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택 안. 문이 열리자, 바깥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공기가 밀려왔다. 조용하고, 정돈되어있고, 아무 일도 없었던것처럼 유지된 공간. 엘로이즈가 먼저 들어섰다. 걸음은 일정했고, 자세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 뒤를 귀족 부인이 따랐다. 그리고 한 박자 늦게, 그림 하일드가 문턱을 넘었다. 문이 닫혔다. 덜컥. 소리와 함께, 바깥의 일은 완전히 끊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세 사람 모두 잠시 말이 없었다. 하인들은 멀리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고, 복도는 여전히 정숙했다. 부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엘로이즈." "네, 어머니." "괜찮니." "...괜찮아요." "많이 놀랐을 텐데. 들어가서 쉬렴." "...네." 그녀는 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저 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걸음은 여전히 일정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한 번도 뒤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 순간, 그림 하일드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엘로이즈의 걸음이 방향을 틀자마자 한 발 먼저, 자연스럽게.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은 것처럼 그녀의 뒤로 붙었다. 반 걸음. 항상 유지하던 그 거리. 숨도, 발걸음도 맞춘 채 조용히 그대로 따라갔다. 엘로이즈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림 하일드가 따라오고 있다는 걸 확인할 필요조차 없다는 듯 앞만 보고 걸었다. 그 뒤에서 부인의 시선이 아주 잠깐 움직였다. 조용히 그림 하일드를 향했다. 고개를 숙인 채, 완벽하게 거리를 맞춰 걷는 아이. 말이 없고, 흔들림도 없고, 이미 이 집의 일부처럼 움직이는 존재. 부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역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맞추면... 우리 애처럼 보일 수 있어.' 그 결론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부인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시선을 거두었다. 복도는 여전히 조용했고, 두 사람의 발소리만 낮게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조용함 아래에서, 이미 각자의 생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잠시 후, 엘로이즈의 방 안. 바깥의 기척은 이미 완전히 차단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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