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주버니, 그 품에 중독되다: Chapter 161 - Chapter 170

257 Chapters

161장

“왜?”준현의 미간이 깊게 좁혀졌고, 그의 시선은 여전히 지아를 향한 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그녀를 압박하고 있었다.“왜 그렇게 보고 있지? 내가 이 협력을 취소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는데.”지아는 무겁게 침을 삼켰다. 손가락은 손에 들고 있던 갈색 서류철을 꽉 움켜쥐고 있었고, 그 힘에 눌린 손마디는 하얗게 질려 있었다.“저… 저 때문에 그런 거라면… 미안해요.”지아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은 협력을 계속하시면 돼요. 저 때문에 회사의 이익까지 희생할 필요는 없어요.”준현은 오랫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나치게 오래 시선을 거두지 않던 그는 이내 입꼬리 한쪽에 비스듬한 미소를 새겼다. 차갑고 무표정한 미소를 보는 순간 지아의 가슴은 더욱 조여 들었다.“이 실장.” 준현이 지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불렀다.“이제 나가도 돼.”“네, 대표님.”민재는 재빨리 대답한 뒤 곧장 몸을 돌려 문밖으로 나갔고, 뒤에서 문을 단단히 닫았다.그러자 방 안이 갑자기 비좁게 느껴졌다.“대표님…”준현이 한 손을 들어 지아가 말을 멈추도록 했다.“이건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했다.“그리고 애초부터 난 그 회사와 협력할 생각이 없었어.”“대표님, 이러지 마세요.”지아가 앞으로 다가가 준현의 바로 앞에 섰다. 어느새 그녀의 호흡은 불규칙하게 흐트러져 있었다.“제가 잘못한 거 알아요. 오늘 박시윤 대표를 만났어요.”준현의 턱이 단단하게 굳었다. 뺨의 근육도 팽팽하게 당겨졌고, 마치 무언가가 폭발하려는 것을 억지로 눌러 참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은 입술, 거의 매일 입을 맞추던 그 입술이 지금 그가 듣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직접 인정하고 있었다.“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지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하지만… 미안해요. 지금은 다 말할 수는 없어요.”준현은 화를 내지 않았다.오히려 그것이 지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준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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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장

“둘 다… 아들이라고?”명희가 참지 못한 듯 되물었다. 두 눈이 크게 뜨였고, 얼굴에는 금세 흥분과 기쁨이 가득한 표정이 떠올랐다.“정말이야, 지아? 농담하는 거 아니지?”순식간에 식탁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지아에게 쏠렸다. 평소라면 식탁에서 오가는 대화 따위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던 도현까지도 이번에는 지아를 바라보며 유심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준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평소 차갑고 주변의 일에 쉽게 반응하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지아의 임신, 그것도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아이들의 이야기만큼은 달랐다. 그는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지아를 바라보며, 그녀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려는 듯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도현이 잠시 형을 곁눈질했다. 준현의 시선은 조금도 지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곧 고개를 숙였고, 시선은 식탁 위에서 꽉 움켜쥔 지호의 두 손으로 향했다. 감정을 억누르느라 손에 힘을 준 탓에 손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지아는 조용히 숨을 내쉰 뒤 작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기쁨보다는 형식적인 인사에 가까웠다.“네, 어머니. 농담하는 것도 아니고, 거짓말하는 것도 아니에요.”“초음파 사진 출력한 건 어디 있어?”명희가 거의 틈도 주지 않고 재빨리 물었다.두근두근.지아의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었다. 그녀의 시선이 무릎 위로 내려갔고, 그곳에는 초음파 사진이 놓여 있었다. 지아는 천천히 그것을 명희에게 건넸다.명희는 재빨리 받아 들고 사진을 꼼꼼하게 훑어보았다. 입꼬리가 잠시 올라갔다. 아주 잠깐 동안만 이어진 옅은 미소였지만, 이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었다.“수현아.”명희가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막내아들을 불렀다.“너는 이제 남자 쌍둥이의 아빠가 되는 거야.”그녀는 기쁨을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환하게 웃었다.“대단하구나. 모든 남자가 이렇게 운이 좋은 건 아니야. 축하한다, 아들.”하지만 지아에게는 격려의 말 한마디조차 돌아오지 않았다.수현은 몇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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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장

“그런데, 지아는 어디 갔어?” 명희는 수현의 옆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물었다.평소라면 막내 며느리인 지아가 늘 그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명희는 평소 그녀에게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에 그 빈자리를 유심히 바라본 적도 거의 없었다.준현 역시 어머니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의 시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평소보다 오랫동안 비어 있는 의자에 머물렀다.얼마 지나지 않아, 은선이 아침 식사의 마지막 음식을 든 채 모습을 드러냈다.“막내 사모님께서 몸이 좋지 않으세요, 부인.” 은선이 공손하게 말했다. “그래도 약과 아침 식사는 제가 방으로 가져다드렸어요.”명희는 그다지 중요한 일도 아니라는 듯 짧게 고개만 끄덕인 뒤, 다시 음식을 떠먹기 시작했다.그러나 준현의 턱은 단단하게 굳어졌다.몸이 좋지 않다고?어젯밤부터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다시 그의 머릿속을 거세게 파고들었다. 무덤덤해 보였던 지아의 얼굴과 답장조차 오지 않았던 메시지, 그리고 자신의 서재로 와 달라는 부탁을 지아가 외면하는 바람에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던 일까지. 그 모든 일이 지아가 아팠기 때문이었던 걸까?“서방님은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네요.”식탁에 내려앉은 침묵을 깨뜨린 것은 서영의 목소리였다.“쌍둥이 아들이라는 소식이면 이 집안에서 가장 자랑스러워할 만한 소식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수현은 천천히 얼굴을 들어 서영을 바라보았다.“무슨 말씀이세요, 형수님?”서영은 눈까지 닿지 않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서방님이 너무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처럼 보이잖아요. 얼굴에 기쁜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고.”그녀는 찻잔 속의 차를 천천히 저은 뒤, 일부러 가벼운 어조를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다들 알잖아요. 이 집안에서 가장 바라는 건 아들이라는 거. 그것도 쌍둥이라니.”그러면서 그녀의 시선이 잠시 지호에게 향했다.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숟가락만 접시 위에서 느릿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정작 먹은 음식은 거의 없었다. 입맛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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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장

“잘 지내고 있나?”수현은 전화기 너머의 남자에게 물었다.“잘 지내고 있지. 왜?”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한없이 태평했다.수현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집무실의 커다란 창문 앞에 서서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귀에 휴대전화를 가져다 댄 채 전화를 받고 있었다.그의 시선은 눈앞에 늘어선 높은 건물들을 곧게 꿰뚫고 있었다.“내 아내가 임신했어.”수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아이야.”몇 초 동안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아…”마침내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억지로 웃는 듯한 느낌이 역력했다.“결국 성공했구나? 그게 네가 원했던 거 아니야? 아내가 임신했으니 이제 우리 일은 끝난 거잖아.”“끝난 건 맞아.”수현이 차갑게 대답했다.“하지만 두 사람이 한 번 이상 관계를 가졌을 줄은 몰랐군.”그는 잠시 말을 멈추며 상대에게 압박을 가했다.“어쩌면 여러 번일 수도 있겠지.”다시 침묵이 흘렀다. 이번에는 훨씬 더 길게 이어졌다.“음… 그건…”“내 아내가 그렇게 만족스러웠나?”수현이 비꼬듯 말을 끊었다.“우리 계약은 분명했잖아. 하룻밤뿐이었어. 그런데 실제로는 다른 밤들도 있었던 모양이군.”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게 들렸다.“그리고 어제는 내가 초음파 검사에 같이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자리에 있었던 건 너였지. 설마 내 아내를 좋아하기 시작한 건 아니겠지?”수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온기라고는 조금도 담기지 않은 미소였다.“아이들은 아들이지?”그가 다시 물었다.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수현은 상대에게 대답할 시간을 주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맞지? 너희 아이들은 쌍둥이고, 둘 다 아들이지?”“그… 그래.”마침내 목소리가 대답했다. 망설임이 묻어났고, 그 대답에는 확신도 없었다.“의사가…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했어.”수현의 턱이 단단하게 굳어졌다. 그의 시선이 어두워졌고, 휴대전화를 움켜쥔 손가락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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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장

준현은 점심도 먹지 않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막 회사에 도착한 참이었다. 병원을 나온 뒤 곧장 사무실로 돌아온 그는 생각이 이리저리 흩어지지 않도록 억지로 업무에 몰두하며 머릿속을 일로 가득 채우려 했다. 그런데 자신의 집무실 문을 여는 순간, 준현의 발걸음이 그대로 멈췄다.지아였다.그녀는 자신의 책상 앞에 단정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마치 이곳에 있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태연한 모습이었다.준현은 몇 초 동안 그대로 굳어 있었다. 심지어 자신이 환각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려는 듯 눈을 몇 번 비비기까지 했다.“네가 사무실에… 왔어?”그가 마침내 입을 열며 가까이 다가갔다.지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준현의 단단한 방어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던 바로 그 미소였다.“출근한 거야?”준현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지아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다. 따뜻했다.“아픈 거 아니었어? 왜 억지로 회사까지 온 거야? 내가 출근하라고 한 적은 없잖아.”“괜찮아요, 대표님.”지아가 조용히 대답했다.“집에 있으니까 지루했어요. 아까 약도 먹었고… 이제는 좀 괜찮아졌어요.”그러면서 지아는 자신의 이마를 직접 만져 보았다.“이건 방금 도착해서 이제 막 앉았거든요. 밖이 너무 더웠어요. 아까 오토바이 택시 타고 왔거든요.”준현의 턱이 단단하게 굳었다.“왜 차를 안 타고? 강 기사한테 회사까지 태워 달라고 하면 되잖아.”“괜찮아요.”지아가 다시 한 번 대답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뜻만큼은 단호했다.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은 채 서로의 시선만이 맞물리고 있던 순간, 준현이 갑자기 몸을 앞으로 기울이더니 지아를 자신의 품 안으로 세게 끌어당겼다.그리고 한참 동안 그대로 안고 있었다.“정말 우리 아이들이 쌍둥이인 거야?”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정말… 둘 다 아들이야?”준현은 한 손으로 지아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 손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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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장

“자금 횡령, 미성년자 성추행, 불법 카지노 운영, 그리고 그 밖에도 몇 가지 법률 위반 혐의가 있습니다.” 효성이 상사에게 차분하게 보고했다.“전부 한종범 씨가 저지른 일입니다.”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한층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을 덧붙였다.“다만 전에 말씀하셨던 다른 사건들 중 일부는 아직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방금 보고드린 사건들은 모두 서류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습니다. 유효한 증거들이고, 즉시 한종범 씨를 무너뜨리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시윤이 희미하게 비웃듯 웃었다. 진짜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담기지 않은 미소였다.“누군가를 무너뜨릴 생각은 없어.”그가 낮게 말했다.“그 사람이 과거에 나를 깔보고, 내가 아무런 가치도 없는 사람인 것처럼 모욕했던 적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야.”시윤은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이것들은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지.”그가 차갑게 말을 이었다.“협상 카드로 사용할 거야. 하랑이를 위해서.”효성이 그 뜻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손지아 씨와 협력하실 생각입니까?”“아니.”시윤이 재빨리 말을 끊었다.“그 여자는 너무 연약해. 감정적이기도 하고.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그는 몸을 돌려 효성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진준현을 압박해야 해.”“진준현 대표를요?”효성이 미간을 좁혔다.“설마… 이혼을 통해서라는 겁니까?”“진 대표가 서영이와 이혼한다면.”시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하랑이의 양육권은 거의 확실하게 서영이에게 넘어갈 거야. 내 딸은 아직 미성년자니까. 바로 그때 내가 개입하는 거지.”효성은 잠시 침묵하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보통의 아버지라면 양육권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울 텐데요.”시윤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떠올랐지만, 이번에는 더욱 희미하고 차가운 미소였다.“진 대표의 경우는 달라.”효성은 기다리며 그를 바라보았다.“그 사람은 이미 알고 있어.”시윤이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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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장

“파리로 출장을 간다고?”명희가 장남에게 물었다.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무언가를 캐묻는 듯한 날카로운 기색이 은근히 서려 있었다.준현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밤 출발할 겁니다. 제수씨도 함께요.”담담하게 대답한 그의 시선이 잠시 지아에게로 향했다. 자신의 이름이 언급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듯, 지아는 분명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갑작스럽게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준현은 그녀가 놀란 기색을 보이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이 실장이 오늘 오후에야 알려줬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는 대로 준비해서 바로 공항으로 갈 겁니다.”“한 가지를 잊은 것 같구나.”명희가 그의 말을 끊었다.“지아는 지금 임신 중이야. 그렇게 먼 곳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게 가능하겠니?”명희의 말투에는 지아 자체를 걱정하는 기색보다는 그녀가 품고 있는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더욱 짙게 배어 있었다. 그 미묘한 차이는 누구라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분명했다.준현은 어머니를 잠시 바라본 뒤, 이제 막 볼록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지아의 배를 내려다보았다.“임신한 지 이제 거의 5개월입니다, 어머니. 의학적으로도 비행에 문제가 없는 시기예요.”“그렇다고 해도 파리까지 가려면 열몇 시간은 걸려. 그렇게 오랫동안 비행기 안에 앉아 있는 것보다 중간중간 몸을 움직여 줘야 하지 않겠니.”명희가 재차 강조하자, 준현은 짧고도 침착하게 숨을 내쉬었다.“저도 이런 상황을 처음 겪는 게 아닙니다. 예전에 서영이가 하랑이를 임신했을 때도 함께 해외에 나간 적이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습니다.”서영이 반사적으로 얼굴을 들었다. 아주 짧은 순간 스쳐 지나간 시선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가슴이 묘하게 두근거렸다.준현은 여전히 그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시절 그는 남편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고, 비록 지금은 두 사람 모두 그 임신 뒤에 숨겨져 있던 쓰라린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당시만큼은 누구보다 충실한 남편이었다.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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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장

“뭐라고!”전화기 너머에서 종범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진 서방이 하랑이가 박시윤의 친딸이라는 걸 알고 있다고?”대답이 돌아오기 전, 무거운 한숨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네, 아빠.”서영이 작게 대답했다.“그런데 아직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했어요. 조금 전에 준현 씨가 급하게 파리로 출발했거든요.”“파리?”종범이 미간을 찌푸렸다.“거긴 무슨 일로 간 거야?”“일 때문에요.”서영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애써 울음을 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저도 같이 가고 싶었는데, 허락하지 않았어요. 일과… 제 슬픔을 섞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고요...”종범은 거칠게 한숨을 내쉬었다. 단순히 준현이 서영을 데려가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남자가 시윤의 이름을 입에 올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묵직해졌다.시윤은 오래전에 사라진 것 아니었던가? 서영이 6년 전 준현과 결혼한 이후로 시윤은 마치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처럼 지냈고, 해외에서 살아가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었다.“진 서방이 어떻게 시윤에 대해 알고 있는 거지?”종범이 의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둘이 서로 아는 사이인가?”“저도 그게 이해가 안 돼요, 아빠.”서영이 다급하게 대답했다. 목소리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준현 씨가 어떻게 시윤이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걸까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거의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아니면… 설마…”“설마, 뭐가?” 종범이 재촉했다. 좋지 않은 예감이 서서히 온몸으로 번지고 있었다.“시윤이가 준현 씨한테 말한 거라면요.”서영이 낮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머리 속에는 그 남자가 했던 협박이 떠올랐다.“시윤이가 입을 열면… 모든 게 무너질 수도 있어요.”그녀는 떨리는 숨을 들이켰다. 시윤은 분명 서영과 준현의 아이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자신에게 하랑을 데려갈 명분이 생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박시윤?”종범이 미간을 찌푸렸다.“그 녀석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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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장

“오늘 진 대표를 만나러 가야겠어.” 그날 아침, 시윤이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종범의 범죄를 입증할 증거를 전부 가져갈 거야. 어쩌면 그걸 협상 카드로 삼아서 하랑이와 맞바꿀 수 있을 지도.” 효성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렇다면 바로 진 대표님의 비서인 이민재 실장에게 연락하겠습니다.”시윤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효성은 몸을 돌려 집무실을 빠져나갔고, 곧바로 그랜드 진 코퍼레이션 측에 연락하기 시작했다.그동안 시윤은 휴대전화 화면으로 시선을 내렸다. 손가락으로 갤러리를 열자, 교복을 입은 어린 여자아이의 사진들이 가지런히 저장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그 사진들은 시윤이 몰래 찍어 둔 것들이었다. 아이에게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채,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거리를 유지하면서 조심스럽게 찍어 둔 사진들이었다.“조금만 기다려, 우리 딸.” 시윤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네 친아빠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아빠는 아직 그걸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지만…”그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진 대표가 도와줄 수 있을 거야.” 시윤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 하랑이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야 해. 서영이 역시 진실을 인정할 용기를 내야 하고.”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숨마저 잠시 멎은 듯한 침묵이 집무실 안에 내려앉았다.“그리고 손지아… 그 사람이라면 하랑이가 믿을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을 거야.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이지.”시윤은 눈을 감은 채 휴대전화를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아빠는 낭만적인 아빠가 아닐지도 모르지.” 그가 거의 맹세하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네가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만큼은 줄 수 있도록 노력할게.”얼마 지나지 않아 집무실 문이 다시 열렸고, 진지한 표정을 한 효성이 안으로 들어왔다.“대표님.”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진 대표님은 현재 한국에 계시지 않습니다. 어젯밤 비서와 함께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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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장

“드디어 여기서 만났네.” 서영은 두 팔을 가슴 앞에 포갠 채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똑바로 향하고 있었지만, 남자는 아직 그녀에게 등을 돌린 상태였다.그 남자는 시윤이었다.시윤은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그대로 찔러 넣은 채 천천히 몸을 돌렸고, 그의 입꼬리가 희미한 미소를 그리며 올라갔다.“네가 먼저 나를 찾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네.” 시윤이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어제부터 그랬지? 여기 학교에서 계속 나를 기다리고 있었잖아.”서영이 눈을 가늘게 떴다.“그럼 알고도 일부러 나타나지 않은 거야?”감정을 억누르려는 듯 그녀의 손이 몸 옆에서 꽉 움켜쥐어졌다.시윤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본론부터 말해. 원하는 게 뭔데?”“내가 이미 말했잖아.”서영은 목소리를 낮췄지만, 그 안에 담긴 압박감은 오히려 더욱 날카롭게 느껴졌다.“다시는 우리 삶에 나타나지 마. 우리 가족에게 아무것도 밝히지 말라고. 준현 씨한테도 마찬가지야.”“그런데 너는… 너는 일부러 준현 씨한테 알려줬지.”시윤의 턱이 단단하게 굳었다.“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서영은 한마디 한마디를 강하게 눌러 말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하랑이는 내 아이고, 준현 씨의 딸이라고.”시윤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는 어느새 서서히 사라지고 없었다.“하랑이가 누구 자식이라고 말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하지만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하랑이는 내 친딸이야. 언제가 되든, 하랑이도 결국 알게 될 거야.”“박시윤!”서영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거의 떨릴 정도로 격앙된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내 결혼 생활에 끼어들지 마!”“끼어들 생각 없어.”시윤이 무덤덤하게 대꾸했다.“그저 내 권리를 되찾고 싶은 것뿐이야. 내 친딸에 대한 권리를.”서영은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난 이미 결혼했어. 하랑이에게는 이미 준현 씨가 아버지로 있어. 네가 계속 억지로 밀어붙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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