였다는 사실이었다.

여동생이 도발하듯 던지는 시선을 본 순간, 하윤영은 이 모든 게 하나정의 거짓말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녀는 다급히 사실을 폭로했지만, 돌아온 것은 서형우의 거센 따귀 한 대였다. 그 충격에 입가가 찢어져 피가 배어 나왔다.

“윤영아, 너 정말 너무 못됐다. 나정이는 암에 걸렸어! 어떻게 암 같은 심각한 일까지 빼앗으려고 해!”

아들 역시 크게 소리쳤다.

“엄마 너무 못됐어! 엄마 싫어!”

그녀의 부모는 역겨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 네 동생 거 탐내는 거도 부족하고, 이제 이런 말까지 하니?”

“네가 그렇게 나정이한테서 뭐라도 빼앗고 싶어 하는데, 왜 암에 걸린 게 너는 아니니?”

그 순간, 그녀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얼음 구덩이로 떨어진 것처럼 다시는 기어 올라올 수 없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칼을 맞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은 없었다.

특히 가장 먼저 그녀를 공격한 사람이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남편과, 열 달 동안 품어 낳은 아들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하윤영의 마음은 완전히 식어버렸다.

어차피 남은 날도 많지 않았다. 그들이 하나정만 믿고 하나정만 신경 쓴다면,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 그만이었다.

“하윤영 씨.”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하윤영의 생각을 끌어당겼다.

“확인됐습니다. 15일이면 절차가 모두 끝납니다.”

“좋아요. 15일 뒤에 저를 데리러 와주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현관 쪽에서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널 데리러 온다고? 어디 가려고?”

하윤영이 고개를 들자, 서형우가 정장을 입은 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그 뒤에는 하나정과 서정민이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손을 잡고 있었고, 꼭 모자 사이처럼 보였다.

알고 보니 오늘도 그들은 하나정과 함께 있었던 것이다.

하윤영은 눈을 내리깔았다. 별일 아니라고 말하려던 순간, 서형우가 몇 걸음 다가와 그녀 손에 있던 서류를 빼앗았다.

“위암 말기?”

서형우가 검사 결과지에 적힌 글자를 읽었다.

하윤영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서형우에게 계획을 망치게 하고 싶지 않아 설명하려던 찰나, 그녀는 서형우의 눈가에 떠오른 비웃음을 보았다.

“이거 어디서 사람 시켜 만든 거야? 제법 그럴듯하네.”

순간, 하윤영의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서정민이 혀를 쏙 내밀었다.

“엄마는 거짓말쟁이야. 또 암 걸렸다고 불쌍한 척하려고!”

“정민아,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서정민이 콧방귀를 뀌었다.

“맞잖아. 엄마는 이모를 질투해서 자기도 병에 걸렸다고 우기는 거야. 외할머니 말이 정말 맞았어. 엄마는 집에서 전업주부로 너무 오래 있다가 머리가 이상해진 거야!”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하윤영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굳었다. 심장은 불에 덴 것처럼 타들어 갔다.

7년 전 과로로 이미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아이까지 낳고 나니 건강은 더 나빠졌다.

그때 서형우와 서정민은 모두 그녀를 몹시 안쓰러워하며, 일을 내려놓고 가정에만 전념하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집에만 있다가 머리가 이상해졌다는 말이 되어버렸다...

하윤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다행히도 그녀는 이제 이 부자에게 아무런 기대도 남아 있지 않았다. 심장이 아무리 아파도 숨이 막힐 만큼 괴롭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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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에 걸린 건 나였다고!   제21화

    흐릿한 의식 속에서, 서형우는 어느 섬에 와 있는 듯했다.그가 혼란스러워하던 그때, 여자가 긴 치마를 입고 마당에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꽃바구니를 팔에 걸고 있었다. 웃음은 환하고 눈부셨다. 지루한 잡초 뽑기조차도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했다.서형우는 구석에 몸을 숨긴 채, 그렇게 밝고 행복한 하윤영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처음으로, 서형우는 자신이 음습한 시궁창의 쥐처럼 느껴졌다.너무도 잔혹한 사실 앞에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알고 보니 그를 떠난 하윤영은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삶은 충만했고, 즐거웠다.이 감정 속에서 끝없이 고통받고, 발버둥 치고, 절망하는 사람은 그였다. 오직 그뿐이었다.흐릿한 순간, 한 남자가 하윤영의 곁으로 걸어와 말을 걸었다.서형우는 두 눈이 붉게 충혈된 채 그쪽으로 달려갔다.“이 사람은 내 아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네가 감히 다른 마음 품는 거 용납 못 해!”하지만 서형우의 몸은 그대로 남자의 몸을 통과해 버렸다. 그는 마치 영혼처럼, 두 사람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고통스럽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하윤영의 웃음은 환하고 밝았다. 그가 다시는 볼 수 없는 그토록 가볍고 편안한 얼굴이었다.그 순간, 서형우는 죽는 것이 오히려 살아 있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걸 느꼈다.그는 더 이상 하윤영을 만질 수 없었다. 그녀의 곁에 머물 수도 없었다.“하윤영, 안 돼!”서형우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 외쳤다.“제발, 제발 나 좀 봐줘!”하지만 그가 아무리 찢어질 듯 울부짖어도, 하윤영에게는 손끝 하나 닿지 않았다.서형우는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 남자가 하윤영에게 꽃다발을 달아주는 것을. 하윤영의 얼굴에는 어색한 홍조가 떠올라 있었다.서형우는 절망한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는 이제 다시는 하윤영의 삶에 끼어들 수 없었다.그것이 하늘이 그에게 내린 가장 잔혹한 벌이었다.하윤영과 남자가 함께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그는 따라갈 용기조차 없었다. 그저 힘없이 자기 머리를

  • 암에 걸린 건 나였다고!   제20화

    서형우는 먼저 병원에 갔다.서정민의 수술은 잘 끝났지만, 아이는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간호사가 말했다.“아이가 당분간 깨어나고 싶어 하지 않는 걸 수도 있어요.”서형우는 서정민의 손을 꼭 잡고, 곰 인형을 그의 베개 옆에 놓아주었다.“정민아, 내 잘못이야.”그가 서정민을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 서정민을 망쳤고, 하윤영까지 망가뜨렸다.“내가 엄마 데려올게. 엄마가 너를 만나고 싶어 한다면.”그리고 서형우는 몸을 일으켜 경찰서로 향했다.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서형우의 손바닥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그는 알 수 없었다. 하윤영이 아직 돌아오고 싶어 할지. 그를 만나고 싶어 할지.어차피 지금의 그는 이미 자격도, 입장도 없었다.하윤영이 떠나겠다고 한다면, 그는 더 이상 붙잡지 않을 것이다.그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놓아주는 것뿐이었으니까.한참 마음을 다잡고 나서야, 서형우는 겨우 로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하지만 마음속 긴장은 오히려 더 짙어졌다.마치 그해 첫눈이 내리던 날 같았다. 그는 그 금 펜던트를 샀고, 하윤영은 기뻐하며 고개를 들어 눈을 감았다.서형우는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맞출 수 있었다. 긴장한 탓에 그의 입술은 계속 떨렸고, 하윤영은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그는 그녀를 힘껏 품에 끌어안았다. 여자의 작은 몸은 첫눈 속 유일한 온기였다.“서형우 씨 맞으시죠?”경찰이 다가왔다.서형우는 무의식적으로 반사되는 곳을 바라보며 옷매무새를 정리하려 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이미 양쪽 관자놀이가 희끗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서형우는 쓰게 웃었다. 그는 이미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하윤영이 저를 만나겠다고 했습니까?”경찰은 잠시 멍해졌다. 서형우가 다시 말했다.“만나기 싫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하윤영은 괜찮습니까?”경찰은 2초 동안 침묵했다.“하윤영 씨는... 두 명의 범인이 진술한 내용에 따라 사망이 확인된 상태입니다. 저희도 창고 안에서 대량의 혈흔을 확인했고, 조사

  • 암에 걸린 건 나였다고!   제19화

    하윤영의 부모는 그 질문에 완전히 멍해졌다.하나정은 시선을 피하더니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었다.“아파... 아빠! 엄마! 빨리 병원에 데려가 줘. 위가 또 아프기 시작했어!”“병원에 가서 네가 위암을 위조했다는 사실을 밝히려고?”하윤영의 어머니가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형우야,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야! 나정이가 위암에 걸린 건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잖니!”하나정도 계속 흐느꼈다.“형우야, 너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거 아니야? 헛소리라도 들었어? 내가 어떻게 위암을 위조해.”서형우는 하나정이 통화한 녹음 파일을 그 자리에서 재생했다.특히 그녀가 직접 암을 위조했다고 말한 것과 하윤영을 납치했다는 사실까지 전부 담겨 있었다.하윤영의 부모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하윤영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천벌 받을 짓을 했구나... 천벌 받을 짓을 했어...!”그녀는 허벅지를 치며 숨이 넘어갈 듯 울었다. 차라리 머리를 박고 죽고 싶을 정도였다.두 자매에게 일어난 일은, 그녀를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지경으로 몰아넣었다.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하나정이 15년 동안 실종되었다가 다시 돌아온 다음 이렇게 무서운 사람으로 변해 있었을 줄은.15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한 사람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걸까?예전의 하나정은 열 살 전까지 늘 그녀가 자랑스러워하던 작은 공주였다.그래서 그해 하나정이 사라졌을 때, 하윤영의 어머니는 고통에 무너졌다. 그녀는 외부의 비난을 받아들일 수 없어 모든 잘못을 하윤영에게 돌리기로 했다.분명 하윤영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정신을 빼앗겼고, 그 탓에 하나정이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된 것이라고.하지만 그녀는 마음속으로 분명 알고 있었다. 그날 하윤영은 더위를 먹었다.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는데, 하나정이 스스로 회전목마를 타겠다고 떼를 썼다.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 하나정은 사람들 틈에서 길을 잃었다.하나정을 되찾은 뒤, 그녀는 더욱 자신의 잘못

  • 암에 걸린 건 나였다고!   제18화

    서형우는 소식을 듣자마자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수술실 앞에서 가로막혔다.“서형우 씨, 진정하세요!”서형우의 눈가가 젖어 붉어졌다.‘미안해, 윤영아. 내가 우리 아이를 지키지 못했어.’“정민이 지금 상태는 어떻습니까?”간호사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어찌할 바를 몰라 했고, 절망에 빠져 있었으며, 몸은 제어할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한때는 훤칠하고 준수했던 사람이 이제는 믿기 어려울 만큼 수척해져 있었다.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고,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고 생기도 볼 수 없었다. 예전의 당당하고 빛나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간호사는 한숨을 쉬었다.“정민이 상태가 지금 많이 안 좋아요.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아서 식물인간이 될 위험도 있습니다.”서형우의 두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그때 간병인은요? 병원 간호사는요? 왜 아무도 아이를 지키고 있지 않았습니까!”“서형우 씨, 당시 정민이 곁에는 보호자가 있었습니다.”“누구요?”“하나정 씨요. 정민이 이모입니다.”간호사는 카트 안에서 그 인형을 꺼냈다.“아, 그리고 이 곰 인형은 어떤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창밖으로 던져져 있었습니다. 잘 보관해 주세요. 정민이에게 아주 중요한 물건입니다.”그 곰 인형을 바라보는 서형우의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그는 병원을 떠나 차를 몰고 하나정의 별장으로 향했다.마당에 막 들어섰을 때, 거실에서 하나정이 당황해 전화를 거는 소리가 들렸다.“누가 그 짐승 같은 애가 그렇게 미쳐 날뛸 줄 알았겠어! 역시 하윤영 아들이라니까. 미친 인간 둘이 똑같이 미쳤어. 나는 그냥 곰 인형을 아래로 던졌을 뿐인데, 걔가 곧장 뛰어 내려갈 줄 누가 알았겠냐고! 애는 가망 없는 것 같아. 서형우가 내가 한 짓이라는 걸 알게 되면, 절대 날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대로 있다가는 내가 위암 말기를 위조한 일까지 다 들통나게 생겼어. 원래는 기회를 봐서 서형우 아이를 임신하려고 했는데. 들켜도 그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게 되는 거잖아.

  • 암에 걸린 건 나였다고!   제17화

    서형우 역시 하윤영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카메라 앞에 무릎을 꿇고 하윤영에게 용서를 비는 영상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누리꾼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그의 지극한 마음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이 쓰레기인 줄도 모르고 애틋한 척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를 욕하는 사람도 있었다.하지만 그는 전부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오직 어떻게 해야 하윤영이 이 영상을 볼지, 어떻게 해야 하윤영이 자신을 용서해 줄지만 생각했다.밤마다 하윤영에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윤영이 위암 때문에 고통스러워 바닥을 구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는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다시는 잠들지 못했다.달력이 하루하루 찢겨나갈수록 정체 모를 공포가 서형우의 마음속에서 번져갔다. 그 공포는 시도 때도 없이 그를 숨 막히게 짓눌렀다.하나정은 가끔 찾아왔다.그녀는 하윤영의 암에 대해 자신은 전혀 몰랐다고 계속 해명했다. 하지만 서형우의 눈에 이미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그가 하윤영이 위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하나정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후회했다.매일 후회했다.하나정이 화려하고 멀쩡하게 살아 있는 모습은 오히려 그의 죄책감을 피투성이로 끄집어내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은 서형우의 목숨 절반을 갉아먹기에 충분했다.마침내 어느 날 점심, 서형우는 경찰에게서 연락을 받았다.하윤영에 관한 소식이 있었다.경찰은 금목걸이 펜던트 하나를 가져왔다.“이게 하윤영 씨 물건입니까?”서형우는 그것을 받아 들었다. 손이 제멋대로 떨렸다.“맞습니다!”그건 그가 아직 성공하기 전 하윤영에게 사준 물건이었다.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었고, 세공이 정교한 것도 아니었다.그저 생각 없이 산 기념 선물일 뿐이었지만, 하윤영은 그것을 손에서 놓지 못했고 한순간도 몸에서 떼지 않았다.나중에 그는 그 디자인이 촌스럽다며 하윤영에게 온갖 보석을 사주고 바꾸라고 했다. 하지만 하윤영은 모두 착용하려 하지 않았

  • 암에 걸린 건 나였다고!   제16화

    하나정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졌다.“형우야,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하윤영의 어머니도 눈을 크게 떴다.“무슨 암? 형우야, 너 그 계집애한테 속은 거 아니니? 그 애 몸 멀쩡해! 어떻게 암에 걸려? 그 애가 실종됐다고 해서 아무 말이나 다 믿으면 안 돼!”“맞아!”하윤영의 아버지도 다급하게 말했다.“그 못된 계집애가 나정이를 질투하는 거야. 자매가 어떻게 동시에 암에 걸려? 그런 일은 말도 안 되잖아!”그래, 말도 안 됐다.가능하다면 서형우도 그 누구보다 그것이 거짓이기를 바랐다.하지만 하필 진짜였다.“이건 하윤영이 병원에서 받은 검사 결과지입니다.”서형우가 다시 출력한 검사 결과지를 꺼냈다.하윤영의 부모는 ‘위암 말기’ 네 글자를 보자마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하윤영의 어머니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이럴 리 없어... 이게 어떻게 가능해!”하나정은 증인과 증거가 모두 있는 상황에서 더는 감출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 곧바로 눈가를 붉혔다.“어떻게 이런 일이... 나는 정말 몰랐어...”“몰랐다고?”서형우는 갑자기 하나정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의 눈은 찢어질 듯 붉어져 있었다.“네가 진짜 몰랐다면, 그날 왜 그 세 사람을 시켜 하윤영에게 술을 마시게 했어! 하윤영은 그 술을 마신 뒤 병원에 실려 갔어!”하나정은 흐느끼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형우야, 나 정말 몰랐어! 그때는 그냥 언니랑 장난 좀 치고 싶었던 것뿐이야. 언니가 위암에 걸린 걸 알았다면, 내가 어떻게 술을 마시게 했겠어! 내가 그렇게 독한 사람이야?”서형우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그도 감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한때 자신이 필사적으로 지켜주었던 여자가 그렇게 악독한 사람이었다는 것을.하윤영의 어머니도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형우야! 나정이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애가 절대 아니야! 윤영이한테 술을 마시게 하는 짓을 했을 리 없어!”두 딸이 모두 위암에 걸렸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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