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오렌지색 노을이 골목에 내려앉기 시작했다. 설화는 일어섰다. 몸을 움직여 밖으로 나오자, 번화가 거리의 간판들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붉은빛과 푸른빛이 뒤섞인 네온사인 아래, 사람들 틈에 섞여 걸으면서도 설화는 어딘가 제 몸이 투명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예전엔 평범하게 지나쳤던 풍경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보이는 것이 낯설고 멀었다. 빚은 조금 줄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마음은 이상하게 더 비어 있었다. 주머니 속 명함이 손끝에 닿자, 설화는 잠시 멈춰 서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고깃집 문을 열자 익숙한 열기가 먼저 밀려왔다. 철판 위에서 고기가 익어 가는 소리, 술기운 섞인 웃음소리, 바쁘게 오가는 직원들의 발소리가 한꺼번에 뒤엉켜 있었다. 사장의 시선이 설화를 훑더니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왔어? 얼굴이 많이 안 좋다.”“아니에요. 괜찮습니다.”설화는 더 설명하지 않고 앞치마를 꺼내 허리에 둘렀다. 테이블 사이를 걷기 시작하자, 주방 이모가 찌개 냄비를 내려놓고 슬쩍 다가왔다.“밥은 챙겨 먹었고?”“네. 대충 먹었어요.”“그라면, 안 된다. 얼굴이 반쪽이네.”설화는 희미하게 웃는 척만 했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물수건을 들고 테이블 사이를 돌고, 빈 접시를 치우고, 불판을 갈았다. 계속 이렇게 움직이다 보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빚은 줄었고, 나는 다시 여기에 왔다.그게 지금의 전부였다.홀 안은 평소보다 더 붐볐다. 술잔 부딪히는 소리, 불판 위로 튀는 기름, 어지러운 열기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진상 손님들의 시선이 노골적으로 그녀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공기였다. 시끄러운 농담과 끈적한 시선, 불쾌한 손짓이 뒤섞인 공간.“이쁜 알바생이 소맥 좀 말아봐요.”무리 중 하나가 히죽 웃으며 손짓했다. 설화는 아무 말 없이 불판 위의 고기를 뒤집었다.“야, 적당히 해라. 애 주눅 들겠다.”“팁 주면 좋아해, 임마.”이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설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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