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주버니, 그 품에 중독되다: Chapter 131 - Chapter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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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장

“저는 싫어요.”지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시선을 정면에 고정하고 있었다.준현은 잠시 그녀를 곁눈질한 뒤 다시 도로에 시선을 돌렸다.“무슨 말이야?”“산부인과에 가기 싫어요. 특히 아이 성별을 알아보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받는 건 더 싫고요.”준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왜?”“아무 이유 없어요. 그냥 내가 싫은 거예요.”그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그냥 싫다고?”준현은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텐데?"차가 회사 지하 주차장에 거의 도착하자 서서히 속도를 늦췄다.“이유 없어요.”이번에는 지아의 목소리가 더욱 단호해졌다.“전 싫어요. 그리고 아주버님이 아무리 이 뱃속에 있는 아이의 아빠라고 해도, 저한테 강요하지 마세요.”그녀는 감정을 억누르듯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초음파 검사를 받으려면 엄마인 제 동의도 필요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절대 강요하지도 말고, 설득하려고도 하지 마세요. 안 통하니까.”차가 멈췄다.지아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곧바로 문을 열어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준현이 무슨 말이라도 꺼낼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준현은 운전석에 앉은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점점 멀어지는 지아의 뒷모습을 따라갔다. 그러다 이내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지아가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보기에는 그녀가 왜 그렇게까지 초음파 검사를 거부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미소였다.사무실에 도착한 지아는 책상 위에 가방을 내려놓은 뒤 그대로 의자에 몸을 털썩 맡겼다. 축 처진 어깨와 함께 무거운 한숨이 흘러나왔다.그녀의 얼굴에는 잔뜩 심술이 나 있었다.“나 그냥 다른 방으로 옮기면 안 되나?”지아는 투덜거리며 양팔을 가슴 앞에 포갠 채 문을 향해 못마땅한 시선을 던졌다.“아주버님 때문에 짜증 나.”그러다 손을 내려 배를 천천히 쓰다듬었다.“난 절대 초음파 안 받을 거야.”그녀가 결연한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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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장

“둘째의 아이가 아들이라고?”윤자가 그날 기쁜 소식을 전하러 방문한 조카 명희에게 물었다.명희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네, 이모. 거의 5년 만에 드디어 며느리 셋 중 한 명에게서 아들을 보게 됐어요. 뭐… 사실 제가 기대했던 건 두 며느리뿐이었지만요.”그 자리에 함께 앉아 있던 명희의 친동생 순희가 작게 미소 지었다.“언니도 참. 그래도 셋 다 언니 며느리잖아. 모두 언니 자식들을 위해서 애쓰고 있는데, 그렇게 차별하면 안 되지.”명희가 비꼬는 듯한 눈빛으로 순희를 흘겨보았다.“내 마음이지, 뭐.”“다행이구나.”윤자는 눈을 반짝이며 진심으로 기뻐했다.“드디어 지호랑 수현이가 곧 아이를 갖게 되겠네.”순희는 웃음을 참으려는 듯 황급히 입을 가렸다.“어머, 왜 갑자기 수현이에요, 이모? 지호는 도현이 아내잖아요.”“어?”윤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럼… 수현이 아내 이름은 뭐였지?”“며느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기억하기도 힘든 거죠, 이모.”명희가 날카로운 말투로 끼어들었다.순희는 언니를 힐끗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수현이 아내는 지아예요, 이모.”“어?”윤자가 미간을 찌푸렸다.“지아는 준현이 아내 아니었나?”순희는 짧게 숨을 들이마신 뒤 인내심을 발휘해 대답했다.“아니에요, 이모. 준현이는 서영이 남편이에요. 언니 며느리들 중 가장 큰며느리잖아요.”윤자의 미간이 더욱 깊게 구겨졌다. 이마의 주름도 한층 선명하게 패였다.“그럼 지아는 누구지?”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가 누구인지 점점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 분명했다.순희는 한숨을 내쉰 뒤 조금 몸을 앞으로 기울여 차분하게 설명했다.“지아는 수현의 아내라고요, 이모. 그리고 지아도 임신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아직 아이의 성별은 모른대요.”명희가 실소하듯 짧게 웃었다.“그러니까 이모,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지금 중요한 건 지호가 아들을 임신했다는 거예요. 일단 그것만 생각해요. 이건 역사상 최고의 소식이라고.”윤자는 잠시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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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장

“유산?”준현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걸었다.“관계를 했다고 유산하는 경우가 어디 있어?”“그럴 수도 있죠.”지아는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온 준현의 얼굴을 밀어내 숨을 편하게 쉴 수 있을 만큼 거리를 벌렸다. 그래도 여전히 남자의 몸에서 풍겨 오는 민트 향은 희미하게 느껴졌다.준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애매한 지아의 대답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지아는 목소리를 조금 낮추며 망설이듯 말을 이었다.“격렬하게 움직이면 태아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단 말이에요."지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부끄러움에 두 뺨이 붉게 물들었다.“혹시 자궁이 수축할까 봐 두려워요.”준현이 작게 웃었다.“내가 거칠게 하지 않는다면 괜찮을 거야.”“하지만 한 번도 살살 해준 적이 없잖아요.”지아는 생각할 틈도 없이 반사적으로 대꾸했다가, 너무 솔직한 말이 튀어나온 뒤에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준현은 말없이 입을 다물었다. 그 사실만큼은 부정하기 어려웠고, 지아가 그것을 자신의 약점처럼 들고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그는 무겁게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조금 뒤로 물렸다.“내가 살살 할게.”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거의 애원에 가까웠다.“그래도 안 돼?”지아는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대표님이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세상에…”준현은 답답하다는 듯 얼굴을 쓸어내렸다.“그렇다면…”잠시 말을 멈춘 그는 다른 방법을 찾으려는 듯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아래에 있고 네가 위에 앉는 건? 네가 주도권을 잡는 거지. 어때?”“왜 그렇게까지 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지아는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준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준현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고, 그의 눈빛은 서서히 부드러워졌다.“그렇다면 산부인과 의사에게 직접 설명을 들어보는 건 어때?”그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병원에 가자.”잠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지아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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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장

“전 남친이라뇨, 어머니?”서영은 어깨를 으쓱하며 귀찮다는 듯한 목소리로 대꾸했다.“그 사람을 본 적도 없는데 제가 어떻게 알아요?”“아, 그거 말이지…”명희가 차분하게 대답했다.“내가 사진을 가지고 있단다. 순희가 어제 사진을 찍어서 바로 나한테 보내줬거든. 그리고 내가 보기에는 이 남자가 하랑이랑 정말 많이 닮았어.”명희는 값비싼 핸드백을 열어 휴대전화를 꺼낸 뒤 서영에게 내밀었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이미 갤러리가 열려 있었고, 그 안에는 한 남자의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서영은 망설이면서 휴대전화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검은 셔츠를 입은 남자였다.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려 단단한 팔 근육을 드러낸 채 서 있는 그의 날카로운 눈빛은 서영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박시윤.서영은 온몸의 피가 아래로 쑥 빨려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 표정은 찰나에 불과했고, 그녀는 그 짧은 순간 안에 자신의 감정을 감출 수 있었다.“아는 사람이니?”명희가 며느리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며 물었다.“네 전 남친이야?”서영은 곧바로 천천히 고개를 저은 뒤 휴대전화를 돌려주었다.“모르겠어요, 어머님. 이 사람이 누군데요? 저는 처음 봐요.”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길게 숨을 내쉬었다.“게다가 이 세상에는 누구나 자기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일곱 명씩 있다는 말도 있잖아요. 아마 그중 한 명일 수도 있죠. 그럼 하랑이가 이제 한 명을 찾은 거고, 아직 다섯 명이 더 남은 거네요.”명희는 잠시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입술을 살짝 벌렸다가 다시 다물었다.“그럴 수도 있겠지.”마침내 명희가 중얼거렸다.“나도 그냥 생각이 나서 물어본 거란다. 순희가 그러는데, 하랑이는 정말 진씨 가문의 누구와도 닮지 않았다더구나. 자기 아버지를 포함해서 말이야.”서영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심장은 여전히 불규칙하게 뛰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다.“됐어요, 어머님. 저 먼저 들어갈게요. 오늘 너무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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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장

산부인과 의사는 진찰을 마친 뒤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환자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안심시키려는 의사 특유의 차분한 표정으로 지아를 바라보았다.“좋습니다, 산모님.”의사가 침착하고 전문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검사 결과를 보면 임신 상태는 건강하고 정상적입니다.”지아는 고개를 들었다. 긴장으로 가빠졌던 숨이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가라앉았다.“혈압도 안정적이고, 태아의 심장 박동도 잘 들립니다. 태아의 발달 역시 현재 임신 주수에 맞게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요.”의사는 진료 기록을 펼쳐 보이며 설명을 이어갔다.“조기 자궁 수축이나 자궁에 이상이 있다는 징후도 보이지 않습니다.”그러고는 지아가 이해하기 쉽도록 한층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심한 통증이나 출혈, 혹은 지나치게 심한 어지럼증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임신 상태는 안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지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무의식적으로 배 위에 손을 가져갔다.“일상생활은 그대로 하셔도 됩니다.”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직장에 나가거나 가벼운 활동을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다만 체력을 잘 관리하고 충분히 쉬면서 무리해서 몸을 혹사하지 않도록 하세요. 식사도 신경 쓰셔야 합니다. 단백질과 채소, 철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습니다.”의사는 지아를 조금 더 진지하게 바라보았지만, 목소리만큼은 여전히 부드러웠다.“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산모의 정신적인 상태도 편안하게 유지하는 겁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임신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지아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그럼… 전부 괜찮은 거죠, 선생님?”의사는 확신에 차 고개를 끄덕였다.“다행히 그렇습니다. 산모도 건강하고 아기도 건강합니다. 이제 출산할 때까지 잘 관리하기만 하시면 됩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지아의 가슴이 따뜻하게 달아올랐다.산부인과 의사는 다시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겸사겸사 초음파 검사를 해서 성별도 확인해 보시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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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장

준현은 여유로운 걸음으로 방 안으로 들어섰지만, 그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부터 그의 위엄은 방 안을 가득 채웠다.그 압도적인 기세에 순식간에 공기가 팽팽하게 긴장했고, 마치 그의 등장만으로도 방 안에 있던 모든 관심이 한곳으로 쏠린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지아는 다시 눈앞의 의사를 바라보았다.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에는 말없이 설명을 요구하는 뜻이 담겨 있었지만, 의사는 짧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반응이었고, 사실 의사 역시 준현이 갑자기 나타난 것에 놀란 상태였다.“여보, 남편은 데려오지 않고 혼자 여기 온 거야?”준현이 가볍게 물으며 다가왔다. 두 손은 편안하게 바지 주머니에 꽂혀 있었다.그는 지아의 옆에 놓인 의자를 끌어당겨 망설임 없이 앉더니, 한쪽 팔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마치 그런 행동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러운 태도였다.지아는 자신의 어깨에 올라온 준현의 손을 힐끗 바라본 뒤, 숨을 죽인 채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저… 저기…”아직 눈앞에 의사가 있는 것이 불편했던 지아가 조심스럽게 그를 타박하듯 속삭였다.“응?”준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두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는 생각은 전혀 없는 표정이었다.그는 고개를 숙여 지아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지금의 긴장된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지나치게 다정한 입맞춤이었다.“어때? 오늘은 어디 어디 검사했어? 임신 상태는 어떻대?”그러고는 준현의 시선이 산부인과 의사에게로 향했다.“제 아내의 임신 상태는 어떻습니까, 선생님?”의사는 전문적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임신 상태는 좋습니다, 선생님. 산모도 건강하고 아기도 건강합니다.”그는 앞에 놓인 서류를 펼쳤다.“혈압도 안정적이고, 태아의 심장 박동도 잘 들립니다. 태아의 발달 역시 임신 주수에 맞게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준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 다음은요?”그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혹시 다른 건 없습니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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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장

“아무튼 저는 절대 용납 못 해요.”산부인과 진료실을 막 빠져나온 순간, 지아가 입을 열었다. 걸음은 빠르게 이어졌고, 아직 호흡도 제대로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아주버님이 의사 선생님한테 이것저것 물어본 것도 싫어요. 저도 아까 초음파 검사 결과는 알고 싶지 않았어요. 아기 성별이 뭔지, 태반이 몇 개인지… 저는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다고요.”준현은 그런 지아의 옆에서 태연하게 걸었다. 양손은 여전히 바지 주머니에 꽂혀 있었고, 시선은 정면을 향한 채 마치 지아의 말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아주버님.”지아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준현의 바로 앞을 가로막았다.“제 말 듣고 있어요?”준현 역시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시선을 아래로 내려 지아를 바라보았고, 조금 전까지 보여주었던 태도와는 달리 눈빛은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응, 여보.”거의 속삭이듯 짧게 대답한 한마디에 지아의 가슴이 순간 꽉 조여 왔다.또 그 호칭이었다. 벌써 두 번째였다. 지아의 뺨이 금세 뜨거워졌고, 심장마저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준현은 손을 뻗어 지아의 팔을 단단하게 잡았다.“이제 호텔로 가자. 우리 아이 보러 가고 싶어.”지아가 침을 삼켰다. 망설이는 듯 시선이 위아래로 흔들렸다.“약속… 한 거죠?”확신을 얻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처럼 목소리가 힘없이 작아졌다.“약속해.”준현은 망설임 하나 없이 대답했다.긴 설명은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준현의 차분한 확신 때문에 지아는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JJ 살롱 & 부티크에서.“정말 머리 색 안 바꿀 거야?”은아가 막 머리를 말린 도현의 머리카락을 정돈하며 물었다.도현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내 머리 색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 원래 내 머리 색이야.”그러던 그의 시선이 곧 자신의 무릎에 얌전히 앉아 있는 어린아이 제나에게로 향했다.제나의 작은 손가락은 화장 도구를 가지고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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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장

“여기 있습니다, 손님. 아이패드 수리 끝났습니다.”전에 서영의 아이패드를 맡아 수리했던 디지털 기기 수리공이 말을 건넸다.서영은 기기를 받아 들자마자 곧바로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을 확인했다. 이곳 수리점에 맡겨둔 지 벌써 이틀이었고, 그녀는 수리 결과가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제가 작업하던 것들도 복구됐나요?”서영이 눈앞의 남자에게 물으며 손을 빠르게 움직여 직접 화면을 열어 확인했다.“빠짐없이 전부 복구됐습니다.”남자가 차분하게 대답했다.서영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그녀는 상대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안도한 마음으로 곧장 수리점을 빠져나왔다. 이제 다시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놓였다.하지만 가지런히 주차해둔 자신의 차 문을 열기도 전에, 커다란 손 하나가 먼저 서영의 손목을 움켜잡았다.서영이 흠칫 놀랐다.고개를 돌린 순간, 바로 앞에 서 있는 시윤을 발견한 그녀의 얼굴이 단번에 굳었다.“너?”서영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여긴 왜 왔어?”시윤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손아귀가 잠시 더 강하게 조여졌다가 이내 천천히 풀려났다. 가늘게 좁혀진 눈에는 차갑고 집요한 시선이 서려 있었다.“네 입으로 직접 듣고 싶어서.”시윤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랑이한테 무슨 짓을 했지?”서영이 작게 코웃음을 쳤다.“그 애는 아무렇지도 않아.”“거짓말하지 마.”시윤이 재빨리 말을 끊었다.“오늘 학교에서 내가 직접 봤어. 애가 풀이 죽어서 말도 거의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더라. 게다가 친구한테 네가 아이패드 때문에 혼냈다고 말하는 것도 들었어.”서영이 비꼬듯 작게 웃었다.“그건 내 가정사야. 네가 끼어들 권리는 없어.”시윤이 반걸음 가까이 다가섰다. 그의 분위기가 단단하게 굳어졌다.“고작 아이패드 하나잖아.”날카로운 목소리가 이어졌다.“그런데 그걸 가지고 어린아이한테 화풀이를 해? 네 친딸한테? 네가 엄마로서 해야 할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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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장

수현은 허리를 곧게 세웠다. 그의 시선이 지호에게 완전히 고정되었다.“무… 무슨 말이야… 뭐라고?”목소리가 목에 걸린 듯 떨려 나왔다. 방금 들은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이 놀라움으로 크게 벌어졌다.지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거칠게 내뱉었다.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 가슴이 크게 오르내렸다.“그래.”마침내 지호가 날카롭게 입을 열었다.“내 뱃속에 있는 아이는 딸이야. 아들이 아니라고. 이제 됐어?”지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앞의 수현은 명희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고, 더 이상 그와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단 하나의 것에 집착하고 있었다. 아들수현이 흠칫 놀랐다. 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지호의 팔을 붙잡았다.“김지호! 농담하는 거지?”다급하게 묻는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높아졌다.“이거 장난이지? 아니면 나한테 화난 거야?”지호가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현실이야.”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 그녀가 말을 이었다.“우리 아이는 딸이야. 그리고 그래, 내가 거짓말했어. 너한테도, 어머니한테도, 이 집안에 있는 모든 사람한테도.”수현은 입을 다물었다.양손이 몸 옆에서 세게 주먹 쥐어졌고, 턱이 단단하게 굳었다. 거짓말을 당하는 것은 그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용납하지 않았던 일이기도 했다.그런데 이번에 자신에게 거짓말한 사람은 지호였다.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수현의 머릿속에서는 진씨 가문의 후계자를 얻게 될 거라는 허상의 행복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미소와 축하 인사, 그리고 이미 마음속에서 자라나 버린 야망까지.그 모든 것이 이제는 자신의 손아귀에서 억지로 빼앗겨 버린 것처럼 느껴졌다.“왜?”지호가 두려움 없이 수현을 바라보며 따져 물었다.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시선만큼은 피하지 않았다.“왜 아무 말도 안 해? 실망했지? 화났지?”그녀가 씁쓸하게 작게 웃었다.“그래. 화나고 싶으면 나한테 화내. 대신 너 자신도 돌아봐. 이 아이 성별에 네가 기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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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장

수현이 눈을 크게 떴고, 동시에 몸이 긴장했다. 그의 시선이 준현을 날카롭게 향했다. 그러나 그것은 도전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그동안 자신이 꼭꼭 묻어두었던 비밀을 형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기를 바라는, 말없는 간청에 가까운 시선이었다.준현은 그 뜻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었다. 오히려 잘생긴 얼굴에 비스듬한 미소를 띤 채, 자신만 알고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준현아?”명희가 재촉했다. 목소리는 차갑고 의심으로 가득했다.준현이 어머니에게 시선을 돌렸다.“글쎄요.”그가 태연하게 대답했다.“그냥 느낌이에요.”그러고는 다시 지아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지아의 배로 내려갔다.“왜냐하면… 확실히 차이점이 보이니까요.”그는 잠시 지호를 흘끗 바라본 뒤 다시 지아에게 시선을 돌렸다.“막내 제수씨의 배가 큰 제수씨보다 훨씬 더 나와 있어요. 두 사람의 임신 주수는 거의 비슷한데도 말이죠. 오히려 큰 제수씨가 임신한 시기는 더 빨랐고요.”명희 역시 두 사람을 유심히 살폈다. 그녀의 시선은 지아의 배에서 지호의 배로 천천히 옮겨갔고, 두 사람의 배 모양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살폈다.두 사람 모두 임신으로 배가 불러 있었고 키도 비슷했다. 다만 지호는 지아보다 네 살이 많았지만, 그것만으로 이렇게 큰 차이가 생길 만한 요인은 아니었다.“그렇다면…”준현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가능성은 하나뿐이겠네요. 막내 제수씨 뱃속에 있는 아이가… 한 명이 아닌 거예요.”정적이 흘렀다.“아… 그 말이었어요?”마침내 수현이 입을 열었다. 너무 빠르고 억지스러운 반응이었다.“나도 그런 생각을 잠깐 했어요, 형님. 그래서 내일 산부인과에 데려가려고 했어요. 임신 상태를 확실하게 확인하려고. 겸사겸사 성별도 알아보고.”지아가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이 수현에게 박혔다가 이내 날카롭게 준현에게 옮겨갔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준현은 여전히 태연했다. 반면 지아의 눈빛은 차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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