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곤?”“그리곤 윤성이를 정당한 태자의 자리에 올릴 것입니다.” 서하연은 아버지를 곧게 응시했다. “아버지, 이 강산은 장차 제 아들의 것이자, 우리 서가의 것입니다. 제가 황제라는 자리를 다투지 않는다면 설마 저 유가의 잔당들에게 내어주란 말씀입니까? 장차 새로이 조정을 채울 후궁들에게 순순히 양보하란 말입니까?”서기백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버지께서 제가 정말 생각을 끝낸 것이냐고 물으셨지요.”서하연의 목소리는 지독하리치만큼 덤덤했다. “아주 잘 생각했습니다. 한 걸음 물러서면 낭떠러지일 뿐입니다. 하지만 한 걸음 나아간다면, 사지 속에서도 기어이 살길을 쥐어짤 수 있겠지요.”“그 살길이, 궁 안에 있다는 것이냐?”“제 살길은 제 손안에 있습니다.” 서하연은 미소를 지었다.“궁 안이든 궁 밖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윤성이가 있고 서가가 건재하는 한, 저는 어디서든 악착같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녀는 아버지 앞으로 걸어가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투박한 서기백의 손을 따스하게 맞잡았다. “아버지, 저를 걱정하시는 마음은 잘 압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저를 믿어주십시오. 두 번 다시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서기백은 딸의 눈동자 속에서 일렁이는 차가운 불꽃을 바라보았다. 그 서슬 퍼런 안광에 서기백은 마침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좋다.”그가 딸의 손을 힘주어 맞잡았다. “이 애비가 네 칼이 되어주마.” “감사합니다, 아버지.” 서하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낡은 《전국책》 한 권을 소리 없이 꺼내 들었다. “아버지, 이제 우리는 세 가지 일을 행해야 합니다.” “말해보거라.” “첫째, 황후가 폐위되어 조정이 뒤숭숭한 틈을 타 유가의 세력을 철저히 청산해야 합니다. 무관 쪽은 아버지가 직접 나서기 곤란하시겠지만, 문관 쪽은 탄핵할 자는 탄핵하고 권력을 박탈하여, 단 한 명도 조정을 더럽히지 못하게 하십시오.” 서기백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일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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