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자신이 선희한테 의미없는 존재였던 거 같아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는 어린 여자한테 관심 없었다. 어리고 예쁜, 거기에다 허영심까지 있는 여자들은 그의 위치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재벌가의 로열 패밀리인 그는 자신의 자식보다도 어린 여자를 만날 수 있는 재력과 사회적 위치가 있었다. 돈 좀 있다는 인간들은 결혼한 상태에서도 애인을 둔다. 하물며 그는 이혼했기에 법적으로도 자유로운 몸이었다. 하나 걸릴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어린 여자들을 원하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선희였다. 해나를 만난 건 그래서였다. 그녀의 존재가 선희를 거슬리게 할 것이 분명했으니 말이다. 거기에다 그녀가 애틋해 마지않는 선후까지 더해진다면 그녀는 반드시 반응할 것이다. 그의 예상대로 찾아왔지만 그녀는 항상 그렇듯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 그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자신의 신경을 건드렸으니 그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래? 결혼할 때 선우도 불러야 했다.” ‘선우’라는 말이 나오자 마자 선희의 고상한 얼굴에 균열이 갔다. 경범은 마음이 복잡했다. 그녀를 반응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한편, 그것이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것에 분노했다. 선희의 호흡이 거칠어지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네가 누굴 만나든, 결혼하든 상관없어. 그런데 선우 앞에 나타나지 마.”“왜, 네 아들이 그때 기억에서 아직도 못 벗어날까봐 걱정돼?” 그 말을 끝맺기도 전 경범의 얼굴이 돌아갔다. 선희가 그의 뺨을 때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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