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진수지는 비웃음 섞인 웃음을 흘렸다. 병원에 아이를 지우러 왔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다.원가영이 빠르게 다가오더니 친근하게 진수지의 팔짱을 끼었다.“수지 언니도 임신했잖아요. 당연히 산전 검사 받으러 온 거죠!”원가영은 달콤하게 웃더니, 곧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미안해요, 언니. 요즘 제가 한빈 오빠를 너무 많이 붙잡고 있었죠. 그런데 저는 그런 일을 겪고 나서 마음이 엉망이 됐어요.” “사람들이 제 뱃속의 아이가 납치범의 아이라는 걸 알게 되면 저는 정말 무너질 것 같아요.”원가영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그래서 한빈 오빠가 아빠 역할을 해 줄 수밖에 없었어요. 언니, 제가 미우면 차라리 저를 때려요.”진수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유한빈이 안쓰럽다는 듯 말을 잘랐다.“그런 말 하지 마. 내가 이미 네 언니를 설득했어. 소문은 잠깐이야. 네 언니도 마음이 넓어서 신경 쓰지 않을 거야.”진수지는 눈을 감았다.‘그래, 나는 마음이 넓지.’‘이혼까지 해서 유한빈을 원가영에게 넘겨주고, 저 ‘세 가족’이 제대로 모이게 해 줄 만큼 마음이 넓지.’“맞아. 나도 별로 신경 안 써.” 진수지는 유한빈의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 평온하게 대답했다.원가영은 그제야 눈물을 거두고 웃었다.“다행이네요. 아니면 제가 너무 죄책감이 들었을 거예요.”이어 원가영은 다시 진수지의 팔을 붙잡았다.“이렇게 만난 김에 같이 밥 먹어요.”진수지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막 수술을 마친 몸은 이미 기운이 쭉 빠져 있었다. 원가영에게 반쯤 끌려가듯 식당으로 향했다.식당에서도 원가영은 계속 소란을 만들었다.“오빠, 이 냄새 이상해. 토할 것 같아.”“나 신 게 먹고 싶은데, 이건 너무 매워.”유한빈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정했다. 물을 건네고 등을 토닥이며 원가영의 표정을 살폈다.진수지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손끝부터 발끝까지 숨이 막힐 만큼 아팠다.수술 뒤의 통증인지, 눈앞의 다정함이 심장에 박힌 탓인지 알 수 없었다.식사가 절반쯤 지났을 때,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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