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만물 대여점의 채권자: Chapter 81 - Chapter 90

101 Chapters

81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우리 일행의 몸을 감싸는 푸른색 구형 필드가 펼쳐졌다. 수면과 격돌하는 순간의 가공할 충격은 기분 좋은 부양감으로 바뀌었고, 우리는 거친 파도 위에서 한 방울의 물도 묻지 않은 채 안전하게 떠올랐다.  "우웁... 윽..." 보호막 안에서 천마 독고패가 내 어깨를 꽉 움켜쥔 채 신음했다. 무림을 오만하게 호령하던 천하제일인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닥을 짚은 모습이 제법 애처로웠다. 바다라는 거대한 액체 덩어리 위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전형적인 맥주병의 최후였다. "형님, 이제 다 끝났습니다. 곧 육지에 닿을 테니 조금만 참으십시오." "내 평생... 대라신선이나 마교의 괴물들과 싸우면서도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이 없다. 저 출렁거리는 물기둥들이 기어코 내 무덤을 만들 작정이었구나. 땅에 내리기만 해봐라, 저 바다를 검기로 모조리 갈라버릴 것이다."  천마는 매서운 살기를 뿜으며 으르렁거렸지만, 곁에서 그를 든든하게 부축하는 백광호의 거대한 손길 덕분에 겨우 균형을 유지했다. 한지태는 타이탄의 큐브를 조심스럽게 회수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형, 진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사도급이라더니 화력이 진짜 말도 안 되더라. 전함 내부의 시스템을 해킹하는 내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니까. 그래도 결국 우리가 저 고철 덩어리를 완전히 침몰시킨 거지?" "그렇지. 하지만 진짜 공략은 이제부터다."  나는 품에 안긴 이설화의 상태를 살폈다. 사도의 핵심 코어로 강제 결합되어 있던 탓인지, 그녀의 마력 회로가 실타래처럼 엉망으로 뒤엉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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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태야, 광호 씨. 다들 들어와 봐." 방문이 열리며 거실에서 천마와 에어컨 온도를 두고 한바탕 말씨름을 벌이던 두 사람이 들어왔다. 지태는 내 표정을 슬쩍 살피더니 침을 꿀꺽 삼켰다. "형, 또 무슨 무시무시한 계획을 세운 거지? 그 눈빛은 백 퍼센트 엄청난 돈 냄새를 맡았을 때 나오는 특유의 자본주의적 미소인데." "무시무시한 계획이라니, 정당한 비즈니스라고 불러라. 우리에게는 일주일이라는 자유 시간이 주어졌고, 이 섬의 소유권은 완전히 내 손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여기서 뭘 해야 가장 효율적이겠냐?" "설마... 진짜로 타이틀처럼 리조트 경영이라도 시작하겠다는 거야?" "정답. 이 넓고 안전한 공간을 우리만 쓰기엔 너무 아깝잖아?"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사도에게 핍박받으며 수명을 뜯긴 채 섬의 동쪽 동굴에서 비참하게 굶어 죽어가던 생존자 헌터들이 뇌리를 스쳤다.그들은 강력한 힘을 가졌으나 환경의 시련 앞에 무릎을 꿇은 최고급 인력들이었다. 그들에게 안전과 식량을 제공하고, 나는 그에 걸맞은 합당한 대가를 받아내면 그만이었다.  나는 리조트 밖으로 걸어 나와 끝없이 펼쳐진 하얀 백사장을 내려다보았다. 5성급 리조트 건물 하나만으로는 본격적인 장사를 시작하기에 조금 부족했다. 판을 더 크게 키워야 손님들이 감동하는 법이었다. "대여점 마스터 권한 발동. 상업 및 엔터테인먼트 부지 확장." 내 지시에 따라 허공에 수많은 홀로그램 카탈로그가 나열되었다. 방금 사도를 잡고 획득한 오십만 카르마와 그동안 축적된 자금력 덕분에 대여료 따위는 껌값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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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들이 잠시 웅성거렸다. 절반의 수익을 떼어간다는 조건은 언뜻 가혹해 보였지만, 당장 여기서 굶어 죽거나 마수에게 사지가 찢기는 것보다는 수천 배 나은 조건이었다. 게다가 사도가 사라진 상층부로 안전하게 진입할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남는 장사였다.  "선택은 자유입니다. 계약이 싫으시다면 이 어두컴컴한 동굴에서 생수나 마시며 일주일을 버티셔도 좋습니다. 다만, 주인을 잃은 마수들이 언제 이리로 들이닥칠지는 장담 못 하겠군요." 내가 미련 없이 뒤를 돌아서려 하자, 대장 헌터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하겠소! 계약하겠소! 죽는 것보다는 빚을 지는게 백번 나으니까!" 그가 대표로 장부 위에 피로 지장을 찍자, 시스템의 붉은 공증 마크가 화려하게 회전하며 계약의 성립을 알렸다.  [알림: 플레이어 강진혁과 53층 생존자 파티 간의 정식 상업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계약 조건: 일주일간의 아르카디아 리조트 이용 대가로, 향후 상층부 공략 수익의 50%를 절대 징수합니다.]  장부를 만족스럽게 덮은 나는 헌터들을 향해 손짓했다. "좋습니다, 귀한 고객님들. 전술 차량에 탑승하시죠. 최고의 서비스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리조트에 도착한 헌터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비명을 지르며 환호했다. 활활 타오르는 화로 위에서 육즙을 뿜어내는 바비큐 고기를 정신없이 뜯고, 얼음처럼 차가운 맥주를 들이켜며 그들은 수 개월간 쌓인 지옥 같은 피로를 완벽하게 씻어냈다. 5성급 스위트룸의 푹신한 침대에 누운 몇몇 헌터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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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저 없이 황금빛 게이트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차원 이동 특유의 묘한 부양감이 전신을 감쌌다. '과연 이 문 너머에는 어떤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까?' 공간이 뒤틀리는 감각 뒤에 찾아온 것은, 가슴을 턱 막히게 만드는 가혹한 환경의 변화였다.  우우웅! 콰아아아!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고막을 찢을 듯한 폭풍우 소리가 사방을 가득 메웠다. 눈을 제대로 뜨기조차 힘든 강력한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살을 저미는 듯한 살인적인 추위가 순식간에 온몸의 체온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하늘과 땅의 경계가 모호한, 오직 백색의 얼음과 눈으로만 가득 찬 거대한 동토의 대지였다.  [알림: 탑 54층 - 통곡의 빙하 지대에 진입했습니다.][시나리오: 혹한의 시련. 절대 영도에 가까운 추위 속에서 영혼의 불꽃을 유지하며 중심부에 도달하십시오.][경고: 해당 구역은 시스템의 특별 관리 구역입니다. 무단 관리자 삭제에 따른 인과율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환경 디버프의 위력이 300% 증가합니다.]  "미친, 추워 죽겠네! 형, 이거 기온이 영하 몇 도야?" 지태가 이를 덜덜 떨며 자신을 감싸 안았다. A급 방한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음에도 시스템이 강제로 부여한 페널티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뒤따라온 이십여 명의 헌터들 역시 순식간에 안색이 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음... 이 서늘함은 단순한 냉기가 아니구나. 대기 중에 정순한 천지마법이 아닌, 기분 나쁜 살기 어린 빙결의 마력이 깃들어 있다." 천마조차 미간을 찌푸리며 내공을 끌어올려 신체를 보호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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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만물 대여점의 채권자

쿠구구구구!브린힐트가 거대한 설원을 가르며 전진하자, 마침내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서 순백의 갑옷을 입은 기계 군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얼음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대검과 창을 든 채, 일말의 흐트러짐도 없는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설상을 질주해 오고 있었다. 그 숫자는 대략 수천에 달했다.[알림: 시스템 제어 살육 인형 - '빙결의 집행자' 군단이 출현했습니다.][목표: 플레이어 강진혁의 영혼 소멸. 타겟 확정에 따른 말살 프로토콜을 개시합니다.]"말살 프로토콜?"나는 조종간 옆에 위치한 화염 캐논의 제어 장치를 잡으며 비릿하게 웃었다."어디 누가 먼저 녹아내리는지 한 번 시험해 보자고."나는 가볍게 버튼을 눌렀다. 브린힐트 전면에 장착된 세 문의 초대형 포구가 붉은색 화염 마력을 머금으며 무시무시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만년설의 지옥에서, 자본주의의 매운맛을 보여줄 진정한 화력전이 바야흐로 막을 올리고 있었다.* 화력주의 자본가위이이잉!브린힐트의 전면에 장착된 세 문의 초대형 포구가 회전하며 총신을 가다듬었다. 화룡의 심장이 박동할 때마다 전함급 설상차의 동력로에서 가공할 수준의 열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조종석의 모니터에는 붉은색 에너지 충전율을 나타내는 그래프가 순식간에 임계점까지 차올랐다."형, 충전 완료되었어! 지금 전방에 전개된 기계 군단의 밀도가 가장 높아!"한지태가 단말기를 두드리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전방 화면에는 하얀 갑옷을 입은 빙결의 집행자들이 거대한 얼음 창을 치켜든 채 일사불란하게 돌격해 오는 모습이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색 마력광이 설원의 반사광과 겹쳐 기괴한 장관을 연출했다."좋아. 자본주의의 매운맛이 뭔지 똑똑히 보여주지."나는 비릿하게 웃으며 조종간에 달린 메인 발사 버튼을 힘껏 눌렀다.쿠아아아앙!동시에 브린힐트의 선체가 거대한 반동과 함께 뒤로 크게 흔들렸다. 세 문의 포구에서 뿜어져 나온 것은 단순한 화염이 아니었다. 주신 계열 화룡의 브레스를 압축하여 방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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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장부를 펼치려던 찰나,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천마 독고패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주위로 자색의 웅혼한 마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며 실내의 인테리어를 미세하게 진동시켰다. "블루문, 네 놈의 장난감은 훌륭하다만 장사꾼의 싸움은 너무 지루하구나. 저 단단한 얼음 인형들은 화력으로 녹이는 것보다, 결을 따라 완벽하게 부숴버리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천마의 오만한 눈동자가 전방의 거대 인형들을 향했다. 그의 입가에는 광오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바다 위에서 멀미로 고통받던 굴욕을 이 단단한 얼음 대지 위에서 아낌없이 분풀이하겠다는 의지가 명확하게 읽혔다.  "형님, 밖은 영하 백 도의 절대 영도 구역입니다. 아무리 내공이 깊으셔도 맨몸으로 나가시면 마력 소모가 극심할 텐데요?" 내 물음에 천마가 콧방귀를 뀌었다. "이 정도 추위가 시련이라면 북해빙궁의 늙은이들은 진즉에 멸문했겠지. 무인(武人)의 기경팔맥을 흐르는 진기는 고작 자연의 냉기 따위에 얼어붙지 않는다. 문을 열어라." 천마의 기세가 워낙 완강했기에 나는 군말 없이 브린힐트 상부의 천장 해치를 개방했다.  화아아악! 해치가 열리자마자 칼날 같은 눈보라가 실내로 들이닥치려 했지만, 천마가 디딘 발끝에서 뿜어져 나온 자색의 마기 방어막이 냉기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천마는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허공으로 신형을 날렸다. 스팟!  그의 몸이 브린힐트의 붉은 장갑 위를 딛고, 전방의 순백 설원 한복판으로 유성처럼 낙하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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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전방의 하늘이 거대한 거울처럼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갈라진 공간의 틈새 너머로 보이는 것은, 검은색 노이즈로 가득 찬 기분 나쁜 심연의 세계였다. 그리고 그 심연의 한가운데에서, 지금까지의 인형들과는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위압감을 내뿜는 존재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것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전신이 투명한 얼음과 검은색 데이터 코드로 정교하게 엮여 있는 기괴한 모습이었다. 놈의 손에는 52층 관리자가 가지고 있던 권능의 지팡이와 똑같은 형상의 무기가 쥐어져 있었다."저건... 단순한 처형 인형이 아니야."이설화가 그 존재를 본 순간, 몸을 부르르 떨며 내 팔을 붙잡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극도의 공포와 경계심이 떠올랐다."54층의 구역 관리자... 아니, 시스템이 직접 강림시킨 대리인이에요. 52층의 관리자가 삭제당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당신의 대여점 시스템을 카운터 치기 위해 만들어진 맞춤형 처벌자예요!"놈이 지팡이를 얼음 대지에 가볍게 쿵, 하고 내리찍었다.쿠구구구구!순식간에 천마가 서 있던 협곡과 브린힐트가 달리고 있던 지면 전체가 가공할 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단순한 결빙이 아니었다. 공간 자체의 시간과 마력의 흐름을 통째로 얼려버리는, 절대적인 정지의 권능이었다. 브린힐트의 화룡의 심장 엔진이 커다란 비명을 지르며 서서히 출력을 잃고 멈춰 서기 시작했다."흥, 제법 묵직한 놈이 기어 나왔구나."허공에서 대지를 딛고 선 천마 역시 놈의 위압감을 느꼈는지 검을 고쳐 잡으며 안색을 굳혔다. 놈이 내뿜는 냉기는 천마의 자색 마기조차 조금씩 잠식해 들어올 정도로 정순하고 치명적이었다.[알림: 54층 최종 집행자 - '데이터의 기사 겔리두스'가 강림했습니다.][특이사항: 해당 개체는 플레이어 강진혁의 만물 대여점 이력을 분석하여, 모든 대여 장비에 대한 80%의 면역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대여 장비 면역 80퍼센트?"시스템의 악랄한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죽이겠다고 아주 작정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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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의 시스템은 나를 오류로 규정하고 말살하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대여점 시스템 자체는 탑의 가장 근원적인 법칙 위에 세워져 있었다. 신들이 내게 빚을 지고, 관리자들이 내 장부 앞에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나는 이미 탑의 단순한 이용자가 아니었다. 나는 시스템의 틈새를 파고들어 고혈을 빨아먹는 가장 악질적인 채권자였다.  '어디 보자. 놈의 면역 코드를 통째로 무력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매콤한 개념이 뭐가 있을까?' 내가 장부의 가장 깊숙한 페이지를 넘기며 상품을 탐색하는 사이, 브린힐트의 천장 해치 너머로 천마 독고패의 광오한 음성이 들려왔다.  "깡통 로봇 놈이 제법 쓸만한 빙공을 구사하는구나! 하지만 내 검기는 절대 정지의 권능 따위에 묶일 만큼 유약하지 않다!" 천마가 허공을 디디며 신형을 띄웠다.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색의 마기가 거대한 폭풍을 일으키며 겔리두스가 전개한 검은 노이즈 냉기를 정면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무림의 정점에 섰던 자로서의 자존심이, 시스템이 보낸 처형자 따위에게 밀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은 것이다.  스바바박! 천마의 신형이 번개처럼 쇄도했다. 그의 검끝에서 시작된 자색의 검기가 수십 미터 크기의 거대한 칼날이 되어 겔리두스의 머리 위로 사정없이 내리쳐졌다. 대기가 두 조각으로 갈라지는 듯한 가공할 파괴력이었다.  쿠아아아앙! 하지만 겔리두스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놈은 그저 왼손에 든 지팡이를 가볍게 들어 천마의 검격을 막아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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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탑의 의지를 넘어서는... 오류인가..." 겔리두스는 마지막 유언 같은 시스템 음성을 남긴 채, 전신이 거대한 불꽃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퍼엉!  [알림: 54층 최종 집행자 - 데이터의 기사 겔리두스를 처치했습니다!][통곡의 빙하 지대 시나리오가 대성공으로 종료됩니다.][클리어 보상으로 700,000 카르마가 적립됩니다.][알림: 55층으로 향하는 게이트가 활성화됩니다.]  겔리두스가 소멸함과 동시에 설원을 가득 메우고 있던 살인적인 눈보라가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브린힐트의 화룡의 심장 엔진이 다시금 힘차게 박동하며 실내를 따스한 온기로 채웠다. 동굴 생존자 헌터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환호성을 질렀고, 이설화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장부에 실시간으로 찍히는 칠십만 카르마의 숫자를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시스템이 아무리 나를 저격하기 위해 판을 짜온다 한들, 내 자본주의적 수금 방식 앞에서는 그저 좋은 수입원에 불과했다.  "자,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정산은 확실하게 끝났으니, 이제 다음 층으로 올라가서 더 큰 이자를 받아내야죠?" 나는 황금빛 게이트를 향해 브린힐트의 조종간을 앞으로 힘껏 밀었다. 탑의 꼭대기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시스템의 심장부를 향해, 우리 일행의 무자비한 자본주의적 진격은 이제 막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었다.   * 빚은 기억보다 길다   황금빛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설상 크루저 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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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만물 대여점의 채권자

나는 만물 대여점의 마스터 권한을 열었다. 54층에서 겔리두스를 조지며 벌어들인 칠십만 카르마가 장부에 넉넉하게 남아 있었다. 돈이 넉넉할 때의 나는 시스템의 그 어떤 가혹한 법칙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었다. "대여점 마스터 권한 발동. 영혼 각인 및 인과 고정 카테고리 개설." [알림: EX급 특수 아이템 대여를 신청합니다.][아이템 대여: 절대 채권자의 징벌용 영혼 고정 핀(S급) 25개][효과: 대상의 영혼과 기억에 채무 사실을 강제로 각인시킵니다. 시스템의 기억 삭제 및 인과율 왜곡을 완벽하게 무력화합니다.][대여료: 총 125,000 카르마]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내 손바닥 위로 보랏빛 번개가 튀는 정교한 황금 바늘 스물다섯 개가 소환되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바늘들을 허공을 향해 던졌다.  쉬익! 슉! 슉! "어억!" "이, 이게 뭐야?" 황금 바늘들이 비틀거리던 헌터들의 그림자 속으로 일제히 내리꽂혔다. 그 순간 그들의 몸을 감싸고 있던 검은색 노이즈가 단번에 산산조각이 났다. 멍했던 그들의 눈동자에 순식간에 또렷한 정신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의 뇌리에 내가 안겨준 은혜와 함께, 향후 수익의 오십 퍼센트를 바쳐야 한다는 엄숙한 채무 의식이 전율처럼 각인되었다.  "헉... 내가...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던 거지? 진혁 님과의 거룩한 계약을 잊으려 하다니!" "죄, 죄송합니다, 사장님! 잠깐 머릿속이 하얗게 켜지면서 딴 생각을 했습니다!"&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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