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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형수의 밤: Chapter 211 - Chapter 215

215 Chapters

211. 안 자고 있었네

이번엔 질문이라기보다 요구에 가까웠다.서하는 그걸 모르는 얼굴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입을 열지 않았다. 건우는 그 짧은 망설임에서, 이 뒤의 이야기가 단순한 설명으로는 넘어갈 수 없는 쪽에 있다는 걸 먼저 알아차렸다.“여기까지야?”건우가 낮게 물었다.서하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오늘은 여기까지라서가 아니라…”그녀는 말을 잇다가, 잠깐 복도 쪽을 봤다.“이건 내가 끊는 게 아니야.”건우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따라갔다.복도는 여전히 어두웠고, 방 문은 닫혀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 안 공기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아주 미세한 변화였다. 서하는 다시 건우를 보며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시간이 끊기는 거야.”그 말이 끝나자마자, 집 안 어딘가에서 아주 작게 소리가 났다.문이 나무틀에 스치는 소리 같은 것.건우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 고개가 복도 쪽으로 돌아갔다. 복도 끝, 닫혀 있어야 할 문이 아주 미세하게 열려 있었다. 불빛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조금 전과는 달랐다. 방금까지 아무도 그 문을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서하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대신 건우를 바라보며 아주 조용히 말했다.“이제 네가 직접 봐야 돼.”그 말은 이전처럼 의미심장한 경고가 아니었다. 도망칠 수 없는 자리에 사람을 세우는 말에 가까웠다. 건우는 더 묻지 않았다. 그 대신 천천히 식탁을 돌아 복도로 걸어갔다. 심장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고, 발바닥 아래 마룻바닥의 감각만 유난히 또렷했다.한 걸음, 또 한 걸음.문 앞에 섰을 때, 안쪽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인기척이 없다는 건 때로 안심이 아니라 더 큰 불안을 만든다. 건우는 문고리를 잡지 않고, 손바닥으로 문을 천천히 밀었다.그리고 그 순간 건우는 처음으로, 그 경계가 실제로 무너지는 장면 앞에 서게 됐다.문이 열리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건우는 손바닥으로 문을 천천히 밀면서도, 이상하게 숨을 더 크게 쉬지 않으려고 애썼다.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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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나라고 확신하고 싶은데

먼저 말을 건넨 쪽은 그녀였다.목소리는 하나의 것이었지만, 그 안에 섞인 결은 단순하지 않았다. 건우는 그 한마디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사람은 완전히 하나도, 완전히 서하도 아니었다. 그 둘 사이 경계가 얇아진 채, 아직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지 않은 상태. 그게 오히려 더 불안했다.건우는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너 뭐 하고 있었어.”그녀는 잠깐 창문 쪽을 돌아봤다가, 다시 건우를 봤다.“그냥.”그리고 아주 천천히 덧붙였다.“잘 기억 안 나.”그 말은 지금까지 여러 번 들었던 문장이었지만, 오늘은 전혀 다르게 들렸다. 전에는 그저 불안과 공백의 언어였다면, 지금은 마치 자기 안에서 무언가가 바뀌고 있다는 걸 스스로도 눈치채고 있는 사람의 언어처럼 들렸다.건우는 그제야 한 발 더 다가갔다.“언제부터 여기 있었어.”그녀는 잠깐 눈을 깜빡였다.“모르겠어.”“방금 깬 거야?”이번엔 대답이 조금 늦었다.그 짧은 틈 안에서, 그녀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방금까지 자신이 어떤 얼굴로 서 있었는지, 누구의 의식으로 이 방 안에 있었는지, 그걸 자기 자신도 붙잡지 못하는 사람의 표정이었다.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그녀의 시선이 건우 어깨 너머를 향했다.복도.서하가 서 있을 자리.그 눈빛이 변하는 걸 건우는 분명히 봤다.불안에서 경계로.경계에서 차가운 자각으로.그 변화는 극적이지 않았다.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더 섬뜩했다.그녀는 건우를 보지 않은 채, 아주 낮게 말했다.“들어왔네.”그 말은 건우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건우의 등 뒤 어딘가를 향한 말.건우는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려다 멈췄다. 그러는 사이, 눈앞의 그녀가 아주 천천히 다시 건우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까와는 분명히 달랐다. 같은 얼굴인데, 사람을 보는 온도가 바뀌어 있었다. 그 미세한 차이가 너무 선명해서, 건우는 오히려 몸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서하였다.아니, 정확히는 방금까지 하나였던 얼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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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그날은 지금보다 더 심했어

그 문장은 건우를 완전히 멈추게 만들었다.서하는 늘 하나보다 더 단단하고, 더 선명하고, 더 자각적인 존재처럼 보였다. 그래서 건우는 무의식적으로라도 서하 쪽이 더 안정적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말하고 있었다.자기 자신조차 자기 경계를 확신하지 못한다고.그건 지금까지 건우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나쁜 상태였다.건우는 어느새 아주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가 있었다.서하는 그걸 피하지 않았다.둘 사이 거리가 숨이 닿을 만큼 좁아졌을 때, 건우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날도 이랬어?”서하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멈췄다.질문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둘 다 알고 있었다.윤신우의 마지막 밤.엘리베이터 앞.삭제된 19분.서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길어질수록 건우는 오히려 답을 먼저 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아주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날은 지금보다 더 심했어.”건우는 손끝이 차가워지는 걸 느꼈다.“얼마나.”“하나도 불안했고, 나도 흔들렸고… 중간이 더 자주 열렸어.”그녀는 잠깐 시선을 피했다가 다시 건우를 봤다.“형은 그걸 본 거야.”그 문장은 너무 정확해서, 건우는 더 이상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었다.윤신우는 단순히 낯선 얼굴을 본 게 아니었다.하나와 서하가 번갈아 드러나는 그 불안정한 경계 자체를 봤던 것이다.그리고 그걸 본 사람은 그 순간부터 더 이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건우는 아주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그의 머릿속에는 엘리베이터 앞에 선 윤신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피곤했을 형, 처음엔 그냥 하나라고 생각했을 형, 두 번째엔 설명되지 않는 공포 앞에서 잠깐 멈췄을 형. 그리고 결국 그 밤을 끝까지 살아서 빠져나오지 못한 형.그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그런데 지금 더 견디기 힘든 건, 눈앞의 사람도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건우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그녀의 팔을 아주 조심스럽게 잡았다.서하는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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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늦은 사람

병원이라는 말을 먼저 꺼낸 건 건우였지만,정작 그 말을 입 밖으로 뱉고 나자마자 그는 그게 얼마나 늦은 문장인지 곧바로 알아차렸다.‘병원 가자.’너무 정상적이고, 너무 상식적이고, 그래서 더 무력한 말. 사람은 설명할 수 없는 균열 앞에 서면 결국 가장 평범한 구조를 먼저 떠올린다. 진단, 치료, 상담, 입원. 이름을 붙이면 통제할 수 있을 것 같고, 병명으로 바꾸면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방금 전 눈앞에서 본 건우는, 그것들이 과연 지금 이 상태를 따라잡을 수 있는 언어인지 자신할 수 없었다.서하는 창가 쪽에 선 채 더 이상 웃지 않았다.조금 전까지 건우의 손이 닿아 있던 팔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마치 자기 몸이 자기 것인지 아닌지 잠깐 확인하는 사람처럼 손끝을 아주 천천히 접었다 폈다. 그 사소한 움직임 하나가 이상하게 더 아프게 느껴졌다. 사람이 무너지는 장면은 늘 극적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이런 식이다. 말보다 먼저 손끝이 망설이고, 시선이 한 박자 늦고, 자기 몸을 자기 것처럼 쓰지 못하는 순간들이 조용히 쌓이면서.건우는 결국 손을 거두었다.그리고 한참 뒤에야 아주 낮게 물었다.“형이 병원 알아봤어?”서하는 그 질문을 듣고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인 채 건우를 바라봤다. 방금 전까지는 자신 안의 균열을 버티는 쪽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긴장이 눈빛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 질문이 단순한 확인이 아니라, 윤신우가 마지막에 어디까지 갔는지를 묻는 질문이라는 걸 알아들은 사람의 표정.“알아봤지.”그녀가 마침내 말했다.“그 사람, 생각보다 오래 버텼어.”건우는 그 문장에서 먼저 숨이 걸렸다.생각보다 오래 버텼다.그 말은 이상하게 위로처럼 들리면서도, 동시에 너무 잔인했다.윤신우는 아무것도 모른 채 우발적으로 죽은 사람이 아니라, 적어도 마지막 며칠 동안은 이 이상한 상태를 붙들고 어떻게든 해결하려 했던 사람이었다는 뜻이니까.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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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형이 처음에 만나러 간 사람

이번엔 서하도 바로 대꾸하지 못했다.그 한 문장이 둘 사이 공기를 조금 다르게 만들었다. 지금 이 밤의 대화와 이동과 추적은 전부 하나가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 위에서 성립하는 일이었다. 그 사실을 말로 꺼내는 순간, 갑자기 너무 비윤리적이고 잔인한 일이 되어버렸다. 건우는 자기가 지금 누구와 손잡고 누구를 구하려는 건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구를 배제하고 있는 건지 선명하게 자각하게 됐다.서하는 한참 뒤에야 아주 조용히 말했다.“그건 네가 제일 싫어하는 방식 아니야?”건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맞았다.’하나를 지키겠다고 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선택은 늘 하나가 모르는 시간대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윤신우도 어쩌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나가 감당 못 할까 봐, 하나가 다칠까 봐, 하나가 알면 더 무너질까 봐. 그래서 혼자 알아보고, 혼자 확인하고, 혼자 결정하다가 결국 너무 늦어버렸을지도 모른다.그 생각이 스치자, 건우는 갑자기 몸 안쪽이 서늘해졌다.자기가 지금 형이 걸었던 길 위에 똑같이 발을 올리고 있다는 감각 때문이었다.건우는 문 손잡이에 손을 얹은 채 아주 천천히 말했다.“그래도 오늘은 확인해야 해.”서하는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대신 그를 오래 보다가, 아주 낮게 덧붙였다.“형이 처음 간 곳은 병원이 아니었어.”건우의 손이 문고리 위에서 멈췄다.“뭐?”서하는 창가에서 몸을 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이제 그녀의 얼굴은 다시 조금 달라져 있었다. 방금 전처럼 경계가 흐린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선명한 서하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얼굴. 마치 밤이 깊어질수록 둘 사이 경계가 아니라 둘 다 피로해지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 같았다.“병원 가기 전에.”그녀가 말했다.“형은 먼저 누군가를 만나러 갔어.”건우는 미간을 좁혔다.“누구.”서하는 잠깐 망설이다가 대답했다.“기억이 정확하진 않은데… 이름은 아니고, 직함 같은 걸 말했어.”그녀는 눈을 감고 그날의 조각을 더듬듯 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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