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건우는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아픈 건 아니었다. 몸은 멀쩡했다.다만, 일어나는 순간 모든 게 진짜가 될 것 같아서.부모님이 돌아가셨다.그 문장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 정말로 세상이 굳어버릴 것만 같았다.자신은 살아 있고, 더이상 그의 부모는 없다.-그게 말이 되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1년.건우는 병실 침대 위에서 1년을 보냈다.눈을 떴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끝나 있었다. 장례도, 화장도.향 냄새를 맡을 겨를도 없었고, 마지막 인사를 할 기회도 없었다. 울지도 못했다.그건 애초에 건우의 몫이 아니었다.살아 있었지만, 아무것도 겪지 못한 채로 돌아온 셈이었다.집으로 돌아온 뒤로도 그는 잠을 제대로 자본 적이 없었다.눈을 감으면 보였다.부모님 얼굴이 비에 젖은 도로 위, 찌그러진 차 안에서,피를 흘리며 자신을 바라보던 그 눈빛.-왜 너만 살아 있냐고.-우리는 왜 죽어야 했냐고.그 질문이 밤마다 가슴을 파고들었다.건우는 그걸 밀어낼 힘이 없었다.힘을 쓰는 것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졌으니까.그때 초인종이 울렸다.건우는 움직이지 않았다.벨 소리가 집 안을 채우다가, 이내 사라졌다.다시 울리지 않기를 바랐지만, 바람은 늘 가장 늦게 도착했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젖은 손으로 두드리는 것 같았다. 둔탁하고 무거운 소리.그리고,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도련님… 도련님…”건우의 눈꺼풀이 떨렸다.그 목소리를 모를 리가 없었다.“윤건우… 윤건우…”강하나.윤신우의 아내.이제는 ‘형수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여자.그리고, 윤건우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1년 전엔 그들이 함께 미래를 그렸다.결혼을 생각했고,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웃는 소리 하나도 아까웠다. 모든 순간이.그런데 1년 만에 눈을 떴을 때, 하나는 이미 그의 사람이 아니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형 옆에 서 있었다.고개를 숙인 채로. 왼손 약지에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사고로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형은 혼자 회사
Last Updated : 2026-05-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