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끝날 무렵이 되어서야 서하는 먼저 몸을 일으켰다.그 움직임은 조용했고, 거의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건우는 그 미세한 기척 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둘 사이에 오간 말은 길지 않았고, 끝내 분명한 답으로 닫힌 것도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몇 마디가 남긴 흔적은 길게 이어진 밤보다 더 진했다. 스탠드 조명 아래서 나눴던 시선, 손등 위로 아주 잠깐 겹쳐졌던 체온, 그리고 끝내 문장으로 다 열리지 않은 어떤 오래된 익숙함까지. 건우는 그 모든 것이 아직도 거실 안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처럼 느꼈다.서하는 소파에서 일어나 복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옷 자락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고, 발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건우는 그녀가 문 앞에 멈춰 서는 순간, 그 짧은 정지 안에 담긴 망설임까지 알아차렸다. 돌아볼지, 그대로 들어갈지, 혹은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더 남길지 재는 사람의 침묵이었다.건우는 소파 끝에 앉은 채 낮게 물었다.“그냥 들어가게.”서하는 문고리를 잡은 손을 멈춘 채, 반쯤 돌아보았다. 어둠이 더 짙은 복도 쪽에 서 있는 탓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건우는 그쪽을 향한 시선만으로도 그녀가 웃는지 아닌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서하는 늘 그랬다. 표정을 완전히 읽을 수 없게 만들면서도, 이상하게 상대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또렷하게 남기는 사람.“안 자?”그녀가 물었다.건우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이 상황에 어떻게 자.”서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 아주 낮게 말했다.“예전에도 그랬잖아.”그 짧은 한마디가 건우의 가슴 안쪽을 가볍게 긁고 지나갔다.예전에도. 그 말은 둘 사이에 이미 지나간 수많은 밤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불러냈다. 혼자 감당하겠다고 버티는 건우와, 그걸 비웃는 척하면서도 끝내 옆에 남아 있던 서하. 사건 자료를 같이 보다가 해가 뜬 적도 있었고, 아무 대화도 없이 같은 공간에서 새벽을 버틴 적도 있었다. 싸우듯 말을 주고받다가도 어느 순간 둘 다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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