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 전, 첫아이를 빼앗기던 그날 밤, 서하연은 죽음을 생각했다.서하연은 태사의 외동딸로, 어려서부터 시서에 능통해 도성 안에서 명성이 자자했다. 새 황제가 즉위하여 조정이 어지럽지 않았다면, ‘문신은 마땅히 황제와 뜻을 같이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궁으로 들어오지 않았을 터였다. 본래대로라면 내로라하는 사대부가에 시집가 시와 술을 나누며 평생을 고귀하고 자유롭게 살았을 목숨이었다.입궁은 서하연이 원한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 새 황제는 무력으로 천하를 평정했기에 조정이 불안했고 백성들의 삶도 안정을 찾지 못했다. 아버지는 문신들의 영수였고, 이 혼인은 군신 간 동맹의 상징이었기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교지를 받들었다.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는 스스로도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은밀한 기대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폐하, 소무경을 연모했으니까.북방의 전장에서 돌아온 장수, 반란을 진압한 영웅. 대전 위에서 당당하게 백관의 조하를 받던 그의 영명한 모습을 연모했었다. 그리하여 은밀한 기대를 품고 궁궐로 들어온 것이었다. 적어도 한 자락의 진심은 얻을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임신 네 달째 되던 날, 후원의 가산 뒤에서 소무경이 황후에게 건네는 말을 훔쳐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황후, 안심하시오. 짐의 마음속에는 오직 그대뿐이오. 하연이는 그저 황실의 대를 잇기 위한 씨받이일 뿐이니, 아이가 태어나는 대로 황후의 슬하로 데려와 키우게 할 것이오.”그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그녀의 모든 환상을 찢어발겼다. 그날 밤, 그녀는 침전에서 날이 샐 때까지 우두커니 앉아 밤을 지새우곤 했었다. 그러나 눈물은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그녀는 영웅에게 시집온 것이 아니었다. 그저 하나의 바둑돌이자, 아이를 담는 그릇에 불과했을 뿐.죽고 싶었으나, 그때는 나라의 기틀이 겨우 잡혀가던 차라 조정이 지극히 불안했었다. 게다가 후궁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불효이자 큰 죄이니 아버지에게 누를 끼칠 것이요, 가짜 죽음으로 도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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