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last update最後更新 : 2026-05-28
作者:  희나리K剛剛更新
語言: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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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事簡介

로코물

학원물

성장물

나쁜남자

까칠남

상처녀

구원서사

성장

첫사랑

열일곱 살, 은하의 세 번째 전학. 평범한 듯 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는 누구보다 남들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전학 첫날부터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한 학교생활. 어린 시절, 크나큰 일을 겪고 그로 인해 기억을 잃어버린 은하는 줄곧 트라우마에 시달려왔다. 그런 그녀를 지키는 가족이라곤, 11살 터울의 오빠, 우주뿐이다. 거칠고 장난기 어린 태도로 늘 그녀를 도발하는 백이현, 조용히 지켜보며 그녀의 내면에 감춰진 상처를 직감하는 정태하. 감정이 얽인 채 사랑과 성장, 그리고 과거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세 청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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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1 章

1. 세 번째 전학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치는 어느 가을날, 희뿌연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조용히 내려앉았다. 

은하는 옷장에 걸린 새 교복을 바라보았다. 단정하게 걸려 있는 교복은 마치 새로운 시작을 속삭이는 듯했지만, 은하에게는 그저 낯설고 무거운 천 조각에 불과했다. 

고등학교 입학 후 벌써 세 번째 전학. 이제는 익숙해야 할 것 같은데도, 여전히 이 순간은 낯설었다.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고등학교 생활은 아직도 1년도 넘게 남아있었다.

학교를 옮길 때마다 별다른 감정은 들지 않았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다른 아이들은 아마 달랐을 것이다. 친구들과의 이별을 아쉬워하거나,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와 불안 속에서 잠을 설치기도 했겠지.

하지만 은하에게 그런 감정은 사치였다. 지금 은하의 인생에서는 11살 차이가 나는 오빠가 세상의 전부다. 언제나 곁에서 챙겨주고, 감싸주는 유일한 가족. 강우주.

“은하야. 괜찮아. 다 괜찮으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

“응.”

오빠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따뜻했지만, 은하는 알고 있었다. 오빠는 누구보다 자신을 걱정하고 있고, 자신이 무너지지 않기를, 이번 만큼은 제대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짧은 대답과 함께 교복을 꺼내 입었다. 차가운 옷깃을 여미며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언제 봐도 늘 낯설기만 한 모습. 그저 이번에는 정말, 버티고 싶다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학교로 향하는 길, 우주는 조수석에 앉은 은하를 한 번 슬쩍 바라보았다.

창밖을 응시하는 은하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오랜 시간 은하를 지켜본 우주는 알고 있었다. 은하가 지금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 지를.

“잠은 잘 잤어?”

“응, 그냥… 평소처럼.”

말투는 담담했지만, 손끝이 살짝 움츠러든 걸 보니 역시나 거짓말같았다. 새로운 학교로의 첫 등교를 앞두고 있던 은하가 잘 잤을 리 만무하고, 매일 밤 불을 키고 자기까지 하니까.

우주는 튀어나오려는 한숨을 억지로 참으며 은하를 다독였다.

“오늘 하루만 무사히 넘기면 돼.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

“너무 애쓰지 마. 주목 받을 필요도 없어. 그냥 무사히, 무사히만 지나가자.”

은하는 오빠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맞다. 새로운 친구를 사귈 필요도 없고, 주목을 받을 필요 역시 없다. 조용히, 아무 일 없이 그저 평범한 학생처럼 살아가는 것. 그조차도 버겁고 어려운 일이다.

잠시 후, 차가 송화고등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

우주는 기어를 주차 상태로 돌리고 은하가 앉아있는 조수석 쪽으로 몸을 돌렸다. 

“혹시나 불편한 일 있으면 꼭 오빠한테 말하고.”

은하는 억지 미소를 지어 보이려 했지만, 그건 어색한 흔적만 남긴 채 이내 사라졌다. 대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는 그런 은하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주었다.

“가자. 첫날부터 지각하면 곤란하지.”

천천히 차에서 내린 은하는 눈앞에 펼쳐진 송화고등학교를 바라보았다. 

높은 담장, 붉은 벽돌 건물, 운동장 너머로 보이는 학교의 상징적인 커다란 은행나무. 앞으로 매일 마주할 풍경이겠지.

송화 고등학교는 명문고는 아니지만 꽤나 큰 학교였다. 우주가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성적 중심의 입시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가 유지된다는 이유. 

학생들의 특기와 취미를 찾을 특별 활동이 많다는 것 역시 마음에 들었다. 우주에게 은하의 성적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은하가 이곳에서 무사히 지낼 수 있는가.

은하는 여전히 학교 건물을 낯설게 바라보았다. 멀리서 뛰어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아침 공기를 가볍게 만들었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는 듯 보였지만, 은하는 그 안으로 스며들 자신이 없었다. 아니, 스며들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우주는 조용히 손을 뻗어 은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잘 다녀와. 파이팅. 강은하!”

“알겠어.”

은하는 어색한 우주의 응원에 한 번 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차분히 학교 정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에 은행나무 가지가 살짝 흔들렸다. 

유난히 추운 가을의 끝, 은행 나무는 가지만 남아 있지만, 언젠가 이 나무도 초록빛의 잎이 자라고, 또 언젠가 노랗게 물들겠지.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등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건물 안으로 향했다. 은하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 가방끈을 더욱 꼭 쥐고,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교무실로 향했다.

그러다 교무실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문 안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 종이 넘기는 소리, 커피를 따르는 소리.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오는 긴장감이 엄습했다.

조용히 문을 밀어 열었다. 교무실 안에는 여러 명의 교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고, 몇몇은 커피를 들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중 한 명, 단정한 안경을 쓴 젊은 남자 교사가 쭈뼛쭈뼛 서있는 은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강은하 학생?”

은하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반갑다. 나는 2학년 3반 담임, 이지훈 선생님이야. 앞으로 잘 부탁해.”

“네.”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은하는 여전히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선생님은 그런 은하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고, 이내 자리에서 서류 한 장을 챙겨 들고, 살짝 미소 지었다.

“교실로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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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章節
1. 세 번째 전학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치는 어느 가을날, 희뿌연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조용히 내려앉았다. 은하는 옷장에 걸린 새 교복을 바라보았다. 단정하게 걸려 있는 교복은 마치 새로운 시작을 속삭이는 듯했지만, 은하에게는 그저 낯설고 무거운 천 조각에 불과했다. 고등학교 입학 후 벌써 세 번째 전학. 이제는 익숙해야 할 것 같은데도, 여전히 이 순간은 낯설었다.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고등학교 생활은 아직도 1년도 넘게 남아있었다.학교를 옮길 때마다 별다른 감정은 들지 않았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다른 아이들은 아마 달랐을 것이다. 친구들과의 이별을 아쉬워하거나,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와 불안 속에서 잠을 설치기도 했겠지.하지만 은하에게 그런 감정은 사치였다. 지금 은하의 인생에서는 11살 차이가 나는 오빠가 세상의 전부다. 언제나 곁에서 챙겨주고, 감싸주는 유일한 가족. 강우주.“은하야. 괜찮아. 다 괜찮으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응.”오빠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따뜻했지만, 은하는 알고 있었다. 오빠는 누구보다 자신을 걱정하고 있고, 자신이 무너지지 않기를, 이번 만큼은 제대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는 것을.그래서 오늘도 짧은 대답과 함께 교복을 꺼내 입었다. 차가운 옷깃을 여미며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언제 봐도 늘 낯설기만 한 모습. 그저 이번에는 정말, 버티고 싶다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학교로 향하는 길, 우주는 조수석에 앉은 은하를 한 번 슬쩍 바라보았다.창밖을 응시하는 은하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오랜 시간 은하를 지켜본 우주는 알고 있었다. 은하가 지금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 지를.“잠은 잘 잤어?”“응, 그냥… 평소처럼.”말투는 담담했지만, 손끝이 살짝 움츠러든 걸 보니 역시나 거짓말같았다. 새로운 학교로의 첫 등교를 앞두고 있던 은하가 잘 잤을 리 만무하고, 매일 밤 불을 키고 자기까지 하니까.우주는 튀어나오려는 한숨을 억지로 참으며 은하를 다독였다.“오늘 하루만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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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편한 관심
이번에도 말없이 선생님을 따라 걸었다. 복도를 지나는 동안, 몇몇 학생들의 흘깃거리는 눈초리가 느껴졌다.아무리 고개를 숙이고 걸어도, 모든 시선이 자신을 향해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했다. '첫 날이라 그래, 이것도 내일이면 괜찮아 질거야.'2학년 3반 교실 앞에 다다르고 나서야 작은 목소리를 냈다.“저기… 선생님.”“응?”“전학생 소개는 선생님께서 이름 정도만 해주시고요… 저는 바로 자리에 앉고 싶은데요.”선생님은 은하의 표정을 살피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알겠어. 부담 느끼지 말고 편하게 있으면 돼.”교실 문이 열리고, 소란스럽던 공간이 자연스레 조용해졌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리에서 새로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저 당연한 호기심과 순리였다.“얘들아, 오늘부터 우리 반에 새로 온 친구야. 강은하.”짧은 소개 만으로도 지나친 관심이 느껴졌다. 속삭이는 소리, 흘끔거리는 시선들.하지만 은하는 가능한 한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하려 했다. 절대로 튀면 안 된다. 그건 정말 최악이다. “은하는 저기, 창가 세 번째 자리에 앉으면 돼.”선생님의 말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교실을 가로질렀다. 최대한 빨리 자리로 가고 싶었다.역시나, 몇 걸음 내디딜 때마다 온몸을 노골적으로 스치는듯한 시선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전학생이래.”“꽤 예쁜데?”“근데 되게 조용해 보인다.”익숙한 반응이었다. 그리고 익숙한 불편함이었다.자리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렇게 송화고등학교에서의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일교시가 끝나고 쉬는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교실은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책을 덮는 소리, 의자를 끌며 삼삼오오 모이는 학생들.은하는 긴장 섞인 숨을 내쉬며 가방에서 텀블러를 꺼냈다. 예상했던 대로, 아무리 평범하게 행동해도 전학생을 향한 관심이 시작됐다.“강은하라고 했지? 넌 원래 어디 학교 다녔어?”밝은 목소리와 함께 한 여학생이 다가왔다. 긴 머리를 자연스럽게 묶은 학생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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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뭐냐고? 전학생?
시계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강우주.조용한 진료실, 익숙한 풍경, 익숙한 업무였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정리 하다 가도, 다시금 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은하는 괜찮겠지….”정신과 의사인 우주. 사실 그가 정신 의학과라는 길을 선택한 이유도 동생, 은하 때문이었다.은하가 9살이던 그날 이후. 그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가혹했던 사건이 지나간 후, 은하는 완전히 변해버렸다. 활기라곤 온데간데 사라졌고, 과거의 기억을 잃었으며, 때때로 보이는 불안한 모습과 깊이 새겨진 트라우마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는 결심했다.“이제 은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 하나뿐이야.”혼자서 감당해야 할 것들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은하의 상처는 너무나도 깊었고, 단순한 치료나 상담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게다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선을 넘을 수 없는 단단한 벽이 존재했다. 그 벽은 생각보다 견고하게 세워져 있는 듯 했다.우주는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오랜 시간 노력해 왔지만, 여전히 은하는 과거와 맞서지 못한 채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이제, 또다시 새로운 환경에 던져졌다.“강 선생님?”노크 소리와 함께 간호사가 문을 열었다. 너무도 익숙한 일상이 찾아왔다. “네?”“다음 환자 대기 중이세요.”우주는 다시 한 번 시간을 확인했다. 걱정은 이만 하고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었다.“네. 들어오시라고 하세요.”넥타이를 고쳐메며 속으로 되뇌었다. 부디 오늘은, 은하가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마칠 수 있기를.***점심시간이 되자 교실은 빠르게 소란스러워졌다. 삼삼오오 모여 나가는 학생들, 급식을 받으러 가는 학생들, 교실에서 간식을 나눠 먹는 무리들. 은하는 교실에서 다른 학생들이 전부 빠져나가길 기다렸다가, 최대한 조심스레 움직였다. 이곳에서 아직 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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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 반대의 두 남자
태하는 별다른 감정을 담지 않은 얼굴로, 동시에 확고한 분위기를 풍기며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이현과 은하 사이에 정확하게 멈춰 섰다. 시선은 은하를 먼저 스쳤다. 짧고도 묘한 무게감이 담긴 눈빛은 곧장 이현을 향해 차갑게 바뀌어갔다.“그만 좀 해.”짧은 정적이 흘렀다. 이현은 태하를 바라보더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어어, 밥이나 먹으러 가자.”한쪽 입술을 비틀며 지어 올리는 미소, 아직도 벽에 기댄 채 잔뜩 긴장하고 있는 학생의 얼굴은 이미 창백했다. 이현은 피곤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손을 뻗었다.‘툭—’가볍게 학생의 어깨를 한 번 두드리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됐어. 가.”학생은 순간 멍해 있는 듯 하더니, 허겁지겁 몸을 움직여 고개를 깊이 숙이곤 황급히 복도를 벗어났다.이현은 학생이 사라진 쪽을 끝까지 바라보다가, 다시 태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넌 진짜, 매번 분위기 깨는 재주가 있다니까.”“언제까지 이럴 거야?”“음… 재미가 없어질 때까지?”은하는 둘 사이에 흐르는 긴장된 공기를 느끼며, 자기도 모르게 손끝을 꼼지락거렸다. 누가 봐도 상반된 성격의 두 남자가, 밥을 같이 먹을 정도로 친한 사이인가? 그런 의문이 들면서도, 태하의 만류에 즉각 행동을 멈춘 이현의 반응 역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때,“근데 전학생. 이런 거에 신경 쓰는 타입이야? 재밌네?”그 말 속에는 가벼운 호기심과 장난스러움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가 노리고 있는 의도가 무엇인지, 은하는 쉽게 가늠할 수 없었다. 은하는 아주 잠깐 망설였다. 그리고 마침내,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니. 그냥. 좀 유치해서.”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고, 이현의 눈빛이 서늘하게 식었다. 방금 들은 말이 귀를 스치고도 한 박자 늦게 이해된 듯 짧게 웃었다.“뭐?”목소리는 여전히 나른했지만, 그 속에는 명확한 불쾌함이 서려 있었다.지금까지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3학년 학생들조차도 최대한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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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재벌들의 국룰
그렇게 은하의 첫 등교는 큰 문제 없이 지나갔다. 약간의 불편한 상황은 생겼지만 그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마지막 수업이 끝나자 은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검은색 차 한 대. 오빠, 우주였다.“끝났어?”하루 종일 바쁜 일정이었을텐데도, 우주는 은하의 첫 등교가 궁금한 탓에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은하는 생각지도 못했던 오빠의 마중에 조금 놀란 듯 했지만, 이내 조용히 끄덕이며 조수석에 올랐다.계절과 다르게 차 안은 따뜻했다. 차창 밖으로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오늘, 학교는 어땠어?”“…그냥. 그랬어.”우주는 은하의 말을 듣고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그랬다는 말 속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적응하는 데 힘든 건 없었고?”“오빠.”“응?”“나 괜찮아. 정말이야.”“미안. 얼른 가서 저녁 먹자.”은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은하도 알고 있었다. 우주는 늘 자신을 걱정한다. 또다시 무너지지 않을까, 모든 걸 놓아버릴까.그래서 항상 지켜보고, 다독이고, 챙기는데에 여념이 없다. 그게 바로 무덤덤한 척을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해가 지자 고급스러운 레스토랑.따뜻한 조명이 은은하게 비추는 곳에서, 두 집안의 부모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부모님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들은 특별한 관심 없이 듣고 있었다. 이현은 한쪽 다리를 꼬고 앉아 분위기를 살폈고, 태하는 반듯하게 앉아 무심히 테이블을 바라보았다.여전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가족, 그 덕분에 친구가 생긴 두 사람. “이현이 아버님 덕분에, 정말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겼어요.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합니다.”“에이, 그 정도 가지고. 사업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죠.”이현의 아버지는 와인잔을 가볍게 흔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곧 그의 시선이 태하를 향했다.“태하는, 드베르를 잘 이끌 준비가 되어 있나?”태하는 살짝 미소를 지었지만, 내심 짜증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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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친구가 생긴 걸까?
“어제 그 말,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뭐?”“유치하다는 말, 굉장히 거슬리더라고?”순간, 주변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살짝 커졌다. 몇몇 학생들이 흘끔거리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현은 그런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분위기를 즐기는 듯 팔짱을 끼고 흥미로운 표정으로 은하를 지켜보았다.은하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와, 볼수록 웃기는 애네. 이거.”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현의 표정에서 장난기가 싹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 주변 학생들 사이에서도 점점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은하는 대답 없이 이현의 얼굴을 쳐다보았고, 책으로 시선을 돌린 뒤 작은 한 숨을 내쉬었다. 이현은 그 반응에 더 기분이 나빠져 버렸고.“전학생 주제에 나 백이현을 무시한다라….”묵직한 중얼거림에 주변은 더 조용해졌다. 학생들은 은근슬쩍 두 사람을 지켜보며, 대화가 대체 어디까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 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은하는 동요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한 번 숨을 내쉬며, 책장을 넘겼다.“좋아. 유치한 게 무서울 수도 있다는 걸 느끼게 될 거야.”이현은 그렇게 경고의 말을 내뱉고 교실을 나섰다.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지만 은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조용히 책을 읽었다. 물론 수업 시간 내내 이현의 말이 신경 쓰이긴 했다. 그가 뱉은 말은 단순한 관심이 아니었으니까.근데 뭐? 알게 뭐람. 지금 중요한 건 백이현 따위가 아니란 말이다.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민희가 또 다시 활짝 웃으며 은하를 찾아왔다. “은하야, 어제는 누구랑 밥 먹었어? 오늘은 나랑 먹을래?”민희는 첫날부터 자연스럽게 다가왔던 아이였다.지나칠 정도로 활발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소심하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압적이지 않은 친절함이 있었다. “응. 그러자.”“그럼 빨리 가자. 늦으면 줄 엄청 길어져!”급식실로 향하자 민희의 말처럼 이미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식판을 들고 줄을 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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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전학생을 향한 관심
잔뜩 인상을 찌푸린 이현이 투덜거렸다.“뭐야, 너는 왜 또 여기 앉아?”“자리가 남길래.”태하는 담담하게 국을 떠먹었다. 태도는 가벼워 보였지만, 그 속에는 '적당히좀 해라' 라는 의미가 분명히 담겨 있었다.갑작스러운 태하의 착석에 은하와 민희 역시 적지 않게 놀란 듯 했다.모두가 퍽 어이없는 상황, 이현이 은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야 전학생.”“…….”“넌 좋겠다. 정태하가 매번 나서서 도와주네?”도발적인 말이 떨어지고, 은하보다 태하가 먼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백이현.”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묘한 날이 서려 있었다. 민희는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지켜보며 숨을 죽였다. 더는 불편한 상황을 견딜 수 없던 은하가 자리에서 일어나 식판을 들어올렸다.“민희야. 다 먹었지? 우리 그만 일어나자.”“응. 가자.”태하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다시 수저질을 이어갔고, 이현의 시선은 여전히 은하에게 향해 있었다.정태하, 이 자식은 매번 왜 이렇게 간섭질을 해대는 건지. 남의 일엔 관심이라곤 없더니, 전학생 일에는 유독 다르게 구네?“야, 왜 자꾸 방해질이야?”“너야말로 매번 왜 이런 식인데?”“내가 뭘?”“애들 좀 그만 괴롭혀.”아, 전학생을 괴롭히는게 싫었구나. 확실히 꽉 막힌 놈이라니까.“알잖아. 난 너빼곤 죄다 싫다니까?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든단 말이야.”“싫으면, 그냥 신경을 끄면 되잖아.”“지들이 뭘 안다고 졸부라니 뭐라느니. 처음부터 입을 놀리지 못하게 만들어줘야 돼.”자신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동안 백이현은 분명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는 듯 행동했었다. 언제나 여유롭고, 장난스럽고, 모든 걸 가볍게 흘려보냈다.하지만 지금, 그의 말투는 그런 말을 들어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가 아니라, 신경 쓰지 않는 척 해왔다에 가까웠다.“넌 정말, 네 방식이 맞다고 생각해?”“뭐, 효과는 좋으니까.”“허구언날 다른 사람들을 신경 안 쓴다고 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신경 쓰고 있으니까 이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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