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지금부터.”루미에르 소성당 안을 가득 메우던 음악이 천천히 잦아들었다.백발의 대신관이 우리를 향해 두 손을 펼쳤다.“아스테리온 제국의 황제 카엘루스 아르카디온 폐하와 루체른의 공녀 엘리노아 루체른 영애의 혼인 서약을 시작하겠습니다.”아, 진짜구나. 나는 카엘루스의 손을 잡은 채 멍하니 대신관을 바라봤다.결혼. 진짜 결혼.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이상하게 실감이 안 났다.릴리에게 머리채처럼 긴 베일을 뒤집어쓰고, 마르타에게 밥 좀 천천히 먹으라는 잔소리를 듣고, 카시안 오빠가 내 결혼식 날부터 울어대는 꼴을 볼 때까지만 해도 그냥 엄청나게 정신없는 행사에 참여한 기분이었는데.대신관의 입에서 ‘혼인’이라는 단어가 나온 순간 상황이 갑자기 현실이 되었다.나는 아주 조금 고개를 돌렸다.바로 옆.검은 예복을 입은 카엘루스가 서 있었다.어떻게 결혼식 날까지 저렇게 얄미울 정도로 잘생겼는지.검은 머리카락은 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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