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달콤하고 잔인한 나의 세계: Chapter 61 - Chapter 70

89 Chapters

62화

은성이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냥 가버리고 싶었지만 그러면 뒤쫓을 기세였다. “차 타고 가면 편하고 좋지.” 적어도 차를 타면 잠시 이 습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혹여 누군가가 볼까봐 재빠르게 주변을 살피고 조수석에 올랐다. “얼른 출발해.”“네, 사모님.” 정말 기사라도 되는 것처럼 선우가 활기차게 답했다. 잠시 창밖의 풍경을 바라봤다. 투둑 투둑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추워서 몸을 감싸자 그 뒷좌석에 두었던 담요를 꺼내어 주었다. “고마워.”“이런 거 가지고 뭐.” 그의 눈매가 기분 좋게 반달로 휘어졌다. 사람을 홀리는 미소였다. 익명 게시판에는 그의 눈웃음을 보고 반한 학생들이 주접글을 쓰기도 할만큼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 웃음이다. 그러나 정작 은성은 불안감을 느꼈다. ‘벌써 3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선우가 한번 크게 아팠을 때 이후 벌써 2개월이 흘렀다. 3개월이 다 되어갔다. 그럼에도 아직 질려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아직도 거의 매일 관계를 가졌다. 횟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그건 은성의 체력 이슈였다. 그는 계속 하고 싶어했다. “한번만 더하면 안돼? 짧게 할게.” 눈썹이 축 내려간 그 모습은 안쓰러웠다. 하지만 짧게 한다는 게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서 딱 잘라 거절했다. “다 왔어!”
Read more

63화

그녀가 아주 천천히 다가왔다.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선우의 심장이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숨이 닿을 거리까지 왔을 때는 심장이 터질 거 같았다. 부드럽게 입술이 닿았다. 그때까지 얼어있었던 그가 조심스럽게 응했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은성이가 날 원하고 있어.’ 그녀가 먼저 자신을 유혹한 것은 드물었다.  2개월전쯤 그녀가 다가오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불편한 화제를 막으려는 의도였다. 오늘같지는 않았다. 그 사실이 더없이 그를 흥분시켰다. 평소처럼 이를 물고 있지도 않았다. 그의 혀는 유영하듯 입안을 헤집었다. 그녀는 이를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원하고 있는 것처럼 응해주었다. 그것이 너무 좋았다. 그녀의 티셔츠를 벗겨냈다. 뽀얀 둔덕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는 다급하게 입을 맞췄다. “으으…” 그녀의 신음 소리가 어떤 음악보다 듣기 좋았다. 흥분이 되어 빨리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하나가 되고 싶었다. 경험이 없었을 때는 막연한 상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정확하게 알았다. 온몸이 저릿한 쾌락과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되었다는 충만감을 주었다. 그래서 더 조급했다. 하지만 은성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플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한 감정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길 그는 바랐다. 그녀의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팬티 안 내밀한 곳에 손이 닿았다. 이전보다 빠른 전개에 그녀는 움찔하고 놀랐으나 밀어내지는 않았다. 그는 아래를 자극하면서 키스를 이어갔다. 조금씩 젖어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의 손짓에 따라 그녀의 몸이 움직였다. 그럴때마다 그의 아래도 함께 자극되면서 그녀의 안으로 들어아게 해달라고 아우성을 쳐댔다. 약간의 자극만으로도 그의 준비는 끝났으나 그녀는 아니었다. 그가 입술을 떼내어 그녀의 목
Read more

64화

은성은 힘없이 침대에 축 늘어져 엎드려 있었다. 손가락 까닥할 힘도 없었다. 소파에서 시작해서 욕실, 침실로 이어졌다. 다른 날도 집요하긴 했으나 오늘 그는 유독 집요했다. 그것 때문에 은성이 몇번 물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더 세게해달라고 해서 그녀를 기겁하게 했다. ‘대체 왜 그렇게 흥분한거지?’ 원래도 선우는 잘 흥분했다. 타고난 것인지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녀가 가만히 있어도 항상 달려들었다. 더 생각할 기운도 없어 눈을 감으려고 했다. 내일을 위해 조금이라도 잠을 자둬야할 것 같았다. 그때 어깨에서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선우가 맨살에 입을 맞춘 것이다. “더 이상은 안돼.”“더 하려는 거 아니야. 그냥 입만 맞췄어.” 보이지 않음에도 입이 나온 게 보이는 거 같았다. 피식 웃음이 나면서 아까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네가 원하는 거 뭐든 하나 들어줄게.”  “소원 뭐든 들어줄거야?”“하지만… 네가 먼저 키스했잖아.”“내가 먼저 시작했다고 한게 없는 일이 되는 건 아니잖아.” 같이 즐긴 주제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 은성 스스로도 뻔뻔하다고 생각했지만 일리는 있었다. 그녀가 원한거라면 상관없다는 단서를 붙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러 열 좀 받으라고 한 말이다. 오늘 집요했던 것에 대해 약간의 심술을 부리고 싶었다. 그러나 선우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그녀를 폭 품에 안고 말했다. “알았
Read more

65화

‘하지만…’ 아직도 그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도희를 제외하곤 아무도 몰랐다. 그 노트를 발견한 그날 빗속에서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에게도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벅저벅 발걸음을 옮겨 집에 도착했다. 오랜만이었다. 2주의 공사가 끝난 이후에도 선우는 약간의 틈만 보이면 은성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갔다. 이곳에서는 그녀가 손을 못대게 했기 때문이다. 포스트잇을 받은 이후로 가벼운 접촉에도 혹여 들릴까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그는 자취방을 오길 원치 않았고 어떤 핑계라도 만들어 아파트로 데려갔다. 그렇다는 걸을 알면서도 그녀는 순순이 거기에 넘어가 주었다. 그러는 편이 서로 빨리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을거라고 여겼으니 말이다. “공기가 탁하다.”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활짝 열었는데 아랫층에서 담배냄새가 올라왔다. 은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떻게 올때마다 담배를 펴.” 집에 자주 오지도 않는데 올때마다 담배 냄새가 났다. 은성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안되겠다.” 옆집에서 썼던 포스트잇을 이제 자신이 쓸차례였다. 몇장을 구긴 이후에야 완성할 수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담배를 끊은 선우가 떠올랐다. ‘담배 끊으라는 말도 안했는데 담배를 끊었지.’ 사귀기 시작한 이후로부터 그는 더 이상 담배를 피지않았다. 은성이 담배를 끊으라고 한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담배를 끊었다. 그것도 생색 한마디 하지 않고 말이다. &lsqu
Read more

66화

“나는 네가 날 사랑하지는 않아도 소중하게는 여기는 줄 알았어.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네.” 선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긴다. 그에게서 은성은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사랑하지도 소중하게 여기지도 않는다니… 자신이 잘못한 건 맞았지만 도무지 받아드릴 수 없었다. “은성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널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 좋아해.”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흔하디 흔한 말이었지만 그 말만이 지금 은성을 붙잡을 수 있게 만들어줄 거 같았다. 하지만 그 한마디가 나오지 않았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그를 보면서 그녀는 비소했다. “너는 소중한 사람을 속여?”“그냥… 너랑 더 있고 싶었어. 비밀로 하자고 했고 그래서 네가 원하는대로 했어.”“그게 나를 속일 이유가 돼? 너한테 나는 그렇게 대해도 되는 사람이야?” 분노를 누른 말투는 그 어느때보다 날카로웠다. 은성의 말이 맞았다. 선우는 자신의 욕심으로 그녀를 속였다. 그건 제대로된 대우가 아니었다. “미안해… 다시는 이런 일 없을거야.”“난 못 믿겠어. 그러니까 헤어져.” 헤어지자는 말이 다시 나왔다. 심장이 옥죄는 고통이 그를 찾아왔다. “내가 잘못했어. 은성아. 그러면 안됐는데 너랑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었어.”“나랑 있고 싶은 게 아니라 자고 싶은 거겠지.
Read more

67화

현관문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은성은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흐윽….” 선우는 나가서도 꽤 오랫동안 그곳에 서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마음을 놓고 눈물을 흘리지도 못했다. 이렇게 상처받았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검은색 노트를 봤다는 고백을 할 마음을 먹은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그 말을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말을 할건은 그렇지 않으면 선우를 단념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된거겠지…?” 지난번에 헤어졌을 때처럼 쫓아다니지는 못할 것이다. “정리될 때까지 그때까지만 버티면 돼.” 오래 끌어왔던 일이었다. 이제 정리할 때가 되었다. 선우도 자신도 이제 앞을 향해서 가야할 때였다. * 강의가 끝나고 우르르 빠져나가는 학생들에 섞여 은성과 도희도 발걸음을 내딛었다. “언니, 점심 학식 고?”“고!” 밝게 답했지만 은성의 얼굴에는 그늘이 져있었다. 몇걸음 떨어진 곳에서 선우가 서 있었다. 그의 눈빛이 향하는 곳은 항상 그녀였다. 헤어진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 이후로 선우는 계속 은성을 쫓아다녔다. 일주일에 한번 앞에 나타날 때하고는 또 달랐다. 그때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훨씬 더 가까웠다. 은성과 선우의 수업 일정은 완전히 달랐다. 
Read more

68화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맺혔다. 은성은 빛에 예민했다. 해가 점점 일찍 뜨기 시작하면서 기상 시간이 빨라졌다. 늦게 자도 잠은 일찍 깨서 피곤해하는 게 보였다. 그런 그녀가 조금 더 푹 잤으면 해서 암막커튼을 쳤다. 암막 커튼을 치면서 5분이라도 더 자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눈을 감고 잠든 은성의 얼굴을 떠올렸다. 평온한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것이 자신만 볼 수 있는 모습이라서 더 좋았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 미소는 무심코 눈을 뜨면서 단박에 사라졌다. 눈을 뜨고 다니 더 이상 은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버려졌다. 쓰레기를 버리듯 그녀는 자신을 버렸다. 그것으로 모자라 인생에서 아예 사라지길 바란다.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말고 제발 내 인생에서… 사라져줘. 부탁이야.” 하지만 그녀의 인생에서 어떻게 사라질 수 있는지 선우는 알 수 없었다. 은성은 자신의 세계였다. 자신의 세계에서 어떻게 사라진단 말인가. 그러니 그는 사라질 수 없다. 그럼에도 이 방에 있는 것은 그녀의 화를 잠재우기 위한 것이다. “보고 싶어.” 은성을 보지 못한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24일은 지난거 같았다. 얼마전 이 침대에서 은성이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졸업… 그때까지 우리가 만날까?” 
Read more

69화

키패드가 눌리는 소리에 선우는 눈을 번쩍 떴다. 울다 지쳐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던 거 같았다. “은성아…!” 은성이 돌아온 거 같았다. 비틀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면서도 그의 입꼬리는 올라갔다. 어쩌면 다시 한번 기회를 줄지도 모른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녀를 다시 되찾아올 수 있다. 무엇이든 해줄 것이다. 그러나 현관문에 도착한 순간 그 미소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졌다. 그곳에는 유 실장이 서 있었다. “도련님, 오늘 상담이 있으신 날입니다. 계속 전화를 드렸는데 받지 않으셔서 왔습니다.”“….가도 소용없어요.” 은성을 위해서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이번에는 먼저하고 싶어서. 그러나 그 전에 모든 게 끝나버렸다. 힘들게 노력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다시 한다고 해도 은성은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평소였다면 유 실장은 이 정도를 말하면 물러섰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은성이를 위해서 치료 받으시려던 거 아닙니까?”“맞아요.”“그럼 치료를 그만두신다는 건, 은성이를 포기하신다는 뜻이 되겠네요.” 선우가 날 선 시선으로 보며 소리쳤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은성이를 포기한다는 게…!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가 없어요.” 그에
Read more

70화

의사가 그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은성 씨가 그 말을 할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은성 씨라면 왜그랬는지 알고 싶었을 거 같아요.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나요?” 선우가 고개를 저었다. 은성을 붙잡는데만 급급했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변명도 하지 않았다. 의사의 말을 듣고나서야 그녀의 입장에서는 기막혔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적 바람이나 다름 없는데 붙잡으면서도 왜 그랬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선우가 의도적으로 답을 피한 건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도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가 아는 것은 그가 은성을 사랑하고 그녀의 곁에서 있고 싶다는 것뿐이다.“그렇다면 먼저 거기에 대한 답을 찾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그 답을 찾았을 때… 그게 은성이가 납득하지 못할 이유라도요?”“납득할 이유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납득하지 못할 때 이번처럼 은성이가 찾아버릴까봐 두려워요… 그 노트, 은성이가 절대 모를 줄 알았어요.” 이미 한번 들켜버려서인지 선우는 상당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거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은성 씨는 계속 받아드리지 못한 겁니다. 그래도 괜찮겠어요?” 그럴 수는 없었다. 천만분의 일의 가능성이라도 은성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면 거기에 걸어야 했다. “할게요.” 그제야 의사가 엷은 미소를 지었다.
Read more
PREV
1
...
456789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