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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Chapter 201 - Chapter 210

309 Chapters

제201화

“처음부터 강은하 아니었으면, 네가 지금 이러고 있겠어?”소라의 시선이 찬희를 향했다. 그 눈동자엔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진한 감정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분노.아직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는, 그러나 확실하게 꿈틀대는 것.그 모습을 본 찬희는 오히려 더 흥이 난 듯 웃으며 다시 술을 따랐다.“너는 이제 대학도 못 갈텐데, 강은하는 아마 수능 끝나고 입학도 준비하고. 평범한 삶을 그리고 있겠지?”그 말은 칼날처럼 예리하게 가슴을 찔렀다.이름만 들어도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 들었다.평범한 삶? 자신이 잃어버린 모든 것은 강은하. 그 이름에서부터 시작인데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강은하도… 정말 나처럼 만들어 준다고?”확실한 질투였다.이미 바닥을 친 인생이지만 자신보다 더 아래로 끌어내릴 수 있다면 그것이 마치 유일한 위안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그리고, 역시나 찬희는 그 눈빛을 읽어버렸다.“그럼. 근데 그건 너 하는 거 봐서.”“강은하 걔는… 날 망가뜨렸어.”“알지. 약한 척, 착한 척 덕분인지 다들 걔만 챙기잖아?”“걔 인생도… 나처럼 망가졌으면 좋겠어.”소라의 눈빛은 더 이상 부서진 피해자가 아니었다. 타인을 무너뜨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의 눈이었다. 히죽거리며 웃던 찬희가 손가락으로 빈 잔을 또르르 굴렸다.“얘들아, 내일부터 걔네 좀 똑바로 체크해라.”“오키. 분명 기말까지 끝나면 노느냐고 바쁠 듯.”“걍 틈 보이는 순간 훅 치면 되는 거 아님?”찬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술기운이 오르기 시작한 눈빛엔 알 수 없는 열기가 감돌았다.“대학 가기 전에 부숴 놔야지.”시간이 갈수록 취기가 온몸을 두드렸다.웃음은 둔해졌고, 대화는 점점 알아듣기 힘든 소음으로 번져가더니, 술기운에 휘청 거리던 몸들은 이내 하나둘씩 바닥에 드러누웠다.“야… 간만에 끝까지 달렸다.”“너무 쳐 먹었나… 대가리 깨질 것 같다.”식탁 위에 엎어진 술병과 젓가락, 그리고 미처 사라지지 않은 담배 냄새가 방 안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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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그날 이후 소라는 완전히 달라졌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먼저 웃었고, 스스로 그들 곁으로 거리낌없이 다가갔다.“최소라, 너 요즘 텐션 뭐냐?”“이래서 떡 맛이 무섭다니까. 푸하.”그리고 찬희는 완전한 소유물이 되어버린 소라를 보며 무언가를 떠올렸다.“애들 좀 더 모아볼까? PC방 알바도 슬슬 지겨운데. 돈도 안되고.”“배달도 존나 추움.”“그니까 좀 더 쉬운 쪽으로 가자고.”“텔그렘이랑 오픈 톡방 파기 시작해?”“일단 빨리 방부터 파봐.”“오키.”이제는 단순한 일탈을 넘어 명백한 범죄의 영역으로 발을 들인 그들.소라 역시 무력감과 혐오를 넘어 모든 걸 함께 하고 있었다.“야 최소라, 애들 관리 잘만하면 강은하 눈 앞에 데려다 줌.”“콜.”감정이라곤 없는 목소리였다. 마치 거래라도 하듯 무심코 흘러나온 대답.그 대답을 들은 찬희는 만족스럽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은하와 이현, 태하와 민희는 너무나도 다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마지막 기말고사마저 끝내고 완전한 해방감에 놓인 그들. 이제 남은 건 대학교 원서 접수 결과였다. 민희가 팔을 번쩍 들며 외쳤다.“와! 드디어 끝났다! 다 끝났다고!”은하 역시 활짝 웃으며 책가방을 끌어안았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나.”오고 가는 대화는 한결같이 따뜻했고, 그 말들 속엔 평범한 청춘의 겨울이 담겨 있었다. 길을 걷다 눈을 맞고, 편의점에서 따뜻한 어묵 하나를 나눠 먹고, 밤 늦게 까지 톡방에서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는 일상.그 안에는 어떠한 두려움도, 불신도 없었다.그러던 어느 날 주말.완전히 해방된 기분으로 하나둘 모인 그들 앞에 하얀색 새 차 한 대가 요란하게 경적을 울리며 등장했다.“얘들아~ 가즈아~!”운전석 창문이 스르륵 내려가고, 뿌듯한 표정의 이현이 밝게 웃고 있었다.태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뭐냐? 면허 딴 거냐?”“당연하지. 내가 누구냐?”“와, 미쳤다…”민희가 감탄을 흘리며 뒷좌석으로 먼저 뛰어 올랐다. “와 백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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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다음 날 아침.겨울 햇살은 유난히 부드럽게 창가를 타고 흘러들었고, 은하는 거울 앞에서 평소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냈다.“너무 꾸민 것처럼 보이나…?”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립밤을 덧발랐다.코트 깃을 여미고, 가방을 맸을 뿐인데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딸깍.방문이 열리고, 거실에서 은하를 기다리던 이현이 환하게 웃었다.“어디 가려고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었어?”“장난치지 마.” “진짜거든? 너무 예뻐서 말이 안 나옴. 말 문이 막힘.”“참나. 말만 많구만 뭘!”이현이 우주를 향해 90도로 고개를 바짝 숙였다.“형님~ 저희 다녀오겠습니다.”“그래. 운전 조심하고! 늦지 않게 들어오고!”“네!”오랜만에 단둘이 즐기는 데이트였다.카페, 영화관, 맛집까지. 한참을 돌아다닌 두 사람.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자 이현의 차는 남한산성 초입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차창 밖으론 겨울 나무들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든 미약한 햇살이 반짝였다.“진짜 예쁘다… 나 여기 처음 와봐.”“내려서, 좀 걸을까?”“응. 좋아.”은하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이현은 그 발걸음을 꼭 맞춰 걸었다.한참을 걷다 보니, 작은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그곳에 나란히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코트 주머니에서 작은 파우치 하나를 꺼내는 이현. 커다란 손이 조금은 떨리고 있었다.“강은하.”“응?”파우치가 열리고, 그 안에는 얇지만 빛나는 팔찌 하나가 놓여 있었다.작고 섬세한 은행잎 모양의 펜던트가 달려 있는 너무도 은하 다운, 단정한 디자인이었다.“짜잔.”“이거… 은행잎이잖아?”“응. 이제 우리 졸업하면 학교 은행나무 자주 못 보잖아.”“……너무 예쁘잖아! 진짜 너무 너무 예뻐.”이현은 은하의 손목에 팔찌를 조심스레 채워주었다. 은행잎 펜던트가 가느다란 손목 위에서 반짝이며 작게 흔들렸다.“고마워. 백이현.”“앞으로 놀러도 많이 다니고, 추억도 더 많이 쌓고, 못 가본 곳도 더 많이 가자.”“응. 그러자.”“그리고… 우리 둘 다 한국대 꼭 붙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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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시간이 흐를수록 슬슬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웃고 떠들던 분위기는 조금씩 흐려졌고, 대화는 눈에 띄게 느긋해지고.이현은 여전히 술잔을 들어 올리는 은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좀 적당히 마시지? 어?”“뭐, 니네는 어른 되기 전부터도 마셨잖아.”“어쨌든. 이제 그만 마셔.”“싫어!”은하는 민희와 술잔을 부딪히며 짠을 외쳤지만, 그건 아주 잠시였다.곧 넉다운이 된 듯 상체를 흔들며 헤헤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뭐냐? 얘네?”“…갈대냐?”그때, 은하의 입에서 처음 들어보는 이상한 웃음이 흘러나왔다.“푸헤헤…”태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야, 나 은하 이런 모습 처음 봐.”“야 강은하. 정신 좀 챙겨라”“푸헤헤…. 백이현… 정태하, 그리고 정민희!”“….”“나느응, 니네를 만나서 정말 너~무 너무우 행복해앵.”“…완전 맛탱이 갔다.”“미치겠네. 정민희도.”“가자….”태하는 민희를, 이현은 은하를 부축했다.민희를 먼저 택시 태워 보낸 태하는 손을 흔들며 자리를 피했다.“은하 잘 데려다 주고 와라. 먼저 간다.”“야! 정태하!”도움의 외침이 버럭 튀어나왔지만, 눈치 빠른 태하는 이미 떠난 후였다.이현은 결국 한숨을 내쉬며 은하의 허리를 감싸안고 집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괜찮아? 적당히 마시라니까.”은하는 여전히 어깨를 흔들며 웃어댔다.“나아 이런 기분 처음이야앙. 진짜 좋다아! 끄으치?”“하….”“히잉! 왜 한숨 쉬어? 나는 지금 기부니 좋타니까!”처음 보는 애교에 이현은 스르륵 녹아내렸다. 꿈틀거리는 입꼬리, 부드럽게 휘어지는 눈꼬리.“알겠어. 알겠으니까 집에 가자요.”“…우응응.”애교는 좋은데, 왜 이렇게 몸을 흔들어 재끼는지.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은 그 위태로운 몸짓에 이현은 결국 자세를 낮췄다.“휴… 일단 업혀.”“시타요오.”“야이…!”“힝. 화내지마용. 구럼 업힐게용.”‘하, 미치겠다. 진짜….’기어코 은하를 업고 터벅터벅 걷기 시작한 이현.등 뒤로 느껴지는 숨소리.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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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찬희와 친구들은 성인이 된 이후 더 과감해졌다. 가출 청소년들에게 숙소를 제공해주며, 그들을 이용해 돈까지 벌기 시작했다.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 그리고 화면 너머로 전송되는 수많은 컨텐츠들.누군가는 찍었고, 누군가는 소비했고, 누군가는 그 사이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날 밤, 찬희네 집에 모인 그들은 서서히 계획이란 걸 세우기 시작했다.“오래들 기다렸다. 이제 걔네도 다 성인이잖아?”“그치. 이제부턴 보호 받는 애들이 아니라는 뜻이지. 캬.”“최소라, 강은하 어떻게 하고 싶어?”“뭘 어떻게 해. 나랑 똑같이 만들어 줘야지.”“푸하하.”방 안에 얄팍한 웃음소리가 가득 퍼졌다.누군가는 피자를 씹었고, 누군가는 맥주를 입에 털어 넣었지만 소라만은 입꼬리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무리 중 한 명이 히죽 웃으며 소라를 바라보았다.“강은하는 너처럼 바닥까지 떨어지진 않을 걸? 집도 잘 살고, 의사 오빠도 있고, 남자친구도 있고… 완전 그림책 속 인생 아니냐?”“…그래서 더 부숴야 돼.”소라의 대답이 사뭇 진지했다.눈은 테이블 위를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손끝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그 떨림이 불안인지, 기대인지, 증오인지조차 알 수 없는 미세한 진동이 이어졌다.그때, 드디어 자신의 계획을 전하기 시작하는 찬희.“일단, 그 뭐야. 정민희. 걔를 좀 이용하는 게 좋겠어.”“정민희?”“응, 걔네가 정민희 집을 갔던 적이 있던가?”“아마 없을걸? 백이현네 집이 아지트임.”“확실해?”“확실함. 쭉 같은 패턴임.”“그럼 일단 모아둔 돈으로 정민희네 아파트에 월세부터 얻자.”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굿. 우리도 더 넓은 곳이 필요하긴 해.”“콜.”찬희가 웃었다. 그 미소는 사람을 향한 게 아니었다. 이 모든 상황을 장악하고 있다는 쾌감에 가까웠다.무리들의 말이 이어졌다.이번엔 약간의 걱정이 담긴 뉘앙스였다.“근데 백이현이랑 정태하 건드는 건 좀 그렇지 않냐?”“그건 안돼. 드베르랑 한성기업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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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요트 안쪽의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작은 조명이 켜진 침실, 아이보리 빛 침구와 은은하게 퍼진 아로마 향이 둘을 맞이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라벤더 잎이 가득한 꽃다발과 와인이 놓여 있었다. “…다 네가 꾸민 거야?”은하가 숨을 삼키듯 속삭였다. 마치 지금 이 공간이 너무 조심스러워, 목소리를 높이면 무너질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현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사실 혼자는 아니고, 박 비서님 도움 좀 받았지.”“뭐야… 박 비서님이 거의 다 하신 거 같은데!?”“야! 아니거든!”은하는 농담을 건네며 웃긴 했지만, 눈빛은 금세 촉촉해졌다.작은 손으로 라벤더 꽃다발을 들어 향을 맡으며 이현을 바라보았다.“라벤더네.”“응. 우리 추억이잖아.”은하가 이현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등 뒤로 전해지는 은하의 온기에 이현의 눈이 잠깐 커졌다.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처음이었다. 은하가 먼저 자신을 끌어 안은 건.“잠, 잠깐만.”당황한 듯 손끝을 허공에 허우적거리다, 이내 민망한 듯 소리쳤다.“강은하! 일단… 뭐 좀 먹자!”그 말에 은하가 작게 웃었다.“잠깐만. 오빠한테 전화 좀 하고.”“내가 이미 허락 받고 왔거든? 대신 우리, 12시까진 꼭 들어가야 해.”“…이럴 땐 또 엄청 치밀하네.”잠시 후, 두 사람은 투명한 와인잔을 부딪혔다. 챙!가볍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눈부신 도심의 불빛이 강물 위로 반짝였다. “이거 되게 부드럽다. 맛있어.”술잔은 은하에 입술에만 닿았다.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이현은 향 만 몇번 맡고는 그대로 잔을 내려놓았다.“라이트한 걸로 골랐지. 너 술 약하잖아.”“또 치밀하네.”“당연하지! 계획형 남자니까.”은하는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소파에 푹 기댄 채 눈을 감았다.따뜻한 조명, 잔잔한 음악, 그리고 은은하게 퍼져오는 그의 향기.“백이현.”“응?”“내 옆에 늘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에이, 아니지. 제 옆에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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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서로의 입술이 포개졌다.이불 안, 두 사람의 온도가 확실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현의 눈에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함이 담겨 있었고, 은하의 눈에는 그를 향한 완전한 믿음이 담겨 있었다.이현이 은하의 손을 감싼 채, 그 온도를 자신의 가슴으로 옮겼다.“괜찮겠어?”은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응….”그의 손끝이 은하의 목선을 따라 천천히 미끄러졌고, 입술은 아주 조심스럽게 어깨를 건너가 심장 아래, 은하만의 시간을 향해 닿았다. 은하는 이현의 목에 팔을 감았고, 이현은 그 반응을 느끼며 중얼거렸다.“나 이제, 진짜로 못 멈춘다.”그가 다시 입을 맞췄을 땐 더 이상 조심스럽지도, 느리지도 않았다.손 역시 더 이상 조심스럽지 않게 움직였고, 은하가 움찔거릴 때마다 그또한 멈칫했다.숨결이 겹쳐지고, 떨리는 손끝이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가며 두 사람은 마침내 같은 온도 안에 머물렀다.은하의 허리는 무의식적으로 떨렸다.“하아… 백이현… 나… 느낌이 너무 이상해.”이현은 대답 대신 은하의 모든 걸 느끼고, 또 느꼈다.두 사람의 숨결은 너무나도 뜨거웠다.“하….”은하의 입에서 짧은 숨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이현은 그런 은하를 더 세게 끌어 안았고, 움직임은 점점 더 거칠어졌지만 단 한순간도 놓지 않았다. 눈을 꼬옥 감은 얼굴과 붉어진 뺨이 그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은하도 두 팔로 그의 등을 껴안으며, 스스로 리듬을 맞춰갔다.두 사람의 몸이 하나로 얽히고, 요트 안은 이내 숨결과 열기로 가득 찼다. 젖은 숨, 땀에 미끄러지는 살갗. 그리고 처음 느껴보는 제어할 수 없는 감각에 온 몸이 떨려왔다. “강은하, 지금 네가 느끼는 거. 전부 나야.”“백이현… 읏, 하아….”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숨이 끊어질 듯 짧게 토해지고, 은하의 축축해진 머리칼이 베개 위에 흩어졌다. 이현은 은하의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묻은 채 한동안 숨을 골랐다.요트 안은 이제 고요한 숨결만이 가득했다.하지만 그 속에는 오직 둘만의 뜨겁고도 선명한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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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차가 집 앞 골목으로 들어섰다.이현이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중립에 넣고는 시계를 바라보았다.“와, 11시 50분. 진짜 딱 맞췄다.”“큰일 날 뻔했네.”안도의 숨을 내쉬며 차에서 내리는 순간, 차가운 겨울 공기가 두 사람의 볼을 스쳤다. 그리고 그 순간,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문가에 선 우주는 팔짱을 끼고, 너무도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오빠.”“지금 몇 시?”“아직 12시 전인데!”딱 맞춰서 와 놓고는 뭘 잘했다고!그래도 화를 낼 건덕지는 딱히 없었다. 1분이라도 늦었으면 요절을 내버렸을 테지만.“…하. 이현이도 어서 들어가고.”“네 형님. 다음부터는 더 조심하겠습니다.”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이면서도, 이상하게 눈만큼은 마주칠 수 없었다.***잘 준비를 마친 은하는 불을 끄고 이불까지 덮었지만 눈만큼은 말똥말똥했다.몸은 여전히 그의 체온을, 감각을 기억하고 있었다. 허리를 감싸 안던 따뜻한 손, 귓가에 닿았던 뜨거운 숨결, 천천히 맞닿던 입술…그리고 비로소 하나가 되었을 땐,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아직도 기분이 이상해…’첫 시작부터 마지막 속삭임까지, 하나도 잊히지 않는 감각들이 가슴 깊이 박혀 있었다. 말없이 베개를 끌어안았다. 작은 웃음이 터질 듯 입가에 맴돌다 사라지고, 이불까지 끌어당겨 얼굴을 파 묻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더 뜨겁게 울렸다. “…보고싶다. 백이현.”같은 시각, 이현 역시 천장을 바라보며 누운 채 한참을 숨만 내쉬고 있었다. 은하가 이불을 움켜쥐고 몸을 움찔 떨던 순간, 떨리는 숨결로 자신의 이름을 내뱉던 순간. 심장은 아직도 그 순간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한 손으로 이마를 덮고, 혼잣말처럼 작게 중얼거렸다.“진짜… 이 이상 어떻게 더 사랑해야 하지.”처음이었고,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더 진심이었다.은하의 모든 걸 처음으로 안은 밤, 그는 은하라는 늪에 더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휴대폰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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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찬희 무리들은 민희네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현관 문이 열리자 이전보다 훨씬 더 넓어진 거실이 그들을 맞이했다.원룸보다 천장도 높았고, 창은 크고 환했다. 저녁이 되자마자 이사를 기념한다며, 또 다시 술판을 벌이기 시작한 그들.빈 박스들이 널려있는 거실 탁자 위, 술병이 하나둘 올라갔고 어디선가 튼 힙합 음악이 공간을 채웠다.“아, 여기 진짜 좋다.”“애들은 원룸에 잘 있지?”“응, 알아서들 잘 하고 있음. 너무 좋다. 요즘.”“대박이지 뭐. 밥이랑 잘 곳 주면 알아서 굴러 들어오잖아.”찬희가 비릿하게 웃으며 맥주를 들고는 소라를 바라보았다.“기분이 어때? 이제 곧인데?”“그냥… 좋지 뭐.”그 미소에는 온기라곤 전혀 없었다.하지만 목이 마를 정도로 기다리고 있던 그날이 정말로 가까워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숨이 들뜨는 것 같았다.“근데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데? 강은하가 여길 어떻게 와?”“정민희 핸드폰 패턴만 알면 끝이지 뭐.”“응? 패턴?”“김윤아가 정민희 핸드폰 패턴 알아오고, 핸드폰까지 훔쳐오면 그날이 바로 디데이다.”“핸드폰을 가져온다고?”찬희가 만족스러운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그 장면을 벌써부터 상상이라도 하듯이.“정민희인 척 연기해서 이 집으로 부를 거야. 그러니까 여기로 이사 온 거 아니야. 아, 유인할 방법은 뭐가 좋겠냐?”“음, 아프다고 할까?”“119 부르면 좆돼.”“백이현이랑 정태하가 같이 오지 못할 만한 이유여야 해.”“머리 좀 굴려봐.”그때, 소라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마시던 잔을 툭 내려놓았다.“오빠, 이건 어때?”“뭐?”“화장실 문이 잠겼는데, 샤워 중이라 옷을 못 입고 있다고. 얼른 와서 문 좀 열어 달라고.”모두의 입이 다물렸다.그 안에 담긴 상황, 구조, 불안, 무력감까지. 모든 게 기가 막히게 그들의 머릿속에 계산되기 시작했다.“와 씨발, 미쳤다.”“개소름. 강은하 성격이면 혼자서 무조건 온다.”“뿌엥~ 은하야~ 창피하니까 빨리 좀 와주면 안 돼? 푸하하하 미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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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그때부터 그들은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조명, 카메라 구도, 음성 샘플 분할. 모두가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소라는 말없이 앉아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들의 흥분을 바라보며 천천히 물 한 모금을 마셨다.얼굴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기다림의 끝에 도달한 사람의 냉정한 평온과도 같았다.“무조건 오늘 끝내야 돼. 더 늦어지면 좆된다.”“학원 끝나면 컴퓨터 켜서 친구들한테 DM부터 보낼걸?”“입 다물고 빨리들 움직여라.”***한편, 학원에서 실습 준비를 하던 민희는 앞치마 주머니를 확인하며 핸드폰을 찾기 시작했다.조리대 위, 사물함. 그 어디에도 핸드폰이 보이지 않았다.“하, 왜 이렇게 흘리고 다니는 거야. 미치겠네 진짜.”그때, 수업이 시작된다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민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실습에 집중했다. 하지만 마음만은 편치 않았다.‘또 사달라고 하면 진짜 혼날 텐데…휴.’윤아는 그런 민희를 슬쩍 곁눈질 한 뒤 자연스럽게 찬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정민희 핸드폰 사라진 거 눈치 챔. 빨리들 움직여야 함.]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이현은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고 열심히 검색하고 있었다.주말에 은하와 함께 데이트를 할만한 곳을 찾고 있던 것.화면을 넘기면서도 은하와의 행복한 시간을 상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음... 이번 주말에는 어디로 갈까나?”그때, 옆에 앉아 있던 태하가 고개를 돌렸다.“또 데이트 계획이냐?”“응, 방학 때 바짝 땡겨 놀아야지.”태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휴대폰을 향해 다시 시선을 돌렸다.태하도 요즘 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었다.방학이 되며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했다.“둘이 예쁘게 잘 만나니까, 보기 좋네.”“정태하. 나 너한테 진짜 고마운 거 알지?”“뭔 소리야. 갑자기.”“그냥. 사랑한다고.”“꺼져라 진짜. 소름 끼치니까.”“…에라이.”그렇게 두 사람은 여전히 투닥거리며 한가로운 낮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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