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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فصول

제21화

온빛 그룹 대형 회의실.회의를 주재하며 담담한 표정으로 직원의 보고를 듣던 온서준은 문 앞에 진재현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진재현이 휴대폰을 쥔 채 불안한 시선으로 온서준을 쳐다보고 있었다.방금 중요한 소식을 전해 들은 진재현은 회의를 방해할지 말지 망설이는 듯한 모습이었다.온서준의 검은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진재현이 어떤 사람인지 온서준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업무상 급한 일이라면 진재현이 알아서 잘 처리하기에 절대 온서준을 방해할 리가 없었다.그런데 진재현이 저렇게 안절부절못하는 일이 있다면 그건 단 하나... 바로 온서준의 개인적인 일뿐이었다.온서준은 문득 미간을 찌푸렸다.‘개인적인 일이... 대체 뭐지?’분명 온서준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었기에 진재현이 혼날 각오를 하고 회의를 방해하며 회의실까지 들어온 것이기 때문이다.‘혹시... 소하연을 찾은 걸까?’이 생각이 스친 순간 온서준은 몸이 살짝 떨렸다.원래는 회의가 끝난 뒤 처리하려 했지만 너무 조급한 마음에 1분도 되지 않아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원더러 보고를 중단하라고 한 뒤 성큼성큼 문 쪽으로 걸어 나갔다.모든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문 채 서로 시선만 주고받으며 온서준이 회의 중도에 나가는 모습을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온빛 그룹 후계자인 온서준은 현재의 대표이사보다도 더 심한 일 중독자였다. 회의 도중 자리를 떠나는 일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도대체 얼마나 큰일이기에 한 번도 하지 않던 행동을 하는 걸까?온서준과 진재현은 나란히 회의실에서 나왔다. 복도에 나오자마자 온서준이 걸음을 멈추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찾았어? 어디에 있는데?”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귓가에 울려 퍼질 정도였다.요즘 자신이 왜 이러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이 순간 소하연이 어디에 있는지, 왜 집에 돌아오지 않는지만 알고 싶을 뿐이었다.그런데 진재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네...? 누구 말씀이세요... 두 분은 계속 해성에 계셨잖아요?”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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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대표이사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온 온서준은 차를 몰고 서둘러 고씨 가문으로 향했다.두 시간 후, 병원 응급실 문이 드디어 열렸다.“걱정 마세요. 어르신은 별일 없으십니다. 그냥 넘어져서 살짝 긁힌 것뿐입니다.”강현경과 함께 응급실 앞을 지키고 있던 온서준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강현경은 약간 난처한 표정으로 온서준을 바라보았다.“서준아! 미안해. 별일도 아닌데 너까지 불러내서...”온서준은 먹물처럼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강현경을 바라보며 한마디 위로를 건넸다.“괜찮아요. 아저씨께 별일 없으시면 되죠.”그러자 눈시울이 붉어진 강현경은 목멘 소리로 말했다.“민서 때문에... 노인네가 민서 생각에 너무 슬퍼하다가 실수로 넘어진 거야...”강현경은 딸 생각에 다시 슬픔이 밀려와 통곡하며 울었다.온서준의 눈빛도 점점 어두워졌다.온몸을 휘청거리며 마음 아파하는 강현경을 부축하며 부드럽게 위로해 주었다.병실로 온 뒤 고진표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온서준의 손을 꽉 잡으며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서준아! 어젯밤 민서가 꿈에 나왔어! 예전 모습 그대로 하나도 변하지 않았더라!”온서준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한편 고진표는 온서준의 손을 잡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저승에 있는데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다고... 너도 너무 보고 싶다고 했어, 서준아...”온서준은 온몸이 얼어붙었다.“정말이야? 여보, 어젯밤 우리 딸이 꿈에 나왔어?”강현경 역시 몹시 흥분한 듯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우리 딸이 또 뭐라고 했어?”그러자 고진표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얼굴 가득했던 슬픔과 괴로움이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분노와 증오로 변했다.그러고는 이를 악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민서 말로는... 저승에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있다고 했어. 너무 비참하게 죽었는데 살인범 소하연은 벌써 출소해서 활개 치며 자유롭게 살고... 처벌도 안 받았다고... 억울해서 견딜 수 없다고 했어!”“우리 딸... 불쌍한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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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온서준이 고진표에게 마련해 준 곳은 고급 VIP 간호 병실이라 다른 환자가 없었다. 다 같이 있는 병실에서 이렇게 크게 울고 떠들었다면 다른 환자들이 분명 클레임을 걸어왔을 것이다.침대 곁에 앉은 온서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하지만 두 노인이 극도로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파 거절하지 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아저씨, 아주머니, 너무 슬퍼 마세요. 몸부터 잘 챙기셔야...”그러나 고진표가 화를 내며 온서준의 말을 끊었다.“그냥 솔직히 말해, 이혼할 거야, 말 거야? 언제 이혼할 거야? 언제까지 민서를 기다리게 할 거야? 민서가 눈도 편히 감지 못하고 있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겠다는 거야?”온서준은 표정이 굳어졌다.속에서 분노가 치밀었지만 두 주먹을 꽉 쥔 채 차마 거친 말을 내뱉지 못했다.당당하고 분노에 찬 고진표의 모습에 온서준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할 따름이었다.“아저씨.”최대한 화를 꾹 참으며 말했다.“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서 돌아오지 않아요. 산 사람은 그래도 계속 살아가야 하지 않겠어요? 민서 무덤 앞에서 약속한 대로 두 분을 잘 모실게요. 약속 절대 어기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결혼은 제 개인적인 일이고 또 이 사건과 상관이 없으니...”그러자 고진표가 또다시 화를 내며 온서준의 말을 끊고 큰 소리로 호통쳤다. 목소리가 거칠면서도 날카로웠다.“네 개인적인 일? 소하연은 민서를 죽인 범인이야! 그때 넌 뭘 했는데? 민서를 위해 복수도 못 하고 독한 소하연을 민서처럼 죽이지도 못했잖아. 범인과 계속 같이 살려고만 하고... 너 정말 양심이라는 게 있는 거냐? 너무 지독하구나! 민서가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게 하다니...”“흑흑흑...”줄곧 울기만 하던 강현경이 온서준의 손을 잡은 채 통곡하며 입을 열었다.“서준아! 우리 민서 소원 좀 들어주면 안 되겠니? 안 그러면 민서가 너무 불쌍하잖아! 그 여자랑 제발 이혼해 줘... 흑흑...”너무 시끄러워 관자놀이가 욱신거린 온서준은 표정도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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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소하연은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멍한 상태로 기숙사에 돌아왔다.시간이 이미 한밤중이라 사람들은 모두 잠든 상태였다.얼굴이 창백한 채 초점 없이 허공만 바라봤다. 아직도 이 모든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범인이 어떻게 그 여자일 수가 있단 말인가!아니, 절대 그 여자일 리 없다!분명 무슨 오해가 있을 것이다.어쨌든 절대 그 여자는 아닐 것이다!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지만 기숙사에는 난방 시설이 없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인지, 아니면 마음속에서 한기가 치솟아서인지... 온몸을 거침없이 떨며 천천히 침대에 앉았다.그런데 그 순간,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툭 하는 스위치 소리와 함께 등이 켜지며 기숙사 안이 순식간에 환해졌다.기숙사 안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잠에서 깼다.“누구야?”“한밤중에 뭐 하는 거야?”그러나 흐릿한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든 순간 문 앞에 선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자 다들 정신이 번쩍 든 듯했다. 투덜거리던 입도 얼른 다물었다.“서... 서 실장님...”다들 얼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밤중에 서민정이 왜 기숙사까지 찾아온 건지 어리둥절해했다.하지만 소하연은 바로 알아챘다. 김미진은 서민정이 나타난 모습을 보고도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 마치 서민정이 올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그 순간 김미진의 눈동자에 음흉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서 실장님, 늦은 시간에 여기까지 웬일로 오셨어요?”나숙희는 나이가 가장 많지만 일도 제일 잘해서 청소부 반장이었다. 얼른 외투를 걸치고 서민정 앞으로 다가가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나이가 서민정보다 훨씬 많았지만 여전히 공손하게 ‘서 실장님’이라 불러야 했다.세상 물정에 밝은 서민정은 눈치 또한 아주 빨랐다. 그래서 평소에는 플로우 최하층 직원들인 그들에게도 웃는 얼굴로 대했지만 지금은 엄숙한 표정과 날카로운 눈빛으로 기숙사 안의 사람들을 훑어보았다.그러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하게 말했다.“어젯밤 손님 한 분이 룸에서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를 잃어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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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정말 소하연이 가져간 거야?”“방금 김미진 씨 말 못 들었어? 소하연이 가져간 게 아니라 훔친 거라잖아! 물건 훔치면 절도죄로 징역 처벌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범죄자 낙인이 찍히는 거야!”수군거리는 사람들은 경멸 어린 시선으로 소하연을 바라봤다.“정말 하연 씨야?”소하연을 바라보는 서민정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그러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바로 그때 소하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나숙희가 갑자기 나섰다.“말도 안 돼! 미진 씨, 남의 침대 밑에 다이아몬드 반지가 숨겨져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 혹시 미진 씨가 몰래 숨겨놓고 하연이에게 누명 씌운 거 아니야?”나숙희는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김미진을 노려보며 따지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심지어 김미진을 얕보는 기색마저 드러났다.소하연은 추위에 몸이 여전히 덜덜 떨렸지만 마음에 한 줄기의 온기가 스며드는 듯했다.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지며 눈물이 고였다.감옥에 수감되고 다시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수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그중에서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사람들이 있었다. 마치 어둠 속 틈새로 스며드는 한 줄기 빛처럼 온기와 희망을 선물해 준 이들... 바로 도현우, 나숙희 같은 사람들이었다.그러나 나숙희의 물음에도 김미진은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어젯밤 배탈이 나서 한밤중에 배가 아파 잠도 못 자고 있었는데 마침 하연 씨가 몰래 침대 밑에 뭔가 숨기는 모습을 봤어요.”김미진의 설명은 이러했다. 어젯밤 배가 아파 잠을 못 이루고 있을 때 소하연이 몰래 물건을 침대 밑에 숨기는 걸 목격했지만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방금 서민정이 들어오는 순간 그 일이 떠올라 소하연이 숨긴 물건이 바로 손님이 잃어버린 다이아몬드 반지라고 짐작한 것이다.이 말을 듣자 나숙희도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김미진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고 잃어버린 물건도 확실히 소하연의 침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서민정을 바라보며 애원했다.“서 실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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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서민정은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어디야?”전화기 너머 주건우의 목소리에 표정이 굳어진 서민정은 저도 모르게 생각나는 대로 둘러댔다.“저... 저 집에서 자고 있어요...”주건우가 차갑게 말했다.“집에 있는 거 확실해?”한 톤 높아진 목소리에는 힘이 잔뜩 실려 있었다.다시 대답하려던 서민정은 눈빛이 번쩍이더니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한밤중에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한다는 건... 혹시...’소하연과 같은 기숙사에 사는 여직원들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예전에 주건우가 소하연을 각별히 챙겨주던 장면들이 생각났다.그 순간 모든 걸 깨달았다.‘그래서 이렇게 묻는 거였군...’마음속 질투와 억울함을 꾹 참고 말을 돌렸다.“방금 보고드리려던 참이었는데 사실 저 여직원 기숙사에 와 있어요...”그러고는 조금 전 벌어진 일을 주건우에게 전부 알려주었다.주건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사소한 일을 그렇게 크게 떠벌릴 필요 있어? 반지는 손님에게 돌려주고 나머지는 이 정도에서 끝내. 그리고 다른 직원들더러 입단속 잘하라고 당부하고. 이 일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못하도록. 만약 누가 소문내면 당장 쫓아내 버릴 거니까.”말을 마친 주건우는 깔끔하게 전화를 끊었다.서민정은 가슴이 철렁했다.역시 예상했던 대로, 소하연 기숙사 안에 주건우가 따로 심어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한 것이다.주건우가 소하연을 감싸기 위해 이 정도까지 하는 모습에 서민정은 가슴이 뭔가에 꽉 막힌 듯 답답하고 숨이 차올랐다.이 일은 이후 서민정의 마음속에 깊은 앙금으로 남게 되었다.어두운 표정으로 기숙사에 들어온 서민정은 꺼림칙한 마음으로 주건우의 뜻을 전하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소하연이 휴대폰을 꺼내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저도 김미진 씨가 저에게 누명 씌운 증거가 있어요. 김미진 씨는 자기가 범인이면서 남을 모함하는 겁니다!”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옆에 있던 김미진은 원망 가득한 표정으로 날카롭게 소리를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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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소하연도 나숙희의 손을 꼭 잡고 위로했다.“걱정 마세요, 이모! 이제 저도 스스로 잘 지킬 수 있어요. 이런 일 저런 일 다 겪은 이상... 저도 더는 예전의 소하연이 아니에요.”멍한 얼굴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예전의 소하연은 멍청하고 순진했기에 온갖 고생을 다 했었다.하지만 이제는 달랐다!더 이상 ‘착한 사람에게 복이 온다’는 말 따위 믿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건드리지 않으면 본인도 그 사람을 어떻게 하지는 않겠지만 누군가 함부로 굴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나숙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하연아, 무슨 소리 하는 거야?”“아무것도 아니에요.”소하연은 정신을 차린 뒤 나숙희에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이번 일이 지난 후 소하연은 이런 사소한 일에 더 이상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머릿속에는 경찰서에서 본 사진 속 여자 생각뿐이었다.이제 도현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물론 서민정의 변화도 눈치채지 못했다. 누명을 쓴 사건이 있은 뒤로 서민정은 소하연을 볼 때마다 표정이 확연히 달라졌다.온빛 그룹 빌딩, 대표이사 사무실.진재현이 긴급 결재가 필요한 서류들을 온서준에게 건네자 서류를 받아 든 온서준은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가며 서명했다.그러다 문득 한 서류에서 시선이 멈췄다.“온빛 그룹 자선 사업 계획...”소리 내어 서류를 읽었다.“대표님.”진재현이 다급히 설명했다.“이제 12월 말이라 인사팀에서 내년에 진행할 자선 사업 기획서를 작성했어요. 내용은 작년과 비슷합니다...”진재현은 약간 의아했다. 사실 온서준 정도면 이 계획이 작년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걸 금방 알아챘을 것이다. 이런 소액 소규모 사업은 윗선에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일이었다.그런데 온서준이 왜 이렇게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걸까?잠시 생각하던 온서준이 드디어 결심한 듯 말했다.“인사팀에 통지해서 이번 계획 수정해. 장애인 지원 항목을 추가해. 해성에서 가난한 장애인 50명을 선발해, 일 인당 보조금을 백만 원...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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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성함은 오수미라고 합니다.”진재현이 대답했다.‘오수미?’온서준이 갑자기 온몸을 살짝 떨었다. 펜을 쥔 손이 멈칫하더니 검은 눈동자도 미세하게 흔들렸다.‘그 여자가 바로 오수미였구나.’머릿속에 예전 두 차례 만났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두 번 모두 그녀가 손님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온서준이 나서서 구해줬다.생각해 보면 본인도 이 모든 게 이상하다 싶었다.해성 재계에서 ‘염라대왕’이라 불리는 온서준은 일 처리 수단이 칼보다 더 무섭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결코 남을 잘 돕는 착한 사람은 아니었다.그런데 말 못 하는 그 여자를 볼 때마다 마음속에서 보호 본능이 솟구쳐 오르는 걸 참을 수 없었다.그저 그녀가 아무에게도 괴롭힘당하지 않게 지켜주고 싶을 뿐이었다.자신도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아마도 말 못 하는 장애인이라 연민이 생긴 탓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어제 갑자기 장애인도 이번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던 것이다.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머릿속의 이상한 생각을 얼른 쫓아낸 뒤 고개를 들어 진재현에게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오수미 이름을 보조금 지급 대상 명단에 추가해.”“알겠습니다.”깊은 밤, 새벽 세 시가 다 되어서야 퇴근한 소하연은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기숙사로 돌아왔다.그런데 나숙희가 잔뜩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하연아! 드디어 왔구나! 네가 자꾸 이렇게 당하고만 사니 옆에 있는 내가 다 못 봐주겠다...”화가 잔뜩 난 나숙희가 흥분한 나머지 목소리까지 떨렸다. 그 모습을 본 소하연은 물통과 걸레를 내려놓고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이모, 왜 그래요?”나숙희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그거 들었어? 온빛 그룹 대표이사가 큰 선행을 베푼대! 해성의 가난한 장애인 50명을 돕기로 했나 봐. 한 사람당 보조금 200만 원씩 준다고 해! 세상에, 200만 원이라니! 거기다 우리 클럽에 있는 말 못 하는 청소부도 꼭 보조금 대상 명단에 넣으라고 지목하셨대! 저녁에 온빛 그룹 직원들이 와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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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사실 플로우 클럽에 말 못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다만 소하연이 두 차례나 손님에게 괴롭힘당하고 온서준이 구해준 일이 있은 뒤 온서준이 그녀를 벙어리로 오해하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은 클럽 내부의 직원들 모두 알고 있었기에 온서준이 찾는 말 못 하는 청소부가 바로 소하연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200만 원을 탐낸 오수미가 나서서 소하연 행세를 했지만 서민정은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이 일은 정말 이상했다.소하연은 여태껏 서민정이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겼다.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하나씩 따지고 생각해 보니 평소에 눈치채지 못했던 세부 사항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지난번 김미진 사건이 있은 뒤로 소하연을 대하는 서민정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도대체 왜?’하지만 언제 저 여자에게 밉보였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하연아, 방금은 서민정 앞이라 더 말 못 했어! 우리 지금 바로 주 대표님 찾아가자! 지난번에도 네 편 들어주셨으니까 이번에도 꼭 나서줄 거야. 오수미, 저 여자 가짜라고 까밝히고 네 이름을 정식으로 올려야지!”나숙희는 말하면서 소하연을 이끌고 가려 했다.그러자 소하연은 서둘러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이대로 나숙희의 팔에 끌려갈 수 없었다. 간신히 그들의 눈을 피해 벗어났는데 또다시 호랑이 굴에 들어갈 순 없었다.“안 돼요, 이모! 저 이 돈 안 받고 싶어요. 오수미가 갖고 싶어하면 그냥 가지라고 해요.”소하연은 조급한 얼굴로 말했다.“그게 무슨 말이야? 200만 원이라고, 200원이 아니라! 게다가 이 돈은 원래 네 몫인데 왜 사양해? 하연아, 너 평소에 이렇게 참고 사는 스타일 아니잖아. 그런데 오늘 왜 그래...”나숙희는 본인이 더 억울한 듯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눈썹을 살짝 치켜세운 소하연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물론 오늘에서야 착한 마음을 가졌다고 해서 꼭 모든 일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는 옛말이 무슨 뜻인지도 깨달았다.“이모, 정말 안 받고 싶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 예전에 온씨 가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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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대표님, 만나겠다고 하신 분 모셔 왔습니다.”진재현이 사무실로 들어와 온서준에게 보고하자 온서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들어오라고 해.”“알겠습니다.”곧 한 여자가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진재현 뒤를 따라 들어왔다.온서준의 시선이 그녀 얼굴에 머문 순간,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진재현은 온서준이 계속 이 여자를 쳐다보는 모습을 보자 속으로 수군거렸다.‘여자 얼굴이 예쁘긴 하지만 일개 청소부일 뿐이고 게다가 벙어리인데... 대표님이 언제부터 이런 여자에 취미가 생긴 거지?’바로 그때 온서준이 고개를 돌려 진재현에게 담담하게 물었다.“내가 찾는 사람이 이 여자야?”진재현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온서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이 사람이 말 못 하는 벙어리라고?”“네, 대표님.”오수미는 들어온 뒤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벙어리 행세를 하고 있으니 당연히 그래야 했다.설령 말을 할 수 있다 해도 입을 열 수 없었다. 평범한 청소부인 그녀가 이렇게 넓고 호화로운 사무실을 언제 와 봤겠는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에 입을 떡 벌린 채 놀라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고개를 끄덕인 온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수미 앞으로 다가갔다.오수미는 순간 눈앞이 환해지는 듯했다. 가까이서 이 남자를 보니 훤칠한 키에 얼굴까지 너무 잘생겼다. 온몸에서 풍기는 도도하고 우아한 기운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온서준에게 홀딱 반한 오수미는 두 볼이 빨개지며 머리도 어지러웠다.그러던 중 진재현과 이야기를 나누던 온서준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오수미를 노려봤다. 그러더니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너는 가짜야!”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당황한 오수미는 본심이 튀어나와 황급히 손을 저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전 가짜가 아니에요...”말이 나온 순간 뭔가 잘못됐음을 바로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진재현도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얼굴이 숱 바닥처럼 까맣게 변한 채 이 모든 게 믿기지 않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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