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깨 수술은 마쳤지만, 다시는 선수로서 이전의 기량을 회복할 수 없다는 의사의 진단이 내려진 상태였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제 모든 것을 바쳐온 수영이 끝났다는 선고였다.지혁은 병원 침대 위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찾아오는 감독과 동료들에게 가라고 손짓만 했다. 세상을 향해 날을 세우고 침묵 속에 처박힌 지혁의 곁을 묵묵히 지킨 건 주아뿐이었다.“너 안 바쁘냐? 내 병실에서 얼쩡거리지 말고 제발 네 갈 길 가라.”“나 엄청 바쁘거든? 매일 야근에 기획서 까이느라 머리 터질 것 같아. 근데 너 여기서 이 난리 피우는 거 감시하러 오는 거야, 인마.”주아는 지혁이 침묵하면 더 오래 곁에 앉아 있었고, 그가 성질을 부려도 말없이 물건들을 주워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주말도 없이 8개월 동안 지혁의 병실을 지키며, 주아는 지혁의 다친 어깨에 얼음주머니를 대주고 굳은 어깨 근육을 제 작은 손으로 꾹꾹 눌러주었다.어느 깊은 밤, 주아가 보조 침대에 엎드려 깊은 잠에 빠져들었을 때였다. 지혁은 타들어 가는 오른쪽 어깨를 간신히 움직여 침대 밑에 놓인 낡은 수영 가방을 끌어당겼다.지퍼를 열자 가방 앞주머니 구석에서 먼지와 동전 틈에 섞여 있던 낡은 파란 실팔찌가 만져졌다. 손금 사이에 스치는 거친 실의 감촉을 느끼며, 지혁은 소리 없이 숨을 삼켰다.‘아직 내 손끝에 물기가 남아 있을 때, 내가 이 아이 곁에 영원한 친구로라도 서 있으려면…… 나는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야 한다.’지혁에게 주아는 단순한 친구가 아니었다. 수영이라는 삶의 유일한 빛을 잃고 끝없는 밑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던 스물두 살의 소년을 수면 위로 억지로 끌어올려 숨을 쉬게 만든 구원자였다.주아가 챙겨주는 사소한 밥 한 끼의 온기, 그녀가 흘리는 시시콜콜한 일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3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