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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Chapter 231 - Chapter 240

309 Chapters

제232화

은하는 웃지도, 당황하지도 않았다. 눈동자만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오늘 하루 종일, 너한테 입 맞추고 싶었어.”“또 위험해지네.”은하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이현은 곧장 은하의 뺨을 감싸 쥐었다.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기어는 여전히 파킹상태.눈동자는 더 이상 장난스럽지 않았으며, 입술은 은하의 입술을 다시 찾아갔다.이번엔 방금 전 입맞춤보다 깊었고, 더욱 더 집요하게 스며들었다.숨이 겹치고, 온도가 닿고, 마음이 들리는 듯한 고요한 충돌에 은하는 금세 눈을 감고 몸을 맡겼다. 그와 이러고 있는 순간은, 꼭 말 없이도 모든 걸 나누는 것 같았다.커다란 손바닥이 목덜미를 감쌌고, 은하의 손은 이현의 어깨를 타고 올라가 목 뒤를 끌어안았다. 차체가 살짝 흔들렸다.“강은하, 네가 먼저 시작한 거다.”“…?”이현은 말없이 등받이를 젖힌 뒤, 자신이 직접 메주었던 안전벨트까지 단숨에 풀어버렸다.“야아!”차 안에서는 입술과 말캉한 살덩이가 뒤엉키는 소리는 물론, 옷깃이 스치는 소리, 거칠어진 숨결이 내는 소리로 가득했다.은하의 가슴이 빠르게 오르내렸다. 숨이 뒤엉키고,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백이현… 나 지금… 좀 이상해…”“나도.”작은 공간은 결국 뜨거운 사랑이 차오르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김이 잔뜩 서린 차창, 전보다 더 요동치는 차체의 움직임은 한참동안 계속되었다.모든 것이 끝났을 때, 은하의 손끝이 이현의 옷깃을 만지작거렸다. "씨... 이러려고 뽀뽀한 건 아니었는데.""나는 건들면 못참아. 그러니까 앞으로도 맨날 건드려줘.""야!"“개강은 못 미루냐. 아, 진짜 가기 싫다.”창에 맺힌 김이 조금씩 걷히고, 차는 천천히 어둠 속 도로를 따라 움직였다.두 사람 다 말이 없었다. 대신, 서로의 손을 꼭 붙들고 있었다. 은하의 손등 위에 이현의 엄지가 조심스레 움직였다.“우리, 기숙사 말고 딴 길로 샐까?”“고만해라아!”“장난이야. 장난.”오늘도 결국 아쉬운 마음을 품은 채 기숙사 앞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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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OT 행사는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자기소개, 팀워크 게임, 학생증 발급 안내, 강의실 배치 설명 등… 모든 시간이 정신 없었고, 그만큼 순식간에 지나갔다.그리고 일정이 끝나갈 무렵, 누군가가 마이크를 잡고 외쳤다.“자~ 신입생 여러분! 이제 본 게임으로 들어갑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들썩였고, 모두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술집으로 이동할 준비를 시작했다.은하는 당황스러운 듯 동기들에게 물었다. “바로 술 마시러 가는 거야?”“응. OT는 원래 이게 메인 이잖아.”“완전 재밌겠다. 근데 선배들, 벌써부터 무게 엄청 잡는데?“아…”걱정이 앞서는 은하와는 달리 주영이와 희정이는 신이 난 듯 보였다. 첫 OT, 처음 만난 사람들, 그리고 수 십 명이 모여 술을 마시는 자리라는 사실이 왜 벌써부터 불편한 건지.하지만 이내 주먹을 꼭 쥐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괜찮아. 익숙해져야지.'***학교 앞, 대형 테이블이 길게 이어진 술집은 딱 봐도 규모가 상상 이상이었다.전 학번이 섞여 있었고, 이미 몇몇 선배들은 잔을 들고 웃으며 자리를 옮겨 다녔다.은하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구석에 자리를 잡았지만, 곧바로 한 선배가 말을 걸어왔다.“이름이?”단정한 셔츠에 금테 안경, 웃는 입매가 능글맞아 보이는 남자 선배.그는 아무러지 않게 은하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강은하입니다.”“OT때 얼굴은 봤어. 술 잘 마셔?”“…아니요.”“무리하진 말고, 그래도 첫 잔은 마셔야지.”그 말에 같은 테이블 몇 명이 웃었고, 이미 주변 테이블에서는 짠을 외치는 소리들이 거침없이 들려왔다.은하는 억지로 미소 지으며 잔을 들었다.“네. 감사합니다.”차가운 알코올이 기도를 타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자, 속이 알싸하게 반응했다.그렇게 첫 잔을 넘기고 나니 은하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역시나 백이현이었다.[술집 어디야? 혹시 모르니까 위치 찍어 놔.][트레인 호프 3층.][오키. 나도 술 마시러 왔어. 조금만 마셔라. 눈치 봐서 빠지고 데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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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은하는 여전히 선배들과 동기들에게 둘러싸여 불편한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모두가 웃고 떠들며 잔을 기울이는 와중에도, 은하의 얼굴에는 웃음기 하나 없었다.시간이 지날수록 잔을 든 손끝엔 힘이 없었고, 눈빛은 멍하니 테이블 위를 맴돌았다.분위기가 무르익자, 테이블은 점점 비슷한 분위기의 사람들끼리 무리를 이루기 시작했다.왼편에 앉아 있던 동기가 다른 테이블로 자리를 옮기는 순간,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자 선배 진우가 기다렸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여기 좀 앉을게.” 묘하게 일방적인 말투에 은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원래 이렇게 조용한 성격이야?”진우는 잔을 채워주며 다정한 척 말을 건넸지만, 시선은 은하의 얼굴 쪽에 자꾸만 머물렀다.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멀리 밀었다.“네. 근데 저, 술은 더 못 마시겠는데요.”“에이, OT인데 분위기는 맞춰야지?”손끝이 떨렸다. 마치 이 테이블에 있는 것 자체가 다른 세상인 것처럼 낯설게 느껴졌다.문제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선배들과 동기들 역시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가즈아!”“디자인 학과, OT 분위기 죽인다!”“마셔라~ 마셔라~ 마셔라~”술기운에 달아오른 얼굴들, 무작정 흥을 부추기는 손짓과 웃음소리.그 중심에 끼워진 은하는 그저 가면을 쓴 조각 인형처럼 무력하게 앉아 있었다.거절도, 수긍도 못한 채 더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순간.“강은하.”낯익은 목소리와 너무도 선명한 톤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개를 돌려보니, 이현이 테이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검은 가죽 재킷에 회색 이너, 어두운 슬랙스. 무심한 듯 단정하게 다듬어진 헤어와 살짝 느슨한 재킷 핏. 이현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주변 테이블에 짧은 눈인사를 건넸지만, 시선은 오직 은하에게 향하고 있었다.“한성그룹 아들 아니야? 경영학과?”“헐, 실물이 더 잘생겼다.”이현은 그런 수군거림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정확하게 은하의 테이블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그의 시선이 은하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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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캠퍼스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현과 은하는 잠시 벤치에 앉아 숨을 골랐다.늦은 밤의 교정은 고요했고, 저 멀리 불이 꺼지지 않은 건물들이 도시의 숨결을 대신하고 있었다.이현이 주머니에서 작은 캔 하나와 그 캔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핑크색 빨대를 꺼냈다.“짜잔.”은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이게 뭐야?”“숙취해소제.”곧장 캔 뚜껑을 따고, 빨대를 꽂아 손에 덥석 쥐여주는 이현의 모습에 은하는 심장이 쿵쾅거렸다.“고마워, 이건 또 언제 샀어?”“안 봐도 비디오지. OT날은.”이상했다. 평범한 것 같은 이런 배려 하나가 술보다 더 몽롱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근데, 아까 옆에 앉아있던 그 안경 쓴 놈은 뭐냐?”“3학년이래. 강진우랬나.”이현의 눈썹이 단단하게 모였다.“어디 그런 능글맞은 눈빛으로 감히. 안경을 확 부숴 벌라.”그 말에 은하가 피식, 그리고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렸다.“푸흐… 너 진짜 왜 이렇게 웃겨.”“웃기려고 말한 거 아닌데? 진짜 부셔 버리고 싶었거든?”짧은 정적. 그 안에는 수많은 감정이 스며 있었다.농담 같지만 진심이 들어 있는 말. 웃음 속에 파묻힌 질투와 깊고도 깊게 박혀버린 마음. 이현은 은하의 얼굴을 한 번 더 확인하듯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걸을 수 있겠어?”은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반 박자 느린 움직임에 이현의 팔이 허리를 감아 지탱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 걸음, 또 한 걸음. 서두르지 않고, 말도 많지 않은 길을 나란히 걸었다.걷는 내내 그의 온기가 너무도 따뜻해서, 은하는 일부러 조금 더 천천히 걷곤 했다. 그렇게 기숙사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하가 한밤의 불빛 속에서 이현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오늘도 고마워.”“별말씀을요. 당연한 걸 가지고.”“얼른 들어가. 내일 보자.”“으응. 강은하. 잘자. 사랑해.”“내가 더.”매번 '나도' 라고 튀어나오던 대답이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기숙사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선 은하.은은한 센서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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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이제 막 시작된 캠퍼스 생활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정신이 없었다.이 건물 저 건물을 오가며 전공 수업과 교양을 번갈아 들어야 하다 보니 시간표대로 움직이기도 빠듯했고, 낯선 캠퍼스는 길은 작은 모험처럼 느껴졌다.강의실마다 사람도, 분위기도 달랐고 교수님마다 말투와 속도도 천차만별이었다.은하는 정신없이 노트북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며, 하루 종일 몰아치는 새로움에 숨이 찰 지경이었다.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현은 언제나처럼 은하의 하루에 스며들었다.[수업 어때? 고등학교 때랑은 완전 다르다. 그치?][응. 난 첫 수업부터 과제 내주는 교수님 만났어.][ㅋㅋㅋ그건 선 넘었다. 진짜]은하가 지친 눈으로 웃음을 지었다. 그의 메시지 하나에 피로가 반쯤 녹는 듯했다. ***모든 수업이 끝난 뒤, 기숙사 침대에 힘없이 누워 정신없던 하루를 달래고 있을 무렵 또 다시 울리는 핸드폰 진동.[어디야? 수업 다 끝났어? 데리러 갈까?][응. 기숙사야. 저녁 먹자.]잠시 후, 기숙사 앞에는 편한 차림에 가벼운 점퍼를 걸친 이현이 은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새끼, 정신 없었지?”“씨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어.”“동기들은 좀 어때?”“주영이랑 희정이라고, 좀 친해졌어. 좋은 아이들 같아.”“오, 강은하! 벌써 친구도 사귀고!”평소처럼 두 손을 꼭 맞잡고 파스타 가게로 향한 두 사람.식사를 하던 중 이현의 핸드폰이 길게 진동했다.그는 화면을 슬쩍 보더니, 피식 웃으며 은하 쪽으로 핸드폰을 돌렸고, 화면 안에는 너무나 반가운 얼굴이 웃고 있었다.“태하야!”짧게 깔끔하게 자른 머리, 그리고 군기가 단단히 들어간 모습까지. 경찰대 제복을 입은 태하의 모습에 눈이 커졌다.“둘이 밥 먹고 있었나보네? 학교 생활은 좀 할만 해?”“으응! 태하 너, 제복 진짜 잘 어울린다.”태하는 어깨를 으쓱하며 제복 깃을 정리해 보였다.“어때? 나 좀 멋있지 않아?”하지만 대답은 은하가 아닌, 이현에게서 들려왔다.“응. 바로 교도소로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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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다음날 저녁, 자연스레 호프집으로 향한 이현과 은하, 그리고 태하. 자리를 잡자마자 민희가 테이블 사이를 가르며 달려왔다.“얘들아아아! 잘 지냈어?”“정민희. 오랜만이다.”“여전히 시작부터 기빨리네.”“니넨 됐거든? 은하야, 너무 보고 싶었어. 우리 은하 오구오구.”민희는 마치 인형 끌어안듯 두 팔로 은하의 상체를 덥석 안았다. 은하는 낑낑거리며 그런 민희의 품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다.“얼른 앉아… 사람들이 쳐다 봐…”“진짜 못 말린다 못 말려.” 이내 모두의 웃음 속에 잔들이 부딪혔다. 거품이 넘치는 잔 아래, 그들의 표정은 편안하고도 따뜻했다.***주말은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반가운 마음을 미처 다 전하지도 못한 채 일요일 오후가 되어버렸고, 그들은 또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다시 학교로 향하는 이현과 은하의 표정은 그저 담담했다.너무나도 짧게 느껴졌던 주말에 아쉬움을 느끼던 찰나, 이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응?”“일요일엔 기숙사 안 들어가도 되잖아.”은하는 잠시 망설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나도 너랑 같이 있고 싶었어.”두 사람의 눈빛이 맞부딪혔고, 말없이 스쳐 지나간 미소 하나에 모든 감정이 묻어 있었다.잠시 후 이현의 집에 들어서자, 은하는 가방을 소파 옆에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주위를 둘러봤다.익숙한 가구, 익숙한 조명, 익숙한 향기였지만 이 공간에서는 늘 설레임이 공존한다.이현은 무심한 듯 주방으로 향해 냉장고를 열었다.“뭐 마실래?”“그, 그냥 물 마실게.”“앉아 있어.”“응.”잠시 후 물이 아닌 캐모마일 티를 우려 온 이현.“마셔, 너 허브티 좋아하잖아.”“고마워.”은하는 컵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잔의 온기가 배려와 만난 탓인지 그 따스한 느낌이 심장까지 번져왔다. 소파에 위, 쿠션 하나만큼의 가까운 거리.말없이 티를 마시면서도 자꾸만 시선이 어긋나고, 또 스치듯이 마주침의 반복이었다.“너 오늘 좀 이상하다?”“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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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라벤더 향 사이로 천천히 벗겨지는 천 조각들.흐트러진 숨소리, 은하의 등을 따라 미끄러지던 손은 허리 춤에서 멈추지 않았다.“백이현…”입술은 목선을 따라 내려갔고, 그의 손은 거침없이 살갗을 스치며 움직였다.어느새 라벤더 향은 뒤엉킨 체향에 섞여 희미해졌고, 방 안에는 오직 두 사람의 숨소리, 젖은 피부가 부딪히는 소리, 숨 막히는 신음만이 울려 퍼졌다.그러던 중, 이현이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은하를 내려다봤다.“올라와 볼래?”“응…?”은하는 창피함에 어쩔줄을 몰라했지만, 부드러운 리드에 따라 처음으로 이현의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리고, 은하의 고개가 뒤로 넘어갈 수록 이현은 이를 악물었다.“하아… 백이현… 나… 이제… 하아…”이현은 그런 은하의 허리를 붙잡고 앞뒤로 움직였다.“괜찮아.”온몸이 휘청일 만큼 격렬한 밀어붙임에, 등줄기를 타고 강렬한 전율이 번졌다.하얘지는 의식 속에서 단 하나, 백이현 이라는 이름만이 머릿속에 남았다.가쁜 숨을 헐떡이던 두 사람은, 서로를 꼭 끌어 안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무너진 육체 위, 마음이 완전히 안착 되었다. ***다음날 아침, 기숙사로 돌아온 은하를 향해 룸메이트 수정이 물었다.“본가 간다 더니, 아침에 온 거야?”“아, 으응.”“그럼 수업 끝나고 보자.”“응. 이따 보자.”수정이 나간 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은하 역시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햇살에 젖은 교정을 지나며 미대 건물로 향했다.오전은 디자인 실기 수업으로 정신없이 흘러갔고, 공강 시간에는 주영, 희정이와 함께 교내 식당으로 들어섰다. 우주가 차려주던 따뜻한 집밥에 비하면 한참이나 부족했지만, 수다 속에서 먹는 점심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조용히 카레 한 입을 떠먹는 은하의 모습을 바라보던 희정이 슬쩍 몸을 기울였다.“백이현이랑은 잘 만나고 있어? 부럽다. CC라니!”“아…. 응. 잘 만나고 있어.”“근데, 은하 너는 참 조용한 것 같아.”“좀 그런 편이야.”주영이 은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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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그렇게 웃고 떠드는 사이 은하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고, 희정과 주영은 농담 하나에도 낄낄거리며 웃어댔다.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아이고, 후배님들. 맥주 한 잔 하고 계십니까들?”세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과 선배 몇 명이 테이블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그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한 사람. 그는 OT때 가장 불편했던 그 남자 선배였다.오늘도 능글 맞은 미소와 장난기 어린 눈빛의 강진우. 그는 걸어오는 내내 은하를 바라보며 실실 웃었다. “강은하도 있네? 술 못마신다더니?”“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맥주만 조금 마시려고요.”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 웃음을 지었다.“그래그래. 우리도 합석해도 되지?”주영과 희정이 눈치를 보며 은하를 슬쩍 바라봤다.은하는 싫어요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진우는 주저함 없이 은하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더니, 그날의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OT날, 너 데리러 온 거 백이현이지?”“네.”“둘이 사귄다더니 진짠가 봐? 얼마나 만났어?”“…고3 때부터요.”“오래 만났네. 근데 대학 오면, 어차피 다 헤어지더라.”“….”순간, 주영과 희정이 동시에 진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은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맥주잔에 입을 가져갔다. 묵직한 침묵이 대답보다 선명하게 선을 그었다.싸해진 기류를 느꼈는지, 진우는 갑자기 웃음을 지으며 잔을 들어 올렸다.“자~ 후배님들, 디자인 학과에 온 걸 환영한다! 짠!”“짠~!”다른 선배들이 따라 외쳤고,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모두가 잔을 들어 맞췄다.잠시 후, 잔을 비운 은하가 가방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선배들이 한 마디씩 던지기 시작했다.“OT때도 먼저 가더니, 오늘도야?”“엥? 아직 7시밖에 안됐는데?”술잔을 들던 손들이 잠시 멈췄고, 주영과 희정도 어쩐지 불편한 표정으로 시선을 주고받았다.“그, 그래 은하야… 조금만 더 있다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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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던진 불편한 말인데도, 선배들은 아무렇지 않게 낄낄거리며 웃었다.주영과 희정은 점점 눈이 풀리며 헤롱거리기 시작했고 말이다. 은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진우의 팔이 자연스럽게 손목을 잡아당겼다.“아, 어디가? 불편했으면 미안.”전혀 미안해보이지 않는 능글맞은 말과 미소, 그리고 손끝에서 느껴지는 힘.가장 불편한 건, 다시 자신에게 집중된 분위기였다. 은하의 시선이 주영과 희정에게로 향했다. “괜찮아? 너네 좀 취한 것 같은데….”“아~ 헤헤. 응 우린 괜찮아. 기숙사 같이 들어가자아~”“우응. 혼자 가면 위험해애애~”그 말에 선배들이 한꺼번에 웃었다.“우리가 다 마시고 데려다 줄게. 셋 다 한번에 싹!”“그래. 선배들이랑 친해지면 너네가 좋은 거지, 뭐. 우리가 좋냐?”잔이 탁탁 부딪히며 테이블 위로 웃음소리가 다시금 번졌다. 술자리는 여전히 이어졌다. 잔이 계속 돌고 돌수록 은하는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웃고는 있지만 친함도, 배려도, 환영도 아닌 무언의 압박이 더해진 술자리의 공포.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눈동자는 점점 초점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진우의 끈적한 시선이 또 다시 시작됐다.“은하야, 괜찮아?”“아… 네. 머리가 좀…”말은 이미 흐릿했고, 몸이 자꾸만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눈을 깜빡이는 속도가 느릿해졌고, 진우는 그제야 은하의 어깨를 감싸 안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얘 먼저 데려다 주고 올게. 아, 혹시 못 오면 전화 함.”몇몇 선배들이 낄낄거리며 잔을 들었고, 누구도 진우의 행동을 말리지 않았다.그렇게 진우는 반쯤 정신이 나간 은하를 부축해 천천히 술집을 나섰다.그리고 거리 반대편, 조용히 걸어오는 한 사람. 백이현.그는 은하에게 걸고 있던 전화를 끊고, 제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뚫어지게 응시했다.술집에서 막 나오는 안경을 쓴 진우라는 선배와, 그의 어깨에 힘없이 기대어 있는 은하의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순간적으로 주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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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화

은하의 눈꺼풀이 천천히 떠올랐다.곧장 미간부터 구겨진 건 극심한 두통 때문이었고, 공허하고 울렁거리는 위장에 입안이 잔뜩 말랐다.낑낑거리며 상체를 일으킨 순간 이불이 바스락거렸고, 그제야 침대 끝에 등을 돌린 채 앉아 있는 한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백이현?”은하의 목소리에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을 하는 이현.“일어났어?”얼음장처럼 차가운 말투와 태도에 은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어제… 어떻게 된 거야?”“하… 기억도 안 나?”이제야 이현이 고개를 돌렸다. 눈빛은 생각보다 더 차가웠고, 말투는 그보다 더 차가웠다.“몸도 못 가눌 지경으로 취해서는, 그 선배 새끼 품에 기대서 나오던데?”은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내가 그 선배 품에 기대있었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대체 왜...“미안, 미안해…. 근데 나… 진짜 기억이…”이현의 입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비웃음과 체념 사이의 아주 가느다란 경계였다.“그 말이 더 웃기지 않아?”“백이현, 그런 게 아니라… 나 진짜… 어제 그 자리가 좀 불편해서.”“그럼 전화를 했어야지. 톡을 보내든가.”은하가 눈을 질끈 감았다. 이 모든 상황에 숨이 턱 막혔다.“미안해… 그냥… 어떻게든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고…”“피하다가 그렇게 됐다고? 그게 피한 결과야?”“진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이현이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겼다.“도대체 언제까지 상황 핑계만 댈 건데? 내가 조금만 더 늦었으면? 지금쯤 무슨 일이 벌어졌을 줄 알고?”은하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이현의 말이 틀리진 않았지만, 은하 역시도 답답한 마음에 목소리가 높아졌다.“그럼 내가 어떻게 했어야 되는 건데? 거기서 엉엉 울면서 도망쳤어야 해? 아니면 또 너한테 연락해서 분위기를 망쳐 놨어야 해?”“야! 강은하!”“내가 뭐 너처럼 재벌 집 딸이라도 돼? 난 너랑은 달라. 사람들한테 막말할 수 있는 위치도 입장도 아닌데, 나보고 어쩌라고!”은하의 외침엔 작은 울음이 섞여 있었다.그렇게 내뱉으면서도,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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