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전방의 하늘이 거대한 거울처럼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갈라진 공간의 틈새 너머로 보이는 것은, 검은색 노이즈로 가득 찬 기분 나쁜 심연의 세계였다. 그리고 그 심연의 한가운데에서, 지금까지의 인형들과는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위압감을 내뿜는 존재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것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전신이 투명한 얼음과 검은색 데이터 코드로 정교하게 엮여 있는 기괴한 모습이었다. 놈의 손에는 52층 관리자가 가지고 있던 권능의 지팡이와 똑같은 형상의 무기가 쥐어져 있었다."저건... 단순한 처형 인형이 아니야."이설화가 그 존재를 본 순간, 몸을 부르르 떨며 내 팔을 붙잡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극도의 공포와 경계심이 떠올랐다."54층의 구역 관리자... 아니, 시스템이 직접 강림시킨 대리인이에요. 52층의 관리자가 삭제당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당신의 대여점 시스템을 카운터 치기 위해 만들어진 맞춤형 처벌자예요!"놈이 지팡이를 얼음 대지에 가볍게 쿵, 하고 내리찍었다.쿠구구구구!순식간에 천마가 서 있던 협곡과 브린힐트가 달리고 있던 지면 전체가 가공할 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단순한 결빙이 아니었다. 공간 자체의 시간과 마력의 흐름을 통째로 얼려버리는, 절대적인 정지의 권능이었다. 브린힐트의 화룡의 심장 엔진이 커다란 비명을 지르며 서서히 출력을 잃고 멈춰 서기 시작했다."흥, 제법 묵직한 놈이 기어 나왔구나."허공에서 대지를 딛고 선 천마 역시 놈의 위압감을 느꼈는지 검을 고쳐 잡으며 안색을 굳혔다. 놈이 내뿜는 냉기는 천마의 자색 마기조차 조금씩 잠식해 들어올 정도로 정순하고 치명적이었다.[알림: 54층 최종 집행자 - '데이터의 기사 겔리두스'가 강림했습니다.][특이사항: 해당 개체는 플레이어 강진혁의 만물 대여점 이력을 분석하여, 모든 대여 장비에 대한 80%의 면역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대여 장비 면역 80퍼센트?"시스템의 악랄한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죽이겠다고 아주 작정을 하고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