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아주버니, 그 품에 중독되다: Kabanata 151 - Kabanata 160

257 Kabanata

151장

“지아.”수현은 지아의 방 문을 열었지만, 그가 발견한 것은 텅 빈 방뿐이었다. 침대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불빛은 어슴푸레했으며, 방 안에는 어딘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한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손지아.”그가 다시 불렀다. 이번에는 목소리를 조금 더 높였고, 아무리 감추려 해도 불안감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하지만 대답은 없었다.수현은 벽시계를 힐끗 바라보았다. 밤 10시 반이었다.“이 시간까지 아직 안 돌아왔네.”그가 낮게 중얼거리며 턱을 굳혔다.“어디 간 거지?”그가 몸을 돌려 나가려던 바로 그때, 다시 침실 문이 열렸다. 한참 동안 그가 찾고 있던 사람이 문간에 모습을 드러냈다.“수현 오빠?”지아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고, 순간 숨이 턱 막혔다.수현은 걸음을 멈추고 아내를 바라보았다.“어디 갔다 온 거야?”차가운 질문이었지만,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보호하려는 감정이 묻어 있었다.지아는 침을 삼켰다. 가슴이 천천히 오르내렸다.“음…”말끝이 흐려졌다.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고, 그는 손을 들어 지아의 긴 머리카락을 옆으로 쓸어 넘겼다.“이게 뭐야?”목소리가 날카롭게 변했다.“왜 목이 빨개?”“어?”지아는 반사적으로 머리카락으로 목을 가렸고,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뛰었다.수현의 턱이 굳었다. 눈빛 또한 어두워졌다.“어디 갔다 왔어? 가서 뭘 했는데?”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재촉하는 말이었다.“별채에 있었어.”지아가 애써 침착한 척하며 재빨리 대답했다.“거기 있는 이모님들이랑 이야기하고 있었지.”“그게 전부야?”수현의 두꺼운 눈썹이 서로 맞닿을 듯 깊게 찌푸려졌다. 전혀 만족하지 못한 기색이 역력했다.지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손가락은 서로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마침 경희 이모님이 몸이 안 좋았거든. 은선 이모님한테 부항처럼 등을 긁는 치료를 받고 있었어.”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나도 해달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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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장

“하아…” 준현이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두 손으로 세면대 가장자리를 짚은 채 서 있자, 탄탄한 팔의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졌다.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상체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넓은 허리에 흰 수건 하나만 두르고 있었다.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그의 시선은 가슴에 남은 붉은 자국으로 향했다. 어젯밤의 흔적이었다. 지아의 입술이 남긴 자국.가슴에만.일부러 그곳에만 남겼다.목에는 흔적을 남길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머리카락으로 가릴 수 없는 곳이고, 무엇보다 쉽게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위였으니까.“이거 문신보다 더 재미있네.”그가 낮게 중얼거리며 손을 들어 손끝으로 그 흔적을 따라 천천히 쓸었다.“아니면… 부항 자국인가?”그는 아무런 유쾌함도 담기지 않은 채 작게 웃었다. 그러다 입가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이제 계획을 세워야겠어.”그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게 속삭였다.“서영이와 이혼하고. 그 다음에는…”턱이 단단하게 굳었다.“수현에게서 지아를 빼앗는다.”준현은 눈을 감았다. 그러자 소율의 얼굴이 떠올랐다. 창백하고 작았으며, 말없이 누워 있던 아이의 모습이었다.“아빠는 네가 떠난 게 기쁘지 않아, 아가야...”그가 낮게 말했다.“어쩌면 이건 신이 아빠를 네 엄마에게서 벗어나게 해주는 방법인지도 모르겠구나.”두 손이 세면대 위에서 굳게 주먹을 쥐었다.“우린 인연이 아니었나 봐. 그리고 어쩌면… 신은 너를 엄마 같은 사람으로부터 구해내시는 걸지도 몰라."그의 숨이 잠시 멎었다.“그리고 나 같은 아빠에게서도.”그가 조용히 덧붙였다.“아빠를 용서해줘. 그곳에서는 편히 쉬고 있기를 바랄게.”……아침 식사는 어색한 침묵 속에서 진행되었다.식탁에는 유난히 눈에 띄는 빈 의자 두 개가 있었다. 준현과 서영의 자리였다. 누구도 묻지 않았고, 누구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아직은 꺼내지 말아야 할 상처가 있다는 것을.“나도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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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장

서영은 자신의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창문의 커튼까지 단단히 닫아 둔 채, 마치 바깥세상이 자신의 처참한 모습을 볼 자격조차 없다는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이를 잃은 슬픔만이 아니었다. 가슴을 짓누르는 숨 막힐 듯한 수치심까지 더해져, 다른 가족들의 얼굴을 마주 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서영은 알고 있었다. 머지않아, 빠르든 늦든 이 모든 일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 거라는 것을.시어머니는 분명 다른 며느리가 보는 앞에서 그녀를 은근하면서도 날카롭게 비꼬아 댈 것이다. 그리고 서영에게는 그런 말이 대놓고 욕을 먹는 것보다 오히려 더 고통스러웠다.더구나 그 비아냥거림을 가정부들 앞에서 듣게 된다면, 자신은 아이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한 엄마로 여겨질 것이었다.“그냥 아빠 집으로 돌아갈까?”서영이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손가락으로 이불을 세게 움켜쥐었다.“하지만 내가 돌아가면…”입술이 떨렸다.“내 결혼 생활이 이미 끝났다는 걸 인정하는 것 같잖아.”그녀는 작게 혀를 차며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렸다.“아직 소율이 49제도 되지 않았는데, 여기 계속 있을 자신이 없어.”서영이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일단 떠나고 싶어. 멀리 떨어져 있고 싶어. 그리고 모든 게 어느 정도 잠잠해지면 다시 돌아오는 거야.”그녀는 멍하니 방 천장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사람들이 더는 나를 자기 아이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한 무책임한 여자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서영은 손을 들어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신이시여…”목소리가 갈라졌다.“왜요? 왜 제가 아이를 재운 채로 떠나게 내버려 두셔서, 아이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셨어요?”“왜 다시 돌아가지 않았을까? 왜 방에서 잠이 들어버렸을까? 소율이가 칭얼거리면서 안아 달라고, 도와 달라고 했을 때 내가 그곳에 있었어야 했는데…”서영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고, 어깨가 격하게 떨렸다.“소율이를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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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장

30분 전.루미나 유치원의 쉬는 시간이 되면, 시윤은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의 아이, 하랑을 보기 위해 그곳을 찾아왔다.학교 정원에는 그의 딸이 혼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쉬러 간 뒤였다.“하랑아.”시윤이 어린 소녀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불렀다. 두 손은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였다.“아저씨?”하랑은 놀란 듯했지만, 평소처럼 눈을 가늘게 뜨며 냉소적인 표정을 지었다.시윤은 작게 미소 지었다. 다가가기 전 잠시 자신의 비서를 바라본 그는 어린 소녀를 위해 사 온 아이스크림이 든 봉투를 건네받았다.“아이스크림 먹을래?”따뜻한 목소리로 권했다.하랑은 내밀어진 비닐봉지를 잠시 바라보더니 짧게 고개를 저었다.“아저씨는 여기 왜 왔어요?”하랑이 다시 시윤을 바라보며 물었다.남자는 대답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하랑의 바로 옆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소녀의 옆에 앉아 두 팔을 가슴 앞으로 포갰다.“멀리서 봐도 네가 우울해 보이더구나.”시윤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목소리는 차분했고, 거의 무덤덤하기까지 했다.“네가 슬퍼하고 있다는 건 알아. 동생을 잃어서 그런 거지?”그제야 시윤이 고개를 돌려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는 하랑을 바라보았다.하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작은 입술이 떨리고 시선은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그 침묵은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야기가 흘러나왔다.“하랑이는 슬퍼요, 아저씨.”하랑이 나직하게 말했다.“동생이 떠났어요. 사실 나는 동생을 좋아했어요. 예전에 화낸 적은 있어도…”“화냈다고?”시윤이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아기한테 화를 냈어?”하랑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네. 동생이 생긴 뒤로 아빠가 동생을 더 좋아했거든요. 아빠는 하랑이를 사랑해 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는데…”하랑의 목소리가 낮아져 거의 속삭임처럼 변했다.“동생이 태어나고 나서… 아빠가 조금씩 변했어요.”“어떻게 변했는데?”시윤이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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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장

지아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무슨 말씀이세요, 대표님?”반사적으로 더듬거리며 물었다.지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응접실 문이 열렸다. 준현이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걸음은 여전히 차분했지만, 어딘가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그는 곧바로 마스크를 다시 써 얼굴을 가렸다.“아무런 뜻도 없습니다.”시윤이 태연하게 말했다.“그냥 손지아 씨가 저한테 반한 줄 알았을 뿐입니다.”농담처럼 가벼운 목소리였다.“아까 제가 마스크를 벗었을 때… 지아 씨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저를 바라보고 있었거든요.”준현의 걸음이 멈췄다.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지아는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제 반응이 무례하게 보였다면 사과드릴게요.”그녀가 서둘러 말했다. 어떻게든 업무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다른 뜻은 아니었어요. 그냥 대표님 얼굴이…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요.”그 말에 준현의 턱이 굳어졌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소파에 몸을 털썩 앉았다. 지아의 바로 옆자리였다.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 위로 포개고, 자세는 흐트러짐 없이 반듯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위엄이 묻어났으며, 지배적이고 강한 권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준현의 시선이 시윤에게 향했다.“전화 받는 사이에 제가 놓친 일이 있었던 모양이군요.”무덤덤한 목소리였다.“제 비서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었습니까?”시윤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전혀 없습니다.”희미한 미소를 지었다.“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저는 손지아 씨의 업무 방식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깔끔하고 침착하며 매우 전문적이더군요. 이 정도의 인적 자원을 갖춘 회사라면 거절하기 어렵습니다.”시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값비싼 정장을 매만졌다.“협력에 대해서는 동의하겠습니다. 세부적인 기술 사항은 각 회사의 팀에서 계속 논의하면 될 것 같습니다.”준현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시윤이 정말 시간이 부족한 사람처럼 말을 이었다.“오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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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장

“당신 태도가 변했어.” 지호가 차갑게 몰아붙였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수현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꿰뚫어 보듯 바라보는 눈빛이었다.그녀는 명희에게 진료를 받으러 다녀오겠다고 허락까지 받아가며 집을 나왔다. 오직 회사에 있는 수현을 만나기 위해서였다.아침 식사 자리에서부터 쌓여 있던 불만을 수현에게 직접 털어놓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어떻게 변했다는 건데?”수현이 두꺼운 눈썹을 맞붙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지호는 두 팔을 가슴 앞에 포갰다.“내가 딸을 임신했다는 걸 안 뒤부터야. 그때부터 나한테 대하는 네 태도가 변했어.”그녀가 거칠게 콧방귀를 뀌었다.“차라리 이 아이 성별을 너한테 말하지 말았어야 했어.”수현의 입꼬리가 감정이라고는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살짝 올라갔다.“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난 여전히 똑같은 진수현이야. 네 임신이나 우리 아이의 성별은 아무 상관도 없다고.”“그건 네 생각이고.”지호가 재빨리 말을 잘랐다.“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달라졌어.”“어디가?”수현이 차분하게 물었다. 너무 차분해서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아니면 임신 때문에 호르몬이 예민해진 건가? 말해 봐. 내가 어떻게 달라졌다는 거야?”지호가 씁쓸하게 웃었다.“넌 차가워졌어. 나한테서 멀어졌고. 게다가 감히 동서 방까지 찾아갔잖아.”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는 마.”“무슨 뜻이지?”수현이 미간을 찌푸렸다.“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너랑 동서.”지호가 천천히, 한마디 한마디를 짓누르듯 말했다.“둘이 방 안에서 뭔가 했잖아, 그렇지? 변명하지 마. 나는 네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데, 넌 동서랑 다정하게 굴었잖아.”수현의 눈빛이 굳어졌다.“아무것도 안 했어. 나는 그저 그 아이의 성별을 물어보려고 간 것뿐이야. 이미 너한테 설명했잖아.”“아니.”지호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나한테 거짓말하지 마. 내가 직접 봤어.”목소리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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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장

지아가 맑게 웃었다. 가볍지만 진심이 담긴 웃음소리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던 방 안의 분위기를 조금 누그러뜨렸다.“왜 웃어?”준현이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는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꼿꼿하게 서 있었고, 여전히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시선은 곧게 지아를 향한 채, 마치 그녀를 꿰뚫어 보려는 듯 흔들림이 없었다.“웃기잖아요.”지아가 태연하게 대답했다.“질투하는 거예요? 진짜로?”준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침묵이야말로 방금 전의 고백을 더욱 확실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무심코 자신의 배를 쓸어내렸다. 그 안에는 두 사람의 피와 살을 이어받은 아이가 자라고 있었고, 그녀의 손길은 부드럽고 애정으로 가득했다.“아가.”마치 뱃속의 태아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지아가 나직하게 말했다.“아빠가 지금 질투하고 있네.”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장난기와 따스함이 함께 어린 눈빛으로 준현을 흘끗 바라봤다.“엄마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준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지아의 배로 내려갔다. 순간 그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지만, 이내 가슴속에서 뒤엉킨 무언가를 억누르기라도 하듯 길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지아가 한 걸음 다가갔다. 그리고 아주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선 뒤,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어떻게 하지, 아가야?”“아빠한테 엄마는 잘못한 게 없다고 어떻게 설명하지? 아빠가 오해한 거라고 어떻게 알려주지?”그러더니 어린아이가 응석을 부리듯 준현의 팔에 살며시 매달렸다. 손가락으로 남자의 재킷을 움켜쥔 채 허락도 구하지 않고 머리를 준현의 가슴에 기대었다.“계속 화내지 마요, 대표님.”지아가 부드럽게 중얼거렸다.“아기가 아직 여기 안에 있잖아요. 예민하단 말이에요.”지아는 고개를 들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준현을 바라봤다.“저 지금 임신했어요. 지금은 차가운 아빠 말고 다정한 아빠가 필요해요.”그녀는 준현의 바지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게 한 뒤, 그의 손등을 부드럽게 쓸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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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장

지호가 작게 미소 지었다.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아주버님이 동서한테 정말 잘해주시네요. 산부인과까지 직접 데려다주시고.”목소리는 달콤했지만 그 안에는 은근한 비꼼이 가득했다.준현은 여전히 태연했다. 그 말이 자신을 흔들 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듯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떠오르지 않았다.“마침 병원에 친구를 만나러 가던 길이었습니다.”그가 짧게 대답했다.“그리고 제수씨도 알다시피 나는 원래 막내 제수씨와 늘 같이 출퇴근합니다. 내 비서니까요.”지호가 무언가 말하려 입을 열었지만, 준현이 먼저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한층 더 차가워져 있었다.“내가 산부인과까지 데려간 이유라면 간단합니다. 제수씨에게 남편이 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 남편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지는 않으니까요.”준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나는 친형으로서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내가 한 행동은 그저 제 동생의 경솔함에 대한 사과라고 생각하세요.”그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날카롭게 꽂히는 시선에 지호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고, 무릎 위에 올려둔 잡지의 끝을 손가락으로 꽉 움켜쥐었다.“게다가 이 집에서 내 위치는 가장이니까요.”준현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나는 내 가정만 책임지는 게 아니라, 이 집에 있는 모든 가족 구성원까지 책임져야 합니다.”그가 지호의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만약 남편이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저한테 말하세요.”준현이 낮게 말했다.“내가 도현이를 꾸짖을 수도 있고… 아니면 설령 부적절한 일이라 해도, 아내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관심을 내가 직접 줄 수도 있으니까.”은근하지만 날카로운 비꼼이었다.지호는 무겁게 침을 삼켰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녀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작은 미소를 지었다.“아니에요, 아주버님.”지호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묻어났다.“나는 도현 씨의 관심만으로도 충분해요. 그리고 서방님에 대해서는… 그 사람이 동서를 소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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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장

“지아.” 준현이 화장실 문 앞에서 그녀를 불렀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여전히 단호했다.“안에 있어?”그가 가볍게 문을 두드리며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준현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는 곧바로 욕실 문을 밀어 열었으나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어디 간 거지?”그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그의 발걸음이 지아의 업무용 책상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휴대전화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화면은 꺼진 상태였다. 정작 그 주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준현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벌써 점심시간인데.”철컥.그때 방의 문이 열렸다.준현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들어온 사람이 지아이기를 바랐지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점심이 든 종이가방을 들고 있는 민재였다.“식사 왔습니다, 대표님.”민재가 보고하며 음식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가지런히 정리했다.“지아 봤나?”준현이 돌려 말하지 않고 물었다.“손 비서 말씀이십니까?”민재 되물었다.“아니요, 대표님. 다만 아까 로비에서 우연히 같이 있었어요. 그 뒤에는 각자 헤어졌고요.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준현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1인용 소파에 몸을 털썩 기대앉았다. 턱이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찾아.”그가 차갑게 명령했다.“팬트리든 로비든, 어디든 찾아봐.”“네, 대표님.”민재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 뒤 방을 나섰다.한편, 시윤은 지아를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곳으로, 평범한 점심 식사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우아한 공간이었다.“어서 드세요, 지아 씨.”시윤이 태연하게 말했다. 목소리는 따뜻했지만 절제되어 있었다.지아가 눈앞에 차려진 음식을 바라봤다. 임신 초기인 그녀에게 음식에서 풍겨오는 향은 정말로 식욕을 자극했다.“감사합니다, 대표님.”지아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대답했다.“그런데 그전에… 대체 무슨 일로 저와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으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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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장

“친딸이라니요?” 지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숨이 턱 막혔다.갑자기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숟가락을 쥐고 있던 손이 심하게 떨리더니 결국 손에서 숟가락이 미끄러져 테이블 위로 떨어졌고, 날카로운 소리가 정적을 갈랐다.“어… 어떻게 그럴 수 있죠?”지아의 목소리가 떨렸다.“하랑이는… 저희 아주버님과 형님의 친딸이에요. 그런데 대체… 대표님은 누구시죠?”시윤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조용히 숨을 내쉰 뒤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마치 다시는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오래된 기억의 한 페이지를 꺼내 펼치려는 것처럼 보였다.“저는 서영이의 전 남친입니다.”마침내 시윤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무거운 기색이 깃들어 있었다.“우리는 꽤 오랫동안 함께했었습니다. 서영이가 진씨 가문의 장남과 정략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죠.”지아가 침을 삼켰다. 몸이 긴장으로 굳어졌다.“그때 서영이의 가족은 진준현 씨를 선택했어요.”시윤이 말을 이었다.“저는 떠나야만 했어요. 순순히 물러나긴 했지만, 서영이에게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죠.”지아의 시선이 남자의 얼굴에 고정됐다.“무슨 조건이었어요?”“마지막으로 한 번 더 관계를 갖는 것.”시윤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서영이가 결혼하기 직전, 저랑 호텔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어요. 서영이도 동의했죠. 뭐, 자기에게 그런 일은 그리 낯선 것도 아니었으니까."지아는 가슴이 강하게 짓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날 밤 일이 있었고, 준현과 결혼한 지 한 달 뒤 서영이가 임신했어요.”시윤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담담했다.“하랑이.”“아주버님은 알고 있어요?”지아가 나직하게 물었다.“아니요.”시윤이 짧게 고개를 저었다.“진 대표님은 그 아이가 자신의 피를 이어받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서영도 그 모든 일이 계속되도록 내버려뒀죠.”그의 목소리가 잠시 낮아졌다.“5년 동안 숨겼어요.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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