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윤이 갑자기 한 걸음 내딛더니, 앞뒤 가리지 않고 그녀가 우산을 받쳐 든 손목을 움켜잡았다!우산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쏟아지는 빗줄기가 순식간에 그녀의 어깨를 적셨다.그는 그녀의 눈을 빤히 응시했다. 한때 별빛을 가득 담았던 그 눈동자에는 이제 가슴이 시릴 정도의 차가운 평온함만이 남아 있었다.“십오 년이다...”소도윤의 목소리가 몹시도 떨려왔다. 절망적인 애원이 섞인 목소리였다. “희주야, 십오 년 동안 쌓아온 정분이다. 그걸... 말 한마디로 없던 일로 하겠다는 거냐? 우리가 함께 자라고, 함께 글을 읽고, 함께 장난을 치던 그 수많은 세월을... 정말 다 잊은 것이냐?”강희주는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 속에 소용돌이치는 고통과 후회, 그리고 미처 감추지 못한 미미한 원망을 묵묵히 응시했다.제 모진 처사를 원망하고, 제 결연함을 탓하는 눈빛. 그녀는 가볍게 손목을 비틀어 그의 손을 뿌리쳤다. 악력이 강하진 않았으나 추호의 여지도 주지 않는 단호함이 실려 있었다.강희주는 기울어졌던 우산을 다시 바르게 세웠다. 거센 빗줄기 속 오직 자신만을 위한 작고 건조한 공간이 다시 만들어졌다. “정분이라니?”그녀가 그 말을 나직하게 읊조리자, 입꼬리에 비웃음에 가까운 자조적인 미소가 희미하게 번졌다. “소도윤, 너희가 나더러 강도희 대신 죄를 뒤집어쓰라며 신발과 버선을 벗기고, 맨발로 빨갛게 달아오른 십 리의 숯불 위를 걷게 했을 때, 살가죽이 타들어 가는 소리를 듣고 내 살과 피가 타는 냄새를 맡으면서... 단 한 번이라도 정분을 생각하긴 했느냐?”나직하게 내려앉은 목소리였으나 그 안의 글자들은 하나하나 달궈진 낙인이 되어 세 사람의 심장을 사정없이 지져 내렸다. “내가 탄 마차가 통제력을 잃고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것을 보면서, 나무가 산산조각 나는 그 굉음을 들으면서도 가장 먼저 도희의 마차로 몸을 날렸을 때... 그때는 정을 생각했어?”“내가 간신히 쏘아 올린 신호탄이 밤하늘을 은빛으로 물들일 때, 그걸 뻔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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