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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Chapter 191 - Chapter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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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우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고, 식탁에 있던 모두가 젓가락을 멈췄다. “그래서, 어디 병원.”우주는 손까지 덜덜 떨며 핸드폰을 꼭 쥐고 있었다. “…금방 갈게.”통화가 끊기자 은하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 설희 언니 다쳤어?”“아, 차를 누가 뒤에서 박았나 봐.”태하와 이현도 걱정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사랑하는 형님의 여자친구인데. “헐, 설희 누나 괜찮으신 거예요?”“많이 다치셨대요?”“다행히 크게 다친 건 아니고 좀 놀랐나 봐. 경미한 접촉 사고 같긴 한데, 병원 좀 가봐야겠다.”그제야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얼른 가봐, 언니 많이 놀랐겠다.”“응. 금방 다녀올게. 혼자 있을 수 있지?”“당연하지.”“형님, 형님 오실 때까지 저희가 같이 있을게요.”“설거지도 저희가 다 해 놓을 테니까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우주는 이현과 태하를 한 번 쓱 훑어보더니,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잘 부탁한다.”문이 닫히는 소리가 거실을 가득 메웠다.가장 먼저 적막을 깨뜨린 건 태하였다. 태하는 자연스럽게 샤브샤브 냄비로 젓가락을 뻗으며 면 사리를 집어 넣었다.“아, 탄수화물 안 먹으려고 했는데. 오늘은 망했네.”은하는 순간 푸흡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긴장감이 감돌던 분위기가 태하의 한 마디로 인해 순식간에 풀려버렸다. ***식사를 마차곤 곧장 설거지 담당을 정하기 시작했다.“정태하, 팔 근육도 키울 겸 설거지는 네가 해라.”“백이현, 네가 제일 많이 먹었거든?”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은하도 설거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집 주인은 원래 빼주는 거야.”“강은하. 너도 먹는 거 말고는 한 게 없어. 우리 우주 형님이 다 차리셨거든? 집 주인도 우주 형님 아니냐?”“하….”결국 가위바위보로 단 한명에게 몰아주기를 결심한 그들.단판 승부, 아이러니하게도 패배자는 은하였다.“하… 왜 하필 나야?”“들러 붙기 전에 시작해라.”“운도 실력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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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응급실에 도착한 우주는 정신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그러다 눈에 포착된 익숙한 실루엣.설희는 평소와 다름없이 덤덤한 얼굴로 침상 위에 앉아 있었지만, 여전히 놀란 듯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야, 김설희! 괜찮아?”그제야 우주를 바라보며 작게 웃어보이는 설희였다.“어, 왔어? 나 괜찮아.”우주는 설희의 상태부터 이곳저곳 살폈다. 멍이 든 곳은 없는지, 어디 부어오른 곳은 없는지.그 모습을 지켜보던 의사가 설명했다.“다행히 큰 외상은 없습니다. 타박상 정도고, 조금 어지러울 수 있어요. 지내시다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바로 병원으로 오셔야 합니다.”우주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었다. 정말로 다행이었다.“…놀랐잖아.”“아이고. 그나저나 은하는 어쩌고 왔어?”“이현이랑 태하가 같이 있어.”“뭐?”우주는 그런 설희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믿을 만한 녀셕들이니까 신경 쓰지 마. 일단 집에 가자. 데려다 줄게.”그렇게 두 사람은 응급실을 나섰다. 우주의 팔이 어깨를 감싸안자, 설희 역시 이제야 긴장이 풀린 듯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TV 화면에서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지만, 이현과 은하는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은하는 리모컨을 꼭 쥔 채 애써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려 했고, 이현은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있었지만 스리슬쩍 은하의 반응을 신경 쓰고 있었다. 은하가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헛기침을 했다.“…재밌네.”“뭐가?”“TV.”“난 재미 없어. 너만 볼래.”은하가 이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순간, 두 눈이 딱 마주쳤다.이현은 정말 뚫어질 듯 한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고, 당황한 은하는 시선을 다시 TV로 돌렸다. “…너 뭐하냐?”“뭐가.”침착하게 대답은 했지만, 귀 끝이 뜨거워지는 느낌은 또 시작이었다. ‘하, 미치겠네 진짜. 자꾸 왜 이러는 건데.’게다가 자신게서 떨어질 줄 모르는 백이현의 진득한 시선까지. 모든 요소가 심장 박동 속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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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하….”은하의 입술 사이로 옅은 숨이 흘러나왔다.입술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자꾸만 키스는 깊어지는데. 은하는 움찔거리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이현은 은하의 반응을 고스란히 느끼며 한참 동안 입을 맞췄다.이렇게 뜨겁고 깊은, 시간마저 긴 키스는 처음이었다. 잠시 후 자연스럽게 입술이 떨어지고, 이현은 숨을 가다듬으며 은하를 꼭 안아주었다. 은하는 그의 품 안에서 가만히 숨을 내쉬었다. 그의 심장 소리는 분명, 자신의 심장 소리와 같은 박자로 뛰고 있었다.“더 하고 싶은데, 그럼 나… 진짜 못 참을 것 같아.”은하는 알았다. 그의 말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더 이상 선을 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는 걸.은하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신 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서로의 온기만이 가득한 밤. 그들은 뜨겁게 달아오른 감정을 아주 힘겹게 가라앉혔다.잠시 후, 은하가 타는 듯한 목마름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다리에서 힘이 완전히 풀려버렸다.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은 은하는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이거 왜 이래…?’왜인지 모르게 온몸에 힘이 모조리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었고, 몸은 의지와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첫키스는 아니었지만...이렇게 소파에 누워 온몸이 밀착된 채 입을 맞춘 건 처음이었고... 단순한 입맞춤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랬던 걸까, 이상하게도 정신이 차려지지 않았다. 이현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은하를 붙잡았다.“야, 괜찮아?”“아, 어… 나 괜찮아.”“뭐냐? 처음도 아닌데 왜 이래?”“하… 백이현.”그의 눈빛은 평소처럼 장난을 걸 준비를 끝낸 눈빛이었지만, 이번 만큼은 은하가 그를 멈춰 세웠다. “나 진짜… 너랑만 있으면… 미치겠어.”“뭐?”“심장이 터질 것 같고, 온 몸이 뜨겁고… 막 그래.”“…야.”이현은 숨소리마저 더딘 듯, 무언가를 억누르며 꾹꾹 참아냈다.하지만 은하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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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거실에는 정적이 흘렀지만, 은하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주가 도착했다. 우주는 거실을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뭐야? 애들은?”“방금 갔어. 오빠 거의 다 왔다고 해서.”“그랬구나. 별 일 없었지?”“…응. 설희 언니는?”“괜찮아. 많이 안 다쳤어.”“다행이다.”우주는 아무런 의심 없이 주방으로 향했고, 은하도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방으로 향했다.침대 위에 앉아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이현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오늘은 진짜 못 자겠다. 떨려서.][나도.][야! 나도 밖에 할 줄 모르냐?!][얼른 자. 내일 보자. 백이현.][응. 진짜 진짜 사랑해. 강은하.]은하는 그만 베개 속으로 얼굴을 파묻고 말았다. 두 사람은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뒤척이다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서로를 향한 감정은 분명해졌고, 가끔은 투닥거리면서도 가끔은 사랑을 확인하는 설레이는 시간들의 연속이었다.***어느덧 마지막 기말고사와 함께,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오직 수능이었다.마지막 남은 학창 시절, 가장 중요한 이 순간을 온전히 버티는 것. 태하와 이현은 정신없이 공부에 몰입했고, 은하는 미술 학원에서 입시 준비를 하며 박차를 가했다.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수능도, 입시도, 그리고 그와 함께하는 미래도. 그 사이, 소라와 찬희는 생각보다 더 가까워져 있었다.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단순한 선후배 사이로는 보이지 않았다. 기말고사를 앞둔 어느 날 저녁, 두 사람은 평소처럼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었다.[집에 잘 들어갔어?][응. 오빠는?][나도. 부모님은 요즘 어떠셔?][똑같지 뭐. 언제까지 화만 내실 건지 모르겠어. 답답해.][좀 너무하시네. 실수 한번 한 거 가지고.]소라는 문득 한숨이 터져 나왔다.집에 들어올 때마다 여전히 차가운 분위기와 꽉 막힌 대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감정. 그 모든 것에 서서히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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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얼마 뒤 오토바이가 한 원룸 앞에 멈춰 섰다. 소라는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낯선 장소를 천천히 둘러보았다.외관은 깔끔해 보이는 원룸 건물, 불이 꺼진 창문들, 그리고 한적한 골목. 찬희는 자연스럽게 오토바이에서 내려 소라의 헬멧을 벗겨 주었다.“여기야.”“여기가 오빠 집이야?”“응, 혼자 산 지 좀 됐어.”“…그랬구나.”“춥다. 들어가자.”소라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발을 들였다.새로운 공간, 새로운 선택. 모든 것이 달라지는 순간이었다.형광등이 켜지고, 작지만 아늑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책상 하나, 작은 침대, 그리고 벽에 걸린 낡은 헬멧과 가죽 재킷. 아무래도 혼자 산다는 말은 진짜인 것 같았다.“생각보다 깔끔하네.”“뭐야? 내가 더럽게 살 줄 알았어?”“…그런 뜻은 아니고.”소라는 작은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거실 중앙에 조심스레 자리를 잡았다. “배 안고파?”“고파.”“라면밖에 없는데, 먹을래?”“응.”찬희는 손목을 걷어붙이고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소라는 그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무릎을 끌어안았다. 뭔가 이전의 삶과 완전히 선을 그은 것 같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그리고 그 선을 넘은 곳에, 찬희가 있었다.찬희가 작은 접이식 테이블 위에 막 끓인 라면을 올려두었다.“최소라.”“응.”“걱정하지 마. 오빠가 잘 챙겨줄게.”소라는 그 말을 듣고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찬희는 멈추지 않았다.“학교, 꼭 가야겠어?”“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해?”“그냥, 네가 힘들어 하는 거 잘 아니까.”“….”“안 가도 돼. 가고 싶지 않으면.”학교. 지금까지 당연하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곳.그러나 단 한 번의 실수로 학교 생활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그렇게 무너진 곳에,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는 곳에 굳이 돌아가야 하는 이유가 뭐가 있을까?“…안 가면 뭐해?”“일단 여기서 좀 쉬어. 나 일하는 동안 먹고 싶은 거 시켜 먹고, 컴퓨터도 하고.”찬희의 말은 여전히 단순하고,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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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새벽 공기가 창문 틈으로 스며들었다.어둑한 조명 아래, 소라는 깊은 숨을 내쉬며 눈동자를 굴렸다.낯선 천장, 낯선 분위기였지만 곁에 있는 온기만은 익숙했다.고개를 돌려 눈을 감은 찬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그는 피곤한 듯 한쪽 팔을 이마 위로 올린 채 누워 있었다. '좋았어... 분명 좋았는데...'한번도 예상 하지 못했던 길을 선택한 자신. 하지만 그 순간의 감정은 거짓이 아니었다.그는 묻지 않았다. 자신도 답하지 않았다. 서로를 원했고, 그래서 놓지 않았을 뿐이었다.머릿속이 복잡했지만 그냥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었다. 이불을 조금 더 끌어올리던 찰나, 찬희가 잠이 덜 깬 목소리를 내뱉었다.“최소라.”“응?”“이리와.”그의 팔이 또 다시 소라를 감싸 안았다.소라는 짧게 숨을 들이마시며 조심스레 그의 품속으로 몸을 기울였다. “잘했어.”피곤한 기운이 싹 걷힌듯 이불을 훽 걷어내고 다리 사이에 들어앉아 자세를 잡는 찬희."쉬었으니까 한판 더 해야지?"그제야 깨달았다.‘이제 정말 되돌릴 수 없구나.’학교, 집, 가족, 모든 것을 등지고 나온 어젯밤.오직 그를 믿고 나온 거긴 하지만, 적어도 아무렇지 않게 이런 행위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또...?""뭘 또야, 앞으로도 계속이지."***두 사람은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겨우 겨우 눈을 떴다.잠에서 깨어나 천장만 멀뚱멀뚱 바라보던 소라의 귀에 찬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일어났어?”“…응.”“더 자. 어차피 이제 갈 곳도 없잖아. 체력도 다 썼을 텐데.”차갑도록 현실적인 문장이었다.그 문장은 놓아버린 세계와 새롭게 다가온 현실을 선명하게 갈랐다.소라는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너한텐 나밖에 없어.”찬희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지만, 소라를 놓지 않겠다는 확신같은 무언가가 서려 있었다.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그는 이불 속으로 손을 스윽 밀어넣었다.“어차피 할 거 다 했잖아? 이제 못 멈춰.”"오,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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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197화

잠자리에 들기 전, 은하와 평범한 대화를 나누던 우주의 표정이 유난히 밝았다.“은하야. 한국대 디자인학과 말이야. 가고 싶은 이유는 뭐야?”“나는 태하나 이현이처럼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고… 거기가 실기 비중이 가장 크니까.”“아니 아니, 학교 말고 디자인 학과를 가고 싶은 이유 말이야.”잠시 생각에 잠긴듯 말이 없던 은하가 덤덤하게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음… 예전에 드베르 현장체험 학습 갔을 때. 그때 받았던 칭찬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어. 꼭 주얼리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뭐. 그냥 손으로 그릴 수 있는 건 다 좋으니까.”“와, 우리 은하 멋진데? 그나저나 큰일이네.”“응? 뭐가?”“한국대면 집이랑 멀잖아. 기숙사 아니면 자취를 해야 할 텐데….”“그건 합격하고 나서 상의하자 오빠. 그리고 나 대학가면, 그땐 오빠도 하고 싶은 거 해.”“응? 그게 무슨 말이야?”“나도 다 알아. 오빠, 나 때문에 정신 의학과 의사 된 거잖아.”우주는 무거운 말을 듣고도 금세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이들의 대화는 예전과는 달라져 있었다.“물론 시작은 그랬지만, 오빠는 지금의 오빠 직업 마음에 들어. 은하 너를 떠나서.”뜻은 분명했다. 처음은 너였을지 몰라도, 이제는 그 길 위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는.그래서 은하는 안도했다. 이런 오빠가 조금은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 여전히 미안하고 고마운 건 어쩔 수 없었고.“그럼 다행이고. 난 그냥… 오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오빠는 지금도 행복해. 우리 은하도 행복하지?”우주의 질문에 은하는 작게, 아주 작게 대답했다.“…응. 행복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그렇게 느껴지는 게 진짜 행복인 거야.”너무나도 따뜻하게 스며드는 말에 은하는 고개만 끄덕였다.아직 많은 게 불확실하고, 멀리 있는 미래는 너무도 흐릿했지만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은 너무도 분명했다. “이현이랑은 좀 어때? 친구로 지낼 때랑은 많이 다르지?”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에 은하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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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수능 당일, 아직은 어두운 새벽.모두가 아직 잠들어 있는 시간 우주는 주방 불을 켜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평소보다 더 정성스레 쌀을 씻고, 밥을 안치고 국을 끓였다.은하와 이현, 그리고 태하. 세 사람을 위해 도시락 통에 반찬 하나하나를 채워 넣었다. 식탁 위, 정성이 담긴 도시락 세 개가 나란히 놓이자 우주는 잠시 땀을 훔치며 숨을 골랐다.그리곤 도시락 위에 작은 메모지를 살며시 올려두었다.[은하야, 오빠는 언제나 우리 은하 응원해. 떨지 말고, 파이팅.][이현아. 머리는 차갑게 마음은 따뜻하게! 믿는다 멋진 놈.][태하야. 그동안 지나온 시간을 믿으면 돼. 너는 분명 잘 할 거야.]소중한 세 사람을 위해 누구보다 이른 아침을 시작한 것이다.그들의 모든 노력이 빛을 발하는 하루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잠시 후, 이현과 태하가 모습을 드러냈다. 긴장감이 감돌법한 날이었지만, 그들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은하 역시 가방을 고쳐 메고 수능장으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얘들아, 도시락 챙기고.”우주의 시선을 따라간 곳에는 정성스레 포장된 도시락 세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형님. 저 눈물 날 것 같아요. 저희 것까지 준비 하신 거에요?”“우주 형님….”“얼른 가자. 늦겠다.”은하는 도시락을 가슴에 안은 채 덤덤하게 마음을 전했다.“오빠, 고마워. 잘 하고 올게.”현관 문을 열고 나오자, 하늘마저 그들을 응원해주는 듯 맑고 개운하게 펼쳐져 있었다.차에 세 사람이 올라타자 우주가 싱긋 웃으며 시동을 걸었다.“오늘은 너희들이 주인공이야.”그 어떤 장황한 격려보다 따뜻했고,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응원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꿈을 안고 서로의 믿음을 등에 업은 채 수능 시험장으로 향했다.***전국의 고3 학생들이 수능을 치루고 있을 시간, 찬희는 여전히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딱히 대학 진학을 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모습들.“오늘 개 꿀, 꼭 주말 같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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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찬희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밀리는 소리, 헤드셋을 벗는 소리, 장난 반 농담 반의 대화들이 오가며 그들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잔뜩 풀이 죽은 소라 역시 그들 사이에 섞여 함께 PC방을 나섰다.잠시 후, 너무나도 거리낌 없이 찬희의 집으로 들어선 그들. “창문 좀 열어. 답답하다.”“맥주 먼저 넣고.”모두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집처럼 행동했다.집 안은 어두웠지만,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만은 요란했다. 배달앱을 켜는 소리, 가벼운 농담, 서로를 툭툭 치는 장난들. 그 속에서 소라는 말없이 침대 구석에 앉아있았다.“야, 최소라. 박찬희 잘 하냐?”소라는 입술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하지만 그들은 그런 농담이 익숙한 듯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풉, 걍 밤이고 아침이고 서기만 하면 달려들 듯”“….”“아, 난 안 해 본지 너무 오래됐네.""나도. 최소라, 박찬희 오기 전에 한판 고?”소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빛 속엔 놀람과 분노, 그리고 억눌린 공포가 섞여 있었다.“…미, 미쳤어?”“풉, 장난이야 장난.”"되게 비싼척 구네. 씹."***수능을 마친 그들은 이현의 집으로 모여들었다.오늘은 민희도 합류했다. 긴장의 실타래가 풀리자 그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와 씨, 드디어 끝났다.”“기말고사 남았거든?”“분위기 깨지 마라. 정태하.”거실엔 이미 넉넉한 음식들과 음료, 그리고 미리 준비된 포근한 담요가 널려 있었다. 비로소 느껴지는 여유. 그리고 어떤 무거운 말 없이도 서로를 응원하는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은 그저 편안했다.그때, 핸드폰을 바라보던 민희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야, 이거 봐. 최소라 걔, 가출 했다는데?”모두의 시선이 핸드폰으로 옮겼다. 화면에는 SNS 게시물 하나가 떠올라 있었다.[보고 싶다. 제발 어디에 있든 괜찮으니까. 나한테 만이라도 연락해 줘. 소라야. 기다릴게.]그 아래엔 이미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고, 친구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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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같은 시각.밖은 이미 어둑해졌고 찬희의 집 거실에는 술과 웃음, 시끄러운 말소리가 가득했다. 테이블 위엔 반쯤 비워진 맥주병과 안주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그들 특유의 거칠고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 소라도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이제는 술잔도 자연스럽게 건네받고 있는 그들.한참을 머뭇거리던 소라가 찬희를 향해 할 말이 있다는 듯 눈짓을 보냈다. 찬희는 소라의 시선을 몇 번이나 마주치고 나서야 눈을 맞추곤, 세상 귀찮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담배 좀 피고 옴.”“여기 서 펴 그냥.”“최소라랑 잠깐 나갔다 올게.”“오키.”찬희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였고, 소라는 잠시 찬희의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오빠… 나 할 말 있는데.”“말해.”“아까 오빠 친구가 나한테… 이상한 말을 했어.”“뭐?”“그냥… 오빠 잘 하냐고… 자기도 안 한지 오래 됐는데, 오빠 오기 전에….”소라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찬희는 웃음을 터트렸다.“푸하하하. 애들 원래 그러잖아.”찬희의 장난스러운 반응에 소라는 기분이 더 언짢아졌다.자신만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지, 진짜 찬희의 감정을 아는 게 두렵기도 했다. “아무리 장난이라도 그렇지… 난 기분 나빠.”찬희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지더니, 손이 어깨 위에 올려졌다. “그래? 그렇게 기분 나빠?”“…응.”그는 아무런 위로도 해명도 하지 않고, 물고 있던 담배 꽁초를 바닥에 내던졌다.그리곤 손목을 확 잡아 챘다.“가서 말해.”깜짝 놀란 소라는 두 다리에 힘을 주며 버텨봤지만, 찬희는 무심하게 소라를 집으로 끌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현관 문을 열리고, 날을 잔뜩 세운 목소리가 터져나왔다.“야, 니네.”“뭐임?”“분위기 왜이럼? 둘이 싸움?”찬희는 소라를 억지로 앉힌 뒤, 조소를 머금은 듯한 미소를 흘렸다.“최소라가 니들이 야한 장난 쳐서, 기분이 나쁘다는데?”“아 쏴리,”“미안~”어처구니 없는 반응에 소라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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