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거리를 걷고 또 걸어, 마침내 목적지인 고깃집 앞에 도착했다. 설화는 낡아빠진 우산을 접고, 눅눅해진 옷을 추슬렀다. 기름진 유리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후끈한 열기와 고기 냄새, 연기가 한꺼번에 얼굴을 덮쳤다.사장님이 설화를 보고 눈짓으로 인사했다. 가게 안은 이미 손님들로 북적였고, 빈 테이블 위에는 아직 치우지 못한 굳은 고기와 빈 소주병, 흩어진 쌈 채소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불판을 들고 움직이던 지원 언니가 설화를 보자 장난스럽게 볼을 한 번 잡아당기며 피식 웃었다."왔어? 오늘따라 손님 오지게 많다. 각오해.""새삼스럽게요.""설화, 왔나? 비 한번 징그럽게 온다.“주방 이모가 고무장갑 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설화는 조금 전 편의점에서 있었던 일을 잠시라도 잊어보려고 입가를 끌어올렸다."네, 이모. 우산을 써도 소용없네요.""맞다. 빨리 빠진 테이블부터 정리 해줘.“검은 앞치마를 허리에 단단히 둘러매고 손님이 빠진테이블부터 돌기 시작했다. 빈 접시와 널브러진 쌈 채소를 쟁반에 담고, 소주병 목을 한 손에 움켜쥐었다. 손안에 빈 병 세 개가 가볍게 잡혔다.이마저도 익숙한 일이었지만, 편의점에서 받았던 그 기분 나쁜 시선이 아직 가시지 않아 몸이 조금 더 무겁게 느껴졌다.그때 취기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최 사장이 설화의 손목을 낚아채고 히죽거렸다. 근처에서나름 큰 규모의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사람이었다."이쁜아, 여기 물 좀 줘." "네, 알겠습니다." 설화는 언제나처럼 미소를 짓고 손목을 빼냈다.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 가져다주었다. 이내 몸을 돌려 다른 테이블을 정리했다. 주방 쪽에서는 설거지 소리가 더 빨라졌고, 계속해서 손님이 밀려들었다. 좁은 테이블 사이를 설화는 곡예를 하듯 오가며 저녁 피크타임을 버텼다.쌓여 있는 그릇을 주방으로 옮기고, 테이블에 흘린 소스를 행주로 닦았다. 홀 구석에는 설화의 손목을낚아챘던 최 사장이 같이 온 직원들과 소곤거리며
Last Updated : 2026-05-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