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위지헌은 서원당에 들어오지 않았다.대신 기윤이 왔다.기윤은 담장 그림자처럼 조용히 나타나, 청아가 들고 있던 물동이를 놓칠 뻔하게 만들었다. 그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물동이를 받았고, 받은 뒤에야 자신이 너무 가까이 섰다는 것을 깨달은 듯 한 걸음 물러났다."죄송합니다."청아는 물동이보다 기윤을 더 의심스럽게 보았다."어디서 나오신 겁니까?""담장.""그건 압니다."기윤은 대답을 찾지 못했다. 월령은 아주 작게 웃을 뻔했다.그러나 기윤의 손에 들린 것이 웃음을 멈추게 했다.작은 검은 깃.북문군 역참에서 긴급 전갈에 쓰는 깃이었다."왕야께서 회암역으로 가셨습니다."기윤이 말했다."아이의 흔적을 따라붙으셨고, 강무진은 내수사 수레 쪽으로 갔습니다.""둘이 갈라졌군요.""예."월령의 심장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길은 이미 둘로 갈라졌고, 사람들도 서로 다른 곳에 흩어졌다.그중 누군가는 끝내 손이 닿지 않을지도 몰랐다."왕야께서 전하라 하셨습니다."기윤은 잠시 말을 골랐다."심가 안채의 등불을 밤새 끄지 말라 하셨습니다.""은매가 돌아올 수 있게요?""예. 밖에서 길을 잃은 사람은, 밝은 집을 먼저 봅니다."그 말은 위지헌의 말투와 조금 달랐다. 외워 온 문장이 아니라, 자기 말로 바꾸어 전한 듯했다.월령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기윤은 물러나려다 멈췄다."그리고…"그의 귀 끝이 아주 미세하게 붉어졌다."왕야께서, 아가씨께서 밤새 서 계시면 청아가 운다고 하셨습니다."청아가 바로 고개를 들었다."왜 제가 또 나옵니까?"기윤은 더 대답하지 못했다. 월령은 이번에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아주 작고 희미한 웃음이었다. 그 웃음이 나온 순간,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잠시 숨을 놓았다.은매도, 청아도, 기윤도.큰 구원이 오기 전에, 사람은 이런 작은 틈에서 먼저 한 번 살아났다. 월령은 등불을 더 켜게 했다.서원당 처마 아래, 약방 앞, 서쪽 창고, 어머니의 방 앞.불빛은 밤새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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