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을 뻗어, 내가 한 달 동안 밤새워 만든 모형의 지붕을 잡았다.우지끈-!“야! 강진호! 너 뭐 해?!”옆에 서 있던 동기가 비명을 질렀다. 스튜디오 안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최무진의 시선도, 김 교수의 당황한 눈빛도 느껴졌다.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형을 짓이겨버렸다.바사삭, 툭.정성스럽게 붙인 창문이 떨어져 나가고, 기둥이 꺾였다.“미쳤어? 지금 뭐 하는 짓이야!”달려온 조교가 내 팔을 잡으려 했지만, 나는 가볍게 뿌리쳤다.“쓰레기를 치우는 중입니다.”내 목소리는 차분했다. 스튜디오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나는 박살 난 모형 잔해를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그리고 텅 빈 모형 받침대 위에 검은색 폼보드 한 장을 깔았다.아무것도 없는, 검은 대지(大地).그것이면 충분했다.---“다음, 강진호 학생.”내 차례가 왔다.내 앞에는 텅 빈 검은색 받침대만이 놓여 있었다.심사위원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특히 깐깐하기로 소문난 외부 심사위원, 이형석 소장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자네, 지금 장난하나? 졸업 작품이 장난이야?”“장난 아닙니다.”“모형도 없고, 패널도 찢어버렸던데. 뭘 보여주겠다는 건가?”“건물이 아니라, '공간'을 보여드리겠습니다.”나는 주머니에서 굵은 유성 매직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준비된 화이트보드가 아닌, 모형 받침대 뒤의 하얀 벽으로 걸어갔다.“건축은 무엇입니까?”나는 벽에 굵은 선 하나를 그었다.찌익- 소리가 적막을 갈랐다.“누군가는 예술이라 하고, 누군가는 공학이라 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건축은 ‘해결’입니다.”나는 빠르게 스케치를 시작했다.20년의 경력. 수천 장의 도면을 그리고, 수백 개의 현장을 지휘했던 손이다.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가 손끝을 타고 벽면 위로 쏟아져 나왔다.내 손이 움직일 때마다 시스템 창이 번쩍였다.[스킬: ‘속도 스케치(Lv.Max)’가 발동됩니다.][구조적 오차를 자동 보정합니다.]단순한 투시도가 아니었다.건물의 뼈대, 하중의 흐
Last Updated : 2026-06-0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