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대회 당일. 학교 강당은 아침부터 축제 분위기였다. 무대 위엔 푸른색 커튼이 반듯하게 걷혀 있었고, 천장에는 스피치 대회 현수막이 단정하게 걸려 있었다. 계단식 객석 아래로는 후보자 이름이 적힌 좌석 표지가 줄지어 놓여 있었고, 재단 관계자들이 앉을 앞줄엔 작은 생수병과 프로그램 북까지 가지런히 준비돼 있었다. 브리는 강당 입구 앞에 서서 한 번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손엔 원고가 들려 있었지만, 그 종이는 아침부터 한 번도 제대로 읽히지 않았다. 어젯밤 분명 문장들이 잘 흘렀는데, 막상 무대가 눈앞에 오자 단어들은 전부 낯설어진 것 같았다. 하얀 종이 위 활자들이 남의 얘기처럼 보여서 더 이상했다. “브리.” 뒤에서 로버트가 불렀다. 브리는 퍼뜩 돌아봤다. 로버트는 늘 그렇듯 단정하게 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안경 너머 눈빛은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긴장되나?” 브리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요.” “조금 같지는 않군.” 그 말에 브리는 피식 웃었다. 웃음이 나와서 다행이었다. 입이 마르도록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로버트는 브리 손에 들린 원고를 한 번 보고, 다시 얼굴을 봤다. “무대에 올라가면 다 잊어버릴 수도 있어. 순서도, 문장도, 준비한 표정도.” 브리는 침을 삼켰다. “그럼 어쩌죠?” “그럴 땐 기억하게.” 로버트가 낮게 말했다. “왜 이 글을 쓰고 싶었는지.” 그 한마디에 브리 손끝이 아주 조금 풀렸다. 로버트는 더 말하지 않았다. 대신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고는, 다른 후보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과한 위로도, 노골적인 격려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게 더 힘이 됐다. 브리는 원고를 가슴 쪽으로 붙여 안았다. 무대 아래 후보자 대기석엔 이미 몇몇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줄리안은 넥타이를 세 번째 고쳐 매는 중이었고, 에밀리는 입 모양으로 원고를 외우고 있었다. 케빈은 겉으론 여유로운 척했지만, 무릎을 떠는 걸 보면 긴장한 게 분명했다.
最後更新 : 2026-05-27 閱讀更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