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혁이 한 걸음 다가오려다 멈췄다. 주아가 물러나는 걸 본 것이다.그는 그대로 두 손을 내렸다.“네가 허락했다고 내 잘못이 없어지는 건 아니야. 네가 나를 어떻게 믿는지 알면서, 그 믿음을 내 쪽에 유리하게 썼어.”단단한 목소리가 한 번 끊겼다.“미안해.”주아는 그 사과를 듣고도 당장 괜찮다고 할 수 없었다. 지혁이 물러날 틈을 줬다고 해서, 감정을 감춘 채 연습이라는 이름을 붙인 일이 없어지지는 않았다.“그럼 지난 15년은 뭐였어?”“무슨 뜻이야.”“네가 나한테 해 준 일들. 매일 연락하고, 내가 부르면 오고, 아무것도 안 물어보고 내 편 들어 준 거. 그것도 다 나 좋아해서 한 거야?”지혁은 쉽게 답하지 않았다.“좋아하지 않았으면 전부 똑같이 했을지는 나도 몰라.”주아의 입술이 굳었다.“그런데 친구였던 게 거짓말은 아니야.”“둘이 어떻게 같이 있어.”“내 안에는 같이 있었어. 네가 좋았고, 네 친구인 것도 좋았어. 네가 새벽에 전화하면 걱정됐고, 네 첫 작품이 망했을 때 네가 속상해하는 게 싫었어. 그걸 매번 계산해서 한 건 아니야.”지혁의 말은 과장 없이 건조했다. 그래서 주아가 아는 사람의 말처럼 들렸다.“좋아한 건 숨겼지만, 네 옆에 있었던 시간까지 거짓말은 아니었어.”주아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주아는 식탁 위에서 식어 가는 저녁을 내려다봤다. 지혁의 말을 믿을지, 믿는다면 어디까지 받아들일지 이 자리에서 정하고 싶지 않았다.“나가야겠어.”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18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