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강하임은 아주 일찍 일어났다.양수원은 10시가 되어서야 깼다. 이어 안방에서 나와 아내가 식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쓰는 모습을 보고, 눈을 비비며 다가왔다.노트에는 빼곡하게 글자가 적혀 있었다. 양수원은 한 줄씩 훑어보다가 그것이 오늘 강하임이 할 일들의 목록이라는 걸 알아차렸다.[첫 번째, 본가에 한 번 간 후, 친구들을 만나기.][두 번째, 호숫가에 가서 비둘기 먹이 주기.][세 번째, 술집에 가서 한 번 취해 보기.][...]“이런 건 왜 적고 있어?”강하임은 펜을 쥔 손을 멈추고 그를 올려다보았다.“버킷 리스트.”그 말을 듣자 양수원은 무언가 떠올린 듯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너 17살 때도 버킷 리스트를 썼었잖아.”말은 중간에서 끊겼고, 그 표정에는 뒤늦은 후회가 번졌다.강하임은 알았다. 양수원은 자신이 옛일을 꺼내 그녀를 아프게 했다고 생각한 것이다.하지만 이제 강하임은 그런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먼저 말을 이어받았다.“맞아. 그때는 18살이 되기 전에 하고 싶은 백 가지를 썼지. 번지점프도 하고, 스키도 타고, 래프팅이랑 서핑도 해 보고...”“하나같이 무모한 것들이었어. 그런데 너는 나보다 더했지. 전부 기록해 주고, 나랑 같이 다 해 봤잖아.”그리운 말투를 듣자 양수원의 머릿속에도 오래된 장면들이 떠올랐다. 그는 웃었다.“내가 그만큼 너를 좋아했으니까. 네가 뭘 하든 따라가고 싶었어. 그땐 네가 옆에 있으면 아무것도 겁나는 게 없었거든. 눈 감고 몇백 미터 위에서 뛰어내릴 수 있을 정도로...”강하임은 들뜬 표정으로 말하는 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양수원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와 그녀에게 닿았을 때, 강하임은 문득 엉뚱한 말을 했다.“이렇게 즐겁게 웃는 너... 정말 오랜만에 봐.”양수원의 웃음이 그대로 굳었다.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는 곧 화제를 돌렸다.“이번 리스트들도 내가 같이 해 줄까?”강하임은 고개를 저었다.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고집이 있었다.“내 소원이야. 너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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