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 저하, 한 번 더 해주세요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30 챕터

제11화

참으로 좋은 계책이었다. 소연의 눈가에 조소가 스치듯 지나갔다.그들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효성 깊고 고분고분하던 그 딸은 이미 전생에서 모진 고통 끝에 죽어 버렸다는 것을. 이번 생에 돌아온 소연은 더 이상 예전의 그녀가 아니었다. 지옥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악귀였다.노부인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살피는 듯한 눈빛으로 소연을 바라보았다.왕씨의 말은 겉으로는 딸을 위하는 듯했지만, 그 속에는 은근히 소연이 진작부터 딴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노부인의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시집을 갈 생각이었다면 왜 통방 제안을 받아들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었다. 소연은 당황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눈시울을 붉혔다. “전 주인을 잘 모시고 싶은 마음뿐이지, 다른 마음을 품은 적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어머니와 동생이 오해한 것 같습니다. 저는 국공부에서 나가 시집갈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노부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마치 소연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려는 것 같았다. 왕씨와 소하도 어리둥절해졌다. 그들은 소연이 부인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는 전에 약속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순간 방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허준안은 무릎을 꿇고 겁에 질린 소연을 보며 얼굴을 찌푸리고 침묵을 깼다. “어머니, 이것 좀 드셔보십시오.” 그는 말을 하며 손에 든 도시락을 열었다. 허준안의 말투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마침 소연의 난처한 상황을 풀어주었다. “소연이 만든 건데 제가 먹어보니 맛있어서 어머니에게도 가져왔습니다.” 아들의 말은 노부인의 마음을 단숨에 안정시켰다. 그녀는 소연이 말한 것이 사실이라고 믿었다. ‘소연이는 국공부에 있을 때부터 줄곧 얌전하고 성실했지. 그리고 정말 그런 마음이 있었다고 해도, 준안이의 통방이 되는 것이 장두나 관리인 따위에게 시집가는 것보다야 백 배, 천 배는 낫지. 바보가 아닌 이상 누가 복을 누리지 않고 힘든 길을 택하겠어?’그렇게 생각하자, 노부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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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왕씨는 그 말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소하를 품에 안았다.“아이고, 날 위해 생각하는 사람은 우리 소하밖에 없구나. 네 언니랑 다르게 말이야. 네 언니는 마음이 차가워서 네 혼사는 생각하지도 않고 자기만 좋자고 통방이 되었는데. 너는 집에 있으면서까지 언니를 마음에 걸려 하고, 어미더러 일부러 국공부까지 찾아가 살펴보라 하지 않았느냐.”왕씨는 소연을 보며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너는 이따가 들어가 노부인 마님께 죄를 청하고, 이 통방 노릇을 하고 싶지 않다고 아뢰어라. 그렇지 않으면 어미가 가법을 세운다 해도 원망하지 마라.”소연은 냉담하게 왕씨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왕씨가 말한 가법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그 가법이 오직 그녀 한 사람에게만 쓰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왕씨는 그녀를 제외한 가족들에게 가법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왕씨는 매번 그녀를 때릴 때마다 사탕 한 조각을 주고 염주를 돌리며 말했다.“나도 널 위해서 이러는 것이란다. 네가 국공부에서 시중을 들면서 잘못하기라도 하면 목이 날아가. 아프게 때려야 네가 기억할 것 아니겠느냐?”하지만 이번에 그녀는 왕씨의 가법이 두렵지 않았고, 허위적인 사탕도 원하지 않았다. 이제 그녀에게는 노부인과 세자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다. 아무리 왕씨라 해도 세자의 방 안 일까지 함부로 간섭할 수는 없었다.소연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어머니, 그건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제가 통방이 되는 게 싫으시다면 노부인께 직접 말씀하십시오. 제가 어머니처럼 체면이 서는 것도 아닌데 노부인께서 제 말을 들을 리가 있겠습니까?”부드러운 한 마디에 왕씨는 말문이 막혔다.왕씨는 손에 든 박달나무 염주를 움켜쥐고 입으로는 경문을 외웠다. 하지만 그래도 가슴 한구석에 답답했다. ‘친 자식이 아닌 년은 어디 달라도 다르다니까. 내가 늑대를 키웠어.’소하는 옆에 서서 차분한 언니의 옆모습을 보며 갑자기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그녀는 언니가 예전과 뭔가 달라진 것 같았다. ‘언니가 뭔가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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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왕씨는 잠시 멈칫하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연의 붉어진 뺨을 째려보며 말했다. “어서 무릎 꿇고 네 동생에게 사과하거라. 네 동생은 착해 너와 따지지 않을 것이다.” 소연은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뺨을 돌려주려 했지만, 회랑 모퉁이에 남색 비단옷자락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꾸었다. 그녀는 재빨리 손을 거두어 방금 맞은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였지만 고집스럽게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억울하게 눈물을 삼키고 있는 모습은 마치 괴롭힘을 당하는 짐승과 같았다. “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녀는 목이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여동생과 장수재에 대해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여동생을 화나게 했습니다. 지금 바로 무릎 꿇고 동생에게 사과하겠습니다.” 말하면서 그녀는 무릎을 꿇을 자세를 취했다. “그만하거라.” 이때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허준안은 소연의 곁으로 가서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해 자신의 뒤로 끌어당겼다. “외부인은 나의 통방을 훈계할 자격이 없다.” 왕씨는 그의 기세에 놀라 벌벌 떨며 설명하려고 했지만 허준안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오히려 소연이 억울해하며 말했다. “세자 저하. 제가 어머니를 화나게 한 탓입니다. 저하께서 전에 소씨 가문을 위해 준비한 비단과 은을 어머니께서 받지 않으셨지요? 제가 어머니께 가서 다시 빌겠습니다. 저를 용서해 달라고......” 왕씨는 심장이 두근거리더니 갑자기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허준안이 입을 열었다. “그들에게 줘서 뭐 하느냐?” 그는 고개를 돌려 소연을 바라보며 다소 누그러진 어조로 말했다.“널 가족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줄 필요 없다. 그 선물들은 모두 네가 보관해 두거라.” “감사합니다. 그럼 전 저하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소연은 붉어진 코를 찡그리더니 눈을 내리깔고 세자의 뒤를 따라 돌아갔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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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소연 언니.” 수빈은 도시락을 들고 금심각으로 달려갔다. “제가 방금 석가산 쪽에서 최홍 언니를 보았습니다. 언니의 어머니와 동생을 따로 불러 뒤쪽으로 데려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소연은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중, 수빈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고 웃으며 탁자 위에 데워진 백자 그릇을 가리키며 말했다. “알려줘서 고맙다. 새우 완탕 한 그릇 남겨놨어. 아직 따뜻하니까 어서 먹으렴.” 그 말에 수빈은 눈이 번쩍 뜨이더니 도시락을 내려놓고 그릇을 들어 새우 완탕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먹으면서 말했다. “소연 언니는 참 좋은 사람이에요. 맛있는 거 있으면 항상 저까지 챙겨주시고 말이에요.” 과거에 그녀는 혼자 다방을 지켰었다. 초하원에서 항상 그녀의 밥을 깜박하고 보내주지 않아 그녀는 혼자서 대충 국수를 끓여 끼니를 때우기 일쑤었다. 그런데 소연이 온 후로부터, 무엇을 만들든 모두 그녀 몫을 남겨두었다. 그래서 원래 작았던 얼굴까지 동그랗게 변했다. 수빈은 소연이 좋은 사람이니 절대로 최홍이 소연을 해치도록 놔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수빈은 생각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연 언니. 최홍을 조심해야 합니다. 제가 보기엔 나쁜 꿍꿍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소연은 수빈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래. 아무 일 없을 것이니 걱정 말거라.” 소연은 수빈을 보며 생각했다. ‘난 국공부에서 친한 사람이 별로 없었어. 특히 하인들이 낳은 자식들 중, 대부분이 왕씨와 친하게 지내, 내가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바로 왕씨에게 소식이 알려졌었지.’ 하지만 수빈은 밖에서 사 온 하인이라 기반이 없어 하인 자식들 중에서 계속 따돌림을 당했고, 13살이 되어서도 그저 하녀일 뿐, 삼등 시녀도 오르지 못했다. 그래서 소연은 그녀를 곁에 두면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연은 수빈을 바라보며 말했다.“참, 수빈아. 내가 이제 세자 저하의 통방이지 않느냐? 규율에 따르면 곁에 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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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그래준다면 나야 고맙지. 나중에 술 한잔 대접하겠네.” 소연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장풍은 그제야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이 떠올라 급히 말했다. “참. 세자 저하께서 앵두 꿀차를 마시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소연이 대답했다. “지금 끓이고 있으니, 이따가 내가 저하께 가져다 드리겠네.” 잠시 후, 소연은 앵두 꿀차를 들고 허준안의 서재로 갔다. 그녀는 오늘 부탁이 있어서 특별히 도시락도 준비했다. 서재 안에서 허준안은 책상에 엎드려 상주문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붓이 화선지에 계속 걸려 그는 붓을 멈추고 얼굴을 찡그렸다. 이때 갑자기 상큼한 향기가 풍겨와 그의 미간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었다. 그는 붓을 놓고 눈을 들어 입구를 바라보았다. “세자 저하께 인사드립니다.” 소연은 들어와 예의를 갖추었다. “거기 두거라.” 허준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연은 일어나 책상으로 걸어가 먼저 그에게 꿀차를 따라준 후, 도시락을 열었다. 허준안은 배가 고프지 않으니 먹을 것은 됐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소연이 도시락을 열자 그의 찡그린 미간이 순간 풀렸다. 소연이 가져온 건 음식이 아니라 두 개의 정교한 시판이었다. 경성의 훈귀한 집에서는 시판을 놀고 감상하는 것이 최근의 유행이었다. 시판이란 신선한 과일과 제철 채소를 바탕으로 삼고, 꽃가지와 잎사귀를 곁들여 산수와 정자 같은 풍경을 작은 접시 위에 쌓아 올리는 것이었다. 비록 손바닥만 한 작은 장식에 불과했지만, 그 안에는 시중드는 이들의 솜씨와 기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눈앞의 시판이 바로 그러했다.황금빛 불수귤을 반으로 갈라 겹겹이 이어진 먼 산의 윤곽을 만들고, 얇게 썬 청귤 조각으로 구름과 안개가 감도는 산허리를 표현했다. 가장자리에는 아직 피지 않은 말리꽃 봉오리 몇 송이를 살짝 얹어 두었다.맑고 산뜻한 과일 향에 은은한 꽃향기가 섞여 천천히 퍼져 나오니, 정말로 ‘유연히 남산을 바라본다’는 시구의 정취가 느껴지는 듯했다.허준안은 소연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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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아들이 소연을 보자, 노부인의 얼굴엔 마침내 웃음이 번졌다. 그녀는 아들이 이 하녀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더욱 확신했다. 한씨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노부인은 당장이라도 소연을 올려 주고 싶을 정도였다.노부인은 환한 얼굴로 말했다. “소연아, 요 며칠 세자 시중을 드느라 고생이 많구나. 그래, 무슨 상을 받고 싶은 것이냐? 말해보거라.” 소연은 일이 이렇게 순리롭게 풀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노부인께서 이 일을 언급하자 그녀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말했다. “노부인, 저에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허준안은 그녀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여우 같은 하녀가 대체 무슨 부탁을 하려는 건가? 설마 어머니께서 방금 그녀에게 시침할 기회를 줬다고 한 달 동안 시침을 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삼일을 연달아 합방을 하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은데 한씨와 두 첩실까지 더 하면 거의 열흘을 쉴 수 없어. 그런 탐욕스러운 습관을 들여서는 절대 안 돼.’ 이때 소연은 고개를 들어 노부인에게 말했다. “노부인, 다방의 수빈을 제 하녀로 삼고 싶습니다.” “내가 정말 늙었나 보구나. 이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 노부인은 이마를 치며 웃었다. “넌 이제 세자의 통방이니 곁에 하녀 한 명은 있어야지. 수빈이가 마음에 들었나 본데 그건 그녀의 복이지. 그럼 앞으로 그녀에게 널 따르도록 해라.” “감사합니다. 노부인.” 소연은 고마운 마음에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마침 수빈이 다방에서 일을 했던 경험이 있어 저를 도와 세자 저하께 간식도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허준안은 옆에서 듣고 있다가 처음에는 소연이 하녀를 요구하는 말을 듣고 마음속에 언짢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시녀를 두려는 까닭이 자신에게 다과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라는 말을 듣자, 언짢은 느낌은 모두 사라졌다. 그는 마음속으로 소연이 규율대로 과도한 요구는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노부인은 소연이 아들을 살뜰히 보살피는 것을 보고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고마울 거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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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소연은 수빈을 일으켜 세우고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마침 세자께서 오늘 저녁은 금심각에서 식사를 하지 않으시니 우리끼리 작게라도 축하를 하자꾸나.” 소연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아침에 장풍이 비둘기 두 마리를 들고 왔던데, 우리 저녁에 비둘기탕을 끓여 먹자구나.” 소연이 요리를 하는 것을 보고 수빈은 신나서 서둘러 그녀를 도와 준비하기 시작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두 사람은 몇 가지 반찬과 비둘기탕, 새우기름에 무친 오이, 그리고 새우튀김을 준비했다. 막 젓가락을 들려고 하는데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장풍이 머리를 내밀고 물었다. “소 아씨, 이쪽 저녁상은 준비되었습니까?” 소연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세자 저하의 식사 말인가?” 장풍은 화가 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하께서 한씨 부인께 노여워하신 나머지 식사도 하지 않고 돌아오셨습니다. 이쪽에 준비해 둔 음식이 있다면 전하께 올려 주십시오.” 장풍은 요 며칠 소연이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항상 그에게 남겨줘서 물어본 것이었다. 소연은 얼른 식탁 위에 아직 건드리지 않은 반찬과 비둘기탕을 도시락에 담아 장풍과 함께 서재로 갔다. 허준안은 소연이 차린 밥상을 보며 안색이 약간 풀리더니, 책상 앞에 앉아 따뜻한 비둘기탕을 천천히 다 마셨다. 탕을 다 마신 후, 그는 소연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치우라고 했다. 그는 원래 한씨와 함께 식사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한씨가 입을 열자마자 부인을 저버리는 자는 패가망신이라는 둥, 통방을 총애하는 건 반란의 시초라며 소연과 같은 화근을 저택에서 쫓아내라고 했다. 그는 한씨가 다소 예민한 것을 알고 위로했지만 그녀는 눈치도 없이 눈물을 흘리며 자책하기 시작했다. 허준안은 규율 때문에 한씨를 보러 온 것이었다. 그런데 한씨가 눈치 없이 소연을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초하원을 떠났다. 그가 멀리 가지도 않았는데 뒤에선 한씨가 도자기를 깨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식사도 하지 못하고 화가 잔뜩 난 허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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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세자 저하, 제가 전에 비희도에서 새로운 자세를 보았습니다.”소연은 숨을 내쉬며 허준안의 귀에 대고 말했다.허준안은 쉬려고 했지만, 소연의 나른한 몸이 다시 그를 감았고, 동작도 전보다 더 대담했다.“무례를 범하지 마라!”“건방지도다.”허준안은 얼굴이 붉어졌다.‘정말 부끄러움을 모르는 여인이군.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가?’그의 늘 냉담하던 목소리는 거칠어졌고, 두 큰 손으로 장난치고 있는 소연의 허리를 눌렀다.“오늘은 이미 시중을 들게 하지 않았느냐? 규율을 어기지 말거라.”허준안은 소연의 생각을 알아채고 거부했다.하지만 소연은 쉽게 포기할 리가 없었다. 그녀가 허준안에게 붙어 전혀 놓아주지 않자 허준안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뻗어 그녀를 밀어내고 혼자 침대에서 내려가 마음을 진정시키는 향을 피웠다.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소연을 보며 생각했다.‘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건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군.’그는 인내심을 가지고 가르쳤다.“아무리 즐거운 일도 절도가 있어야 몸에 해롭지 않다. 합방을 두 번 하면 몸에 무리가 오지. 그러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거라.”소연은 억울하다는 듯이 다시 그에게 붙었다.“전 그런 거 모르겠습니다. 다만 음양이 조화로워야 몸에 좋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한 번만 더 해주십시오.”형언할 수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허준안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는 소연이 이렇게까지 방자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소연이 유혹하자 허준안은 목덜미까지 빨개졌고,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는 소연을 밀치려고 했지만 그녀는 틈을 타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향기로운 여인이 품에 안기자 마음을 진정시키는 향조차 그의 마음속 욕망을 달래지 못했고, 소연은 그에게 진정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소연의 작은 손은 끊임없이 동작을 반복했고, 허준안은 숨을 들이마셨다.소연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세자 저하, 저는 노부인께서 맡기신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이러는 것입니다. 오늘만 지나면 제가 보약을 끓여드리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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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허준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하자, 소연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그 웃음은 마치 봄눈이 막 녹아내린 듯 맑고도 촉촉하게 빛났다. 보는 이로 하여금 더 이상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웃음이었다.허준안은 얼굴을 찡그렸다. ‘집에 다녀오는 게 이렇게 기뻐할 일인가? 저번에 보니까 가족들이 그녀를 괴롭히는 것 같던데. 참 멍청한 여인이라니까.’ 소연은 허준안이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랐고 그에게 감사를 표한 후 다방으로 가서 수빈에게 오늘 세자와 노부인에게 줄 간식을 준비하게 했다. 모든 준비가 마치자 마침 장풍이 와서 마차가 준비되었다고 했다. 바로 그때, 이방 쪽의 어멈이 와서 왕씨가 그녀를 큰 오라버니 소명의 생일잔치에 초대하였다고 했다. 장풍이 듣자 소연에게 말했다. “소 아씨, 이거 참 공교롭게 되었군요. 제가 직접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장풍은 소 아씨가 남들 앞에서 귀하게 보이고 싶어 하니, 그녀를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소 아씨에게 그렇게 많은 음식을 얻어먹고도 보답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한 번 모시고 갔다 오지 뭐. 갔다 오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린다고 참.’ “장풍, 고맙네.” 소연은 장풍이 그녀를 보호하려는 뜻을 알아채고 장풍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준비한 생신 선물을 챙기고 나서야 마차에 올라 장풍을 따라 소씨 가문으로 갔다. 소씨 가문은 국공부와 그리 멀지 않았다. 노부인에게로 몸값 증서를 받은 하인들은 대부분 이 일대에 집을 마련했다. 그래서 장풍의 마차가 골목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이웃들이 알아보고 서둘러 소씨 가문에게 소식을 전했다. 왕씨는 아들 소명의 잔치를 준비하느라 바빴는데 장풍이 직접 마차를 몰고 소연을 데려다줬다는 소식을 듣고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소하는 질투심에 불타 입술을 깨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어머니. 언니는 통방이 된 지 겨우 며칠 되었다고 이렇게 건방진 겁니까? 모르는 사람은 그녀가 세자 저하의 첩이라도 된 줄 알겠습니다. 이번엔 정말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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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언니, 우리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데 이제야 온 거야?” 소하는 소연이 온 것을 보고 사람들 앞에서 한마디 했다. 사람들은 소연이 세자의 통방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뭐야? 통방이 된 지 며칠 되었다고 여러 번 청해야 집으로 돌아온단 말인가?’ 사람들이 소곤거리기 시작하자 소하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를 띠었다. 소하가 원하는 건 바로 이런 효과였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언니가 어떤 사람인지 알리려고 했다. ‘평소 같았으면 언니가 진작에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었겠지?’ 그러나 뜻밖에도 소연의 눈빛은 더없이 담담했다. 마치 소하의 얄팍한 속셈을 단번에 꿰뚫어 본 듯한 눈빛이었다.소연의 옷차림을 본 소하는 그녀의 태도 변화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질투심에 눈이 붉어졌다. ‘언니가 입고 있는 옷 설마 남광금이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하의 친한 벗 하나가 자투리 비단 조각을 얻었다며, 그녀 앞에서 며칠이나 자랑을 늘어놓았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났다고 소연이 이렇게 귀중한 옷감을 입을 수 있다니. 다시 고개를 들어 보니, 소연의 머리에는 금비녀 두 개가 꽂혀 있었고, 귓가에는 적금 귀걸이 한 쌍이 달랑이고 있었다. 비록 세공이 아주 정교한 것은 아니었지만, 보기만 해도 묵직한 금붙이였다. 그 번쩍이는 금빛에 소하는 눈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소하는 즉시 그 물건들을 빼앗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저것들이 자기 손에 들어오기만 한다면, 내일 당장 은루에 가져가 제법 번듯한 머리 장신구 한 벌을 맞출 수 있을 터였다.소하는 그 생각에 왕씨를 한 눈 보았다. 왕씨도 큰딸의 고귀한 차림을 보고 어느새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 천한 년이 분명 남자를 유혹하는데 수단이 있을 것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며칠 만에 이렇게 좋은 물건들을 받을 리가 없어. 어울리지도 않구먼.’ 왕씨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답답해서 소연을 훈계하려고 하자 소연은 먼저 한 걸음 물러서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오늘 제가 오기 전에 세자 저하와 노부인의 간식을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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