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비는 그쳐 있었다.밤새 창문을 두드리던 빗소리가 사라진 자리는 이상할 만큼 고요했다. 하늘은 흐렸지만 완전히 어둡지는 않았고, 젖은 도로 위로 번지는 아침빛은 어딘가 씻겨나간 것처럼 창백했다. 사람은 종종 비가 그치면 모든 게 조금은 정리될 거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정리되는 건 바깥 풍경뿐이다. 건우는 세면대 앞에 서서 얼굴에 물을 끼얹는 동안, 어젯밤 서하가 남기고 간 문장이 조금도 희미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그날, 죽은 건 한 사람만이 아니야.’처음에는 그 말을 단순히 무겁고 이상한 문장 정도로만 받아들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불편하게 가라앉았다.사람을 죽이는 건 칼일 수도 있고, 우연일 수도 있고, 계획일 수도 있다.하지만 누군가 안에서 무언가가 죽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그건 현장 사진에도 남지 않고, 경찰 기록에도 적히지 않으며, 타인의 눈에는 쉽게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 오래 간다. 건우는 수건으로 젖은 얼굴을 닦으며, 자신이 지금까지 사건을 너무 단순한 방식으로만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그는 거실로 나왔다.식탁 위에는 전날 밤 대충 덮어둔 윤신우 사건 자료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인쇄해둔 통화 내역, 경찰 진술서 복사본, 자택 구조를 손으로 다시 그려놓은 메모, 사고 당일의 시간대를 정리한 노트, 병원 기록 일부, 그리고 그 옆에는 며칠 전부터 다시 펼쳐보기 시작한 형법 총론 책과 판례집까지 뒤섞여 있었다.한때 거의 손에 닿았던 자리였다.그리고 지금은, 너무 늦게 다시 쳐다보게 된 자리이기도 했다.건우는 식탁 앞에 앉아 한 장씩 종이를 넘겼다.지금까지 그는 늘 같은 방식으로 사건을 봐왔다.누가 거짓말을 했는지,누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누가 윤신우를 죽였는지.그래서 자료를 볼 때도 늘 사람보다 증거를 먼저 봤다.진술의 틈,동선의 어긋남,시간의 공백,알리바이의 균열.그런 것들만 집요하게 붙들고 있었다.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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