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민은 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었다.“회사를 상장시키겠다는 욕심 때문에 원영이를 아프게 했고, 원영이 마음을 배신했습니다. 이제야 제가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원영이와의 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제가 보상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감사 문제는 고모님이 뒤에서 손쓰신 거라는 걸 압니다. 원망하지 않습니다. 제가 부족해서 받아야 할 벌입니다.”흥분 탓에 목소리가 떨렸다.“부탁드립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회사에 기회를 달라는 뜻이 아닙니다. 제가 잘못을 고치고 사람답게 살 기회를 달라는 뜻입니다.”“원영이와 저에게도...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제가 자격 없는 사람이라는 거 압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원영이 없이는 안 됩니다.”사무실에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부경민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주희애는 조용히 부경민을 바라보았다.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이 마음속을 갈라 사과가 진심인지 계산인지 확인하려는 듯했다.오랜 침묵 뒤, 주희애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평온했다.“부 대표,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니야. 원영이를 숨기기로 결정했을 때, 성호그룹의 힘을 얻기 위해 이혼을 요구했을 때, 매번 이익을 비교하며 원영이를 후순위에 놓았을 때, 매 순간이 전부 기회였잖아. 하지만 부 대표는 매번 그 기회를 버린 거지.”높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부경민의 가슴 위로 떨어졌다.“이제 회사 상장이 어려워지니 후회한다며 찾아온 것이고.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만약 지금 상장이 성공했고, 원하는 자리까지 올랐다면, 원영이가 부 대표를 위해 했던 희생을 떠올리기나 했을까?”“아닌 것 같아. 아마 그때 원영이 포기하길 잘했다고 생각했겠지. 지금 나를 찾아와 빌고 있는 것도, 회사가 상장하려면 나를 피해 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인데... 그런 마음이라면 돌아가게.”부경민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주희애의 말은 칼처럼 가슴을 찔렀다.부경민은 비틀거리며 한 걸음 다가섰다. 급히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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