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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Chapter 31 - Chapter 40

45 Chapters

31

서울시장 집무실.새로 당선된 조상욱 시장은 당선인의 여유 대신,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 더미 속에서 고뇌하고 있었다. "강 대표, 오셨군. 당선 축하 파티도 못 했는데 이렇게 바로 일로 만나니 좀 민망하네." "축하는 용산 완공하고 해도 늦지 않습니다, 시장님. 그나저나 표정이 안 좋으시네요?" 조상욱이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가리켰다.  "시의회가 난리야. 자네가 제안한 '플로팅 가든' 공법,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며 예산 전액 삭감하겠다고 협박 중이야. 대성그룹 장학생들이라던 그 친구들 말이야." "이병철 회장이 벌써 움직였나 보군요." "그뿐만이 아냐. 감사원에서도 벌써 냄새를 맡고 조사를 나온다네. 민간 사업자와의 유착 관계가 없는지 보겠다면서." '이병철... 역시 노련해. 겉으로는 손을 잡는 척하면서, 뒤로는 조상욱 시장의 손발을 묶고 나를 고립시키려 하는군. 자기가 아니면 이 사업을 할 수 없게 만들려는 수작이지.'  "시장님, 걱정 마십시오. 의회는 제가 설득하겠습니다. 대신 시장님은 내일 오전에 있을 '용산 비전 선포식'에서 제가 드리는 발표 자료 그대로만 읽어주십시오." "발표 자료? 그게 뭔데?" "대성그룹조차 거절할 수 없는, 시민들의 열망을 폭발시킬 기폭제입니다."  다음 날 오전, 용산 정비창 부지 특설 무대. 수천 명의 시민과 수백 명의 기자가 운집했다. 단상에는 조상욱 시장과 나, 그리고 대성그룹의 이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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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설아라고 합니다. 강진호 대표와 같은 대학교 건축학과 동기인데, 강 대표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남몰래 챙겨주던 인물입니다. 주변 증언에 따르면 강 대표가 유독 이 학생에게만은 부드럽게 대했다고 합니다."  이서현은 사진 속 여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한설아. 유명인은 아닌듯한데. 하지만 강진호의 유일한 약점일 수도 있겠군.' "이 여자, 당장 우리 장학생으로 선발해. 그리고 대성건설 인턴십 기회도 주고. 강진호의 눈앞에 가장 화려한 꽃을 배치하는 거야. 그게 독초인지도 모르게." ***  늦은 밤, 한국대학교 건축학과 설계 스튜디오. 나는 홀로 남아 용산 타워의 세부 도면을 수정하고 있었다. 시스템 창이 내 망막 위에 떠올라 복잡한 수치들을 보정해주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은 왠지 모를 불안감으로 소란스러웠다.  『시스템: 특수 스킬 「위기 감지(Lv.2)」가 작동 중입니다. 주변에 당신의 운명을 뒤흔들 인연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인연? 이 시점에 나타날 인연이 누가 있지?' 그때, 스튜디오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낯익은 발소리. 고개를 들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 체취가 코끝을 스쳤다.  "아직 안 갔어? 진호야." 나지막한 목소리.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전생에서 내가 가장 사랑했던, 그리고 가장 아프게 떠나보냈던 아내 한설아가 서 있었다. 지금의 그녀는 아직 학생이었지만, 그 맑은 눈망울만은 그대로였다.&n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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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 강 대표를 자른다는 거야? 이 건방진 것들이." 이서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백 회장님... 여긴 이사회장입니다. 외부인은 나가주시죠." "외부인? 어이, 상무 양반. 자네 아버지한테 전화 안 받았어? 오늘 오전 9시부로 JM 홀딩스가 보유한 PFV 지분 5%가 나한테 넘어왔어. 그리고 내가 장외 시장에서 긁어모은 지분까지 합치면, 이제 내가 이 사업의 2대 주주야. 나도 이사회 멤버라는 소리지." 백 회장이 상석 옆자리를 툭툭 치며 앉았다.  "자, 다시 시작해볼까? 8천억? 그까짓 돈 없어도 돼. 내가 그만큼 더 투자할 테니까. 대신 이 건물은 강 대표 말대로 지어. 내 손주들이 가서 뛰어놀 수 있는 그런 건물로 말이야." 이서현은 부들부들 떨며 책상을 짚었다. 그녀가 준비한 카드가 백 회장의 등장으로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상무."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한설아 학생 건드리지 마십시오. 장학금이든 인턴이든, 그 친구의 꿈을 당신의 정치질에 이용하는 순간... 대성그룹의 숨겨진 비자금 계좌 12개, 세상에 다 공개될 겁니다." 나는 그녀의 귀에 낮게 속삭였다. 이서현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그 계좌들은 아버지 이병철 회장조차 모르게 그녀가 관리하던 개인 금고였다.  "어떻게... 그걸 네가..." "말했죠. 저는 식은 차는 안 마신다고. 당신이 뭘 준비하든, 저는 이미 그 결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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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현장은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 정도 규모의 지하 구조물이 발견되었다면 공사는 무기한 중단될 것이 뻔했다. 만약 이것이 일제 강점기의 유적이나 군사 시설이라면 문화재청이나 국방부가 개입할 것이고, 용산 프로젝트는 그대로 끝장이었다.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대성그룹에서 보낸 감리단이 벌써 보고를 올렸나 봅니다. 이서현 상무가 차를 몰고 이쪽으로 오고 있답니다!" 박민수가 휴대폰을 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이서현... 그녀가 이 사실을 알면 공사를 중단시키고 나를 디렉터 자리에서 끌어내릴 명분으로 삼겠지. 하지만 나는 직감한다. 이 구조물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는 것을.'  "동수, 지금 당장 현장 출입 통제해. 대성 측 인원이라도 내 허락 없이는 누구도 이 구덩이 근처에 못 오게 해." "알겠습니다. 보안팀 전원 배치하겠습니다." 박동수가 무전으로 지시를 내리는 사이, 나는 밧줄을 몸에 감았다.  "진호야! 내려가려고? 위험해!" 지현 누나가 말렸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습니다. 저 아래에 뭐가 있는지 알아야 이 판을 뒤집을 수 있어요."  나는 어둠이 깊게 깔린 구덩이 아래로 몸을 던졌다. 흙먼지가 코를 찔렀고, 거대한 합금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가 피부에 닿았다. 바닥에 발을 딛자마자 나는 벽면에 손을 댔다. 차가웠다. 하지만 그 안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살아있는 기계처럼, 혹은 거대한 심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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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든 아니든 상관없어. 이제 대성은 이 공사를 멈추지 못해. 오히려 자기들이 나서서 이 구조물이 안전하다고 홍보해야 할 판이지." 나는 사무실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일러. 이 지하 시설이 단순히 대성의 비자금 세탁용은 아니었을 거야. 그 동력 장치... 분명 범상치 않은 무언가가 있어.' 그때, 한재이에게서 급박한 전화가 왔다. "진호야! 지금 속보 떴어! 대성그룹 주가가 요동치고 있어! 이병철 회장이 직접 현장으로 오고 있대! 이번엔 비서실장도 아니고 회장님이 직접!"  '이병철 회장이 직접?' 나는 창밖을 보았다. 검은색 리무진 행렬이 공사 현장 입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최무진이나 이서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 10분 뒤, 현장 사무실. 이병철 회장은 수행원 한 명 없이 홀로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낡은 지팡이가 들려 있었지만, 그가 내뿜는 아우라는 사무실 전체를 압도했다.  "자네, 내 집에서 차 마실 때부터 비범하다 생각했네만... 내 아버지의 무덤까지 파헤칠 줄은 몰랐군." 이병철 회장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  "파헤치다니요, 회장님. 잃어버린 유산을 찾아드린 것뿐입니다. 덕분에 용산 프로젝트의 가치가 두 배는 뛰게 생겼으니 제가 감사 인사를 드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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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회장이 움직인 거군.’  전생에서 대성그룹은 위기가 올 때마다 해외 사모펀드나 외국계 투자은행을 끌어들여 경쟁자를 제거하곤 했다.이번에도 같은 수법이었다. 자신들의 손은 더럽히지 않으면서, 환율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일으켜 나를 수렁으로 밀어 넣으려는 것이다.  그때, 내 개인 휴대폰으로 국제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발신자 표시 제한. 나는 직감적으로 수락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오랜만이군, 강진호 대표. 아니, 이제는 강진호 소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예전보다 훨씬 세련되었지만, 그 안에 담긴 비열함은 숨길 수 없었다. 최무진의 개였던 김영민이었다. "김영민 상무님. 아니, 이제는 레이먼드 킴이라고 불러드려야 하나? 목소리가 아주 밝으시네요. 도망자 신세인 줄 알았더니." - 도망이라니. 섭섭하구먼. 나는 지금 골드만 캐피탈의 아시아 지부 총괄 부사장 자격으로 한국에 와 있어. 정당한 투자자로 말이야. 김영민, 아니 레이먼드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 자네가 용산에서 발견한 그 지하 구조물 때문에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우리 골드만 캐피탈은 용산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이 너무 높다고 판단했거든. 그래서 우리가 가진 채권들을 시장에 풀고 원화 매도 포지션을 잡았지. 결과는 보다시피 자네의 파산 직전 상황이고.  "협박하러 전화한 겁니까?" -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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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식탁 위에 놓인 리모컨을 눌러 대형 TV를 켰다. [속보] 원달러 환율 폭락... 1,400원에서 1,100원대로 급하강[충격] 용산 지하에서 대규모 금맥 발견 소문에 시장 패닉... 외국인 투자자들 원화 다시 매수 시작[단독] 골드만 캐피탈, 한국 시장 공격 과정에서 불법 환율 조작 정황 포착... 금융감독원 조사 착수 레이먼드 킴의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이, 이게 뭐야? 금맥이라니! 말도 안 돼! 그건 그냥 근거 없는 소문일 뿐이야!" "소문인지 아닌지 확인해보시겠습니까?"  나는 태블릿 PC를 켜서 지하 구조물 내부의 실시간 영상을 보여주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금괴들과, 그 앞에서 감정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그 금괴의 일부는 백윤자 회장이 명동에서 긴급 공수한 것들이 섞여 있었지만, 화면 너머의 그들에게는 구분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레이먼드 씨. 아니, 김영민 상무님. 당신들이 홍콩과 싱가포르 계좌를 통해 원화를 매도한 내역, 지금 실시간으로 금융감독원에 전송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양자 통신망이 당신들의 은밀한 지갑 주소를 다 찾아냈거든요." "어떻게... 어떻게 그 장치를 돌린 거야! 이병철 회장이 절대 안 된다고 했을 텐데!" 김영민이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회장님은 낡은 시대의 사람이니까요. 새 시대에는 새 동력이 필요하죠." 나는 차분하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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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호 대표님, 당신을 공공 안전 위협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용산 현장은 이 시간부로 전면 폐쇄됩니다!" "잠깐만요! 지금 현장을 폐쇄하면 안 됩니다! 지하의 밸브를 다시 잠그지 않으면 서울 전체가 무너진다고요!" 내가 외쳤지만, 그들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들의 뒤에는 이서현 상무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강 대표님, 과욕이 화를 불렀네요. 이제 그 입 좀 다무시죠. 서울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도박을 한 대가는 감옥에서 치르게 될 테니까." 나는 이서현의 눈을 쏘아보았다. '저 여자는 몰라.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순히 나를 무너뜨리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가문이 쌓아 올린 이 도시 자체가 사라질 위기라는 것을.' "동수!" 나의 짧은 부름에 박동수가 번개같이 움직였다. 그는 순식간에 내 앞을 가로막은 경찰들을 제압하고 나를 창가로 밀어냈다. "대표님! 가십시오! 여기는 제가 막겠습니다!" "동수, 너 그러다 범죄자 돼!" "이미 제 목숨은 대표님 것입니다! 서울을 구하십시오! 그게 저를 구하는 길입니다!"  박동수의 외침을 뒤로하고, 나는 지현 누나와 함께 사무실 비상계단으로 뛰어 내려갔다. 경찰들의 고함과 사이렌 소리가 등 뒤에서 멀어졌다. *** 용산 정비창 지하, 폐쇄된 구역. 우리는 숨을 헐떡이며 다시 동력 장치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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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 사막의 신기루, 오아시스  인천공항 귀빈실 앞에 선 거대한 전용기는 그 위용부터가 달랐다. 동체에는 아부다비 왕실을 상징하는 문장이 금빛으로 찬란하게 새겨져 있었다. 서울을 집어삼킬 뻔했던 싱크홀 사태를 해결한 지 불과 일주일. 내 이름은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건설 및 설계 업계의 태풍의 핵이 되어 있었다. "대표님, 진짜 이 비행기 우리가 타는 거 맞아요? 안에 금으로 도배되어 있다던데?" 박민수가 설레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손에는 이번 프로젝트의 기초 자료가 담긴 가방이 꽉 쥐어져 있었다.  "금보다는 그 안에 담긴 정보가 더 비싸겠지. 민수야, 정신 차려. 이번엔 서울 시청이랑은 차원이 다른 곳이니까." 전용기 계단을 오르며 나는 뜨겁게 쏟아지는 정오의 햇살을 받았다. 이번 목적지는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 그곳의 왕세자이자 실권자인 라시드 빈 자이드로부터 직접 초대장이 날아왔다. '사막 한가운데에 인류 역사상 가장 완벽한 친환경 도시를 건설하라.'  이것이 그가 내게 던진 숙제였다. 전생에서 이 프로젝트는 수십 조 원의 자금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더위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미완의 도시로 남았었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그 역사를 다시 쓰려 한다. *** 비행기로 10시간을 날아 도착한 아부다비 국제공항. 비행기 문이 열리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열기가 온몸을 감쌌다. 기온은 섭씨 45도. 지면에서 올라오는 아지랑이가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었다. 공항 활주로에는 수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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