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고 잔인한 나의 세계의 모든 챕터: 챕터 81 - 챕터 89

89 챕터

81화

"키즈 카페에 있습니다." 대체 왜 키즈 카페에 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은성은 왕래가 있는 친척도 없었다. 유일한 가능성은 키즈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거였다. "거기서 일을 하는 건가요?"그게 아닙니다.""그게 아니면요." 난감한 말을 해야하는 사람처럼 유 실장이 입술을 오므렸다. 하지만 선우가 눈빛으로 압박하자 결국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학교 선배와 동생분과 함께 갔습니다." 아니길 바랐지만 그 선배가 남자일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선배가...  남자인가요?""네." 순식간에 선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역시 예상대로 남자가 맞았다. 은성이 남자와 남자의 어린 동생과 함께 있는 모습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한가족인 거 같은 그 모습이 그의 기분을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거기로 가요. 최대한 빨리요." 원래는 군복을 벗고 말끔한 모습으로 서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남자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조급함만 남았다. 1분 1초가 너무 길었다. 그렇게 키즈 카페 에 도착했다. 은성이 낯선 남자와 어린 여자아이와 함께 트램벌린 위에서 뛰고 있었다. 일찍 결혼한 젊은 부부같았다. 자신이 있어야하는 자리에 낯선 남자가 있었다. 이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당장 저 남자를 은성에게서 떼어놓고 싶다. 네가 뭔데 그 옆자리를 차지하냐고 소리를 지르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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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은성아." 선우의 부름에도 은성의 발걸음은 더 빨라졌다. 결국 다급해진 그는 그 앞을 막아섰다. 그녀가 눈을 치켜떴다. "사람들 앞에서 망신준걸로는 성이 안차?""망,망신 주려고 그런거 아니야.""내가 가라고 했잖아. 내가 왜 바람을 핀거 아니냐는 그딴 말을 들어야해. 바람을 핀건 너잖아!" 결국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이렇게까지 몰아붙인 선우에게 화가 났다. 처음에 그를 보고 당황했다. 우습게도 바람을 피다 걸린 거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하지만 바람이라니 말도 안되는 일이다. 선우와는 이미 헤어졌다. 그녀와 사귈 때 다른 여자를 마음에 둔건 도리어 그였다. 민재와 선약이었고 은성이 그에게 미안해야할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그래서 가라고 했다. 그런데 그는 시위하듯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고 결국 그녀는 버티지 못하고 나왔다. 더 화가 나는 건 이 모든 일의 원흉이 피해자처럼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람 핀거 아니야...""그럼 뭔데? 다른 여자를 노트 다 채울 정도로 그리는 게, 다른 사람 눈을 피해서 그 여자를 보는 게. 바람을 피는 게 아니면 뭐야? 아, 육체적 관계는 없었다, 그래서 떳떳하다 이거야?" 선우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마구 저었다. "내,내가 잘못한 거 맞아. 그러니까 화내지 마. 다 내가 잘못했어.""그래. 다 네가 잘못했어. 봤겠지만 나 남자도 생겼어. 그러니까 너한테 기회 못 줘. 우리 이걸로 끝내자." 그 말을 끝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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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알람을 듣고 눈을 떴다. 사실 내내 잠들지 못했다. 눈의 피로라도 풀 생각으로 눈을 감고 있었을 뿐이다. 오늘 민재를 만나 어떻게서든 은성의 곁에서 떼어낼 것이다. 전장에 나가는 사람처럼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욕실로 가서 샤워를 하고 얼굴을 응시했다. 거울을 보는데 빡빡 깎은 머리가 거슬렸다. 어제 은성의 곁에서 얼쩡거리던 그 안경을 쓴 놈의 머리는 길었다. “은성이가 내 머리칼 만지는 거 좋아했는데…” 은성이 머리칼을 만져줄 때마다 사랑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그때를 떠올리면서 미소 짓던 것도 잠시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놈 머리카락도 그렇게 만졌을까?” 어떻게 할틈도 없이 그녀가 민재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모습이 상상됐다. 자신에게 했듯이 아주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는 건 덤이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가슴 속에서 솟구쳤다. “그랬을리 없어.” 어제 유 실장이 보내준 자료를 통해서 확인했다. 학교 밖에서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어제가 처음이었다. 그것도 둘만 만난 것도 아니고 그놈의 동생까지 함께였다. 그러니까 아직 사귀는 사이는 아닐테고 고로 그런 스킨십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녀의 곁에 남자가 나타났다는 것만으로도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문득 은성이 그 노트를 봤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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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네. 안녕하세요.” 유 실장은 희미한 미소로 인사를 나누고는 민재를 안내했다. “이쪽으로 오시죠.” 호텔 내부로 들어오니 지나가던 모든 직원들이 걸음을 멈추고 인사했다. “실장님, 안녕하십니까.” 유 실장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사를 다 받아주었다. 엘리베이터에 타서야 더 이상 인사가 이어지지 않았다. 한 걸음 뒤에 서서 민재는 물끄러미 유 실장을 응시했다. 그 시선을 느꼈는지 그가 사무적인 미소와 함께 부연했다. “회장님을 모시고 있다 보니 대부분의 직원들이 저를 압니다.” 그제야 그가 비서 실장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한성그룹 회장도 아니고 그를 모시는 비서 실장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까 집 앞에서 봤을 때와 달리 보였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호텔 최상층인 37층이 다다랐다.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VIP라운지가 있었다. 앞에 있던 직원이 이번에도 유 실장을 알아보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 입에서는 인사가 아닌 다른 말이 나왔다. “기다리시고 계십니다.” 알았다는 듯 유 실장이 고개를 까닥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민재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곧 벌어진 모습에는 그런 척 조차할 수 없었다. 4인이 앉을 수 있는 20개가 넘는 테이블이 깔려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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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민재가 떠나고 선우는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가 원하는대로 되었다. 이제 민재는 은성의 삶에서 없어질 것이다. "만나... 내가 제대했을 때는 헤어질 수도 있어. 그러니까 만나." 그 말은 진심이었다. 은성은 그 어떤 남자를 만나도 된다. 하지만 자신을 제외한 그 어떤 남자도 은성을 만나서는 안되었다. 그녀는 머리털 하나 다치면 안되지만 그녀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은 달랐다. 떼어내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것이다. 그런 면에서 민재는 현명했다. 만약 회유책에 넘어가지 않았다면 그는 장학금을 끊었을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야구 모자를 쓰고 있었다. 부드러운 머리칼이 없어진 것이 신경 쓰여서 쓴 모자였다. 씻고 나서 집으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불렀다. 공식적인 자리에 나갈 때 메이크업이 필요할 때 빼고는 한번도 부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필요했다. 민재 앞에서 기가 죽고 싶지 않았다. 선우에게는 돈도 권력도 있었다. 하지만 단 하나 은성의 미소를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그 하나를 가진 그가 밉고 싫었다. 그래서 VIP라운지를 비우는 쇼까지 벌이면서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와 자신의 차이가 무엇인지. “은성이가 알면 싫어하겠지…”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었다. 선우는 이틀 후면 군대로 다시 복귀해야했다. 자신이 없는 곳에서 민재가 접근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라운지에서 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유 실장이 다가왔다.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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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마원은 마케팅 원론을 학생들끼리 줄여부르는 별칭이다. 전공필수 과목으로 경영학의 꽃이라고 불렸다. 민재는 복학생이었고 은성은 신입생이기에 같이 드는 강의가 이거 하나였다. 오늘 그 수업이 있었는데 그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문자는 바빠서 확인을 못할 수도 있지만 수업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걱정됐다. 그때 편의점 점장한테 전화가 왔다. 전화 올 이유가 없었기에 은성은 고개를 갸웃대면서 전화를 받았다. “네. 사장님.”“은성 씨, 민재 씨 대체 어떻게 된거야?” 다짜고짜 대체 어떻게 된거냐고 묻는 통에 벙쪘다. “무슨 일 있었어요?”“아니 민재 씨가 어제 알바 펑크내고 문자로 그만두겠다고 통보했어.”“네?” 믿을 수가 없었다. 민재는 책임감이 강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어린 동생을 부양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는 이유없이 약속에 늦지도 않았고 맡은 일을 성실하게 했다. 귀를 의심했다. 사장은 분통이 터진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뭐야. 은성 씨도 모르고 있었어? 사람이 왜 이렇게 무책임해. 그것 때문에 사람 다시 뽑아야 하잖아. 요새 가뜩이나 사람 구하기 힘든데.” 불평불만을 쏟아내다가 점장이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었다. 은성은 멍해진 나머지 통화가 끝났다는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무책임하다는 말은 민재와 가장 안 어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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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기회’ 그 말에 정신이 들었다. 은성이 약속했다. 군대에 다녀왔을 때도 곁에 누군가가 없다면 그에게 ‘기회’를 주겠노라고. 하지만 그건 곁에 누가 없을 때였다. 이번에 민재를 쫓아냈다지만 제2의 민재가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었다. 불안한 것도 잠시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복귀할게요. 그대신 한가지 부탁 좀 들어주세요.” 이어진 선우의 말을 듣고 유 실장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잠깐만 기다려요. 옷 갈아입고 나올게요.” 간단하게 씻고 군복으로 갈아입었다. 유 실장을 따라 차에 올랐다. 복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차가 빠르게 달렸다. 유 실장에게 부탁을 했지만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은성에 대해서는 다 그랬다. 이런 상황에서 군대에 가야 한다는 것이 무력하게 느껴졌다. 문득 그날이 떠올랐다. 쓰러진 할머니, 뒤집어진 아빠의 차, 그리고 그 남자와 함께 있었던 엄마. 선희가 남자와 키스를 나누던 모습 위로 은성과 민재가 함께 있는 모습이 겹쳐졌다. 그리고 어제 화내던 모습으로 이어졌다. 은성이 민재를 신경 쓰고 있었다. 그가 아닌 다른 남자를 마음에 담았다. 그것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 남자를 사랑해?’ 그럴리 없다고 자답할 때마다 은성이 화내던 모습이 떠올랐다. “네가 선택하게 만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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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더 빨리 올줄 알았는데.’ 선우는 은성에게 사람을 붙여놓았다. 그래서 그녀가 어디를 가든 그는 쉽게 알 수 있었다. 그가 앞에 서자 몸을 비비적거리던 태용도 멈칫했다. 그가 거슬린다는 듯 날카로운 시선으로 압박하자 꼬리를 내리고 은성에게서 한발자국 떨어졌다. 태용의 존재를 지워버린 것처럼 은성에게 말했다. “시간 늦었어. 그만 가자.”“싫어. 지금 나 재밌어.” 하나도 재미없었다. 선우는 이를 알아차릴 것이다. 그럼에도 은성은 뻔뻔하게 우겨야 했다. 그것이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걸 뻔히 알고 있음에도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웃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코트를 벗어서 은성의 어깨가 걸쳐주었다. “알았어. 그러면 여기있지 뭐.” 둥둥둥, 시끄러운 음악은 여전히 나오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춤에 집중하지 못했다. 몸을 흔들면서도 시선은 은성과 선우를 번갈아 보았다. 마치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보려는 사람들 같았다. 음악 소리 때문에 두 사람의 대화가 들릴 리가 없는데도 말이다. 은성은 그 사람들의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키즈 카페 이후로 그는 이런 식으로 은성을 압박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항상 이런식으로 그녀를 압박했다. 그것이 은성의 오기를 불러일으켰다. “그래. 그럼 마음대로 해. 나는 놀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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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짝! 선우의 얼굴이 돌아갔다. 그녀는 자신이 때리고서도 놀라서 몸을 움츠렸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수많은 말들로 그를 할퀴고 상처주었다. 뺨을 때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가 멋대로 관계를 이어가려고 해서 그랬던 것이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다가 뺨을 때린 적은 한번도 없었다. 덜덜 손이 떨렸다. 놀란 그녀와 다르게 선우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태연하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집에 가자.” 조수석 문을 닫아주고 그는 운전석에 올랐다. 그렇게 차가 출발했다. 은성은 창밖을 응시했다. 풍경들이 빠르게 스쳐갔지만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민재가 떠났을 때가 생각났다. 호감은 무언가 시작해버리기도 전에 끝나버렸다. 선우가 자신을 마음대로 쥐고 흔들려는 거 같아 미웠다. 그렇게 화가 난채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 미움에 갇혀서 누구를 만나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가 전역할 때가 가까워서야 누군가를 만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누구를 만나?” 좋아하는 거까지는 아니어도 은성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은 꽤 있었다. 하지만 또 민재처럼 선우가 그 인생을 흔들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그러던 차에 바람둥이로 유명한 남자 선배가 은성에게 호감을 보였다. “은성아. 우리 만나지 않을래?” 사귀다가 아니라 만나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 선배가 그런식으로 여러 사람을 만나기 때문이란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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