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응. 잘 지내.” 얕은 한숨이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자취를 시작한 이후로 은성은 본가에 몇번 들렸으나 경자와 시간을 보내진 않았다. “선우 내일 입대하는 거 기억하지?” 나올줄 알았던 말인데 이상하게 심장이 욱신댔다. 한달 전 그는 입영 신청을 했고 내일 입대한다. 그 한달동안 선우는 정말 그녀의 말대로 얼쩡거리지 않았다. 학교에서 우연히 마주칠 때도 그는 아는 척하지 않고 지나갔다. 그렇게 그의 존재가 차츰 옅어졌다. 잘된 일이었다. 내일이면 입대하니 이제 그와는 더 멀어질 것이다. “기억해.”“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게…”“엄마, 나 일하는 중이야. 나중에 연락할게.” 뚝 전화를 끊었다. 이 핑계를 대려고 지금 전화를 받았다. 원하는대로 전화를 끊었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한 남자가 들어섰다. 은색 안경테를 끼고 있어서인지 남자의 인상은 차가워 보였다. “어서오세요.” 사무적인 인사를 하면서 남자를 봤다. 하늘색 남방에 검은색 면바지, 대학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수수한 옷차림이었다. 그럼에도 시선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었다. ‘잘생겼네.’ 그런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은성의 얼굴은 무감했다. 편의점 알바를 하다보면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을 본다. 그러나 그것은 상태에 대한 판단일 뿐 어떤 감상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근데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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