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연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침상에 누워 있는 목지의를 힐끗 보고는 귀찮다는 듯 말했다."그리하마."늙은 태의가 서둘러 은으로 된 칼을 내밀었다.목나경은 칼을 받아 들고 깊은 숨을 들이쉬며 칼끝을 심장 부위에 겨누었다.날카로운 칼날이 살을 파고들자 극심한 통증에 눈앞이 캄캄해졌다.그녀는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며 신음 소리를 억지로 삼켰다.붉은 피가 칼을 타고 한 방울, 두 방울 옥사발로 흘러내렸고 그녀의 의식이 점차 흐려졌다.얼마나 지났을까, 희미한 의식 속에서 태의의 기쁜 목소리가 들려왔다."큰아가씨께서 깨어나셨습니다!"기연우는 즉시 침상 앞으로 달려가 목지의를 품에 꼭 안았다. 그의 목소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정했다."지의야, 드디어 깨어났구나…"동시에 목나경은 비틀거리며 일어난 뒤,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어 손가락 끝을 깨물었다. 그리고 하얀 비단 수건 위에 글을 써 내려갔다."기연우는 목나경의 혼인 자유를 허락하며, 향후 어떠한 방식으로든 목나경의 남편을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한 자 한 자 쓸 때마다 온몸의 기력이 다 빠져나가는 듯했고, 비단 위에 번져가는 붉은 피는 마치 그녀의 찢겨진 심장 같았다."제 조건은… 전하께서 여기에 인장을 찍어주시는 것입니다…"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혈서를 건넸다.기연우는 깨어난 목지의에게만 정신이 팔려 있어, 제대로 확인지도 않고 인장을 꺼내 꾹 찍어주었다."이제 만족하느냐?"목나경은 붉은 인장이 선명하게 찍힌 혈서를 힘겹게 손에 쥐고,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네, 이제 만족합니다.’모든 것이 드디어 끝났다.상처를 치료하는 동안 목나경은 방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았다.목국공부는 매일같이 목지의가 동궁으로 시집가는 준비로 떠들썩했으나, 목나경은 그저 묵묵히 창가에 앉아 마당의 배나무를 바라볼 뿐이었다. 어느새 꽃잎은 다 지고 없었다."아가씨, 단장하셔야 합니다."설화가 붉어진 눈시울로 붉은 혼례복을 들고 들어왔다.목나경은 그제야 깨달았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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