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스태프들이 조용히 움직였다. 설화는 안내받은 의자에 앉았다. 머리를 감기고, 피부를 정리하고, 얼굴을 만지는 손길이 차례로 이어졌다. 누군가 손을 댈 때마다 설화는 어깨를 조금씩 굳혔지만, 스태프들은 익숙하다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거울 속 얼굴이 조금씩 바뀌었다. 눈매는 또렷해지고, 입술에는 평소와 다른 색이 올라갔다. 목덜미에 남은 잔머리까지 정리되자 설화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멈췄다.이게 정말 나야.감탄이라기보다 낯섦에 가까웠다. 거울 속 여자는 분명 자신이었지만, 평소의 유설화와는 달랐다. 쉽게 고개를 숙이지 않을 얼굴. 누군가 앞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얼굴.드레스룸의 문이 열렸다. 한쪽 벽을 따라 의상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그중 검은 드레스 한 벌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어야 했던 것처럼, 검은 실크는 조명 아래 조용히 빛났다.“오늘 입으실 드레스입니다.”한지우가 말했다.설화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깊게 파인 등선과 얇은 소매, 몸을 따라 흘러내릴 듯한 실루엣. 예뻤다. 그래서 더 불편했다. 입는 순간, 자신이 어떤 얼굴이 될지 알 수 없었다.“도움 필요하실까요? 곧 도착하실 시간이 되어가서요.”드레스룸 밖에서 한지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설화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천천히 풀었다.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뜻처럼 들렸다.“아니에요. 금방 나갈게요.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설화는 또렷하게 대답했지만, 시선은 여전히 검은 실크 드레스에 머물러 있었다. 공간 안의 서늘한 공기가 드러난 피부를 스쳤다. 드레스를 입은 뒤, 설화는 실크 천을 손끝으로 천천히 쓸었다. 낯선 감촉이 얇게 손끝에 남았다.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공기가 노출된 등에 닿았다. 스태프들이 물 흐르듯 다가와 허리선을 정리하고, 소매를 펴고, 올린 머리를 고정했다. 손길은 가벼웠지만, 설화는 그때마다 조금씩 더 낯선 사람으로 바뀌는 기분이 들었다.한지우가 검은색 펌프스를 건넸다. 설화는 구두를 신고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굽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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