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하는 이현이 가져온 찻잔을 받아 들고는 고개를 갸웃했다.“오늘은 술 안마셔?”“어차피 너, 잘 먹지도 못 하잖아.”“나 술 잘마시거든?”안다. 생각보다 주량이 쎄다는 사실은. 문제는 취한 다음이라고. 이 바보야.“사실 너 술 마시면, 애교가 많아져서 좀 힘들어."내, 내가 언제!?""그리고, 그 박찬희네 집에 들어갔을 때 보였던 술병들도 떠올라서 짜증 나고.”“백이현….”이현은 덤덤하게 말했지만, 말 한 마디 한 마디엔 그날의 떨림이 고스란히 실려 있었다. 요즘은 정말인지, 초록색의 소주병만 봐도 분노가 치밀어 시선을 돌려버린다.“몰라, 네 앞에서 술 마시는 게 싫어졌어.”“바보, 트라우마는 씩씩하게 이겨내는 거란다. 나처럼.”“멍청아. 사람을 몇 번이나 놀래키는 거야 진짜.”“그래도, 여행까지 왔는데 진짜 안마셔?”이현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응.”은하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끝을 늘어뜨렸다.“난 너랑 마시고 싶은데….”“안돼.”“딱 한 잔만 하자! 응? 으응? 응?”아씨, 이제는 취하지도 않았는데 애교를 막 부리네. 확 잡아먹을까.“그럼 딱 와인 반 잔만.”“응응응! 우리 여기까지 온 것도, 충분히 건배할 이유잖아!”이유도 꽤나 그럴싸했다.이현의 손에는 결국 와인 병이 들렸다.찬란하게 붉은 빛이 잔 안에서 돌았고, 서로의 잔이 부딪히는 소리에는 동시에 웃었다.“1년 전에는 몰래 홀짝 홀짝 마시고 취하더니.”이현이 먼저 그날의 이야기를 꺼내자, 은하가 웃음을 꾹 참으며 잔을 바라봤다.“진짜 궁금했어.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 건지.”“하도 흐느적거려서, 내가 2층까지 데리고 간 거 알아? 몰라?”“…설마.”“진짜거든. 핵 멍청아.”또 한 번, 명쾌한 ‘짠’ 소리가 맑게 울렸다.그리곤 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은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아 맞다, 잠깐만!”“어디 가?”“잠깐, 뭐 좀 가지러.”은하는 미소만 남긴 채 방으로 향했고, 뒷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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