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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Author: 빅비58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01 16:21:17

살롱 안에는 은은한 차 향이 퍼져 있었다. 찻잔이 부딪히는 소리는 작았고, 웃음소리도 지나치게 커지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귀족 영애들의 다과 시간. 하지만 왕의 양쪽 팔이라 불리는 두 가문의 외동딸이 마주 앉아 있는 이상, 이 자리는 단 한 번도 단순한 사교 모임이었던 적이 없었다.

엘로이즈 드 로베르. 그리고 재무대신 가문의 영애, 이네스 드 몽브랑.

두 사람의 대화는 언제나 부드러웠고, 언제나 우아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늘 얇은 칼날 같은 긴장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같이 차를 마시러 온 다른 영애들은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조용히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찻잔을 괜히 더 천천히 들었고, 누군가는 시선을 애매하게 창밖으로 돌렸다.

한 영애가 아주 작게 한숨을 삼켰다.

또 시작이구나.

말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엘로이즈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찻잔을 쥔 손끝에 들어간 힘만이 보이지 않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입가에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간신히 유지된, 그러나 완벽하게 흐트러지지 않은 미소였다.

"...글쎄요..."

엘로이즈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렇게까지는..."

말끝은 부드러웠다.

하지만 이네스는 그 틈을 그대로 넘기지 않았다.

"제가 영애였어도... 저 아이에게 잘해줬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네스는 천천히 이어갔다.

"아무리 고아원 출신의 하녀라지만... 동생분과 얼굴이 닮았다면..."

이네스의 눈이 조금 휘어졌다.

"돌아가신 동생에게 속죄한다는 생각으로... 저 아이에게 잘해주시는 것도 이해가 되거든요."

말은 다정했다. 하지만 그 다정함은 상대를 편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깊숙이 파고들기 위한 것이었다.다른 영애들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엘로이즈는 잠시 찻잔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네... 그런 마음도... 없지 않아 있겠죠."

그녀는 미소를 유지한 채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전.. 드 몽브랑 영애께서도 상대에게 공감을 그렇게 잘해주시는 분인줄은 몰랐네요..."

이네스의 눈이 약간 움직였다.

엘로이즈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영애께서는 워낙 이성적이시고, 냉철하시고..."

말은 부드러웠다.

하지만 끝음은 아주 얇게 단단했다.

"상대의 감정보다는... 상대의 문제점을 먼저 보고 지적하는 분이시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이해심도 많고, 따뜻한 분이신 줄은 몰랐어요."

엘로이즈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덪붙였다.

"저 같아도 저 아이에게 잘해줬을 거라고 말씀하실 정도면..."

짧은 시선이 이네스를 향했다.

"하녀에게까지 아량을 베푸실 줄 아는 분이시라는 거잖아요."

이네스의 입가의 미소가 아주 잠깐 멈췄다.

엘로이즈는 여전히 단정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정말... 마음이 넓고 따뜻한 분이셨네요. 다시봤습니다, 영애."

한 박자 쉬고 말을 이었다.

"저도 영애께... 그런 인품은 좀 배워야겠어요."

그 순간, 살롱 안은 완전히 조용해졌다. 커튼이 흔들리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렸다.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이네스는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아까보다 조금 얇아져 있었다.

엘로이즈는 끝까지 무너지지 않았다. 분노도, 불쾌함도, 모욕감도 전부 미소 아래로 눌러둔 채 그저 우아하게, 조용하게, 상대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고 있었다.

이네스가 잠시 엘로이즈를 바라보더니, 아주 단정히, 천천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영애."

말투는 부드러웠다. 조금 전의 날카로운 흐름 따위는 전혀 없었던 것처럼. 엘로이즈 역시 미소를 흐리지 않았다. 살롱 안의 공기가 다시 겉으로만 평온해졌다.

그때. 문이 열리고 그림 하일드가 들어왔다. 두 손에는 새 찻잔이 놓인 쟁반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안으로 들어왔다. 방 안의 분위기를 읽으려는 듯 아주 잠깐 움직임이 느려졌지만, 곧 다시 원래의 속도로 돌아왔다.

그림 하일드는 새 찻잔을 이네스의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새 차 준비해왔습니다."

낮고 단정한 목소리. 이네스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꼬리가 또 다시 아주 약간 올라갔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그림 하일드는 찻잔을 내려놓은 뒤 곧바로 물러나려 했다.

그 순간.

이네스의 시선이 아주 잠깐 아래로 떨어졌다. 드레스 자락 아래, 발끝으로.

그리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우아하게 다리를 살짝 움직였다. 천이 스치는 소리조차 거의 나지 않았다. 발끝이 아주 천천히, 정확하게 그림 하일드가 물러나는 방향으로 미끄러져 나왔다. 너무 노골적이지 않게, 하지만 피할 수는 없을 만큼.

그림 하일드는 그걸 보지 못했다. 몸은 이미 물러나는 움직임을 시작한 뒤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툭.

발끝이 걸렸다. 아주 작은 감각. 하지만 중심을 무너뜨리기에는 충분했다.

"...앗..!"

그림 하일드의 몸이 순간 흔들렸다. 균형을 잡으려 손이 급하게 움직였지만 이미 늦었다. 들고 있던 유리 쟁반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그림 하일드의 몸이 그대로 앞으로 쏠렸다.

무릎이 먼저 바닥에 부딪혔다.

쨍그랑—!!

쟁반이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이 깨졌다.

살롱 안의 공기가 순간 흔들렸다.

그림 하일드는 급하게 손을 짚은 채 숨을 삼켰다. 놀람보다 먼저 실수했다는 감각이 얼굴 위로 올라왔다.

그 순간.

엘로이즈가 거의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뒤에서 작게 밀리는 소리가 났다.

"그림 하일드."

조금 놀란 목소리.

엘로이즈가 곧바로 그녀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괜찮니?"

그림 하일드는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

"네... 괜찮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네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너무 자연스러운 놀람.

이네스는 자리에서 몸을 아주 조금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미안하구나."

입가에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내 드레스가 조금 엉켜서... 정리하려다가 그만."

그녀는 아주 가볍게 눈썹을 내렸다.

마치 정말 예상 못한 사고였다는 듯.

"다친 건 아니니?"

말은 다정했다. 하지만 방금 전, 그 발끝이 너무 정확했다는 건 오직 이네스 자신만 알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미안함이 없었다. 오히려 반응을 보고 있었다. 엘로이즈가 어떻게 움직일지.

그림 하일드는 급하게 숨을 고른 뒤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네."

작은 대답. 목소리에는 여전히 긴장이 묻어 있었다. 그림 하일드는 곧바로 일어나 무릎을 꿇고 깨진 쟁반 조각들을 손으로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동작은 서둘렀다. 실수한 사람처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원래 상태로 돌려놔야 하는 사람처럼.

엘로이즈의 눈이 조금 흔들렸다.

"그림 하일드..."

그녀가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짤칵. 아주 작은 소리. 그리고,

"읏..."

그림 하일드의 숨이 짧게 떨렸다. 날카로운 유리 조각 끝이 손가락을 스친 것이었다. 순간, 붉은 선 하나가 얇게 올라왔다. 곧이어 피가 천천히 맺혔다.

엘로이즈가 바로 몸을 움직였다.

"...피."

처음으로 표정이 조금 무너졌다. 그녀는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숙였다. 드레스 자락이 바닥에 닿았다. 그리고 그림 하일드의 손목을 잡았다.

"손가락 베였잖아."

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명하게 걱정이 담겨 있었다. 엘로이즈의 손이 그림 하일드의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붉게 맺힌 피가 하얀 손가락 위로 번지고 있었다.

그림 하일드의 눈이 순간 크게 흔들렸다.

"...아, 아닙니다 아가씨..."

당황한 목소리.

하지만 엘로이즈는 놓지 않았다.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좁혀져 있었다.

그 순간.

이네스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왔다.

엘로이즈. 그리고, 그녀가 붙잡고 있는 그림 하일드의 손.

잠시, 아주 잠시 이네스는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

"정말..."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그 아이를 많이 아끼시는 것 같네요."

엘로이즈의 움직임이 아주 미세하게 멈췄다.

이네스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시선이 두 사람 얼굴 위를 천천히 스쳤다.

엘로이즈. 그리고 그림 하일드.

"영애와도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하네요."

그 말이 떨어진 순간 공기가 멈췄다. 엘로이즈의 눈이 처음으로 분명하게 흔들렸다. 그림 하일드 역시 그대로 굳었다.

두 사람 모두 거의 동시에 이네스를 바라봤다. 당황한 얼굴로.

이네스는 그 반응을 보며 여전히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마치 아무 이상한 말도 하지 않았다는 듯. 그녀의 시선이 천천히 그림 하일드에게 내려갔다. 엘로이즈에게 붙잡힌 손. 손가락 끝에 맺힌 피. 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모습까지.

이네스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 아이..."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비록 고아원 출신이지만..."

살롱 안 공기가 순간 얇게 굳었다. 다른 영애들의 시선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하지만 이네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생각해보면..."

찻잔 손잡이를 손끝으로 천천히 매만졌다.

"드 로베르 가문과는 의외로 잘 어울리는 아이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녀는 아주 부드럽게 웃었다.

마치 정말 칭찬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원래 사람이라는 게..."

짧은 시선이 엘로이즈를 향했다.

"가장 결핍된 걸 닮은 존재를 곁에 두고 싶어하잖아요."

살롱 안의 다른 영애들이 서로 눈치를 살폈다. 누군가는 찻잔 손잡이를 괜히 만지작거렸고, 누군가는 입가에 어색한 웃음을 띄웠다.

"...하하."

멋쩍은 웃음이 작게 흘렀다. 하지만 아무도 이네스를 말리지는 못했다. 공기는 여전히 얇게 긴장되어 있었다. 이네스는 그런 분위기조차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시 천천히 덧붙였다.

"잃어버린 동생과 닮은 얼굴."

짧은 숨.

"게다가... 영애와도 꽤 닮은 얼굴."

그 말이 떨어지자, 그림 하일드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네스는 그 반응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고아원 출신이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아이."

입꼬리가 아주 조금 더 올라갔다.

"괜히 영애께서 그 아이를 아끼시는 게 아닌 것 같아서요.."

말은 끝까지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비꼼이 있었다. 너무 노골적이지 않게. 그래서 더 악의적인 방식으로. 이네스는 다시 천천히 덧붙였다.

"어떻게 보면..."

짧은 침묵.

"그래서 더 영애의 가문과 어울리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 말은 단순히 그림 하일드를 깎아내리는 게 아니었다.

드 로베르 가문 자체를 상처와 결핍 위에 세워진 가문처럼 비틀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엘로이즈가 그림 하일드를 곁에 두는 이유조차, 죄책감과 집착 때문이라고 꿰뚫어보는 척하고 있었다.

살롱 안 공기가 완전히 가라앉았다. 엘로이즈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그림 하일드의 손가락을 붙잡고 있던 손.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드 몽브랑 영애."

엘로이즈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처음으로 목소리 끝이 아주 얇게 단단했다.

이네스의 눈이 그녀를 향했다.

엘로이즈는 그림 하일드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일단."

짧은 숨.

"제 하녀에게 사과부터 제대로 다시 하시죠."

그 말이 떨어진 순간, 살롱 안 공기가 완전히 멎었다. 이네스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처음으로 흐트러졌다. 정말 짧은 순간. 하지만 분명하게. 그녀는 엘로이즈를 바라보았다. 마치 방금 들은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네?"

낮은 목소리. 끝이 아주 조금 굳어 있었다.

이네스의 손끝이 찻잔 위에서 멈췄다. 눈빛도 아까와 달라져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상대를 떠보는 사람의 여유가 있었다면, 지금은 처음으로 계산이 어긋난 사람의 당황이 얇게 스며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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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차 문이 닫히고, 짧은 정적이 흘렀다. 그림 하일드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손은 가지런히 모아져 있었고, 시선은 낮아져 있었다. 하지만 몸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 고개를 들지 않은 채ㅡ 시선만,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안장 위. 카일.그는 이미 그림 하일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표정도 없는 얼굴. 아무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 눈. 하지만 그 시선이 닿는 순간, 그림 하일드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목이 아주 미세하게 조여드는 느낌이 되살아났다."..."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한 걸음, 천천히 마차 옆으로 다가가 발을 올리고, 안장 위로 올라탔다. 움직임은 조심스러웠고, 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렸다. 시선은 다시 앞으로 고정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아무것도 보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옆에 있는 시선은 느껴지고 있었다. 카일이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였다. 그림 하일드를 바라봤다. 아주 잠시, 침묵. 그리고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씨익. 소리 없는 웃음. 짧지만 분명한 의미를 담은 웃음. 그림 하일드의 숨이 아주 미세하게 멈췄다. 몸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긴장이 그대로 굳어졌다. 카일은 그 표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고삐를 쥔 손에 힘을 실었다.찰싹.짧은 소리."...가자."낮은 목소리.말들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덜컹ㅡ 바퀴가 굴러갔다. 자갈 위를 밟으며 일정한 리듬으로. 마차가 다시 길 위로 나아갔다. 바퀴가 자갈을 밟는 소리가 일정하게 이어졌다. 마차는 조용히 길을 따라 움직였다. 말들은 고개를 흔들며 걸었고, 바람은 옆을 스치듯 흘러갔다.안장 위의 두 사람 사이에는 말이 없었다. 그림 하일드는 여전히 앞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손끝은 아주 미세히 굳어져 있었다. 그때, 옆에서 낮은 목소리가 떨어졌다."...너."짧은 한 음절. 그림 하일드의 어깨가 굳었다. 숨이 한 번, 얕게 끊겼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아주

  • 가장 아름답지 못했던 왕비    8화

    쾅!!굵은 가지가 그대로 아래로 떨어졌다. 그 순간. 짧게, 아주 짧게 엘로이즈의 목에 걸려 있던 진주 목걸이가 빛을 받았다. 햇빛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에 반응하듯, 한 점에서 번져 나오는 미세한 반짝임. 그 반짝임이 공기를 스쳤다. 그리고,툭. 가지의 낙하 궤도가 아주 미세하게 비틀렸다. 정확히 머리 위로 떨어지던 것이 한 치 옆으로 어긋났다. 쾅!가지가 엘로이즈의 바로 옆 땅을 강하게 내리쳤다. 흙이 튀었고, 꽃잎 몇 장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엘로이즈!" 부인의 목소리가 터졌다. 그녀가 급하게 다가와 엘로이즈의 어깨를 붙잡았다."괜찮니? 어디 다친데는 없니?" 엘로이즈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려 있었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자리. 자기 머리 위로 떨어졌어야 할 가지. 그리고 바로 옆에 박혀 있는 무게.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괜찮아요."목소리는 평소보다 아주 조금 느렸다."맞지는 않았어요."부인은 여전히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있었다."하마터면ㅡ"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그 대신 눈으로 가지를 확인했다. 굵기. 무게. 낙하 위치."...큰일 날 뻔했어."그녀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엘로이즈는 고개를 조금 돌렸다. 떨어진 가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눈을 좁혔다."...이상하네."혼잣말처럼 낮게. 하지만 이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표정은 다시 정리되고 있었다. 그때, 조금 뒤에 서 있던 그림 하일드의 손이 굳었다.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방금 전. 나무의 움직임. 바람의 흐름. 그리고 철문 밖에서 느껴졌던 그 시선. 그녀의 눈이 아주 잠깐, 철문으로 향했다.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있었다.'...카일.'그 이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목이 조여오던 감각이 떠올랐다. 보이지 않는 손. 숨이 막히던 순간.'...너도 죽는다. 이해했지?'그 목소리가 그대로 되살아났다. 그림 하일드의 입술이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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