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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Chapter 21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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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마지막으로, 시공법입니다. 저희는 국내 최초로 '슬립 폼(Slip Form)'과 '다이아그리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공법을 적용합니다. 이를 통해 공기를 6개월 단축하고, 공사비를 15% 절감하겠습니다.”나는 준비된 마지막 영상을 재생했다.가상의 서울 야경.한강 변에 우뚝 솟은 가 오색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그 빛은 단순히 건물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상암동 전체를, 나아가 서울의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서울의 밤은 이제, 이 탑이 세워지기 전과 후로 나뉠 것입니다. 이상, 세영건설 컨소시엄의 발표를 마칩니다.”정적.그리고.짝. 짝. 짝.누군가 박수를 쳤다. 박 회장이었다.이어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심사위원 중 몇몇은 기립 박수까지 쳤다.압도적이었다. 기술, 디자인, 명분, 감동. 모든 면에서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이었다.나는 단상에서 내려오며 최무진과 눈이 마주쳤다.그의 얼굴은 흙빛을 넘어 사색이 되어 있었다.나는 입모양으로 그에게 속삭였다.“끝났어.”발표가 끝나고 심사 결과 발표 시간.모두가 숨죽이고 전광판을 바라봤다.최무진은 초조한 듯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고, 박 회장은 눈을 감고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사회자가 봉투를 열었다.상암 DMC 랜드마크 타워 민간 사업자 공모.최종 우선 협상 대상자는...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결과는 이미 정해졌다는 것을.'“세영건설 컨소시엄, 입니다!”와아아아아!민수가 나를 껴안고 방방 뛰었다. 지현 누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며 펑펑 울었다.박 회장은 벌떡 일어나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 순간, 시스템 창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시스템: 메인 퀘스트 「거인 사냥」 성공!』『업적 달성: 대한민국 최연소 랜드마크 설계자.』『보상: 명성도 +2000, 자금 10억 원, 세영건설 지분 1%.』『히든 보상: 스킬 「부동산의 제왕(Lv.1)」 해금.』'승리했다.'나는 환호하는 팀원들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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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 그놈들이 뭐 어쨌다고?”“이번 입찰에 태영은 사활을 걸었습니다. 무리하게 단기 자금을 끌어다 썼고, 계열사 보증까지 섰죠. 그런데 졌습니다. 그 막대한 금융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태영이 흔들리면 건설 업계 전체가 흔들린다. 그건 상식이었다.'“태영이 무너지면, 채권단은 건설사 전체에 대한 대출 회수에 들어갈 겁니다. 흑자 부도가 속출할 겁니다. 그때 살아남으려면 현금이 왕입니다.”박 회장은 턱을 쓰다듬으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파티가 끝나고 밖으로 나왔다. 밤공기가 찼다.민수와 지현 누나는 2차를 가자며 들떠 있었지만, 나는 그들을 먼저 보냈다.지금은 술을 마실 때가 아니었다.나는 택시를 잡아탔다.“여의도로 가주세요.”여의도. 대한민국 금융의 심장부이자, 돈의 흐름이 가장 먼저 감지되는 곳.택시 안에서 나는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했다.아직은 잠잠했다. 태영건설의 패배 소식만 대서특필될 뿐, 그들의 자금 사정에 대한 기사는 없었다.하지만 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시스템: 경고! '태영건설 발(發) 유동성 위기' 발생까지 D-3일.』'3일. 생각보다 시간이 없다.'태영건설 최무진은 가만히 앉아서 죽을 위인이 아니다. 자신이 죽어야 한다면, 물귀신처럼 업계 전체를 끌고 들어갈 것이다.그가 터트릴 폭탄은 명백했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건설사들이 건물을 짓기도 전에 미래의 수익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모래 위에 쌓은 성.태영이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는 순간, 금융권은 패닉에 빠지고 자금줄은 동결된다. 그때는 세영건설도, 나도 안전하지 않다.나는 여의도 증권가 뒷골목에 내렸다.화려한 마천루 뒤편, 늦은 시간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허름한 빌딩들이 있었다. 이곳에는 제도권에서 밀려나거나, 혹은 스스로 제도권을 거부한 재야의 고수들이 숨어 있었다.내가 찾은 곳은 낡은 간판도 없는 한 사무실이었다.똑똑똑.노크를 하자 안에서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영업 끝났습니다.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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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이는 물 만난 고기였다. 그녀는 10억 원을 종잣돈으로 선물 옵션 시장에서 기막힌 포지션을 잡았다. 건설업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2X 상품부터, 태영건설 개별 주식 선물 매도까지.“야, 강진호. 너 신기 있냐? 진짜 네 말대로 흐름이 딱딱 맞아떨어지는데? 지금 건설업 지수 3% 빠졌어. 우리 수익률 벌써 50% 넘었어.”“아직 멀었습니다. 본 게임은 내일입니다.”---D-Day.운명의 날 아침.대한민국 경제 신문 1면 톱기사는 충격적이었다.[속보] 태영건설, 1차 부도 위기... 워크아웃 신청 검토[단독] 태영건설 2조 원대 PF 대출 만기 연장 실패... '돈맥경화' 현실화시장은 패닉에 빠졌다.주식 시장이 개장하자마자 건설주는 하한가로 직행했다.코스피 지수는 순식간에 3% 급락했고, 환율은 치솟았다.건설사들이 줄도산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시장을 집어삼켰다.사무실 안, 한재이는 괴성을 질렀다.“미쳤다! 미쳤어! 야! 이거 봐! 수익률 500%! 1000%! 숫자가 안 멈춰!”모니터 속 붉은색(하락) 숫자들은 우리에게는 막대한 부(富)를 의미했다.태영건설의 주가는 반토막, 아니 그 이하로 곤두박질쳤다.나는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뉴스를 봤다.TV 화면에는 태영건설 본사 앞에서 항의하는 하청 업체 사장들과 투자자들의 모습이 비쳤다.그리고 검찰에 출두하는 최무진의 모습도. 그는 며칠 전의 오만함은 온데간데없이, 수척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꼴 좋군.''하지만 내 예상보다 파장은 더 컸다. 중소형 건설사 두어 곳이 당좌 거래 정지를 당했다는 속보가 떴다. 그중에는 내 전생의 기억 속에 있는 건실했던 기업도 포함되어 있었다.''나비효과. 내가 최무진을 무너뜨린 대가로, 죄 없는 기업들이 피를 보고 있었다.''...찝찝하네.'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하지만 이것이 냉혹한 승부의 세계다. 내가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이 폐허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것이다.“재이 씨.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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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진호 씨 되십니까?” 뒤를 돌아보았다.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들의 허리춤이 불룩했다.그리고 그들 사이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한쪽 눈에 깊은 흉터가 있는 남자. 전생에 최무진의 '해결사'로 불리며, 온갖 더러운 일을 처리했던 독사였다. “최무진 상무님이 안부 전해달라고 하십니다.” 독사가 비릿하게 웃으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잭나이프였다.햇빛을 받아 날카롭게 빛나는 칼날. “너무 설치셨어. 적당히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시스템 경고가 너무 늦었잖아.'나는 뒷걸음질 치며 주위를 살폈다. 도망칠 곳은 없다. 민수는 차에 가 있고, 지현 누나는 현장에 없다. 완전한 고립. “어쩌죠? 저는 안부 인사를 받을 생각이 없는데요.” 말은 태연하게 했지만,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머릿속으로 계산했다.'상대는 다섯. 무기는 칼. 내 무기는? 주머니 속에 있는 볼펜 한 자루와, 공사용 줄자. 승산이 있을까?'그때였다. 『시스템: 긴급! 생존 본능이 발동합니다.』『스킬 「현장 지휘(Lv.Max)」의 숨겨진 기능이 활성화됩니다.』『기능: 「인력 소집」』 [주변 500m 반경 내에 당신을 도울 수 있는 '아군'을 검색합니다.][검색 완료. 대상: 성수동 구두 장인 조합원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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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일주일 후.나는 여의도에 새로운 사무실을 열었다. <JM 홀딩스>.내 이니셜을 딴 지주회사이자, 앞으로 내 모든 사업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였다.사무실은 한재이의 허름한 쪽방이 아닌, 여의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IFC 빌딩 35층이었다.  "와... 대표님. 여기 월세 장난 아닐 텐데. 우리 진짜 성공했나 봐요." 새로 맞춘 정장을 입은 박민수가 창밖을 보며 감탄했다.  그 옆에는 단정하게 머리를 자르고 묵직한 아우라를 풍기는 박동수가 서 있었다. 그는 그림자처럼 내 뒤를 지키고 있었다.  "민수야, 촌스럽게 굴지 마. 우린 이제 시작이야. 재이 씨는?" "한재이 이사님은 트레이딩 룸 세팅하느라 바쁘세요. 모니터를 6개나 더 사달라고 하시던데?" 민수는 이제 내가 대표라서 그런지, 밖에서는 말을 높이는 경향이 생겼다. "사드려. 100개라도 사드려야지."  한재이는 JM 홀딩스의 금융 부문 대표를 맡았다. 그녀의 천재적인 감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내 부동산 개발 사업의 마르지 않는 자금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지현 실장은 건설 부문 기술 고문으로, 박동수는 보안 부문 이사로.각 분야의 천재들이 내 깃발 아래 모였다.  "자, 이제 본업으로 돌아가 볼까." 나는 회의실 테이블 위에 성수동 부지의 도면을 펼쳤다.태영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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