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항 밖에서 대기 중이던 검은색 캐딜락에 올랐다. 옆자리에는 이미 뉴욕 지사 세팅을 위해 먼저 도착해 있던 한재이가 날카로운 눈매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진호, 제정신이야? 아부다비에서 번 돈 절반을 여기 쏟아붓겠다고? 월스트리트의 늑대들이 동양에서 온 새파란 건축가한테 순순히 땅을 내줄 것 같아?" "늑대들이 땅을 내주지 않는다면, 그들이 발을 딛고 있는 땅 자체를 흔들어버리면 돼. 재이 씨, 내가 찍어둔 그 건물, 현재 상황은 어때?" 한재이가 한숨을 내쉬며 모니터를 내 쪽으로 돌렸다. "월스트리트 40번지 근처, '실버먼 타워'. 80년 된 노후 건물이야. 층고는 낮고, 유지비는 천문학적이지. 결정적으로 5년 전부터 원인 모를 진동과 소음 때문에 입주사들이 다 빠져나갔어. 지금은 유령 건물이나 다름없어.소유주는 '골드 캐피탈'. 유대계 자본의 핵심인 데이비드 실버먼이 쥐고 있지." 『시스템: 「부동산의 제왕(Lv.1)」이 뉴욕 맨해튼 지역을 스캔합니다.』『대상: 실버먼 타워 (Silverman Tower)』『현재 가치: F등급 (유지비 과다, 공실률 95%)』『특이 사항: 초고주파 공명 현상으로 인한 거주 불능 판정. 해체 비용이 부지 가치를 상회함.』 나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띄웠다. '데이비드 실버먼. 전생에서 그는 이 건물을 처리하지 못해 파산 직전까지 몰렸었지. 하지만 그는 몰랐다. 이 건물의 진동이 단순한 설계 결함이 아니라, 주변 마천루들이 만들어낸 바람의 길이 좁은 틈새에서 부딪히며 생기는 '에오리안 하프(Aeolian Harp)' 현상의 변종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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