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리고 은성이 들어왔다. 불안감이 조금 녹아내렸다. 역시 은성은 자신을 떠나지 않았다. 자신이 싫을지라도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은성아…” 힘없는 발걸음으로 은성이 안으로 들어섰다.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잠재웠던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려했다. 그때 냉랭한 목소리로 그녀가 물었다. “자살시도 한적 있어?”“없어…” 거짓말이다. 여러 번 자살 시도를 했었다. 자해가 아니라 정말 죽으려고 했었다. 은성이 곁에 없는 현실을 도무지 받아드릴 수가 없었다. 4년전 은성이 떠났을 때, 민재와 사귀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결혼을 결정했던 시점에 몇번이고 자살시도를 했다. 아마 대처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리고 그가 한성그룹의 후계자가 아니였더라면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말할 수는 없다. 그녀에게 짐을 안기는 파렴치한 짓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은성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 “정말 없어?”“응. 정말 없어.” 그 말에 은성이 복도의 끝방으로 마구 걸어갔다. 선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뒤따라갔다. “은성아…” 오늘 아침 작업을 하고 방문을 잠가두지 않았다. 혹시 은성이 열어볼까봐 보이지 않을 때마다 잠갔다. 절대 보이고 싶지 않았다. 선우가 붙잡았지만 은성은 뿌리치고 기어코 방문을 열었다. 방에 가득 그림을 그린 종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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