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달콤하고 잔인한 나의 세계: Chapter 111 - Chapter 120

175 Chapters

111화

6시가 되자 은성은 회사에서 나왔다. “아, 피곤해…” 퇴근이지만 퇴근이 아니었다. 아이티 기업인 사이클은 유연한 근무환경을 취하고 있었다. 돈을 많이 주는 대신 퇴근하고도 재택으로 사람을 일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그게 힘들었지만 4년이 지나자 적응이 되었다. 높은 오피스 빌딩과 울창한 나무 사이로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응시하는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들었다.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는 거 같았다. 고개를 돌리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유 실장님…”“오랜만이다.”“여긴 어떻게…?”“회장님이 기다리고 계셔.” 예정된 만남이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아직 마치지 못한 일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거절할 수 없었다. 유 실장을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 호텔 스위트 룸 안으로 들어섰다. 거실의 크기가 그녀가 사는 집에 3배 크기였다. ‘싱가포르에 4년동안 살면서도 이런 큰 스위트룸이 있는 줄 몰랐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도 굳이 억지로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가 있었다. 긴장을 조금 풀고 싶었다. 4년전 선우가 병원에 실려갔을 때 스치듯이 본 것이후에 처음이었다. 아직도 화를 간신히 누르는듯한 선희의 눈빛이 생생했다. 자신이 잘못한 게 맞았고 선희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너무 당연했다. 그래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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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화

“하아… 하아…” 호텔을 나와서야 숨이 조금 제대로 쉬었다. 전속력으로 뛴 사람처럼 거칠게 호흡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빨리 뛰지 못했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탓에 비틀대면서 걸었다. 평소보다도 훨씬 느린 걸음이었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고 나서야 조금씩 감정이 안정됐다. “아주 잘지내.” 그렇게 말하는 선희의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잘 지낸다며.” 한번도 선우에게 직접 물어본적 없는 주제에 그런 말이 나왔다. 도희가 잘 지낸다고 말할 때마다 이상하긴 했다. 뭘 하면서 어떻게 지낸다고 말할법도 한데 한번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이상했다. 그렇지만 굳이 그 이상함을 확인하려 들지 않았다. 확인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어질 거 같아서 그냥 덮어두기로 했다. 그게 최선이라고 여겼다. 몸에 힘이 쫙 빠져서 어디에든 앉고 싶었다. 호텔 근처에 있는 벤치에 털썩 앉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핸드폰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울렸다. 민재한테서 온 전화였다. “선배.”“집에 왔는데 없네. 오늘 야근해?” 그제야 은성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분명히 호텔에서 나올 때까지도 주변이 환했다. 그런데 지금은 깜깜했다. “어.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 이제 출발하려고. 무슨 할말 있어?” 그렇게 물어보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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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화

선희를 만난 다음날 유 실장이 찾아왔고 그녀가 원하는 조건을 말했다. “3개월 동안은 도련님과 함께 살아야하고 어떤 일도 해서는 안돼.”“제 모든 시간을 선우한테 맞춰야한다는 거네요.”“맞아.” 이 3개월동안 은성은 선우에 초점을 맞춘 생활을 해야했다. 그것이 선희가 원하는 조건이었다. 은성은 그걸 거부할 자격이 없었다. 하지만 설사 있었다고 해도 거부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희는 그 정도를 요구할 자격이 있었다. 그녀는 애정관계에서 아들이 상처를 입은 것으로 한번도 은성을 곤란하게 만든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은성은 선우를 다치게 만들었다. 3개월 동안 그와 함께 살고 모든 것을 그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으로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직장까지 정리하고 들어왔다. 그런데 선우의 입에서 회사에 다녀도 된다는 말이 나왔다. 은성이 그를 물끄러미 보면서 물었다. “진심이야?”“응. 진심이야.” 선우가 희미하게 미소지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표정에서 그의 마음이 보였다. 여전히 은성이 자신의 곁에 한시도 떨어지지 않길 바라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원하는게 있다면 막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은성이 원하는 것을 막은적이 없었다. 단 하나, 그의 곁에서 떠나는 것을 제외하곤 말이다. 가슴 한쪽이 욱신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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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화

그것이 은성을 신경을 건드렸다. “네가 부담을 준다고 해도 3개월이 지나면 나는 떠날거야.” 그 말에 선우의 입이 다물렸다. 우두망찰해 앴던 그는 곧 정신을 차리고 쓰게 웃었다. “그래. 그래야지.” 은성이 어떤 선택을 하든 받아들이겠다는 태도였다. 4년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어쩌면 이번에는 정말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같이 저녁을 먹고, 산책을 했다. 그리고 같은 침대에 누웠다. 4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끔 선우가 느닷없이 불안해할 때를 제외하곤 말이다. ‘예전에도 눈치를 많이 보긴 했었지.’ 선우는 다른 사람의 눈치는 보지 않았지만 예전부터 은성의 눈치는 봤다. 그녀가 그를 밀어내면서 그 정도가 더 강해지긴 했지만 이번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같이 눕는거 불편하면 내가 다른 침대로 갈게.”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은성은 말없이 선우를 바라봤다. 그런 반응이 불안한지 그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근육이 많이 빠졌지만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180cm가 넘는 거구였다. 그런 거구가 작은 여자 앞에서 겁을 먹는 게 어이없었다. “불편하면 내가 말했을 거야.”“그럼 나 여기서 같이 자도 돼?” 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있다가 누워서 그녀를 바라보았다.&n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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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화

된장 찌개 냄새에 은성이 부스스 눈을 떴다. 옆자리는 비워진 상태였다. 언젠가 그의 예전 아파트에서 된장찌개 냄새를 맡으면서 이렇게 눈을 떴을 때가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선우가 정신없이 상을 차리는 중이었다. 그녀를 발견하고 그가 웃었다. “일어났어?”“응.”“밥 먹자.” 선우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밥을 은성의 앞에 놓아주었다. 그렇게 식사가 시작되었다.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 먹고 은성은 멈칫했다. 맛이 경자가 한 된장찌개와 같았다. 하지만 그럴리가 없다. 경자는 1년전부터 요양원에서 생활했다. 그런 생각을 읽기라도 한것처럼 선우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아주머니한테 배웠어.”“그랬구나…” 부끄럽게도 경자의 소식을 몰랐다. 4년전 별장 일로 경자는 엄청 화를 냈다. 화낼만한 일이었다. “나는 너 같은 딸 없어!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도 연락하지도 마!!” 어쨌든 선우는 고용주의 아들이었고 그런 그를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은 것은 경자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든 것이다. 은성도 머리로는 이해했다. 하지만 가슴은 그렇지 않았다. 그 이후로 은성은 경자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4년전에 출국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냉랭하게 이어지던 모녀관계가 끊어졌다. 요양원에 들어갔다는 것도 도희를 통해 들었다. “아주머니, 건강이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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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화

은성이 티슈로 그의 이마를 닦아주었기 때문이다. 풀냄새 가득한 꽃향이 코 끝을 간지럽혔고 그는 잠시 멍해졌다. 그녀의 다정함을 받아본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그 잠시 잠깐의 순간을 그는 음미했다. 그 모습을 도희는 불만스럽게 바라봤다. 예전부터 은성이 다른 누군가와 있는 꼴을 선우는 보지를 못했다. 끼어든 사람이 자신인데도 마치 도희가 끼어든 거처럼 구는게 꽤나 고까웠다. 또 귀는 좋아서 욕하는 말을 들을까 소리는 내지 못하고 입술로만 궁시렁거렸다.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회사에서 온 전화였다. 오늘 월차를 내고 쉬는 날 이렇게 연락이 오는 건 결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었다. 게다가 유 실장에게 직접 연락이 오는 건 말이다.전화를 받고 싶지 않아서 핸드폰을 엎어놓으려는 그때 선우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실장님한테 온 전화 아니야? 빨리 받아봐. 급한 일일지도 모르잖아.” 그 순간 도희는 직감했다. 선우가 손을 쓴 일이라는 것을. 울며 겨자 먹기로 전화를 받았다.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언니… 나 회사로 들어가봐야 할거 같아.”“오늘 월차 아니었어?”“급한 일이 생겨서… 빌어먹을 상사가 장기 휴가라서 비서가 굴러야 하거든.” 그 빌어먹을 상사를 도희는 힘껏 째려봤다. 선우는 자신은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으쓱 올렸다. 정말 한성그룹 후계자만 아니었으면 주먹을 날리고 싶을 만큼 얄미웠다. “그래. 가봐.”“응. 언니. 남자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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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너랑 같이 하고 싶었어. 생각해보니까 우리 같이 한 게 별로 없어서…” 처음에 사귈 때는 미성년자 이기도 했고 수험생이라 어디를 가지를 못했다. 두번째 사귈 때는 은성이 비밀로 하고 사귀기를 원했다. 선우가 제대한 이후에는 은성은 두 사람이 사귄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데이트라고 불릴만한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연인이었음에도 밖에서 데이트를 한적이 드물었다. 커다란 어깨가 푹 꺼졌다. 그것이 은성은 안쓰러웠다. “화내서 미안해.”“앞으로는 내가 안 그럴게.” 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것임을 은성은 알고 있었다. 선우는 어딜가나 은성이 있으면 집요할 정도로 바라봤다. 그럼에도 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차피 3개월이면 끝날 사이다. 이런 일로 그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그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밥 먹으러 가자.”“응.” 선우가 허락을 구하듯 조심스럽게 은성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거부하지 않고 손을 잡고 함께 걸었다. 기사가 차를 세워놓은 곳으로 가려면 나와서 조금 걸어야 했다. 밖으로 나가자 뜨거운 열기가 훅 들어왔다. “덥지?” 선우가 가방에서 손선풍기를 꺼내서어 은성에게 쐬어주었다. 선풍기 바람이 기분 좋게 얼굴을 간지럽혔다. 더위가 조금 가시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보다도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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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화

룸에 도착해서 은성을 침대에 내려놓았다. 선우는 침대에 걸터앉아서 그런 그녀를 바라봤다. 이런 날을 얼마나 바라고 바랐는지 모른다. “은성아.” 요새 정말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매일 매일 은성이 자신의 곁에 있었다. 그동안 꿈에서만 그려보던 것들을 그녀와 같이 했다. 같은 침대에서 잠이 들고, 같이 밥을 먹고, 데이트를 하고… 그녀도 선우에게 잘해주었다. 하지만 그는 알았다. “3개월 후면 이 꿈을 끝나겠지.” 곧 끝날 사이라서 그래서 은성이 자신에게 잘해주는 것을 알았다. 끝내고 싶지 않았지만 그걸 자신이 결정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냥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였다. 사귈 때도 그녀를 집요하게 바라봤지만 지금은 잠시도 눈을 떼고 싶지 않았다. 그 시간 동안 그녀의 모든 모습을 기억하고 싶었다. 그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때 은성이 몸을 뒤척이다가 중얼거렸다. “목말라…” 선우는 얼른 일어나 유리컵에 물을 따라서 가져왔다. 은성을 자신의 몸에 기대게 하고 물을 조금씩 흘려 넣었다. 물을 마시면서 그녀가 부스스 눈을 떴다. 물을 다 마시고 그는 테이블에 물잔을 내려놓았다. 그녀가 그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그녀를 안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당황했다. “물을 마시게 하려고 한거야. 다른 의도는 없었어.” 몸을 빼려고 하는데 은성이 그의 어깨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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